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학동화정동참사시민대책위원회 문정은 집행위원
광주시민 10명 중 7명 “붕괴사고는 HDC현산 책임” 인식해
화정동참사 유가족, 책임 제대로 묻기 전까지 장례 못 치러
대기업 이윤 추구가 시민 생명 위협하는 근본문제 해결해야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참사시민대책위원회 문정은 집행위원 ⓒ투데이신문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참사시민대책위원회 문정은 집행위원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시공을 맡은 광주광역시 공사현장에서 붕괴사고가 연이어 일어나며 광주시민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HDC현산 퇴출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11일에는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HDC현산이 시공 중인 아이파크 아파트가 무너져 작업하던 노동자 6명이 매몰됐으며 숨진 채 수습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HDC현산이 맡은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는 철거작업 중이던 건물이 도로 위로 무너져 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렇듯 특정 대형 건설사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자 HDC현산 책임론이 거세다.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와 무등일보, 전남일보, 광주CBS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4일부터 25일까지 광주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5포인트)에서 ‘광주 현대아이파크 붕괴사고 책임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응답자의 74.7%가 HDC현산의 책임이라고 답했다.

광주시의회가 지난해 11월 8일부터 12일까지 한국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진행한 학동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사고 책임자를 묻는 여론조사(광주 거주 18세 이상 남녀 501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서도 응답자의 51.5%가 현대산업개발을 지목했다.

광주지역 4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0일 기존 학동 참사 시민대책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참사시민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시민대책위는 지난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에 HDC현산에 대한 강력한 행정처분을 촉구했다. 

본보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대책위 문정은 집행위원을 만나 붕괴사고 피해자들의 상황과 HDC현산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문 집행위원은 시민대책위에서 유족지원단을 맡아 참사 피해자들의 활동을 도우며 연대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HDC 현산에 대한 서울시의 강력한 행정처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투데이신문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HDC 현산에 대한 서울시의 강력한 행정처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투데이신문

Q.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유와 광주지역 여론이 궁금하다.

서울시에서 이날 HDC현산에 대한 청문을 진행한다. 이번 청문에서는 HDC현산이 시공사인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일어난 붕괴사고에 대해 다룬다.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는 별도로 다루게 된다.

학동 붕괴사고는 관할인 광주 동구에서 이미 지난해 9월 서울시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서울시가 행정처분을 서둘러 진행했다면 화정동 붕괴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서울시에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지적하며 제대로 된 행정처분을 촉구하고자 진행했다.

광주지역에선 시민들의 견해를 묻는 여론조사가 여러차례 있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광주시민 10명 중 7명 이상이 화정동 붕괴사고의 책임이 HDC현산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에서는 학동 붕괴사고와 화정동 붕괴사고가 HDC현산이라는 대기업이 제대로 안전관리를 하지 못해 일어난 참사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광주지역에서 수십여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모여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릴만큼 적극 대응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Q. 학동화정동 붕괴사고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HDC현산처럼 대기업 자본이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재산을 위협하는 사안을 정치권과 행정시스템이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부족함이 있다고 본다. 고층 아파트 같은 대규모 건설사업이 쉽게 허가되고 관리되지 않으면서 결국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 같다. 

돈과 이윤이 사람보다 우선하는 사회 분위기다. 그래서 시민들은 정치권과 행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역할을 부여했지만 자본의 탐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서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 같다.

Q. 구체적으로 HDC현산은 두 붕괴사고에서 어떤 잘못을 했다고 보는가.

학동 붕괴사고와 화정동 붕괴사고는 사고의 양태에 약간 차이가 있다. 학동은 HDC현산이 아파트를 짓고자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건물이 붕괴돼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공사에 아무 관계가 없는 시민들이 예견할 수 없는 불의의 사고를 맞아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철거과정에서 주변에 안전요원을 적극적으로 배치하고 인접한 시내버스 정류장은 임시라도 이전하는 등 조치를 해야 했다. 건물이 붕괴되면 도로까지 침범할 수 있다는 위험을 예견조차 못 했다는 것은 HDC현산이 그만큼 무능력한 기업이라는 것이다.

