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최초 주4일제 도입한 엔돌핀 커넥트
실제 근무해보니 컨디션↑, 월요병 극복해
첫 출근부터 첫 눈 휴가…삶의 낭만·재미 만끽
밤샘근무·추가근무 없이도 충분히 업무완료
향상된 업무 집중도·효율, 직원들 만족도 높아

‘놀토(노는 토요일)’아닌 ‘놀금(노는 금요일)’시대를 열 주4일제를 둘러싼 논의가 한창이다. 주4일제는 기존의 주5일제에서 근무 일을 하루 줄여 일주일에 총 4일을 일하는 제도로 이미 여러 국가에서 실시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이 주4일제를 도입해 긍정적인 효과를 도출했다. 그렇다면 이제 주4일제가 한국 노동시장 전체로 확산될 수 있을까. 자칫 임금 하락과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도입에 앞서 선결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사회적 논의를 활발히 해야할 때다.  <투데이신문>은 총 3편에 걸친 [월화수목토토토?!] 연재기사를 통해 주4일제의 쟁점과 방향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또 주4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에서 직접 근무 체험을 해보고, 임직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해 주4일제의 실제 효과는 어떠한지 알아봤다.

주4일제 근무 출근일인(1월 11일~ 18일)을 체크한 달력 ⓒ투데이신문
주4일제 근무 출근일인(1월 11일~ 18일)을 체크한 달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조유빈 기자】 ‘월요병(월요일과 병의 합성어)’은 월요일마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느끼는 증상으로 많은 직장인들의 불치병이기도 하다. 이러한 월요병은 과도한 업무나 회사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5일제, 주52시간 근무가 보편적이지만 OECD 국가 중 세번째로 일을 많이 하는 나라다. 게다가 취업시장도 얼어붙었고, 고용형태도 안정적이지 못하다보니 월요병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 없다. 

한국사회 직장인들이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회사’, ‘출근’이라는 단어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지사 아닐까. 

월요병을 이기기 위해서는 ‘일요일에 잠깐 출근해 일하면 도움이 된다’는 웃지못할 해결책을 제안하는 대한민국에서 워라밸의 삶은 과연 가능할까. 

이런 가운데 주4일제 도입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여러나라에서 주4일제를 도입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일을 하는 시간을 줄이면 일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노동자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밤낮 없이 일하며 특유의 부지런함과 근성 하나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세대에게 주4일제는 배부른 소리일지 모르겠다. 또 국내 산업구조와 임금 및 고용체계에서는 섣불리 도입하기 어려운 점도 분명 존재한다. 

맨손으로 현대그룹을 일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자네 해 봤나”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주4일제를 해보지도 않고, 제대로된 논의도 해보지 않고, 부작용부터 앞세우는 건 혁신과 도전이라는 큰 가치를 이루는 데 있어 어울리지 않는 태도 아닐까. 

이에 <투데이신문>은 실제 주4일제를 시행하는 기업들 중 한 곳을 선정해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본보 기자가 주4일제를 체험한 곳은 ‘엔돌핀커넥트’라는 스타트업 게임회사로, 2021년 3월 31일에 설립돼 게임회사 최초로 주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1월 11일(화)부터 18일(화)까지 일주일간 일하며 주4일제의 장점은 무엇이고 삶의 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생생히 담아봤다. 

(좌) 대표님께 받은 문자내용 (우) 기자는 첫 눈이 쌓여 있는 것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투데이신문<br>
(좌) 대표님께 받은 문자내용 (우) 기자는 첫 눈이 쌓여 있는 것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투데이신문

1/11(화) 출근 첫날부터 휴가라니
소소하고 특별한 이벤트, 첫눈휴가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 소리에 눈이 떠졌다. 오늘은 엔돌핀커넥트의 첫 출근이다. 하지만 눈뜨자마자 문자 한통을 받았다. 엔돌핀커넥트 조용래 대표에게서 온 문자였다.

“안녕하세요. 엔돌핀커넥트 조용래입니다. 늦은 시간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1월 11일(화)은 엔돌핀커넥트의 2022년 첫눈휴가라 아무도 출근하지 않으므로 체험은 1월 12일(수)부터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수요일에 뵙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어봤다. 정말로 눈이 쌓여 있었다. 첫눈휴가? 처음으로 들었다. 이런 휴가가 있다니. 얼떨떨한 마음이었다. 첫 출근에 휴가를 받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것도 올해 처음으로 온 눈 덕분에.

사실 직장인이라면 눈 소식은 골치 아픈 기상현상일 뿐이다. 눈이 오면 길이 미끄러워지고, 대중교통은 항상 사람들로 밀리고, 가끔씩 지하철이 멈추기도 한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눈 내리는 광경에 감성에 젖기보단 다음날 출근을 걱정한다.

