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비호감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거대 양당구도의 양자택일의 투표에 익숙한 한국사회에서는 ‘뽑을 사람이 없다’는 말들이 연일 나오고 있다. 정책은 사라지고 가족 검증만 남은 선거에서 새로운 대통령과 만들어갈 미래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이러한 가운데 한 방송국이 실시한 세대별 사회 갈등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다른 세대에 비해 20대가 성별 간 갈등이 가장 심각한 갈등이라고 답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심상정, 안철수, 윤석열, 이재명 등 네 후보의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어떤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가? 마치 왕조라도 설립하려는 건지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가족검증을 넘어서서,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적절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우리는 바로 이것을 검증해야만 한다. 네 후보는 과연 20대 청년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된 원인을 정확히 짚고 있는가? 이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가? 공약을 살펴보았다.

심상정, 안철수, 윤석열, 이재명 네 후보 중 어느 누구도 20대 청년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원인을 정확히 짚고 있거나 이를 해결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못했다. 다만 ‘성역할 고정관념’ 그리고 ‘노동인권’을 동시에 이야기하며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라는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과 ‘성평등과 노동인권’이라는 해결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후보는 심상정 후보가 유일했다. 그에 비해 다른 후보들은 여성이 출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성평등 정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여전히 여성을 출산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가해자 처벌 강화밖에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

윤석열 후보의 성평등, 재생산, 성범죄, 돌봄, 노동, 청년에 대한 생각은 처참한 수준이다.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는 실로 놀라운 ‘성평등 공약’이다. 무고죄 중에서 성범죄에 대한 무고죄는 그 비율이 매우 적다. 실제로 성범죄가 있었던 경우에도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정확히 입증해 내지 못하면 무고죄로 역으로 신고를 당하기도 하고 그렇게 될까 봐 신고도 못 하는 사회가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전혀 없는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남초 사이트의 의견을 받아서 무고죄 처벌을 강하게 하겠다는 공략은 성평등 공약이 아니라 퇴행이다.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바꾸겠다고 한다. ‘양성평등’이라는 용어는 전 세계에서 한국에 밖에 존재하지 않는 부적절한 단어인데 이 용어를 중앙부처 이름에 넣겠다는 공약은 충격적이다. 여성부는 여성이 남성과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의 인권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부서이다. 그 시작과 목표에 관심이 없으면 용어 설정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성 불평등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여성의 인권향상을 위한 공약보다는 출산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해야 모두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여성의 안전한 삶이 가능할지보다는 ‘출생절벽’에 대응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현재까지 우리 사회가 마련해 놓은 기준도 무시하며 장시간 노동도 필요하면 할 수 있어야 하고 스스로 ‘최저임금을 받아 않아도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최저임금 이하를 주고도 고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자의 삶의 질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동시에 저출산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다. ‘갓난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와 뛰어노는 어린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가득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아이를 국가가 함께 키우겠습니다. 육아 걱정 없는 나라 반드시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모두의 삶의 질과, 출생의 문제를 따로 이해하는 방식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으며, 이를 통해 결코 성평등한 사회가 될 수도 없다.

성범죄에 대해서는 전자감독제(보호수용제)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이야기하며 흉악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전자발찌 등의 조치로는 관리와 재범 방지가 잘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옥에 다녀온 사람을 일일이 누가 관리하는 것이 인력 활용이나 예산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효과적일 수 있을까? 감옥에서 재사회화가 가능하게 하겠다는 생각이나 애초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들의 사회를 만들겠다고 생각할 수 없을까? 처벌중심적인 사고로는 모두에게 안전한 세상도 성평등한 사회도 만들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

이재명 후보는 무엇이든 법으로 정하면 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 성평등을 마치 기계적으로 알고 있는 느낌이다.

전국여성대회 행사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라는 발언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더 차별받는다’는 목소리를 의식한 것인가? 이재명 후보가 생각하는 ‘남성이 성별로 인해서 성차별을 당한다’고 말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자는 주장은 문제의 본질을 전혀 모르는 주장이다. ‘성평등부’도 아닌, ‘성평등가족부’로 하자는 주장은 정말 놀랍다.

