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잠재 기회 남은 OTT 시장
소비자 복수 가입 성향도 ‘긍정적’
자본력‧지적재산권 앞세운 디즈니 
OTT 시장, 결국 가입자 확보 전쟁

ⓒ디즈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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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글로벌 OTT(Over The Top) 시장은 포화에 이르렀을까.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가입자 증가율 감소를 거론하며 OTT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레드오션 시장은 산업의 지형이 이미 고착화돼 확장보다는 점유율 경쟁으로 치닫는 특징이 있다. OTT 시장 역시 포화에 이를수록 먼저 시장 우위를 점한 넷플릭스 같은 기업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OTT 시장은 레드오션인가

하지만 OTT 산업에는 아직 중국시장이라는 거대한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한국, 일본, 중국의 OTT 시장 매출액 및 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OTT 시장 매출액은 95억달러(한화 약 11조2489억원)를 기록했으며 전체 가입자 수는 약 3억7705만명에 달했다.  

특히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시장 매출액과 가입자 수는 각각 연평균 63%, 38%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는 중국의 보호 정책에 따라 ‘텐센트 비디오’, ‘아이치이로’, ‘유쿠 투도우’ 등 자국의 OTT들이 전체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향후 시장이 개방된다면 글로벌 OTT들의 무궁무진한 성장 통로가 열리게 되는 셈이다. 

이밖에 인도 역시 아직은 미개척 시장에 가까울 정도의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인용한 컨설팅기업 ‘RBSA Advisors’는 인도의 OTT 시장 규모가 지난해 15억달러(한화 약 1조7757억원) 수준에서 2030년 125억달러(한화 약 14조7975억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보고서는 인도 내 OTT 수요가 적었던 지역에서 네트워크 품질 및 스마트폰 접근성 등이 향상되면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복수의 플랫폼을 이용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OTT 시장이 여전히 블루오션일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을 실고 있다. 실제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지난 2월 발표한 ‘2021 동영상 OTT 시장: 전망과 쟁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 전체 초고속인터넷 이용 가구 중 절반에 가까운 46%가 복수의 OTT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양질의 콘텐츠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넷플릭스를 뛰어넘는 새로운 OTT의 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즈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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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성장하는 디즈니 왕국

현 시점에서 넷플릭스를 가장 위협하고 있는 곳은 디즈니플러스다. 지난 2019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정식 출시한 디즈니플러스는 서비스 첫날 구독자 1000만명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 2020년 4월에는 5000만명, 2021년 2분기에는 1억명을 돌파했으며 구독자 약 2억명을 보유한 넷플릭스와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디즈니플러스도 2025년에는 구독자 2억명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단 시간에 대규모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던 것은 이미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 왕국으로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를 비롯해,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다양한 연령대와 팬덤을 아우르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마블과 스타워즈는 세계관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로 여겨지며 대중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한 디즈니의 지식재산권(IP) 역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 받는다. 실제 디즈니는 미키마우스라는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매년 한화 6조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상위 매출 IP 5개 중 3개는 디즈니 소유였으며 이를 통해 3억3600만달러(한화 약 40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IP를 활용한 콘텐츠의 연계나 활용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실제 각 기업들은 가상 디지털 공간을 활용한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며 사용자 친화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캐릭터나 연예인, 또는 콘텐츠의 IP를 활용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IT 기업들이 잇따라 연예 매니지먼트사와 합병 또는 업무협약을 맺는 것도 이 같은 추세의 일환이다. 

아울러 디즈니의 막대한 자본력은 장기 투자 관점에서도 강한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IT업계 관계자는 “디즈니는 인하우스(In-house)로 제작 및 배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지금까지는 자체 콘텐츠로만 승부를 했는데 넷플릭스처럼 외부에서 IP를 적극적으로 가져오겠다고 한다면 자본 경쟁력에서 앞설 수밖에 없다”라며 “또 소비자 지향 사업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매출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디즈니가 유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토종 OTT 생존, 해외 진출 성패에 갈린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OTT시장의 전망을 사실상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양강 구도로 보고 있다. 여기에 애플TV,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HBO 맥스 정도가 주요 대항마로 거론된다. 구독자 수가 수백만명 규모에 불과한 국내 OTT들은 사실상 글로벌 경쟁사로 언급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다만 국내 OTT들에게도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국내 구독자들의 이탈을 막아내면서 해외 진출에 성공한다면 반전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한국 OTT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른 것처럼 보이지만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연평균 28%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 성장률인 15%보다 13%나 높은 수준이다. 

또 이른바 K콘텐츠의 해외인기 및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한국의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8억5000만달러(한화 약 1조21억원) 흑자를 보이며 통계 편제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문화예술저작권 부문 음악·영상 저작권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40.2% 급증하면서 역대 최대 수준인 3억1000만달러(한화 약 3651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상반기 BTS, 승리호 흥행 등을 비롯한 한국 영상 및 음악 콘텐츠의 해외 소비 증가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으며 하반기 폭발적인 인기를 이끌어낸 오징어게임, 마이네임, 지옥 등에 대한 평가가 더해진다면 국내 지식재산권 흑자 규모는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OTT 플랫폼들이 해외 진출에 눈을 돌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OTT의 성장 및 시장가치는 사실상 가입자 수 증가와 동일선상에 있다. 미디어‧ICT 산업 컨설팅 업체 오픈루트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연간 가입자 성장 속도는 주가 등 시장의 가치와 궤를 같이 해왔다. 바꿔 말하면 신규 구독자를 확보하지 못한 플랫폼은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생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오픈루트의 김용희 전문위원은 “국내 OTT가 대규모 콘텐츠 투자를 했다고 해도, 가령 오징어 게임이 웨이브에서 만들어 졌다고 해도 수익성이 있겠는가”라며 “같은 100억원을 투자해도 웨이브는 100만명이 보고 넥플릭스는 1억명이 본다. 이에 따른 수익의 규모도 엄청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생존의 조건이 되는데 이는 해외 진출 없이는 불가능하다. 콘텐츠 투자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가입자를 늘려야 하지만 이에 대한 검토가 없어 보인다”라며 “국내 OTT의 단독 진출은 어려운 상황이고 플랫폼 사업자들과의 협력모델이 필요하다. 당장 매출 얼마를 달성하느냐 보다는 장기적으로 가입자 1억명을 확보하느냐 못하냐의 문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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