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65만원 씩 평생 들어오면 많은 사람 삶 바뀔 것
베스트셀러 작가···의원 비서관에서 대선 후보로 직행
대한민국 진보는 기본소득···‘낡은 정의당’, 대체할 것
대선 3위 득표가 ‘정치혁명’···대안정당으로 거듭날 것
기본소득 실현 위해 증세 필요하지만, 90%가량 수혜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후보 ⓒ투데이신문

매월 65만원의 현금이 평생 동안 통장에 꽂힌다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 그것도 해마다 물가상승분이 반영되고 나와 내 아이는 물론 부모, 이웃까지 모두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후보는 “전 국민 기본소득 세상이 실현되면 적어도 자신은 물론, 자녀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부모의 노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우리 사회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 후보는 “지금처럼 아등바등 살 수밖에 없었던 건, 우리 모두 스스로의 삶을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라며 “기본소득사회가 구현되면 수억 원의 ‘대출 아파트’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고, 좋은 학교나 스펙 때문에 자녀들을 학원으로 내몰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대통령 후보라면 누구든 ‘당선이 목표’라고 얘기한다. 가능성이 없어도 그렇게 말한다. 특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는 “3등이 목표”라고 주저 없이 밝힌다. 그것도 너무 당당하게. 왜, 3등이 목표라고 한 걸까. 궁금증은 바로 풀렸다.

오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자신이 3등을 하는 게 정치혁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정치에서 진보정당 자리를 오랫동안 꿰차고 있는 정의당을 향해, ‘낡은 진보’라고 직격했다. 정의당이 주장하는 ‘심상정 식 복지국가’ 공약은 정의롭지도 않고 실현 가능성도 없다고까지 했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의 진보는 ‘기본소득’이다. '낡은 진보'가 돼버린 정의당을 대신해 기본소득당이 새로운 대안정당으로 우뚝 설 것”이라며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타파할 새로운 진보정치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5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후보가 유세하고 있다. ©뉴시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5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후보가 유세하고 있다. ©뉴시스

◆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되면, 세상 달라질 것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올해 나이 만 46세인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후보는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부의 미래, 누가 주도할 것인가>, <세월호를 기록하다>를 비롯한 수십 권의 인문·사회과학 도서를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특히, 기본소득 관련 출판물을 다수 집필하며 전국 강연을 다닐 정도로 이 분야에선 꽤 명성이 자자하다. 이런 연유 때문에 그에겐 항상 ‘기본소득 일타강사’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기본소득 이론을 전파하는데 15년의 시간을 쏟아 부은 그는 명실 공히 자타가 공인하는 기본소득 전도사다.

그렇게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 있는 논술강사로 나름 명성을 떨치며 돈까지 제법 벌던 그가 ‘뜬금없이’ 대선후보로 나섰다. 그는 ‘어쩌다’ 이 험한 길에 들어선 걸까. 대선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 17일, 서울시청 인근의 한 사무실에서 20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그를 만났다.

그는 한국의 학생운동 대변혁기 때인 1994년, 서울대에 입학했다. 이후 인문대 학생회장,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며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자식의 장래를 걱정하던 부모가 미국 유학까지 강권했지만, 그는 “지식인의 책무를 져버릴 수 없다”며 운동을 지속하다 지난 1997년 끝내 ‘감옥살이’까지 했다.

2007년 17대 대선 때는, 학생운동을 계기로 알게 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와의 인연 덕에 진보정당(사회당) 대선후보 비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세월호참사 때는 ‘작가기록단’으로 참여했고, 최근까진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의 5급 비서관으로 재직했다.

국회의원 비서관에서 대선후보로 ‘직행’한 그는 자신의 출마 이유를 “기득권과 불평등을 끝내고 싶은 평범한 시민들을 대신해 나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던 평범한 40대 시민이었다”며 “돈 때문에 부당하고 위험한 일을 겪는 국민이 없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후보 ⓒ투데이신문<br>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후보 ⓒ투데이신문

◆ 증세 불가피하지만, 재원마련 문제없어

기본소득당의 공약대로 ‘전 국민 65만원 기본소득’을 실현하려면, 증세는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오 후보는 “증세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재원 마련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월 65만원 기본소득 실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 오준호가 당선되면, 임기 내에 가능하다. 하하. 그동안 기본소득을 설명하고 알리는데 15년의 시간을 보냈다. 돌이켜보니, 지난 2007년 당시와 비교하면 사실 상전벽해란 생각이 든다. 기본소득에 대한 연구와 책을 쓸 때만해도 소득세나 부가세처럼 일종의 세금으로 아는 사람들이 태반일 정도였다. 그때에 비한다면 지금은 웬만한 국민이 다 알 정도니, 크게 진전된 셈이다.”