현재 ‘젠더갈등’이라고 명명되고 있는 현상을 ‘기회의 총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으로 판단하며 ‘기회총량을 늘려서 해결하겠다’는 주장도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한 주장이다. 여성들은 가부장제,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을 이야기하며 “성평등”이라는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반면, 남성들 중에는 군대문제나 노동문제처럼 자본가들과 국가에 의해 경험하게 되는 착취, 차별, 폭력의 문제를 엉뚱하게 여성들 혹은 페미니스트들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인데 이는 그런 시각을 가진 개개인들의 문제도 있겠으나 그런 관점을 심어주는 정치인과 언론이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저성장시대가 되었는데도 탈성장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여전히 계속해서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처럼 ‘결국 문제해결의 단초는 성장회복을 통해 기회총량을 늘리는 것에 있습니다’라는 말은 현재 “젠더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읽히고 있는 현상에 대한 분석으로도 틀렸고 자본주의, 성장, 경쟁의 사회가 만들어 낸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국면에서도 매우 부적절한 말이다.

육아휴직을 이야기하며 제시한 ‘전 국민 고용보험’은 좋은 제도이고 꼭 필요한 제도이긴 한데 ‘전 국민 고용보험’을 만든 후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직, 비정규직 노동자 등 불안정한 노동을 하는 사람들까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공약이 현재 4대 보험에 들어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도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약의 순서나 실현 가능성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선행돼야 할 질문은 아래와 같다. ① 4대 보험에 들어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여성, 남성 모두 포함)은 왜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고 있을까? ② 여성들은 왜 아직도 경력단절은 걱정해야 하는가? ③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직, 비정규직 노동자 등 불안정한 노동은 왜 이렇게 많을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젠더폭력(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데이트폭력 등)에 대한 대책이 성범죄자 신상 공개 강화 등 여전히 폭력이 일어난 후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만 머물러 있다. 물론 필요한 부분이지만 젠더폭력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정책이 빠져있다. 변형 카메라에 대한 관리 강화 역시 매우 필요한 부분이지만 단속이나 처벌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처벌중심에 머무르지 않고 성폭력 없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선행돼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다. ① 여성을 성적인 도구, 자신의 소유처럼 생각하는 남성중심의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② 공교육이 서로를 존중하고 존엄한 존재로 대하게 하는 성평등교육, 인권교육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터 내 성차별, 성희롱 및 고용평등 ‘공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지극히 당연하고 필요한 생각이지만 ‘(가칭)고용공정위원회’와 같은 위원회를 만드는 것으로 고용, 승진, 임금 등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성차별을 시정할 수 있을까? 성별 간 격차를 유지하면서도 ‘성별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여성의 고용, 승진, 임금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기대, 편견 등을 알고 있는가?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는가?

이재명 후보가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말하며 내세우는 ‘돌봄국가책임제’ 공약이 담고 있는 가치와 철학은 매우 중요하다. 영유아와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르신과 장애인을 모두 포함해서 지역사회에서 통합돌봄으로 하겠다는 공약은 매우 중요한 공약이다. 지금 현 정부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치매노인 국가책임제, 장애인 탈시설, 장애인 등급제 폐지와 관련이 깊은 공약이다. 특히 공약에서 언급하고 있는 ‘24시간 지원 체계’, ‘장애 유형과 정도에 상관없는 개인별 맞춤지원’, ‘탈시설’ 세 가지는 장애인권운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내용이다. 현 정부에서도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지만 왜 중요한 만큼 진전이 없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지 분명히 이야기해야 실현 가능한 공약으로 다가올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하교 시간이 빨라지면서 ‘돌봄절벽’이라고 불릴 정도로 양육자들의 삶의 여러 면에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어린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어린이집, 유치원 시기와 마찬가지로 학교에 오후 7시까지 있을 수 있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한국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OECD 국가들 중 가장 긴 편에 속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하교 시간을 맞추는 것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빠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양육자들은 어린이집, 유치원 연장보육 7시 하원시간도 맞추지 못해서 하원도우미를 고용해서 도움을 받고 있기도 하다. 세계 최장시간에 가까운 장시간 노동에 대한 언급이 없는 어린이 돌봄시간 연장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여성에게는 돌봄노동이 어울린다’거나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성적 대상화’와 같은 ‘여성에 대한 인식’이 성차별과 성폭력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원인인데 이재명 후보는 이에 대한 사고를 하고 있지는 못한 상황으로 보이며 무엇이든 법으로 딱 정하면 될 것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통령 후보

