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獨보다 1년에 2달 더 일해…OECD 국가 중 3위
아이슬란드 주4일 도입 실험 결과, ‘압도적인 성공’
청년층 찬성 50% 이상, 그러나 임금 줄면 반대 64%
시간당 노동생산성 높지 않아 실업난 가중시킬 수도
주5일제 처럼 사회적 타협 통해 절충안 만들어 가야

‘놀토(노는 토요일)’아닌 ‘놀금(노는 금요일)’시대를 열 주4일제를 둘러싼 논의가 한창이다. 주4일제는 기존의 주5일제에서 근무 일을 하루 줄여 일주일에 총 4일을 일하는 제도로 이미 여러 국가에서 실시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이 주4일제를 도입해 긍정적인 효과를 도출했다. 그렇다면 이제 주4일제가 한국 노동시장 전체로 확산될 수 있을까. 자칫 임금 하락과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도입에 앞서 선결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사회적 논의를 활발히 해야할 때다.  <투데이신문>은 총 3편에 걸친 [월화수목토토토?!] 연재기사를 통해 주4일제의 쟁점과 방향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또 주4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에서 직접 근무 체험을 해보고, 임직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해 주4일제의 실제 효과는 어떠한지 알아봤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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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조유빈 기자】 “주4일제는 단지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게 아니고 생산성 향상과 더 나은 삶을 위한 대한민국의 혁신 플랜입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세계에서도 생산성이 높으니까 주4일제 시험을 하는 거지 회사가 힘든데 주4일제를 어떻게 먼저 합니까? 뭐가 선이고 뭐가 뒤냐 하는 거를 따져봐야 합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지난 2월 11일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中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물을 뽑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앞둔 가운데 대선 후보들도 각각의 노동정책을 내세우며 표심잡기에 나섰다. 특히 지난 11일 열린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는 주4일제 공방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과연 주4일제는 시대적 흐름일까, 아니면 시기상조에 불과한 이야기일 뿐일까.

이미 일본과 미국,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주4일제를 도입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과 IT 기업을 중심으로 주4일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그 수는 점차 늘어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근로형태, 시간, 장소의 변화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주된 노동 인력인 MZ세대들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ce)’이라는 표현)을 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주4일제는 더 이상 실현 불가능한 꿈이 아니게 됐다.

반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반대의 의견도 팽배하게 맞서고 있다. 주4일제로 인한 노동 생산성 하락으로 경제가 불안정해질 수 있으며, 회사 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한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임금하락도 피해갈 수 없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주4일제는 한국이 ‘과로사회’라는 오명을 벗고 노동자를 위한 노동시대를 열 것임은 분명하다. 이제 대한민국은 노동의 혁신을 이루기 위해 실질적 논의를 해야 할 시점에 놓였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지난 2021년 11월 24일 ‘새로운 노동의 미래, 시대전환의 키워드 이제는 주4일제 시대’라는 토론회에서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연구원장이 공개한 자료 ⓒ보건의료노조

과로사회·번아웃…노동자 옥죄는 K-노동

우리나라에서 근로기준법은 1953년 5월 10일에 제정돼 그해 8월 9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이는 명목상의 법이나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해당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 했고,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1962년 9월 25일 대통령령으로 2차 개정을 거치게 되면서부터 일부 법조항 면제여부가 결정됐고, 이로 인해 영세기업 측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때문에 당시 노동자들 중에서는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 못하거나 일일 근로시간이 14시간 이상을 넘기는 등의 일이 빈번히 일어났다. 게다가 당시 노동자들은 위법하고 부당한 노동행위가 있어도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이를 묵인하기 일쑤였다. 이와 같은 노동환경은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분신 항거 사건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후 경제호황이었던 1980년대 초에도 여전히 장시간 저임금 노동이 만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1986년부터 부산 지역에서 노동자 투쟁이 부분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해 전국의 사업장으로 퍼져갔고,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1989년 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주 48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이 44시간으로 단축됐다. 이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시간단축 투쟁으로 2004년 주 40시간(주5일 근무제)으로 줄어 들었다.

주5일제가 도입됐어도 휴일근로와 연장근로를 별개로 봤기 때문에 법 해석상 68시간까지 일하는 것이 가능했다. 결국 주5일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 이후 2018년에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이 되면서 주 52시간으로 제한됐다.

