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노동자, 면장갑만 착용한 채 홀로 작업하다 참변
건설노조 “한전, 하청업체에 책임 넘기지 말고 각성해야”
한전, 연초 조직개편으로 현장중심 안전관리 재정립 밝혀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한국전력과 함께 지난해 3차에 걸쳐 배전 활선작업현장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번에 사망한 노동자가 투입된 현장은 사진보다 더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고압전류가 흐르는 상태여서 충분한 안전조치가 이뤄져야 했다. ⓒ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한국전력과 함께 지난해 3차에 걸쳐 배전 활선작업현장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번에 사망한 노동자가 투입된 현장은 사진보다 더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고압전류가 흐르는 상태여서 충분한 안전조치가 이뤄져야 했다. ⓒ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전신주에서 작업을 하던 30대 노동자가 고압전류에 감전돼 숨진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숨진 노동자는 한국전력의 하청업체 직원으로 알려져 ‘죽음의 외주화’를 향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세이프타임즈> 단독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5일 경기도 여주시의 한 전신주에서 개폐기 조작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고압전류에 감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노동자는 한전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전기를 끊은 뒤에야 구조됐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달 24일 결국 사망했다.

숨진 노동자는 절연장갑이 아닌 면장갑만 착용한 걸로 알려졌다. 작업현장엔 고소절연작업차(활선차)가 배치되지 않았고 2인1조 작업지침도 지켜지지 않아 단독으로 작업을 해야 했다.

이번 사고에서 드러나듯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노동자가 손으로 전선을 만지며 작업하는 방식은 사고위험이 높다. 이에 스틱 등의 장비를 활용한 작업이 권고되고 있지만 좀체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5일 논평을 내고 이번 사고에 대해 “외주화가 만든 참극이며 그 책임은 한전이 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건설노조는 “고소작업은 활선차를 쓰고 2인1조로 작업해야 하는데 숨진 노동자는 절연장갑도 아닌 면장갑을 낀 상태였다”라며 “전기공사업체(하청업체)에선 13만5000원짜리 공사였다고 비용 탓을 하는데 13만5000원짜리 목숨은 없다”고 비판했다.

건설노조는 “다가오는 봄에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가족들을 남겨두고 떠난 전기 노동자의 죽음에 원통하고 비참하다”면서 “한전은 여전히 전기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도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면 그만이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한전 안전관리자 선임 ▲고층작업시 활선차 등 필수장비 보유 ▲2인1조 작업 준수 등을 요구하며 한전의 각성을 촉구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결국 비용절감과 외주화로 일어난 사고다”라며 “위험한 작업이라면 한전이 직접 현장에 안전관리자를 파견해야 하고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춰서 2인1조로 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이번 사고에 관련해 원청인 한전과 하청업체를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같은날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한국전력 지사장과 하청업체 현장소장 등을 절연용 보호구 미지급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한국전력과 하청업체를 상대로 재해조사 및 산업안전 감독을 실시해 다수의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과태료 3480만원을 부과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한전 전기공사에서 총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공공기관 중 가장 많은 사고사망자가 발생한 점을 들어 지난해 12월 16일 한전에 ‘사망사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 및 이행’을 강력히 지도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전은 지난 1일부로 조직개편을 하며 현장중심 안전관리 체계를 재정립했다고 밝힌 데 이어 추가로 현장 안전대책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전 관계자는 “조만간 추가로 안전과 관련한 대책이 나올 것이다”라면서 “이번 사고에 관련해선 조사가 진행 중이라 그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전했다.

한전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안전보건처를 사업총괄 부사장 직속으로 변경했으며 안전정책 수립과 현장관리 조직을 일원화해 안전관리 실행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혔다.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전력설비 및 정책부문 담당 상임이사가 참여하는 전사안전관리위원회(가칭)을 신설해 안전정책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책임경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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