-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기본소득당이 원내에 진입한 건 사실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일부 시민들이 과거 성남시와 경기도 정책을 통해 기본소득을 체험하긴 했지만, 시기적으로 국민 인식이 미미했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라고 봐야한다. ‘재난지원금’도 일종의 기본소득이라 볼 수 있는데, 여러 경험에 비춰보면 대중적 관심은 이른 시간 내에 반드시 되살아날 것으로 믿는다. 다만 정치적 계기를 통해 퍼지면서 확장돼 온 것처럼, 앞으로도 역시 정치적 여건이 속도를 늦추거나 당길 것으로 보인다.”

- 여건 조성을 위해 어떤 걸 하고 있나.

“현재 국회의원 연구모임도 활발히 진행 중이고, 구체적인 재원마련 계획과 기본소득 실현을 통한 삶의 변화 등을 내세워 설득하면 식어진 대중의 관심과 열정을 되살릴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 대선이 중요하다. 선거 때만큼 기본소득 여론을 띄우는 건 사실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라는 공간을 통해 논쟁하고 기본소득과 다른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걸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당 후보로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생각으로 대선에 임하고 있다.”

- 대중적 관심도 필요하지만, ‘강력한 설득력’도 중요할 것 같다.

“적절한 지적이다. 강의를 다녀보면, 부유층이 많은 동네에선 ‘기본소득 줘봐야 애들 과외비, 학원비로 다 나간다’고 한다. 그러면 이렇게 얘기한다. ‘기본소득이 평생 보장되는 사회에서도 지금처럼 학교 등급 올리기 위해, 학벌이나 스펙 하나 더 쌓기 위해 아등바등 할 것 같냐’고. 사실 지금은 기회 보장 제도가 빈약하니, 학벌에 매달리고 자산을 쌓으려 하는 거다. 그래야 노후보장과 일정 정도의 자산 상속이 가능할 것 같으니까. 하지만, 내 아이가 부모 지원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꿈을 찾아갈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면 지금처럼 살지 않아도 된다.”

- 그렇게 얘기하면 뭐라고 반응하나.

“다들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의 사회구조에 기본소득만 적용시키는 상상을 하는데, 기본소득이 적용되면 사회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집 한 채 장만하려고 발버둥치는 이유도, 그래야 노후가 보장되고 아이들 지원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기본소득으로 평생 삶이 보장되고 자녀 양육과 부모 용돈 걱정이 없어진다면, 수억 원의 아파트 대출금을 갚기 위해 허우적대며 하고 싶은 일 못하는 그런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2020년 3월 용혜인 당시 기본소득당 대표와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 등이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재난기본소득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본소득당, 미래당, 민생당, 시대전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코로나19, 위기에 처한 국민에게 한시적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지난 2020년 3월 용혜인 당시 기본소득당 대표와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 등이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재난기본소득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본소득당, 미래당, 민생당, 시대전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코로나19, 위기에 처한 국민에게 한시적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 어쩌면 인식 전환을 위한 ‘기본소득 교육’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리 있는 제안이다. 사실 지금까지 우린 스스로의 삶을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하는 사회에서 살았다. 그랬기 때문에 소득과 자산, 지위 등에 집착한 것이고. 이런 게 모두 그럴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시스템의 결과물로 봐야한다. 이런 걱정이 해소되는 사회라고 상상하면, 지금 집착하는 강박을 얼마든지 버릴 수 있을 거다. 이런 식으로도 충분히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많이 버는 사람도 이웃의 삶과 꿈이 펼쳐질 수 있다면, 그런 사회를 위한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용의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복지국가의 부유층도 그렇게 믿고 제도에 참여하는 거다.”