어렸을 때만 해도 눈이 오면 괜히 즐겁고 기분이 들떠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눈이 반갑지 않은 어른이 돼버렸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올해 내리는 첫눈’이라는 말이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이런 이벤트 하나로 충분히 첫눈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첫눈휴가에 관해 조 대표는 “삶에 낭만과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도입했다”며 “1년 중 그런 특별한 휴가가 있으면, 별 것 아니더라도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이어서 해볼 수 있던 도전이기도 했다”며 “회사에 대한 프라이드가 생기려면 이런 작지만 재미있는 이벤트들을 많이 시도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주4일제만으로도 감지덕지한 마음이었는데, 이런 뜻하지 못한 첫눈휴가를 받으니 회사에서 대우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자체 복지로 인해 혜택을 누릴 수 있어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 첫날부터 이렇게 일을 하지 않고 휴가를 받아도 되는지 불안했다.

회사 차원에서 주는 특별한 선물임에도 불구하고 눈치가 보이는 것은 왜일까. 생체 시계가 이미 주5일에 맞춰져 있어 쉬는 날임에도 몸은 일하라고 아우성인 걸까.

1년에 딱 하루뿐인데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은 기자 또한 직장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쉬는 날에도 불안한 마음보다는 순수하게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노동사회는 언제 찾아오게 되는 것일까.

판교에 위치한 ‘경기 스타트업 캠퍼스’ 1동 8층의 ‘엔돌핀커넥트’ 사무실&nbsp;ⓒ투데이신문
판교에 위치한 ‘경기 스타트업 캠퍼스’ 1동 8층의 ‘엔돌핀커넥트’ 사무실 ⓒ투데이신문

1/12(수) 출근 둘째날, 신입사원이 된 기자
1시간 더 일하지만, 하루 덜 일하는 회사 

오늘은 평소와 다른 출근길에 올랐다. 기자가 도착한 곳은 바로 ‘경기 스타트업 캠퍼스’였다.

경기 스타트업 캠퍼스는 지역산업의 고도화 추구와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강소기업 등의 육성을 도와주거나 지원해주는 곳이다.

캠퍼스 안에는 엔돌핀커넥트를 포함한 다른 사업체들이 있다.

엔돌핀커넥트 사무실에 들어서니 아직 조 대표밖에 없었다. 직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회사에서 자율근무제·출근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황에 따라 재택이나 캠퍼스로 출근할지 정한다. 또한 따로 출퇴근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한다. 즉, 업무시간만 제대로 채우기만 하다면 언제 출근하든 괜찮다는 얘기다.

보통 업무시간이 8시간인 반면, 엔돌핀커넥트는 하루에 9시간을 일한다. 1시간을 더 일하게 되는 거지만 엔돌핀커넥트에서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일하는 주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 일주일에 36시간만 근무한다.

또한 일반 회사에서는 직급을 사용하는 편이지만, 이곳에서는 닉네임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닉네임부터 정하는 것이 첫 번째 일이다. 조 대표 또한 ‘조약돌’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렸다. 직원들뿐만 아니라 대표도 닉네임으로 불러도 된다는 것에 놀랐다. 대표와 직원들 사이에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꼈다.

기자는 ‘레베카(Rebecca)’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기로 했다. 레베카는 기자의 영어 이름으로, 호주워킹홀리데이 때 사용했던 이름이다. 비록 일주일 동안이지만 그때 그 시절처럼 열정을 가지고 해보자는 마음에서 해당 닉네임을 골랐다. 이로써 정식적으로 엔돌핀커넥트 신입사원이 되는 첫 번째 과정을 마쳤다.

이어 조 대표에게 다른 직원들처럼 업무를 배정받았다. 이 일주일 동안 ‘4Day Week Crusher(주4일제 블록 깨기)’라는 게임에 대한 추가기획을 하며 팀원들(개발자, UI 아트 디자이너)과 같이 완성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조 대표는 “언론매체를 통해 엔돌핀커넥트는 게임업계에서 최초로 주4일제를 시행한 회사로 소개가 된 적이 있어, 주4일제와 더불어 게임도 같이 관심 가져주길 원해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4일제 시행에 우려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로 야근이 꼽힌다. 업무시간 내에 일을 끝내지 못해 4일 내내 야근을 하는 것보다 주5일 근무하면서 ‘칼퇴(칼같이 퇴근의 줄인말)’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게임회사는 보통 밤샘근무가 많아 야근이 잦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과연 주4일 동안 게임을 완성시키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회의를 마치고 다시 사무실에 돌아오니 직원 한 명이 출근해 있었다. 그는 자신을 ’제임스‘라고 소개했다. 그는 하이퍼 캐쥬얼 게임 개발자로, 기자와 함께 이번 ‘4Day Week Crusher’ 담당을 맡았다.

