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역대 최초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

아저씨 정치인들 줄여야 청년이 그 자리 참여 가능
청년이 쉽게 정치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 제공 필요
“어떤 옷 입을까 기대에 ‘걱정’”...의상논란 문제없어
“젠더 이슈, 내가 말하면 몇 배 더 커지는 게 문제”
‘청년 류호정’의 삶, 대중이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달라

‘청년’은 20대 대선 핵심 키워드다. 이번 대선은 청년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청년대선’이다. MZ 세대 정치인들은 이번 대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투데이신문>은 20대 대선을 기점으로 급부상한 청년 세대의 목소리와 이를 대변하는 ‘청년정치인’들의 생각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청년, 정치에 올라타다>라는 주제를 통해 차기 정부의 청년 정책 방향과 청년 국회의원들이 생각하는 미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투데이신문<br>
류호정 정의당 의원 ⓒ투데이신문

“‘아저씨 정치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인 국회의원 류호정은 청년 정치인을 늘리기 위한 해법으로 ‘아저씨 퇴출’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국회는 평균나이 55세 남성 의원이 전체의 82%를 차지하고 있다”며 “아저씨 정치인들을 줄여야 청년들이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브랜드가 되다시피 한 ‘의상 논란’에 대해서도 “요즘은 많은 분들이 어떤 옷을 입을까 기대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개인적인 패션 감각은 없다”고 호탕하게 웃는다.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엔 “관심 받는 걸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런 것에 시선이 집중되면 그걸 통해 정의당의 의제를 더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이 지나치게 젠더(gender) 이슈를 앞세우는 것 아니냐’는 일부 지지층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류호정이 젠더를 얘기하면 몇 배로 커지는 경향 때문”이라고 변론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껍데기’가 여성이고, 청년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그는 ‘사회적 약자 곁으로 다가가겠다는 당의 선거 캠페인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라 분석했다. 그는 “다당제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한 분들께서 많이 지지해 주셨다”며 “여전히 ‘당신들은 존재해야 한다.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투표해준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투데이신문>은 심상정 의원이 대선후보로 나섰던 정의당에서 홍보본부장 직을 맡아 대선을 이끈 ‘청년 국회의원 류호정’을 지난 24일 여의도 국회의원실에서 만났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투데이신문<br>
류호정 정의당 의원 ⓒ투데이신문

◆ 헌정사상 네 번째 최연소, 역대 최초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

1992년생인 류호정 의원은 올해 나이 만 29세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청년 정치의 상징’으로 여긴다. 그에겐 ‘헌정사상 네 번째 최연소 국회의원’이자 ‘역대 최초의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어떤 이들은 ‘성공한 20대 여성’이란 의미부여를 통해 그의 가치를 매기려 한다. 그러나 그에게서 ‘성공’이나 ‘금배지’ 같은 세속적 가치를 찾아보려 노력하는 건 거의 쓸모없는 시간 낭비다.

길진 않지만, 그 역시 그의 삶 안에서는 누구 못지않은 ‘치열함과 굴곡진 시기’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굳이 청소년기의 아픈 기억까지 들춰내지 않더라도 세찬 청년시절을 헤쳐온 류호정의 삶은 대중이 인식하고 있는 그것과 많이 달랐다.

그가 서 있는 지금의 자리는 사회 초년생일 때 당했던 성희롱과 직장 내 불평등 해소를 위한 노동조합 설립 주도, 해고(권고사직), 민주노총과 노동운동, 정치 활동 참여까지 의식의 흐름을 쫓아 투쟁해온 치열함의 결과다. 그렇게 다져진 전투력은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지 1년 만에 그를 여의도까지 이끌었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 당내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2차 정책검증대회에서 최다 득표하며 비례 1번을 따냈다. 전체 경선 순위는 19위였지만, 청년 후보 중 1위를 차지하며 무난히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확대되려면, 기회가 주어지는 게 중요하다”며 “저 역시, 지난 총선 당시 정의당이 채택하고 있는 ‘청년할당제’를 통해 비례후보가 됐고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 의상 논란, 큰 문제없다 생각...‘홍보수단’으로 활용

- 두 달 후면 임기 절반이 지납니다. 소회가 어떤가요.

“지금 활동하는 상임위가 산자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인데, 처음엔 많이 낯설었죠. 최연소였던 이유도 있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국정감사도 두 번이나 치러서인지 자신감도 넘치고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하하. 주변에서 걱정도 하고, 우려하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너무 어려서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런 것 때문에요.”