- ‘기본소득은 증세 없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난해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재원마련부터 전반적인 기본소득 로드맵을 모두 밝혔었다. 이번 공약도 그 로드맵을 기반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기본소득을 재원마련 가부(可否)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 모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공약들을 발표하면서 정작 재원마련 얘기는 안 하고 있다. 겁이 나서 증세나 부의 재분배 주장을 못하는 거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기본소득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모임으로, 기본소득을 한국사회에서 실현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설립됐다. 2010년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제13차 BIEN 총회에서 17번째 가입국으로 승인됐다.

- 기본소득 재원과 두 후보의 대선공약을 위한 재원은 다르지 않나.

“두 후보 공약 역시 모두 실행하려면 분배 재편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본소득을 위해서든 두 후보의 공약을 위해서든 지금보다 나은 미래와 제대로 된 복지국가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선 소수에게 집중돼 있는 부의 불평등을 조세체계 개편을 통해 해소할 수밖에 없다. 이건 돌아갈 길 없는 현실이다. 모든 복지국가들이 그렇게 했고, 이걸 가지고 논쟁하자고 제안도 했다. 그런데, 지금 기본소득엔 돈이 들고 두 후보가 남발하는 공약은 기존 예산으로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왜곡돼 전달되고 있다. 두 후보는 자신들의 공약을 위해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 결국, 어느 후보의 공약이든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들린다.

“그렇다. 자칫하면 ‘돈 한 푼 안 든다’는 후보를 지지(투표)하는 민의 왜곡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 마법은 없다. 불평등과 노동시장 양극화, 기후변화 대응, 기술혁명에 따른 일자리 불안정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 조세제도와 복지제도를 개혁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후보들이 합의하거나 치열하게 논쟁해야 하는 지점이다. 우린 이런 걸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제시할 생각이다.”

지난해 7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2차 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7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2차 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후보, 기본소득 소신 못 찾으면 당선 어려워

- 이재명 후보는 연 100만원의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했다. 어떻게 보나.

“지난 7월 전 국민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공약했을 때만 해도 논쟁거리는 있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했었다. 지금도 이 후보와 기본소득에 대한 철학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표계산 때문인지 상당히 소극적이다.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당선된다 해도 과연 기본소득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안 하겠다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나. 또 기본소득 장점을 살리려면 액수가 충분해야 하는데, 연 100만원은 금액도 적고 이걸 통해 실현하려는 사회전망도 많이 다르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임기 내 연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는 임기 첫해인 내년부터 연간 25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대통령 직속 기본소득위원회를 통해 공론화를 거쳐 연 100만원으로 확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이보다 앞선 6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내년부터 연간 25만원의 기본소득을 모든 국민들에게 지급하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며 이에 대한 재원 마련은 “증세 없이 가능하다”고 밝힌바 있다.

- 어떤 점이 다른가.

“이 후보는 성장을 강조한다. 기본소득을 성장의 보완책 정도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성장만 강조하는 사회에서 좀 벗어나 일을 줄이고 시간의 주권을 되찾자는 게 기본소득의 또 다른 목적이다. 개인의 삶의 자유를 조건 없이 보장해 평등하게 누리면서 호혜적 공동체와 생태친화적 대전환을 이루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충분한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조세개혁으로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새로운 사회’ 비전을 함께 얘기해야 한다. 이 후보는 그런 얘길 못하고 있고, 남은 선거기간 동안에도 못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선 비판적이다.”

- 자주 언급하지 않았을 뿐, 공약까지 냈는데 어떤 문제가 있다는 건가.

“공약은 국민 앞에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을 어떻게 하겠다, 부동산을 어떻게 하겠다는 등의 얘기만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기본소득은 그냥 공약집에만 있을 뿐, 적극적으로 얘기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이 무슨 김장독 안 김치가 아니지 않나. 지속적으로 국민 앞에 꺼내들어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도 모자랄 판인데, 공약집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얘기가 없으면 실천의지가 없다고 봐야한다. ‘틀림없이 실행할 테니 믿어 달라’, ‘이런 식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등의 얘길 계속 해야 한다.”

- 상당히 비판적인데,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인가.

