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정부론, 대선승부처 될 것···실천의지 진정성 과제 남아
3~4위 후보와 연정 논의 가능해야···필요시 문 정부와 차별
민주당, '수술' 심정으로 뜯어고쳐야 해···쇄신 ‘비대위’ 필요
쇄신 전제로 한 안철수와 단일화, 기존 정치세력 교체 효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 만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 만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인재와 정책에 있어서 진영을 가리지 않는 통합정부가 필요하고, 내각 역시도 국민 내각으로 가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대 대선 투표일 한 달여를 앞두고 부쩍 ‘통합정부론’을 띄우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정연구포럼 출범식에서 “유능한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가 가지고 있는 모든 인적, 물적 자원들을 총동원해 정책에 있어서도 국민 삶의 개선에 가장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 출처가 좌파든 우파든, 보수든 진보든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인재 역시 제한적이기 때문에 모든 가용한 인적 자원을 총동원해야 하고, 거기엔 역시 좌우 진영 구분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최근 중도 보수 성향 원로들과의 잇단 회동을 통한 외연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6일엔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을 만났고, 7일엔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돈 전 의원과 비공개만남을 갖기도 했다. 이 전 의원과 이 후보는 중앙대 법대 ‘사제지간’이다.

이 전 의원은 회동 이튿날 ‘황보선의 출발새아침’ 라디오방송에 나와 이 후보의 통합정부 주장과 관련해서 “박근혜·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 대통합하겠다고 얘기했지만 두 사람 다 지키지 못했다”며 “단순하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게 설득력이 있겠냐.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같은 날, 이 후보를 만난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도 “통합정부 구상은 의회민주주의를 지키는 정신”이라면서도 “말은 고상하게 해놓고 실제로 행동하지 않으면 국민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의 책사’로 불리는 윤 전 장관은 한 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정치 입문 당시 멘토로 활약한바 있다.

◆ 박상철 단장, “‘통합정부론’은 대선승리 방정식”

대선이 꼭 25일 남았다. 스무 번째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이른바, ‘비호감대선’으로 불리며 역대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고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론 불확실성은 여전히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개속이다.

지지율은 하루가 멀다 하고 재역전을 거듭하며 유력주자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지금으로선 어느 후보도 안정적인 40%대 독주체제 구축이 불가능해 보인다. 역대 대선에 견줄 수 없는 초유의 선거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유력후보들의 ‘가족리스크’는 그 끝을 알 수 없다. 완주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3위 후보는, 유력주자 모두로부터 단일화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뇌가 깊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 선대위가 최근 중도 외연 확장을 통한 대선승리 방정식으로 통합정부론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함에 따른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정성’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이 전 의원이나 윤 전 장관 모두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의 ‘국민통합 약속 불이행’ 사례를 들며, 통합정부 구성을 위한 ‘지킬 수 있는 약속을 국민 앞에 내놔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다.

<투데이신문>은 정치개혁과 더불어 중도층 공략 이슈개발 등으로, 통합정부 실천의 첨병 역을 맡고 있는 이 후보 직속의 정치혁신특보단장(박상철 경기대 부총장)을 만나 민주당선대위의 통합정부론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이재명 캠프 박상철 정치혁신특보단장 ©투데이신문

박 단장은 지난달 2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이 후보의 호남 민심 지지율 극대화를 위한 대선승리 결집대회를 주도했다. 이날 행사는 70%대인 호남 지지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취지에서 개최됐다.

박 단장은 “정치전문학자로 특보단을 맡아보니, 이재명 당선의 핵심 포인트는 통합정부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국민들에게 이걸 약속하고 이뤄내겠다는 믿음을 주면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자칭 통합정부론 전문가다. 그 역시 오래전부터 ‘문 대통령이 통합정부를 구성했어야 했다’고 주장해온 사람이다. 그는 “문 대통령은 탄핵을 지지한 80% 이상의 국민이 없었다면 당선될 수 없었다. 탄핵 참여 국민은 지역, 진보, 보수 구분이 없었다. 그렇게 탄생한 정부였으니 통합정부를 구성하는 게 옳았다”며 과거 발언을 회상했다.

대담=윤철순 정치부장

▷윤철순 부장= 먼저, ‘정치혁신특보단’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 달라.

▶박상철 단장= 정당시스템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책임총리, 장관책임제 등 대선후보 직속으로 정치·행정 분야를 기획하고 지원한다. 전문가, 교수, 전직관료, 언론인 등이 참여해 혁신안을 논의·검토하는 정치혁신기구라고 보면 된다.

