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억에 새로운 색을 입힌 ‘뉴트로’가 대세입니다. 소비자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기업들은 촌스러움을 훈장처럼 장식한 한정판 레트로 제품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비단 물건 뿐 아니라 옛 세탁소나 공장 간판을 그대로 살린 카페 등 힙한 과거를 그려낸 공간 또한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래된 기록이 담긴 물건과 공간들은 추억을 다시 마주한 중년에게는 반가움을, 새로운 세대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기자는 켜켜이 쌓인 시간을 들춰, 거창하지 않은 일상 속 ‘추억템’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1999년 초록매실 지면 및 영상광고, 초록매실 제품 [사진제공=웅진식품]
1999년 초록매실 지면 및 영상광고, 초록매실 제품 [사진제공=웅진식품]

“난 니가 좋아…너도 내가 좋니? 널 깨물어주고 싶어”

1999년, 신인가수 조성모의 수줍은 고백은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국내 첫 매실음료인 ‘초록매실’의 이름이 출시 후 23년까지도 여전히 대중의 뇌리에 각인돼 있는 것은 역시 첫 모델이었던 조성모의 활약 덕분이죠.

전통적인 먹거리 중 하나인 매실은 식중독을 예방하고 소화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기자 또한 배앓이를 할 때면 어머니가 건네주시던 매실액 덕분인지 매실에 대한 따뜻한 기억이 있습니다. 

웅진식품은 1999년 이런 매실의 효능에 주목해 음료 개발에 나섰습니다. 1987년 동일산업을 인수해 설립된 웅진식품은 1995년 대추음료 ‘가을대추’를 출시한 상태였습니다.

신제품 매실 음료의 브랜드명은 사내 공모를 통해 정해졌습니다. 당시 ‘푸른매실’ 부터 ‘참매실’, ‘매실향기’ 등이 함께 후보에 올랐지만 ‘상큼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금의 이름으로 낙점됐다는군요.

왼쪽부터 조성모가 15년만에 다시 찍은 초록매실 광고, 초록매실 광고주의 사과 화환 [사진=웅진식품, SNL코리아 페이스북 ] 
왼쪽부터 조성모가 15년만에 다시 찍은 초록매실 광고, 초록매실 광고주의 사과 화환 [사진=웅진식품, SNL코리아 페이스북 ]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초록매실의 광고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죠. 해당 광고는 조성모가 초록빛 매실 밭에서 초록매실을 앞에 두고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연습을 하는 콘셉트였다고 합니다. 

이에 화답하듯 매실이 활짝 피어난다는 설정이었지만 광고 촬영이 2월에 이뤄졌기에 초록빛으로 만개한 매실은 없었죠. 하는 수 없이 세트 제작비만 5000만원 넘게 들여 특수 제작한 매실이 달린 나무 앞에서 촬영을 했다는 후문입니다.

최고 제작비를 들인 것이 아깝지 않을 만큼 광고의 파급력은 엄청났습니다. 광고 방영 이후 초록매실의 연간 매출액은 1900억원 규모로, 그 당시에도 인기음료였던 코카콜라의 매출액을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매실음료의 인기로 이듬해인 2000년 해태음료의 ‘참매실’, 동원산업의 ‘청매실’, 상아제약의 ‘매력매실’, 일화의 ‘푸른매실’ 등 후발주자의 추격전이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훗날 조성모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초록매실 광고가 자신의 흑역사라고 고백했습니다. 광고 카피가 창피했지만 당시 빚이 있는 등 경제 상황이 어려워 거절할 수가 없었다는 해명이었습니다. 주변의 언급이 많아지자 남성적 이미지 구축을 위해 부른 노래가 3집의 댄스곡 ‘다짐’이라고 하네요.

이런 고백에도 2014년, 조성모는 15년 만에 초록매실과 다시 광고를 찍었습니다. 같은 해 5월 tvN의 <SNL코리아> ‘매실의 추억’ 코너에서 초록매실 광고를 재현하고 사람들이 손발이 오그라들어 죽는다는 설정으로 웃음을 준 이후 웅진식품의 러브콜이 들어온 것이죠.

왼쪽부터 ‘감성커피’의 초록매실 신메뉴, 초록매실 아이스크림과 젤리 [사진=웅진식품]
왼쪽부터 ‘감성커피’의 초록매실 신메뉴, 초록매실 아이스크림과 젤리 [사진=웅진식품]

이어 ‘깨물어주고 싶은 상큼함’을 코믹하게 재현한 두 가지 광고 영상과 함께 제품 라벨에도 조성모가 그려진 스페셜 에디션 2종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현재 초록매실은 음료 외에도 아이스크림과 젤리 등 새로운 카테고리로 변신해 소비자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추억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카페프랜차이즈 ‘감성커피’와 협업을 바탕으로 신메뉴 2종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재조명을 받으며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27% 증가했으며 지난해 매출은 2020년 대비 15.6% 가량 증가했습니다. 

웅진식품은 꾸준히 전통 식재료를 소재로 음료 시장의 문을 두드려 왔습니다. 1995년 가을대추를 시작으로 1999년 아침햇살과 초록매실, 2000년 하늘보리 등이지요. 

기성세대에게는 기억 한켠 추억의 음료로, 새로운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며 건강하고 신선한 추억을 전달하는 웅진식품의 향후 행보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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