“이 후보가 기본소득에 대한 소신을 다시 찾지 못하면 이번 선거에 당선되기 어렵다고 본다. 이 후보가 오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을 대표 정치인으로 만들어 준 기본소득 가치와 소신을 숨기면, 당선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잘못된 판단이다. 현재의 지지율이 말해주고 있지 않나. 윤 후보와의 경쟁 때문에 ‘일 잘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 같은데, 국민이 윤 후보를 지지하는 건 일 잘할 거 같아서가 아니지 않은가.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불만, 양극화에 대한 불신, 신뢰가 사라졌기 때문인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초심’을 되찾아야 한다?

“국민들은 이 후보가 초반에 보여줬던 기본소득 정책 때문에 기대를 걸었던 거다. 민주당을 잘 계승할 것 같아 기대한 게 아니다. 윤 후보를 이기려면, 기존의 ‘민주당원 이재명’이 아니라 민주당도 엎어버릴 수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낡은 질서와 싸우는 이재명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야성을 잃고 개발공약, 탈모인 공약하는 이재명을 일 잘할 것 같으니 뽑아 달라? 이런 지지는 받기 힘들다. 지금이라도 통합정부든 뭐든, 처음 기본소득을 얘기했던 것처럼 소신 있는 이재명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달 2일, 이 후보는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소확행공약’으로 검토한다고 밝혔었다. 이후 온라인 탈모인 커뮤니티를 통해 지지여론이 확산되며 큰 화제가 됐다. 지난 12일엔 공약집 초안에 탈모제 건보료 적용이 빠져 논란이 되자 민주당은 즉각 “100% 반영될 예정”이라며 수습하기도 했다. 이 공약은 건보 재정 악화와 희귀병 환자 우선 지원 필요성 등 여전히 논란이 많다.

- 재원마련과 관련한 설명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기본소득을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지만, 세금을 내더라도 국민 대다수는 내는 세금보다 기본소득으로 돌려받는 돈이 더 많다. 우리는 현재 각자의 방식으로 부동산이나 금융투자 등을 통해 노후를 대비하는데, 이걸 기본소득이란 제도 하나로 전부 해결하자는 거다. 그러기 위해 세금을 좀 더 내자 이런 얘긴데, 90%는 내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돌려받는다. 세금을 더 내게 될 사람들은 부유층과 땅 부자, 그리고 대기업들이다. 이게 기본적인 조세개혁의 핵심이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후보 ⓒ투데이신문<br>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후보 ⓒ투데이신문

◆ 이재명, 심상정 후보도 내 책 보고 기본소득 공부해

- 국회의원 비서관에서 바로 대선후보가 됐다.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기본소득 관련 책도 내고, 강연도 하고, 대학 강의도하며 보내던 중 ‘국회에서 기본소득 관련 법안과 정책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용혜인 의원 제안에 최근까지 2년 간 비서관 활동을 했다. 대선 시기가 임박하면서 당에서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는데, 자연스럽게 거론됐다. 왜냐면, 우리 당 대표나 용 의원 등 지도부 대부분이 30대여서 현행법상 대선출마가 불가능하다. 출마 가능한 연령대 중 ‘당의 비전과 정책을 알리는 데 가장 적합한 사람’으로 평가되면서 출마하게 된 것이다.”

현재 기본소득당 대표는 용혜인 의원과 함께 기본소득당을 창당한 신지혜씨다. 신 대표는 만 35세다. 용 의원 역시 1990년생으로 대선출마가 불가능하다. 현행법은 대통령선거 출마 후보자 연령 기준을 만 40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67조 4항엔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기본소득당은 대부분의 당원이 10~30대로 구성돼 있다. 당원 평균 나이도 27세에 불과하다. 10~20대 당원이 80%, 30대까지 합치면 85%에 이른다.

- ‘어쩌다 대선후보’가 된 게 맞는 것 같다.

“하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2030 연령층이 대부분인 ‘젊은 당’이다보니, 나이 좀 더 먹었다는 것 때문에 쉽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됐으니까. 하지만, 한국에서 기본소득을 얘기하는 웬만한 사람들은 그동안 제가 낸 기본소득 관련 책을 읽고 공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재명, 심상정 후보도 그런 걸로 알고 있다. 그렇게 보면, 나이 때문에 후보가 된 건만은 아니지 않나. 하하.”

- 그래도 쉽게 결정할 순 없었을 것 같다.