화정동 붕괴사고는 건물 내부에서 작업하던 노동자들이 건물이 붕괴되자 미처 대피하지도 못한 채 매몰됐다. 그동안 건물이 위험하다는 여러 신호가 있었음에도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을 보면 HDC현산이 이 정도 규모의 공사를 진행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된다.

Q. 화정동 붕괴사고 사망자 유가족들은 장례도 아직 치르지 못하고 있다던데.

희생된 여섯분의 가족 모두가 마지막 실종자까지 다 수습되는 것을 함께 지켜보자고 마음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 유가족들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부족했기에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사고 현장에 분향소 형태로 시민들의 조문은 받고 있다. 현재까지 장례 절차에 대해 협의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 

시민대책위는 앞서 학동 붕괴사고 때에도 유가족 지원의 형태로 소통을 계속해왔다. 유가족들도 지역시민사회와 함께하자는 마음이 있어 연결될 수 있었고 서로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Q. 두 붕괴사고의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학동 붕괴사고는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해당 재개발사업 전반을 둘러싼 사고원인을 알아내는 수사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다. 안전관리 담당자나 하청업계 관계자처럼 실무자 선에서 처벌 수위가 정해지고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될 HDC현산 관계자들은 다 면피한 모습이다.

화정동 붕괴사고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처음에는 경찰당국과 행정당국에서 적극적인 수사를 할 것처럼 보였는데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수사가 많이 미진하고 언론 생색내기로만 대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화정동 붕괴사고도 현장소장과 안전관리 담당자처럼 실무진에 있는 사람들만 조사하고 있다.

이에 시민대책위는 지난 14일 광주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DC그룹 정몽규 회장에 대한 구속 수사와 HDC현산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정몽규 회장이 HDC현산 회장에서 물러났지만 HDC현산의 책임을 명확히 물으려면 최고 책임자인 정 회장의 구속 수사가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한다.

시민대책위에서 광주경찰청장에게 여러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계속 거부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수사 중인 상황이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해 문제가 많다.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참사시민대책위원회 문정은 집행위원 ⓒ투데이신문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참사시민대책위원회 문정은 집행위원 ⓒ투데이신문

Q. 건설업계에서는 너무 과도한 처벌로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오는데.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 실제 두 붕괴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사고가 일어나서 적용이 되지도 않는다. 아무리 강력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대기업들이 다 빠져나가는데 과도하다고 말하는 것은 안하무인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 졌어도 안전사고는 계속되고 시민과 노동자들이 죽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중대재해처벌법을 보완해 개정하는 숙제가 남겨졌다고 본다. 아직 기업들이 적극적인 조치를 하게 만드는 부분이 부족하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서 이제 국격에 걸맞는 안전대책과 법적 규제 마련, 그리고 기업들의 윤리의식 등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Q.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당부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이번 대선이 역대 최악이라 불리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결국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학동 참사와 화정동 참사는 어느 한 도시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고가 아닌 대기업의 탐욕적인 이윤 추구 행위가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대한민국 전반을 뒤덮은 중차대한 문제다.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중요한 전기를 만들었는데 정치권이 뒤로 물러나며 법안의 내용이 한참 후퇴하고 말았다. 정치권이 물러나면서 결국 시민과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결과까지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대선후보들이 다 화정동 붕괴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이들이 좀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Q. 시민대책위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시민사회는 연대로 가장 큰 힘을 낼 수 있다. 참여연대 등이 현대산업개발 바로세우기 주주활동을 선포하고 인천지역 시민단체들도 HDC현대산업개발 안전사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확인되는 흐름들이 있다. 아직 구체적인 행동이 예정돼 있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연대의 틀을 만들어 향후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

국민적 공분은 큰데 명확한 후속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저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분위기이다. 이러다가 부지불식 간에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있다.

시민대책위에게는 HDC현산이라는 한 기업이 아니라 이번 참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대기업에 의해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향후 시민대책위는 광주시민 1000명을 조직해 전국적으로 이번 참사를 알리는 시민선언을 예정하고 있다. 또, 여러 부족한 법적 사항들을 개정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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