현재는 주5일제가 보편화 돼 있지만, 도입 당시에는 ‘나라가 망한다’, ‘경제가 죽는다’ 등 생산성 감소로 인해 나라 경제가 파탄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팽배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오히려 생산성이 오르고, 여가시간이 늘어난 만큼 소비도 늘어 내수 진작이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이렇듯 첫 노동법이 개정된 후부터 약 60년 동안, 노동환경은 바뀌어 가는 현실에 발맞춰 변화해 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과로사회’라는 오명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일을 많이 하는 나라다.

지난해 11월 24일 ‘새로운 노동의 미래, 시대전환의 키워드 이제는 주4일제 시대’라는 토론회에서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연구원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연간 근로시간(2020년 기준)이 1908시간, 독일이 1332시간으로 한국은 독일보다 1년에 576시간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일하는 날로 계산(÷ 8시간) 해보면 총 72일로, 한국이 독일 노동자보다 1년에 2달 이상 더 일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독일이 59.8$인 반면 한국은 33.1$로 한국은 독일의 55.3%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한국은 OECD 국가 내에서도 멕시코(2137시간)와 코스타리카(1913시간)에 이어 노동시간이 세 번째로 긴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1687시간)과 비교하면 221시간 정도 길다. 즉,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도 27일인 약 한 달은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근로시간의 차이는 결국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현재 많은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인 ‘번아웃 증후군’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은 야근, 특근, 프로젝트 등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 주로 나타나며, 노동자가 일에 몰두하다가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심한 경우에는 수면장애나 우울증, 심리적 회피, 인지능력 저하와 같은 정신적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인크루트가 지난해 3월 직장인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번아웃 증후군 경험여부’에 대한 질문에 전체 중 약 480명(64.1%)가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직장인 3명 중 2명이 번아웃을 겪고 있는 것이다.

또한 번아웃 증후군의 계기(복수선택)에 대해서 ▲직무, 진로에 대한 회의감(17.3%) ▲코로나 시국 장기화(13.3%) ▲일과 삶의 불균형, 워라밸 부족(12.5%) 등을 꼽았다. 다음으로 ▲업무성과, 실적에 대한 보상 불만족(11.6%) ▲과도한 업무량, 실적압박(10.9%) ▲복리후생, 기업문화 등 근무환경 불만족(9.7%) ▲상사 및 동료와의 갈등(9.7%) 등 순으로 답해 근무시간과 기업복지와 같은 노동 요건이 주요한 원인임을 확인됐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천모(26)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번아웃 증상을 보이면서 일과 삶의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특히 한국이 선진국이라면 말 뿐만이 아닌 그에 맞는 체계를 갖춰져 나가야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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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서 확산되는 주4일제 도입…결과는 ‘성공적’

이러한 고질적인 노동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주4일제 도입이 주목받고 있다. 주4일제를 도입한 나라에서는 번아웃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 등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도서관이 지난해 12월 28일에 발행한 ‘영미권 국가들의 주4일 근무제 현황 및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슬란드가 4년간 주4일제 도입 실험을 실시한 결과 직원들의 번아웃 증후군이 낮아지고 업무 생산성이 높아져 ‘압도적인 성공’이였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2015년부터 2019년 사이 사무직, 관리직, 학교, 유치원 교사 등 다양한 직업군의 아이슬란드 노동자 약 85%가 주 4일 근무로 인해 노동의 시간을 줄였으나, 임금은 주 5일을 근무했을 때와 동일하게 받았다. 그럼에도 노동생산성 연 성장률이 1.7%에서 3.8%로 증가했고, 삶의 만족도가 실제로 증가했다.

또한 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 일본지사가 2019년 8월부터 실험한 주4일제의 결과도 매우 성공적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일본지사는 ‘워크라이프 초이스 챌린지 2019(Work-Life Choice Challenge Summer 2019)’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2300여 명의 직원들에게 통상적인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고, 금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해 주말까지 사흘 연속 쉴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1인당 매출 기준 생산성이 39.9%가 증가했다. 또 전기 사용량은 23.1% 감소, 서류 출력 및 복사 횟수는 58.7% 감소하는 등 비용 절감 효과를 보였다.