▷윤철순 부장= 왜 ‘이재명’이 대통령이 돼야하나.

▶박상철 단장= 두 가지다. 정권교체든 재창출이든 대통령은 ‘시대정신’과 맞아떨어져야 한다. 역대를 봐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없다.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건 부동산과 불공정, 청년문제 등 다양한 민생현안 해결이다. 또 ‘촛불혁명’이 진보만의 승리가 아니었기에 ‘탕평정부’를 구성했어야 했던 것처럼, 이재명은 경험과 검증된 실적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특히 변방의 장수(성남시장)에 불과했고, 여의도(국회의원) 경험도 전무해 당이나 정부에 ‘정치적 빚’이 없다. 이런 점 등이 통합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원동력이면서 민생현안까지 풀어낼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재명은 시대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다.

▷윤철순 부장= 시대정신에 맞는 ‘통치철학’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상철 단장= 중요한 지적이다. 그러나 통치철학은 보편적이어야 한다. 이재명의 철학이 아닌, 일반 대중이 느끼는 시대적 과제에 대한 정치철학이 필요하다. 국민과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말하는 거다. 특히, 펜데믹 시대엔 정부 각 부처별로 챙겨야할 게 엄청나다. 또 수많은 사회문제와 갈등구조를 풀어내기 위한 인식도 필요하고, 야당과의 협상 능력과 고른 인재등용을 위한 개방적 인식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런 포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통치철학이 시대적으로 절실하다. 이재명 후보는 이런 능력을 갖고 있다. ‘이재명의 삶’과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등을 통해 쌓은 실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윤철순 부장= 이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박상철 단장= 윤 후보는 국가적 중대 사안이 발생할 경우, 이걸 처리할 행정능력이 없다. 물론, ‘능력 있는 사람에게 시키면 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통치력’이 필요한 시대엔 그런 스타일이 맞을 수도 있다. ‘박근혜 시대’까지도 어느 정도는 먹혔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의 판단이 중요해진 때다. 고도의 결정을 위해선 각 부처 관료들이 뭘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이건 행정경험이 없으면 모른다. 최근까지는 ‘행정능력 있는 사람은 정치력이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 사람은 정치권에서도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행정능력이 정치리더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협상능력은 절대적 필요사항이다. 감원전(탈원전) 정책 관련해서도, 동의한 원전과 아닌 경우가 있는데 이런 건 협상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후보는 이런 걸 해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17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국회를 떠나며 환영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17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국회를 떠나며 환영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철순 부장=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탄핵’ 지지율(80%↑)의 절반가량(41.09%)으로 당선됐다. 통합정부 구성 약속을 꼭 지켰어야했다고 보나.

▶박상철 단장= ‘촛불혁명’이라 부를 수 있는 건 국민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의 공약사항 중 가장 중요했던 게 통합정부였다. 당시, 수원 화성의 마지막 선거유세 때도 '정조와 같은 탕평의 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호소했었다. 탄핵지지율과 득표율이 같을 수는 없다. 선거 공학적으로도 그렇다. 특히, 다수후보가 나온 선거에서 80%를 얻는다는 건 어느 나라에서도 가능하지 않다. 설령, 1:1 구도가 돼도 마찬가지다. 득표율과 상관없이 시대적 상황도 그랬지만, 공약을 했었기 때문에라도 지켰어야했다는 거다.

▷윤철순 부장= 문재인 정부가 통합정부 구성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박상철 단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생략’된 영향이 컸다. 당시 ‘문재인 캠프’가 그대로 청와대로 옮겨갔는데, 알다시피 대선캠프는 ‘진영논리의 첨병’이다. 그렇게 들어간 인수위 사람들이 청와대의 모든 관직을 차지하면서 추천 인물도 자기 진영 사람들 위주로만 했다. 결국, 이전 진보정권보다 더 편협한 정부로 흘러갔다고 본다.

▷윤철순 부장= 인수위가 없어서 통합정부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박상철 단장= 그만큼 인수위가 중요하단 얘기다. 근본 이유는 대통령의 참모들이 준비와 노력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의지는 있었지만, 어찌 할 줄 몰랐던 게 아닌가 싶다. 한 때 ‘무늬만 통합정부’를 시도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제도가 미비하다 보니, 결과가 반대로 나타났다. 겉으론 통합을 외치면서도 속으론 박근혜 정부 때의 제도와 구조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통합정부는 국정운영의 수단이 아니라 민주주의 완성도를 높이는 좌표다. ‘이재명 정부’는 제대로 된 통합정부를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이건 사실 새로운 과제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못한 걸 하겠다는 약속인 거다.

