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 행사장 앞에서 대통령 면담요청 등을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 행사장 앞에서 대통령 면담요청 등을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故(고) 이예람 중사를 성추행한 가해자 장 모 중사가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이 중사의 부친은 이에 대해 “재판장의 선고는 너무나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 중사의 부친 A씨는 20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어제 재판에서 가해자의 보복 협박 공소 내용이 무죄가 됨으로써 부실 수사를 진행했던 무리에게 면죄부를 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예람 중사 사건 수사는 처음부터 부실 수사였다”며 “수사를 했던 공군의 군사경찰, 군사 경찰대 대장, 구 검사 공군 보통경찰 부장, 고등검찰 부장 법무실장, 경찰단장 중수부 수사관 중 누구 하나도 부실 수사로 입건도, 재판에 기소되지도 않았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A씨는 “그동안 예람이처럼 피해를 받고 괴로워도 말 못 하고 숨죽이고 있는 젊은이가 얼마나 많고 또 억울한 죽임을 당하고도 정당하게 죽음을 인정받지 못하고 가족들마저 두 번 버림받고 풍비박산되어가고 있는 사실을 많이 알고 계실 것”이라며 “저는 앞으로 예람이의 명예도 찾고 군에 의한 타살로 군과 가해자, 2차 가해자 등 수사 관련자들 모두 특검법에 따라 수사받게 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전날 재판에서는 이 중사의 생전 진술 내용과 심경이 적힌 메모장 등이 공개됐다.

이 중사의 생전 메모장에는 “가해자 부친이 ‘장 중사 명예롭게 전역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직접 알려주지도 않은 핸드폰 번호를 알아내서 2차 가해를 했다”며 “그 사람이 전역하든 말든 내가 신경 쓸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이 조용히 전역한다면 앞으로 그 사람은 아무런 법적 제재도 없을 것이고 나만 사고가 일어났던 현장 속에 남아 그것을 매번 떠올리며 괴로워할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어 이 중사는 “그렇기에 본인이 원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욕심이며, 내가 선처를 할 일이 절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이 중사가 성폭력을 당한 후 심경을 옮긴 메모장에는 “그날만 생각하면 나 자신이 혐오스럽고 왜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못했나 소리를 지를 수 있지 않았냐는 질책을 들을 때면 그냥 나 자신이 싫다”며 “잘못은 그 사람이(장 중사) 했는데 왜 내가 질책을 들어야 하는 것인지 괴롭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런 일의 원인 제공을 한 적이 전혀 없다. 단순 폭행은 병원에서 치료를 할 수 있다. 좋은 병원에 가면 흉터도 잘 보이지 않는다”며 “그렇지만 제 깊은 기억 속 상처는 어디서, 어떻게 없던 일로 하며 치료를 받을 수 있는가”라고 호소했다.

한편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지난 17일 ‘군인 등 강제추행 치상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 중사에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 중사의 부친은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재판부마저 이처럼 선고한다는 것은 초동부실 조사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선고라 생각한다”며 “1심이 끝난 가해자는 징계 위원회를 열어 파면 해임 시킨 후 민간법원으로 손을 털어버리려고 하니 끝까지 고등군사법원에서 재판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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