보고서는 “주4일제 도입이 업무효율성을 높이고, 노동자의 건강한 휴식을 보장함으로써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에너지를 절감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도 유용했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휴식권이 보장되면서 육아 시간이 늘어나는 장점이 존재했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주4일제를 선도적으로 실시해 정착시킨 기업을 찾아볼 수 있다. 화장품 제조기업 에네스티는 지난 2010년에 국내 최초로 주4일제를 시행한 바 있다. 청북도 충주시에 있는 화장품 제조기업 에네스티는 지난 2010년에 국내 최초로 주4일제를 도입했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 사원 3명을 시작으로 운영, 2013년부터는 전 직원이 주4일제 근무를 하고 있다. 그 결과 매출은 향상됐고, 이직률은 줄었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 또한 2019년 6월 ‘드림데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 더 쉰다. 하루 8시간씩 주 32시간 근무하는 시스템으로, 일괄적으로 금요일에 쉬는 것이 아닌 각자 휴무일을 정해 쉬고 있다. 임금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해 임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주4일제 또는 그와 유사한 근무시간 단축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게임회사 엔돌핀커넥트, 독서 플랫폼 회사 밀리의 서재 등이 주4일제를 도입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여기어때’의 위드이노베이션,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에서는 주4.5일를 실시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주4.5일을 2015년부터 시행했고, 올해부터 주 32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일·가정 양립 문화를 실천하는 경영 활동을 해 오고 있다”며 “근무시간 단축에 대해 직원 만족도가 높고, 업무 효율에도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임금·일자리 감소 문제 해결 관건

이렇듯 주4일제 도입 물결이 이는 가운데, 실제 직장인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국 리서치가 지난해 10월에 만 18세 이상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중 51%는 주4일제 도입에 찬성했다. 주4일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임금근로자는 찬성 의견이 절반 이상(정규직 근로자 67%, 비정규직 임금 근로자 51%)인 반면, 자영업자는 32%만 찬성해 업무 유형별로 격차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드는 가정하에서는 주4일 근무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4%로 나타났다.

인천 남동구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박모(56)씨는 “주4일제로 바뀌면 대기업 말고는 누가 정식사원을 늘릴 생각을 하겠는가. 그냥 일용직으로 떼우려고 할 것이며 고용이 더 힘들어질 것이다”라며 “만약에 주4일제로 한다면 정부에서 그만큼 기업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금전적인 부담을 나눠 가져야 된다”고 말했다.

군산의 한 제조공장에서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황모(52)씨는 “근무가 줄어들어 그만큼 수당도 줄어들 가능성이 커 주4일제를 반대할 수 밖에 없다”며 “주5일제를 시행하는데도 먹고 살기 힘든 시점에서 더 급여가 줄어드는 것은 굶어 죽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4일제는 양날의 칼날과 같다. 시간과 휴식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에게는 앞장 서 반기는 제도이겠지만, 소득이 줄어들어 불이익을 받게 되는 이들에게는 생계를 위협하는 제도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임금 보전 문제와 산업별 노동형태의 차이점으로 인한 노동 양극화, 단위시간당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주4일제는 노동자와 기업 모두 반대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주4일제 도입은 시점의 문제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 감소를 위해 이에 앞선 사회적 합의와 숙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용춘 고용정책팀장은 “언젠가는 생산성이 높아지고 일자리가 충분해지면 주4일제로 갈 수 있다고 보지만 현재로서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4일제의 취지 자체는 충분히 공감되지만 지금 현재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시간당 노동생산성 자체가 높은 나라가 아니다”라며 “그러므로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고, 시행이 된다면 대기업만 가능하고 그 외의 중소기업은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단위시간당 노동비용이 올라가면 시장에서는 일자리를 줄이려는 노력이 더 빨라지기 때문에 지금도 실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주4일제는 실업난을 더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선임연구위원은 “주4일제에서 제일로 많이 나오는 반대 의견이 임금삭감, 기업들의 부담 등이 있지만, 현재 주4일제를 실시하는 곳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사회적 타협을 통해 주5일이 보편화된 것처럼 주4일제도 타협해가며 절충안을 만들어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로 근무형태와 노동의 체감이 바뀌어가면서 기업들부터도 주4일 근무제와 같은 단축 근무 복지 제도를 내놓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에 따라 주4일제는 어느날 갑자기 시행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주4일제는 중장기적 과제”라며 “미시적인 접근보다는 국가의 틀 혹은 정책을 바꿔나가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주4일제는 ‘뜨거운 감자’다. 그러나 주4일제가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는 만큼 주4일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고 한국에 맞는 주4일제는 무엇인지 찾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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