▷윤철순 부장= 말씀처럼 통합정부론은 역대 대선후보들도 공약했던 내용이다. ‘이재명 정부’는 뭐가 다르다는 건가.

▶박상철 단장= 겉으로는 다를 게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다만 실천 가능성이 있고, 약속을 지킬 수 있느냐의 차이다. 통합정부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여야 간에 싸우지 않고, 진영 구분 없이 인물을 기용하고 정책을 도입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 ‘청와대 정치’ 하지 않고 책임총리, 장관책임제를 통해 나라를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정치라는 운동장을 크고 넓게 사용하겠다는 얘기다.

▷윤철순 부장= 통합정부가 운영될 경우, 기대되는 효과는 뭔가.

▶박상철 단장= 통합정부론의 핵심가치는 한국정치의 병폐라 할 수 있는 ‘양극단의 대결구도’를 끊어내는 것이다. 즉, ‘DJ·노무현 정신’이 복원된다는 거다. ‘협치형통합정부’는 후보단일화도 가능하고, 대·중·소연정 합의도 가능하다. 또 거국내각 구성으로 사실상의 연립정부가 탄생하는 효과를 낸다. 이는 헌정사상 가장 큰 정치개혁이라 할 수 있다. 책임총리·장관책임제는 통합정부 핵심가치의 큰 축이다. 또 사표방지 효과는 물론, 중앙인사위원회 부활에 따른 탕평인사와 이를 통한 정부기능이 제고될 수 있다.

▷윤철순 부장= 약속(공약)은 할 수 있는데, 결국 ‘지킬 것이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박상철 단장= 통합정부를 구성하려면 법적 요건이 필요하다. 이명박(MB) 정부 때 중앙인사위원회를 없애면서 대통령비서실장이 인사위원장직을 겸하도록 했는데, 대법관조차 청와대에 줄을 댈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이 시스템을 그대로 넘겨받았는데,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금도 인사위원장직을 겸하고 있다. 이러면 자기사람들만 쓸 수밖에 없다. 줄도 닿지 않고 추천도 안 된다. 그래서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 거다. 사실 방법은 간단하다. 총리에게 실질적 예산권을 줘 각 부처를 통할할 수 있게 하고, 장관 역시 책임제로 운영하도록 하는 거다. 이게 핵심이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면 공약실천이 가능하게 된다. 안 그러면 청와대 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

▷윤철순 부장= 중앙인사위를 다시 가동하고, 책임총리·장관책임제를 도입하면 통합정부가 완성된다는 뜻인가.

▶박상철 단장= 이재명 당선 이후 인수위에서 3~4위 후보 쪽 사람들과 공동 또는 연정 차원의 논의도 가능해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모두를 포용하는 통합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물론, 진영 구분 없는 인재기용과 정책도입은 기본 전제다. 또 현재 부처별로 얽히고설켜 있는 복잡 다양한 기능을 인수위를 통해 재 분해해야 한다. MB 정권이 ‘작은정부’를 주장하며 노무현 정부 때의 18개 부처를 15개로 줄였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부처가 통폐합돼 거대 조직이 된 경우가 많다. 특히, 재정과 예산을 합친 지금의 기획재정부는 거대한 공룡이 됐다. 그 바람에 예산권을 뺏긴 국무총리는 허수아비가 돼버렸다.

▷윤철순 부장= 조직개편 목적이 ‘작은정부’ 구현이 아니었다는 얘긴가.

▶박상철 단장= 그렇다. 김대중·노무현 땐 총리에게 예산권을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권한은 막강했다. 대통령중심제 국가니까. 당시, 예산권을 쥔 국무총리는 존재감이 확실했다. 김종필·이해찬 총리 파워가 막강했는데, 책임총리의 모델이었던 셈이다. MB 정권이 내세운 작은정부는 국무총리 힘을 빼야 되는 논리다보니, 청와대가 직접 예산권을 가져오진 못하니까 각 부처에 분산시켜 청와대라인으로 종속시키는 방법을 썼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렇게 예산권을 빼버리면 누가 총리 말을 듣겠나.

이재명 캠프 박상철 정치혁신특보단장 ©투데이신문

▷윤철순 부장= 현 기재부장관의 ‘업무스타일’은 어떻게 생각하나.