그렇게 회사 직원과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게임 기획서 작성에 임했다.

짧은 시간 동안 업무를 끝내야 하다 보니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다행히도 일에 집중이 잘 됐다. 원래 수요일이면 기력이 떨어지거나 지치기 마련인데, 이틀 연속으로 푹 쉬어서 그런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평일인데도 이렇게 머리가 상쾌하다고 느끼는 건 오랜만이었다.

투데이신문에서는 오전 9시 30분까지 출근 오후 6시 퇴근이었기 때문에 1시간 더 일하는 것이 익숙치 않았다. 하지만 1시간 더 일한다 해도 컨디션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회사생활을 하면 아무리 컨디션이 나빠도 일하는 기계처럼 움직여야 된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몸 컨디션이 좋은 게 업무를 하는데 있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퇴근길 지하철의 북적거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게 됐다. 그동안 쉴틈 없는 업무에 퇴근 후 파김치가 되서 자는 둥 마는 둥 했다면 오랜만에 숙면을 취할 수 있던 날이었다. 

엔돌핀커넥트 출근길 ⓒ투데이신문
엔돌핀커넥트 출근길 ⓒ투데이신문

1/13(목) 출근 셋째날, 지치지 않은 목요일
주4일제 도입에 따른 직원들의 만족도 높아

어제 조 대표와 제임스 개발자만 출근했던 반면, 오늘은 3명의 직원이 출근했다. 그들은 원래 재택근무를 하지만 오늘 회의가 있어 캠퍼스로 출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서포트를 담당하고 있다는 ‘레이’ 프로듀서(PD), 이번에 함께 업무를 진행할 ‘다나’ UI 아트 디자이너, 그리고 레벨 디자인 업무를 맡은 ‘빈’디자이너였다.

신입사원으로서 직원들에게 인사를 드린 후, 어제 짠 기획안의 피드백을 위해 조 대표와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 원래 오전 회의는 피곤함과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기획안 발표를 할 때도, 피드백을 받을 때도 온전히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회의가 끝난 후,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식사가 끝나고 다른 직원들과 대화를 나눠봤다. 다른 직원들이 주4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엔돌핀커넥트에서 잘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다.

직원들도 엔돌핀커넥트처럼 복지에 신경 쓴 회사는 처음이라고 했다. 다른 업체에서 업무를 했을 때, 주5일 동안 업무에 집중이 잘 안됐을 때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주4일을 일해보니 확실히 업무 집중도가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계속 의문을 느끼고 있던 야근에 대해서도 다들 엔돌핀커넥트에서는 따로 추가적인 근무나 야근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피치 못한 사정으로 추가적인 근무를 했을 경우에는 해당 시간만큼 쉴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응한다고 한다.

다들 주4일제에 대한 만족스러운 평가를 보였다. 진심으로 회사를 좋아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업무를 시작한 지 이틀 차지만 여전히 업무에 집중도가 떨어지거나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보통 직장인들은 목요일 정도 되면 아무래도 지친 기색을 숨길 수 없게 된다. 또한 원래 목요일이 피로도가 가장 높은 날이라는 통계자료도 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카카오 같이가치’와 함께 개발한 일상생활 행복측정지표인 ‘안녕지수’를 바탕으로 조사한 ‘대국민 행복 연구 프로젝트’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인들은 목요일에 가장 행복감이 낮고 스트레스를 많이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조사결과가 있음에도 행복감이 낮아졌다거나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직원들이 앞서 주4일제가 도입되면서 업무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효율적이게 됐다고 얘기했었는데, 직접 체험해보니 더 이해가 갔다. 몸의 컨디션이 좋으니 그만큼 정신도 여유로워진다. 정신이 여유로워지면서 업무에 대한 저항감이 많이 사라졌다.

그래서 그런지 다음날에 대한 출근이 스트레스로만 다가오지 않게 됐다. 오늘도 잠을 설치지 않았다.

자율 근무제·출근제로 직원들이 각각 재택을 하거나 나중에 출근해 사무실 공간이 비어 있다. ⓒ투데이신문<br>
자율 근무제·출근제로 직원들이 각각 재택을 하거나 나중에 출근해 사무실 공간이 비어 있다. ⓒ투데이신문

1/14(금) 출근 넷째날, 업무 막바지
금요일이 됐어도 여전히 가벼운 발걸음

금요일의 아침은 항상 복잡한 기분을 느끼게 해줬다. 오늘만 잘 넘기면 내일부터는 주말이니 힘내보자는 생각과는 상반되게, 월요일부터 달려온 탓에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기력 때문이다. 즉, 열심히 하자는 생각과 달리 체력이 따라와 주지 않는 거다.

하지만 이번주 금요일은 평소와 달랐다. 그렇게까지 많이 지쳐있지 않았다. 오늘을 잘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길에 올랐다.

