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쉰다…주4일 일하면서 효율 늘어
초반에 우려 많았으나 현재 오히려 업무 집중도 높아져
육아 때문에 그만둔 전 회사…현재 일과 가정 균형 지켜
주변 사람들 주4일제 도입 만류…하지만 결과는 성공적

‘놀토(노는 토요일)’아닌 ‘놀금(노는 금요일)’시대를 열 주4일제를 둘러싼 논의가 한창이다. 주4일제는 기존의 주5일제에서 근무 일을 하루 줄여 일주일에 총 4일을 일하는 제도로 이미 여러 국가에서 실시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이 주4일제를 도입해 긍정적인 효과를 도출했다. 그렇다면 이제 주4일제가 한국 노동시장 전체로 확산될 수 있을까. 자칫 임금 하락과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도입에 앞서 선결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사회적 논의를 활발히 해야할 때다.  <투데이신문>은 총 3편에 걸친 [월화수목토토토?!] 연재기사를 통해 주4일제의 쟁점과 방향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또 주4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에서 직접 근무 체험을 해보고, 임직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해 주4일제의 실제 효과는 어떠한지 알아봤다.

엔돌핀커넥트 단체사진 ⓒ엔돌핀커넥트
엔돌핀커넥트 단체사진 ⓒ엔돌핀커넥트

【투데이신문 조유빈 기자】 “주4일제 덕분에 스트레스 거의 안 받고 일해요”(엔돌핀커텍트 제임스 개발자)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하이퍼 캐주얼 게임 개발 스타트업 회사인 엔돌핀커넥트는 지난해에 설립과 동시에 게임회사 최초로 주4일제를 도입한 곳이다. 엔돌핀커넥트는 업무시간 감소에 따른 생산성 하락 우려를 떨쳐내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엔돌핀커넥트의 직원들은 주4일동안 근무하면서 일의 효율성이 높아졌으며, 일과 여가의 균형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져 모두 회사에 대한 만족도와 충성도가 매우 높았다.

실제 기자가 일주일간 엔돌핀커넥스에서 근무해 본 결과 주4일제로 충분한 휴식시간이 보장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업무 집중도 향상도 체감했다.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인간다운 여유와 삶을 되찾는 방법은 바로 ‘시간’, 주4일제에 있었다.

어쩌면 우리의 미래 일터의 모습이 될 엔돌핀커넥트 구성원들을 만나 주4일제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제임스 개발자<br>ⓒ엔돌핀커넥트
▲제임스 개발자
ⓒ엔돌핀커넥트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고” (제임스 개발자)

주4일만 일하면 그만큼 적게 일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직접 엔돌핀커넥트에서 일해 보니 주4일 일을 했다고 해서 업무량이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느껴졌다.

엔돌핀커넥트에 입사한 뒤부터 야근이나 주말근무를 해본 적이 없다.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개발은 충분히 조율이 가능했고, 투자자가 끼어 있는 경우에는 그만큼 일한 시간을 쉴 수 있게끔 유연하게 대응했다. 그렇다 보니 여기에 들어온 후에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거의 받은 적이 없다.

또 쉬는 날에는 가끔 자기개발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러한 자기개발이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

엔돌핀커넥트처럼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땐 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쨈 서버 개발자<br>ⓒ게티이미지뱅크
▲쨈 서버 개발자
ⓒ게티이미지뱅크

“여유 있는 삶으로 변화” (쨈 서버 개발자)

주4일제인 회사를 다닌 이후 가족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았다. 이 외에도 여행을 갈 수 있고, 은행 등 개인적인 용무도 따로 시간을 만들지 않아도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솔직히 처음에는 주5일에 했던 일을 주4일 동안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많이 있기도 했다. 초반에는 적응이 안 되고, 일정을 잘못 잡는 실수도 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니 금방 익숙해졌다. 현재는 업무집중도가 높아졌다. 각자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주4일이 주5일보다 반드시 좋다고 확정해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지만, 자기 자신에게 여유를 주는 편이 장기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엔돌핀커넥트를 다니면서 일과 삶의 균형이 잘 맞춰지고 있다. 주4일제 정착 또한 잘 됐다고 생각한다. 저를 포함한 다른 직원들도 모두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다.