“맞다. 솔직히 많이 망설였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니, 가볍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가족 동의도 얻어야 했고. 또 선거 끝난 후엔 어떻게 될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도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기본소득을 실현해야한다 주장했고 지속적으로 알려왔는데, 이런 국면에서 주어진 책무를 져버리는 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국, 고민 끝에 ‘복지국가로 가는 디딤돌을 놓자’고 결심했다.”

- 대학 때 학생운동하다 ‘감옥살이’도 했다던데, 사회생활은 어땠나.

“부모로부터 기본소득(등록금·생활비)을 받으며 지냈던 대학생활은 많은 시간을 학생운동으로 보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치소에 끌려갔다 나왔더니, 기본소득을 주시던 분들이 ‘외국에 친척이 있으니, 유학 갔다 오라’고 하더라. 하하. 나중엔 진보정당 활동도 했고, 작가가 되고 싶어 글도 썼다. 물론, 글을 써서 먹고 산 것만은 아니다. 돈을 번 건 오히려 논술강사로 활동할 때였다.”

오 후보는 1997년 학생운동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홍제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았었다. 약 석 달 동안 서울구치소에 갇혀있다 이듬해 국민의정부가 출범하며 사면 복권됐다. 이후 전국학생회협의회에서 활동하다 2000년 울산에서 6개월 간 현대자동차 공장노동자로 일하며 노동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후보 ⓒ투데이신문<br>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후보 ⓒ투데이신문

- 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활동도 했다고 들었다.

“그랬다. 2014년에 강연활동과 글 쓰는 일을 병행했는데, 피할 수 없는 미션을 마주하게 된 거다. 안산에 살고 있던 영향도 있었지만, 기록단 활동은 매우 힘들었다. 피해자 인터뷰 때는 정말 슬펐다. 나중엔 세월호 법정기록 도서 ‘세월호를 기록하다’도 냈다. 이후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전문가와 협업도 하고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이름도 제법 알렸다. 강연도 하고 대학 강단에도 서고. 그런데 이번 대선에 출마해보니 아는 사람이 없더라. 제법 알려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 좀 허탈했다. 하하. 대선에 임하면서 온 국민에게 알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고 있다.”

작가기록단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참사 직후부터 그해 12월까지 단원고 희생학생 부모 유가족 열세 명을 인터뷰해 책을 펴냈다. 기존 언론매체가 보도하지 못한 유가족들의 애타는 마음과 힘없는 개인이 느끼는 국가에 대한 분노, 무력감, 사건 이후 시달리고 있는 극심한 트라우마 등을 담았다.

- 기본소득에 꽂히게 된 계기는 뭐였나.

“2007년에 진보정당 활동하면서 기본소득을 처음 접했는데, 나중에 작가활동하면서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고플 때였으니까. 하하. 기본소득 관력 책을 쓰게 된 계기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직접 자료수집까지 하면서 쓰다 보니 누구보다 많이 알게 됐고, 정치 쪽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 비서관 생활도 기본소득 관련 책과 연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틀린 얘긴 아니다. 2011년쯤 ‘대학생 용혜인’을 처음 만났을 때 작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이슈를 취재하고 그랬으니까. 2014년에 기록단 활동하면서 사회운동을 하던 ‘공시생 용혜인’을 다시 보게 됐는데, 이후 자주 만나게 됐다. 나중에 활동하던 정당이 진보신당과 통합되면서 한 정당에서 같이 활동하기도 했고. 국회의원이 된 용 의원 요청으로 보좌진에 합류해 정책개발과 입법지원 활동을 하며 대선후보까지 된 셈이다.”

용혜인 의원실 보좌진 활동 배경과 관련해 오 후보는 용 의원으로부터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용 의원이 입법기관에 들어와 실질적인 기본소득 정책과 법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용 의원은 “오 후보를 비서관으로 모셔오기 위해 ‘삼고초려’ 했다”고 밝힌바 있다.

- 국민들께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이번 대선에서 3등을 하는 게 목표다. 거대 양당의 정책 대부분은 큰 차이가 없고, 정의당 역시 새로움이 없다. 기본소득이라는 확실한 대안과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 젊고 신선한 오준호가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겠다. ‘기본소득당 기호 5번 오준호를 지지해주시는 게 진정한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디딤돌을 놓는 것’이라고 호소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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