- 임기 전반 ‘의상 논란’ 때문에 많이 불편했을 것 같아요.

“저는 사실 크게 문제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관심 받는다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이미지를 통해 시선이 쏠리면 그걸 활용해서 정의당 의제를 더 잘 알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잘 써먹어야겠다’ 마음 먹었죠. 하하”

- 상당히 긍정적이네요.

“오히려 요즘은 ‘(류호정이) 어떤 옷을 입을까’ 너무 기대들을 하셔서 걱정이에요. 하하하. 사실 개인적으로 패션 감각이 있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하하.”

류호정 의원이 지난 2020년 8월 4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원피스 차림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류호정 의원이 지난 2020년 8월 4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원피스 차림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베스트 드레서’란 평도 많은 것 같던데요.

“그건 ‘홍보팀’ 센스가 뛰어나서 그런 겁니다. 하하하.”

류 의원은 총선 4개월여 후 분홍색 다이아몬드 무늬 원피스에 검정색 운동화를 신고 국회 본회의장에 나타나 집중적인 카메라 플래시를 받았다. 당시 회의를 마치고 나서는 그의 모습을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검은색 양복과 넥타이 일색인 여의도'에 ‘의상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표현대로 ‘아저씨들’이 판치는 여의도에서 그의 의상은 파격이었다. 당장, “국회로 바캉스 갔냐”는 등 누리꾼들의 비난성 댓글이 폭발했다. 외신까지 가세했다. 미국 CNN은 ‘한국 의원이 복장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고 했고, 영국 가디언은 ‘구시대에 도전하는 한국 여성’이라고 보도했다. 이후에도 그의 파격은 계속됐다.

그러나 그의 ‘의상 퍼포먼스’는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해 6월엔 자신이 대표 발의한 ‘타투업법’ 제정을 알리기 위해 등 파인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등에 새긴 보라색 타투를 드러내며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 이번 대선을 통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됐나요.

“이번 대선은 세대별로 후보에 대한 지지 이유가 달랐다고 봐요. 상호 반대를 위해 양 진영이 결집했는데, 소수정당인 정의당이 중간에서 향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컸던 선거였다고 생각해요. 정의당은 반대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당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존재 이유를 ‘안티테제(Antithese, 반대의견)’가 아닌 상태로 그 자체를 증명해야만 했었죠.”

- 어떻게 증명했나요.

“그러니까 거대 당들이 대변하지 않는 사회적 약자들, 즉 ‘다뤄지지 못하고 지워진 사람들 곁에 가겠다’는 선거 캠페인을 많이 했어요. 그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신 분들이나 다당제 정치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한 분들이 많이 지지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건 정의당 지지층에선 세대 차이 없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 총선 당시 받은 지지율보다 훨씬 떨어졌어요.

“정의당 지지층은 소위 ‘정치 고관여층’이 많은데, 지지하신 분들 중엔 그동안 정의당이 해온 일들을 지켜봐 오셨을 테고, 그런 차원에서 결과를 살펴보면 여전히 ‘당신들은 존재해야 한다.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투표해주신 거라 생각합니다. 정말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 계기였습니다.”

- 일부에선 ‘정의당이 소멸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하던데요.

“사회적 약자와 지워진 시민들 곁에 서서 그들을 외면하지 않은 정의당을 ‘버릴 수 없다’는 생각으로 지지해준 분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당의 규모나 여러 여건 등을 보고 현실적 한계에 대해서도 많이들 말씀해 주십니다. 결선투표제조차 없는 지금의 정치체제에선 분명한 한계가 있고요. 그러나 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고, 정치개혁도 꾸준히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투데이신문<br>
류호정 정의당 의원 ⓒ투데이신문

◆ 예상되는 ‘노동시간 유연 정책 퇴행’ 막아야 해

- 임기 초 ‘청년 불평등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었잖아요.

“불평등 문제는 청년들이 겪을 때 더 크게 다가온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반기 동안 ‘임금체불방지법’이나 ‘부당사직방지법’, ‘쪼개기알바방지법’ 같은 청년노동3법을 대표적으로 발의했어요. 이런 건 사실 청년에만 국한되는 건 아닙니다. 일하는 노동자, 시민이면 누구든 보호받을 수 있는 법안이죠.”

- 본회의 통과된 건은 뭔가요.