드디어 기획안의 마지막 회의를 진행했다. 기획안 구현에 있어 제임스 개발자가 적극적으로 임해줬고, 조 대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오전 회의는 잘 마무리됐다. 

이렇게 업무는 막바지를 향해갔다. 오늘 하루도 잘 끝냈다는 것에 대해 뿌듯함과 상쾌함이 들었다.

주4일제를 직접 경험한 뒤로부터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변함없이 사람이 많은 지하철 퇴근길인데도 짜증나기보다는 그냥 여전히 사람이 많다는 감상만 할 뿐, 그전처럼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는 않게 됐다.

그동안 삶의 질이 왜 좋아져야만 하는지 두리뭉실하게만 이해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알았다.

삶의 질이 올라가면 단순히 여가 시간이 더 생긴다는 개념이 아니었다. 그만큼 스스로에게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고, 그 여유가 삶의 태도도 바꿔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게 했다.

실제로 엔돌핀커넥트 직원들도 주4일제나 그와 관련된 복지를 통해서 삶의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렇듯 체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으로 인해 일의 기쁨, 노동의 기쁨은 일 자체가 아닌 일과 삶의 균형 속에서 나온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았다.

1/17(월) 오늘은 출근하지 않는 날
이번 체험을 통해 극복된 월요병

오늘은 쉬는 날이다.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일하는 주4일제다 보니 ‘놀월(노는 월요일)’이다.

월요일을 알람 소리와 함께 시작하지 않아도 됐다. 그것만으로도 이렇게 개운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항상 월요일 날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불치의 병, ‘월요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수면부족으로 인해 머리가 어지럽거나 아프지 않았다.

또한 주말동안 쉬어도 항상 피로가 쌓여 있었지만, 확실히 하루를 더 쉬니 몸 상태가 한결 나았다.

이날은 취미활동을 해보기로 했다. 미뤄뒀던 영화를 보고, 책을 읽었다. 오후에는 밖으로 나가 산책을 했다.

주말에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졌다. 의무적으로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 만났다. 하지만 이날은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딱 하루. 하지만 그 하루가 주어진 것만큼 삶의 질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반복되는 일상과 계속되는 노동. 그렇다 보니 우리는 회의감에 쉽게 빠져든다. 회의감에 빠지면 무기력함을 만든다. 그러니 직장인들이 번아웃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유가 이런 문제들이 겹겹이 쌓여서 생긴 것이 아닐까.

우리의 삶을 가치있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 특별한 하루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약돌(조용래) 대표 ⓒ투데이신문<br>
조약돌(조용래) 대표 ⓒ투데이신문

1/18(화) 출근 다섯째날, 체험 마지막날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복지

월요병이 사라지면 그 다음에 화요병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었는데, 직접 체험해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우선 컨디션부터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왔기 때문인 듯하다.

오늘은 엔돌핀커넥트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끼며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지문을 찍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익숙해졌다.

드디어 오늘 ‘4Day Week Crusher’ 완성본이 나온다.

일주일 동안 게임 기획 업무를 진행해오면서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린 것에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4일제를 직접 체험해보니, 직원의 입장에서는 반길 수밖에 없는 복지인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결정이 어려웠을 법하다.

하지만 조 대표는 오히려 직원들이 엔돌핀커넥트에 다니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을 정도로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주4일제 도입과 같은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직원들이 다같이 회사를 이끌어가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봤다.

그런 조 대표의 경영철학이 통했는지 직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적극적으로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봤고, 그에 대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한 이런 좋은 복지를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인지 이 회사에서 계속 남아있고 싶다고 말했다.

한 주동안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이들이 얼마나 회사를 좋아하고,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큰지 느낄 수 있었다.

또 그들은 주4일제에 대해서도 5점 만점의 5점은 기본으로 10점, 100점 이상도 더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의 강요로 이뤄진 것이 아닌 구성원 개개인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실로 느껴졌다.

엔돌핀커넥트는 직원의 행복이 결국 회사의 이득으로 가는 길이고,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어쩌면 주4일 제도는 단순히 하루 더 휴식이 늘어난다고 접근하기보다는 회사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으로 인해 얻는 긍정적인 효과를 고려해보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체험을 하면서 간간히 스폰지밥의 ‘월요일 좋아’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월요일마다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들었던 최면용 노래로 유명한 곡이다. 어쩌면 반어법으로 월요일을 비꼬기 위해 들었던 노래기도 하다.

스폰지밥은 노래를 통해 계속 ‘월요일 좋아’라는 말을 반복한다. 하지만 주4일제가 실제로 도입이 된다면, ‘월요일 좋아’라는 말을 그저 위로나 비꼬는 말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삶과 일의 균형을 맞추며 월요일이 좋다고 외칠 수 있는 시대, 이젠 꿈꿔봐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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