▶박상철 단장=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 후보나 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건, 문 대통령의 리더십 한계나 권력누수처럼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시스템 결여’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총리에게 예산·기획 권한이 있으면 정무적 판단을 하게 되는데 관료 출신인 홍 부총리는 ‘돈이 얼마 있고, 얼마를 써야하는지’ 정도밖에 못 보는 ‘곳간지기’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가 MB 정부 때 통합돼 만들어진 조직인데, 정무적 판단이 요구되는 장관이 일개 국장처럼 하고 있는 거다. 예전의 ‘재무부’ 장관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데, 시스템에 하자가 있으니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국무총리는 완전히 배제돼 있고, 대통령까지 침묵하면서 책임소재마저 불분명해지니 홍 부총리 입장에선 억울하다는 생각마저 들 거다. 자기 눈엔 그렇게밖에 안 보이는데 ‘월권행위’, ‘탄핵’ 얘기까지 나오니까.

▷윤철순 부장= 당정 간의 대립 말고도 우리사회엔 정말 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정치가 이런 문제까지 풀어내야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박상철 단장= 정확한 지적이다. 문제는 이런 갈등과 불공정이 제도화, 정당화돼 있을 정도로 심각해져 있다는 점이다. 타협 불가능한 충돌이 사회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다. 예전엔 지역이나 이념 갈등 정도만 있었는데, 지금은 계층·직업·남녀·세대 등 분야를 망라한다. 그런데, 야당은 이런 갈등조장을 악용하며 표계산을 한다. ‘세대포위론’이 뭔가. 세대 간 갈등을 이용해 표를 얻겠다는 거 아닌가. 이런 걸 보면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보수의 폐쇄성은 안 깨진다. 때문에 이겨도 정권교체가 아니라 그냥 ‘문재인 심판’일 뿐인 거다. 이런 식의 갈등이 표면화된 건 처음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정치다. 극단적인 진영 충돌이 일상화되고 있다. 통합정부가 절실해지는 대목이다.

▷윤철순 부장= 어떤 해법이 있다고 생각하나.

▶박상철 단장= 우리사회의 갈등과 불공정이 반드시 경제논리에서만 비롯되는 건 아니다. 지금 큰정부 작은정부 논쟁은 시대적으로 맞지 않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뭘 할 것인가’가 시대적 어젠더(agenda·의제)가 됐다. 수많은 갈등이 존재하는데,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러려면, 이들이 정부 내로 들어가야 한다. 특히, 문제를 풀려면 먼저 ‘다양한 문제가 존재할 수 있는 시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대통령에겐 이런 통찰력이 필수 항목이다.

▷윤철순 부장= 이재명 정부가 출범할 경우, ‘확실하게 바뀔 것’을 꼽는다면 어떤 게 있나.

▶박상철 단장= ‘소통하는 대통령’ 모습은 확실히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정당정치의 한계가 분명한 정치풍토를 띤다. 이건 정당의 ‘사회지배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서구유럽의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들은 대부분 정당의 결정을 따른다. 정당 간 합의가 이뤄지면, 타협이 가능해져 정치적 안정을 이룬다. 반면, 우리 정당은 노동·보수단체 등이 목소리를 내도 제 역할을 못한다. 사회적 규율성이 약하다는 거다. 때문에 대통령은 일반 국민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정치력과 경험이 필수다. 즉, ‘거버넌스(governance)’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재명 후보는 시민과 직접 소통하는 사람이다.

▷윤철순 부장= ‘불평등’과 관련한 2030 청년세대 불만이 상당하다.

▶박상철 단장= 청년세대의 불평등 문제는 ‘시대적으로 새로 추가된 과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건 진보영역의 문제다. 해서 진단과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특보단 내에 청년을 단장으로 하는 ‘청년정치혁신특보단’을 따로 결성해 운영하고 있다. 청년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번 행사 땐 청년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주자고 논의했었다. 특히, 대선 이후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고 후보에게 제안도 했다.

▷윤철순 부장= 어떤 식으로 문호를 열어주겠다는 건가.

▶박상철 단장= 그야말로 전부 개방하자는 거다. ‘청년할당제’ 같은 방식이 아니라 지방선거 출마 때 기탁금을 현실적으로 조정한다거나 하는 등의 제도적 지원을 하자는 얘기다. 알다시피 여성정치 할당제를 했더니, 거기서도 ‘정치꾼’들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청년 역시 그런 케이스가 없지 않다. 양질의 청년들이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려면 할당이 아니라 제도를 마련해줘야 한다. 예를 들면, 정치조직의 ‘부단체장’을 청년으로 정해서 누구나 도전하게 만들 경우 제도가 괜찮다면 실력 있는 청년들이 모이게 될 테고, 그러면 청년들의 정치권 진출도 수월해질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재명 캠프 박상철 정치혁신특보단장 ©투데이신문

▷윤철순 부장= 며칠 전 이상돈 전 의원이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못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게 집권당에 속해있는 후보의 어려움”이라고 했다. 지금 시점에서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나.