안철수 후보는 여성이 처한 어려움(차별과 폭력)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자신은 다른 후보들과 다르게 진정성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에 맞는 명확한 공약이 따로 있지는 않다.

학교에서 돌봄노동을 제공해서 양육자들이 퇴근하는 시간까지 자녀들이 학교에 있을 수 있게 해서 여성이 임금노동과 가사노동, 육아노동을 모두 동시에 잘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성평등이라고 생각하는 현 정권과 같은 수준의 인식정도를 보여줄 뿐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며 발표한 독일식 전일제 교육을 벤치마킹한 ‘한국형 전일제 학교 교육시스템’은 학교 교육, 돌봄, 마을교육을 연계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만, 위에서 이재명 후보 공약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처럼, 여전히 양육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단축할 생각이 없이 양육자들의 장시간 노동에 맞춰서 자녀들도 오랫동안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물러 있다. 또한 이런 공약을 현실화하려면 마을교육 등 지역의 인프라와 연계를 많이 해야 할 텐데 그동안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의 마을사업이나 시민사회단체들과의 협업을 공격하며 시민단체를 공격하며 우호적으로 보지 않았던 안철수 후보의 생각과 대치되는 것으로 보여서 신뢰도가 떨어진다.

안철수 후보가 이야기하는 ‘돌봄국가책임제’는 꼭 필요한 제도인데 이를 하기 위해서는 보육과 교육에 사립이 필요 없게 한다는 철학과 가치를 분명히 하고 그 로드맵과 예산을 정확히 발표해야 한다. ‘산후조리원을 공공의 영역으로 가져가겠다’는 공약은 환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보통 어린이집부터 생각하는 돌봄과 보육의 범위와 시작을 산후조리원부터 생각한 부분이 좋다. 단, 산후조리원 비용이 없어서 출산하지 않는 것이 아닌 만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이 안전한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들로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법률 개정들에 대한 부분들은 좋다. ‘비동의 강간죄’, ‘스토킹 처벌 강화’, ‘디지털 성범죄 플랫폼 책임 강화’의 내용은 필요한 부분이다. 시급히 논의가 필요하고 제정돼야 할 법안들이다. 다만 앞서 다른 후보들의 공약 평가에서 언급했듯이 여성이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는 처벌 강화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 이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교육부터 시작해서 문화, 제도, 사회 전반의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

심상정 후보는 유일하게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성차별, 성폭력의 문제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발생하는 노동문제 그리고 성역할 고정관념과 깊게 연관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성평등 공약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노동법을 발표하며 ‘일할 권리, 여가의 권리, 단결할 권리’라고 부른 신노동3권을 이야기하며 노동과 성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압도적이다. 국가가 모든 시민들의 ‘일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고 이를 보장하겠다는 후보는 심상정뿐이다. ‘허용 가능한 자연스러운 실업률’이라는 발상을 용납하지 않고 ‘전 국민 일자리보장제’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지역사회를 통해 돌봄, 생태, 문화, 안전 등의 사회적 가치 일자리를 만들어 모두의 노동을 보장하겠다고 한다.

