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유가족과 함께 청와대 앞 기자회견 열고 한전 책임 강조
한전, 안전대책 발표했지만 ‘직접고용’ 요구엔 우회적 난색 드러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0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위험의 와주화를 규탄하고 한국전력공사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0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위험의 와주화를 규탄하고 한국전력공사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고 김다운 전기 노동자 산재사망과 관련해 한국전력공사가 안전대책을 내놓았지만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전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0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김다운 전기노동자를 추모하는 한편, 한전의 책임을 강조했다. 건설노조 석원희 전기분과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성이 된 한전의 하청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라며 “안전보다 이윤에 눈먼 공기업의 행태를 종식하려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엔 고 김다운 전기 노동자의 유가족도 함께했다. 유가족은 “사고의 책임이 있는 한전 은 발주처라는 명목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유가족에게는 아직까지 아무런 해명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전과 하청업체들은 사고경위를 은폐하고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유가족과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사과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전과 하청업체의 처벌을 요청하는 청원을 올린 바 있다. 해당 청원엔 10일 현재 약 2만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고 김다운씨는 지난해 11월 5일 경기도 여주시의 한 전봇대에서 COS(회로차단 전환 스위치) 투입 및 개방 작업을 하던 도중에 감전사고를 당했다. 이후 19일간 투병생활을 하다 같은달 24일 숨졌다.

건설노조는 해당작업이 원래 한국전력 배전운영실 소속 노동자들이 해오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2020년 3월 한전 정규직 노동자가 전봇대 작업 중 추락사한 이후, 지난해 4월부터 해당작업이 갑자기 하청업체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건설노조는 “공기업인 한전이 작업을 할 때엔 공사금액에 얽매이지 않아 활성차량을 동원해 2인1조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반면 이 작업이 하청으로 떠밀리면서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이윤논리와 한전의 관리감독 부실로 장비 동원이 갖춰지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노조는 한국전력이 기자회견 전날인 9일 밝힌 안전대책에 대해 “새로울 게 없다”고 혹평하며 “유가족들이 사건 경위를 질의하고 있으나 두달 가까운 기간 동안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건설노조는 한전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처벌할 것을 촉구하며 한전에겐 ▲진정성 있는 사과 ▲배선전기 노동자 건강안전실태조사 위원회 구성 ▲전기 노동자 직접고용 등을 요구했다.

건설노조는 “배전 협력업체엔 실제 전봇대에 올라 일하는 사람은 소수밖에 없다. 장롱면허로 입찰을 보고 작업은 소수의 인원만 하니 2인1조 작업이 지켜지지 않는다”라며 “최근 3년간 20명의 전기 노동자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는데 이들 사고의 원인은 위험의 외주화에 있다”고 지목했다. 한전의 직접고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한전은 9일 고 김다운씨와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사과의 뜻을 전하며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한전은 “전력설비 보수 공사에서 효율중심의 관리를 추구한 결과,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감전, 끼임, 추락 등 3대 주요재해별로 보다 실효적인 사고예방 대책을 보강해 현장 이행력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한전이 꺼내든 특별대책은 ▲직접활선공법 즉시 퇴출 ▲정전 후 작업 확대 ▲전기공사용 특수차량 밀림방지 장치 필수화 ▲추락방지장치 설치 ▲고소작업차 탑승 원칙 등이다. 그러나 건설노조가 요구하는 직접고용과 관련해선 “전기공사업법에 의해 한전의 모든 전기공사는 면허를 가진 전기공사업체에서 시행한다. 한전은 예외적으로 재해 등 비상시 복구공사만 직접 시행이 가능하다”고 우회적으로 난색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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