▶박상철 단장=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정책 실패도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평화만큼 자주국방도 중요하니 이재명 정부는 한반도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겠다’는 식의 주장도 펼 수 있어야 한다. 차별이 아니라 정확한 공약의 설명, 즉 자연스러운 차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엔 대통령 탈당까지 요구하지 않았나. 감원전(탈원전) 정책도 일종의 차별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건 ‘경제 때문’이라는 주장도 드러내놓고 할 수 있어야 한다. 남북문제나 정부조직 운용방식, 비정규직 문제 등 남은 대선기간 동안 차이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윤철순 부장= ‘180석을 만들어 줬는데 한 게 뭐있냐’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당과 관련한 쇄신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박상철 단장= 당연히 당 쇄신이 필요하다. 국민들은 ‘86세대’를 기득권으로 치부한다. 오랜 기간 정치를 해왔지만, 과연 민생에 어떤 도움을 줬냐는 거다. 요즘 국회의원 ‘4선 제한’ 주장도 나오는데, 현재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야할 정도로 쇄신해야 한다. 주류, 비주류가 뒤바뀔만한 수준의 혁신을 통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송영길 대표나 우상호 선대본부장의 불출마 등으론 별 감흥을 주지 못한다.

▷윤철순 부장= 구체적인 쇄신방안이 뭐라고 생각하나.

▶박상철 단장=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 송 대표 혁신안은 국민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대선기간 중이라도 비대위구성안을 제의하고 선언해야 한다.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는 했지만, 국민은 믿지 못하고 있다. 무공천, 4선 금지, 불출마 선언에도 여론이 싸늘하지 않나. 송 대표나 우 선대본부장 불출마는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인데, 이런 식의 단발성 조치는 큰 의미가 없다. 비대위를 구성해 당 전체를 수술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를 전부 뜯어고쳐야 한다.

▷윤철순 부장= 특보단 차원에서 쇄신안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박상철 단장= 안 그래도 후보에게 비대위 체제를 제안할 생각이다. 후보가 직접 쇄신안을 발표할 수 있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22대 국회가 2년이나 더 남았는데, 후보도 이 부분이 꽤 ‘두렵지 않을까’ 싶다. 민주당이 국회의원들만의 당은 아니지 않나. 외곽 시민단체나 재야 쪽도 불만이 많다. 압도적 의석을 갖고 있으면서 도대체 뭐하고 있냐는 거다. 당 간판을 바꿔 ‘이재명 중심의 당’을 만드는 방식도 의미가 없다. 간판은 유지하면서 내부시스템을 개혁하면 국민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단순히 상징적 인물 몇 명이 물러나는 방식이 아니라, 완전한 쇄신으로 지방선거부터 제대로 공천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지금 이대로 가면 또 국회의원 주변 인물들로 공천이 이뤄질 텐데, 이런 걸 혁신해야 한다는 거다.

▷윤철순 부장= 필요하면 ‘대통령 탈당’도 요구해야 한다고 보나.

▶박상철 단장= 그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 탈당은 큰 의미 없다. 국민들은 ‘쇼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본질을 바꿔야 한다. 지금의 민주당 문제는 문 대통령이나 송 대표 때문이 아니다. 비대위가 구성되면 탈당 얘기도 나올 수 있겠지만, 국민들은 비대위 구성 주체를 볼 것이다.

▷윤철순 부장= 대선기간 중인데, 비대위가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박상철 단장= 비대위 구성을 통해 민주당을 쇄신하겠다고 발표하면 그 자체가 개혁의지를 보여주는 거다.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오히려 반발이 더 컸었다. 쇄신을 전제로, 안철수와의 단일화도 추진해 통합정부 완성도를 높여나가야 한다. 단일화를 통해 승리하면, 이건 기존 민주당세력과의 통합이 아니라 중도와 ‘변방세력’이 정책을 함께 하는 것으로 봐야한다. 이는 곧 정치세력을 교체하는 새로운 의미의 정권교체다. 물론, 단일화가 안 된다 해서 통합정부 의미가 약화되는 건 당연히 아니다. 통합정부는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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