모든 시민, 노동자의 권리로 시작해 그동안 노동법의 보호 밖에 떠밀렸던 비임금노동자 모두를 포함하는 노동권 보호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과로사회인 한국의 현실을 이야기하며 쉴 권리를 이야기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의 평등한 보상을 이야기하며 결국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데 실익이 없게 하겠다고 한다. 산재사망사고를 없애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한다고 한다. 하청과 원청 기업주를 공동 경영자로 규정하고 경영자의 책임을 명료하게 한다고 한다.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문제가 여성 노동자의 문제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노동문제와 성차별 문제를 동시에 접근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렇게 자본주의사회에서 발생하는 노동문제와 성차별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확실한 기본 전재로 깔고 시작할 때 ‘성평등임금공시제’ 역시 신뢰도가 생길 수 있다. 성평등은 노동인권과 함께 이야기할 때 풀리기 시작할 수 있다. 다른 후보들은 양육자들(노동자들)이 퇴근하는 시간까지 학교에서 돌봄을 제공하게 하겠다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긴 편에 속하는 노동시간에 대해 사고를 하고 있지 못한데, 이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고 공약을 이야기하고 있는 후보는 심상정 후보가 유일하다.

전국여성대회 축사에서는 저출산이 여성의 문제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실태에 대해서 언급하며, 절대 그렇지 않고 노동문제 기업문제 정치문제 사회구조의 문제라는 것을 정확히 이야기한다. 다른 후보들이 성평등 정책을 단순히 출산지원정책 정도로 만들어 버린 것과 달리, 일단 심상정 후보는 문제의 원인에 대한 판단이 정확하기 때문에 이어지는 공약들과 정책들도 기대하며 들어볼 수 있다.

여성가족부의 이름과 기능도 ‘성평등부’로 격상해 다양한 젠더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성평등 사회를 앞당기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권한과 기능, 재정 또한 집중돼야 한다고 했다. ‘여가부 폐지론’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입장을 가진 후보는 심상정 후보뿐이다.

슈퍼우먼, 원더우먼이 될 필요 없이 우리 모든 여성이 그저 자기 자신이기만 하면 되는 사회를 만든다고 한다. 모든 성별, 다양한 젠더의 삶이 모두 존중받고 나답게 당당할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자고 한다. 성차별과 성폭력의 문제가 단순히 여성과 남성 두 성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정성별, 여자답게/남자답게라는 성역할 고정관념, 성통념, 모성애, 가부장제, 자본주의, 정상가족이데올로기, 성별정체성, 성적지향 등 모든 것을 포함한 젠더/섹슈얼리티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고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성적자기결정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성교육를 어린 나이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조기 성교육을 제도화하겠다고 한다. 성폭력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과 공약에 성교육을 이야기하는 유일한 후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렇게 교육에 기반 성평등 인식의 확산에 대한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때, ‘비동의 간음죄’ 도입에 대한 의지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육아휴직에 대한 공약은, 다른 후보들도 육아휴직 기간 확대를 말하고 있으나 현재의 제도로 양육자들이 왜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지 못한지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 모습이었던 반면, 심상정 후보는 ‘육아휴직급여’와 ‘육아휴직 아빠 할당제’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육아휴직에 대한 대체인력으로 고용되는 사람은 육아휴직자의 기존 급여에 1.5배를 지급하는 ‘대체인력평등수당’을 만들겠다고 한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비정규직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게 되면 정규직 노동자들보다 1.5배에서 2배까지도 임금을 주고 있는데 정규직에 비해서 안정성이 떨어지는 고용의 형태로 일하게 되면 심리적, 경제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비정규직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비율이 가장 높아진 한국 사회의 현실을 재정비하기 위해 여러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심상정 후보는 군대문제는 국가의 책임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 보장, 모병제 전환, 공무상 상해 대한 치료과 회복에 대한 책임, 보훈 가족에 대한 국가의 돌봄 보장, 병사 기본권 보장(휴대폰 사용 등), 병사와 간부 사이 차별 해소, 간부들의 워라벨 보장 등 군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노동문제이자 국가의 책임으로 보고 해결하고자 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은 군대 문제를 성평등 공약 부분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군대문제는 남성이 여성에게 차별이나 착취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평등 공약부분에서 다루는 것이 어색한 면이 있다. 그런데 ‘남자가 여자보다 더 힘들다’는 주장을 하는 남성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예시가 군대 문제기 때문에 성평등/성차별과 관련된 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 군대 문제는 국가의 책임이라는 것을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 김지학 소장은? 
-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 
-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운영위원 
- 대한성학회 이사, 학술위원 
-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사외이사 
- 전) 숭실대학교 외래교수
- 전) 서울예술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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