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br>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1973년 창립한 패션기업인 신원그룹의 사명에는 ‘최고의 믿음’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에 걸맞게 ‘믿음경영, 정도경영, 선도경영’이라는 경영이념으로 여성복 명가로서 성공 신화를 써나갔던 창립자 박성철 회장 또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겉보기엔 ‘믿음’으로 점철된 신원그룹의 신뢰는 정작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신원그룹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는 박 회장과 그의 차남 박정빈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이 상정됐다. 

이는 박 회장에게는 7년여만의 복귀이며 박 부회장에게는 첫 사내이사 선임이지만 정작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못하다.

박 회장은 지난 2015년 7월 ‘사기 파산’과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2008년 개인파산, 2011년 개인회생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식과 부동산 등 250억원 상당의 재산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신원의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가족과 지인 명의로 주식을 매입하고도 증여세 등을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2003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에도 ‘티엔엠커뮤니케이션즈’라는 광고대행사를 통해 단 1주의 주식도 없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자숙하겠다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지 않은 그는 재판 과정에서도 죄질이 나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2017년 8월 징역 4년과 벌금 30억원의 처벌이 최종 확정됐다. 1년이 지난 2018년 9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그는 즉시 미등기임원으로 신원에 복귀했다.

박 부회장 또한 아버지와 비슷한 시기에 회삿돈 75억원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2015년 11월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며 법정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났던 그는 2016년 5월 2심에서 재차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며, 같은 해 10월 징역 2년 6개월 형이 확정됐다. 이후 형기를 5개월 남기고 가석방으로 출소한 후 2개월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특히 박 부회장의 경우 경영 복귀와 함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약속한 ‘무보수 경영’ 선언을 넉 달 만에 뒤집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믿음’을 강조한 사명과는 정면 배치되는 오너일가의 행보로 인해 부자의 나란한 복귀설에도 뒷말이 따라붙고 있다.   

이밖에도 박 회장과 이해관계가 있는 인물이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에는 신길1동 새마을금고 유충규 감사가 이름을 올렸는데, 유 감사가 박 회장의 교회 인맥이라는 점이 주목 받는다. 서울 한 교회의 원로장로인 박 회장과 함께 유 감사는 현재 같은 교회 명예장로로 있다.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사외이사의 경우 독립성이 중요한 가치로 꼽힌다. 유 감사의 경우 오너 일가와의 유착 가능성이 있는 위치인 만큼 독립성 훼손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모든 논란에 대한 신원그룹의 공식적인 입장은 ‘책임경영’으로 정리된다.

오너 일가의 사내이사 선임의 경우 내수 부문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유 감사의 경우에는 오랜 기간 금융 감사를 맡아왔던 만큼 전문성과 경력을 중시했다는 해명으로 갈무리 됐다.

회사 경영에 있어 이익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자 의무다. 이를 관대하게 보면 ‘책임경영’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다만 도덕성에 심각한 흠집을 입은 인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바야흐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이 강조되는 시대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라는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기업이 환경을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가 투명하도록 개선해야 마땅한 시점이다.

소비 트렌드 또한 ESG를 실천하는 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한 번 신뢰를 잃었던 오너 일가와 그의 교회 인맥을 이사로 불러들이려는 신원그룹의 행보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태도로도 볼 수 있다. 허울 뿐인 ‘책임경영’은 결코 오너 일가의 방패막이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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