 

 

▲레이 PD<br>ⓒ엔돌핀커넥트
▲레이 PD
ⓒ엔돌핀커넥트

“워라밸 보장이 직원들 충성심 높여” (레이 PD)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주야 구분 없이 일하다 보니 몸과 마음의 균형이 무너졌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면서 컨디션 관리가 가능해졌고, 현재 균형을 잘 잡고 있다.

주4일만 근무해서 좋은 점은 업무를 할 때는 확 집중해서 하고, 쉴 땐 푹 쉴 수 있다는 거다.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한테는 주4일이 더 적합한 업무환경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주4일제를 시행하게 되면 업무효율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없었으면 좋겠다. 오히려 이런 워라밸 보장이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개개인의 능력, 업무효율 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

 

 

▲다나 UI 아트 디자이너<br>ⓒ게티이미지뱅크
▲다나 UI 아트 디자이너
ⓒ게티이미지뱅크

“주4일제로 결과물 더 잘 나와” (다나 UI 아트 디자이너)

사실 육아 때문에 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그러다가 엔돌핀커넥트에 입사해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다.

또한 저는 주4일제를 하면서 결과물이 더 잘 나왔다. 특히 이 회사에서 들어오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고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빈 기획자<br>ⓒ엔돌핀커넥트
▲빈 기획자
ⓒ엔돌핀커넥트

“복지가 좋을수록 회사에 대한 기여도 높아” (빈 기획자)

현재 주4일제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제대로 체계를 준비하고,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구축해놓으면 주5일제보다 더 효율성이 높아진다.

복지가 좋을수록 직원의 회사에 대한 기여도가 커진다. 이는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도 좋은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주4일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용래 대표<br>ⓒ엔돌핀커넥트
▲조용래 대표
ⓒ엔돌핀커넥트

“회사 직원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 (조용래 대표)

회사 설립 당시 주변 사람들은 주4일제 도입을 적극 만류했다. 스타트업이라 일도 많을 텐데 주4일제에 야근도 하지 않고서 성공할 수 있겠냐는 반응들을 보였다. 오히려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만큼 주4일제가 성공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 직원들은 주어진 시간 동안 충분히 해내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로 인해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낭비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주4일제를 시행하면 임금이 삭감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근로자들이 있다. 엔돌핀커넥트에서는 따로 임금삭감을 하지 않았다. 다른 회사보다 더 좋은 분들을 모시기 위해 도입한 주4일제인데 임금을 삭감하게 된다면 엔돌핀커넥트만의 메리트가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임금삭감 없이 주4일제를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사항이란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 회사에게 임금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래야 주4일제도 정착이 되면서 보편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또 주4일제 등과 같은 복지 제도에 대해 회사의 구성원들이 얼마나 공감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우선 직원들이 엔돌핀커넥트에 다니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을 정도의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려면 이런 복지가 갖춰져야 된다고 봤다. 그래야 직원들이 회사를 좋아하게 되고, 잘 되기 위해 함께 협력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제 생각이 직원들의 생각과 일치했고, 이를 통해 공감대가 형성됐다. 앞으로도 직원들과 같이 엔돌핀커넥트를 잘 가꿔나갔음 싶다.

이처럼 엔돌핀커넥트를 다니고 있는 직원들은 주4일제 근무에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다들 한 목소리로 “주4일로 업무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다 같이 회사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엔돌핀커넥트 사례를 통해 주4일제는 우려보다는 기대가 큰 근무제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논쟁이 아닌 타협과 협력으로, 노동자와 기업가 모두 웃을 수 있는 주4일제가 머지않아 가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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