“법안 발의까진 한 상태지만, 현재까지 통과된 건 없어요. 노동 관련 법안 대부분이 경영계 반대가 많다 보니, 상정이 참 어려워요. 지속적인 소통은 하고 있는데, 계속 뒤로 밀립니다.”

- 임기 내 통과가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전반기를 산자위에서 활동하다 보니, 이런 점에서 힘에 부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환노위(환경노동위원회)나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가 아니라서 후반기엔 활동이 좀 ‘원활한’ 상임위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어쨌든, 임기 끝날 때까지 추진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 지금의 청년 정책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저 역시 회사 다닐 때도 그랬지만, 의원실에도 청년들이 많은데 여러 얘길 다양하게 들어보면 ‘청년 정책이 있긴 있는 것 같다’는 자조 섞인 말들을 많이 해요. 특히, 주거 관련해서는 정작 받으려고 하면 해당되는 게 없다고들 하죠. 일단, 조건이 너무 까다롭고 제한적이라는 겁니다. 범위도 좁고. 궁극적으론 청년들의 생활 안정에 별 도움이 안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 현 정부의 주거정책도 문제가 많았고, 쉬운 문제는 아니죠.

“맞아요. 너무 큰돈이 드니, 아무리 열심히 해도 노동소득에 복지정책이 더해져도 ‘월세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거죠. 월세와 집 소유의 갭이 너무 크니까, 주택을 제공해줄 게 아니라면 부동산 문제는 거시적 관점에서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당 차원에선 어떤 방식을 해결책으로 생각하고 있나요.

“장단기적 방안이 있는데요. 장기적으론 공공주택 확충과 자가비율을 높이는 겁니다. 그러면서 투기문제도 해결해나가야 하고요. 단기적으론 저소득 청년들에게 월세 지원을 한다든지, 월세 사는 청년 부모에게 세액공제를 확대한다든지 하는 방안이 있고요.”

- 윤석열 정부의 청년 정책은 어떻게 전망하나요.

“청년들을 위하겠다는 말은 많이 했는데, 정작 알려진 청년 정책은 없는 것 같아요. ‘여가부 폐지’나 ‘무고죄’ 등의 메시지가 너무 커서, 있더라도 가려지지 않았을까 싶고요. 또 청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거나 일자리 정책은 정의당 생각과 맞지 않고, ‘120시간 노동’ 발언처럼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진짜 그렇게 할 것 같나요?

“민주당 정부에서도 탄력근로제가 개악 처리됐는데, 국민의힘은 이것보다 더 해야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잖아요. 그런 기조로 볼 때 노동시간 부분은 충분히 퇴행될 수 있다고 봐요. 이건 꼭 막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 노동 분야 정책에 대한 고민이 크겠어요.

“정의당이 역할을 잘 못하면, 그동안 어렵게 일궈온 ‘노동권 확대 역사’가 뒤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이 부분은 임기 동안 잘 지켜내야 할 사항이라고 봐요. 하지만, 새 정부가 잘 할 거라고 믿어요. 물론,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난해 12월 17일 류호정 의원이 심상정 대선 후보, 여영국 대표와 함께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PI 서브컬러 공개 브리핑에서 새로운 PI와 서브컬러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12월 17일 류호정 의원이 심상정 대선 후보, 여영국 대표와 함께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PI 서브컬러 공개 브리핑에서 새로운 PI와 서브컬러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아저씨 정치구조’ 바꾸고 청년할당제 도입해야

- 청년들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죠. 제가 우리 당이 채택하고 있는 ‘청년할당제’를 통해 국회의원이 됐는데, 청년들이 쉽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지금 국회의원 구성비를 보면, 평균나이 55세 남성이 전체의 82%나 되는데요, 이 틀을 깨야 합니다. 그래야 청년은 물론,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국회로 들어올 수 있어요. 지금과 같은 ‘아저씨 정치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청년들의 정치 참여 기회는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의당은 지난 총선 당시, 당선권에 만 35세 이하 청년 5명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비례 1번을 포함해 당선권 경쟁명부의 20%(5명)를 청년에게 할당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류 의원(비례 1번)과 장혜영 의원(비례 2번)이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 ‘아저씨들’이 한국 정치를 망치고 있네요.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에 나선 후보 다섯 분도 모두 아저씨잖아요. 청년이나 여성 정치인이 적다 보니, 아저씨들만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대통령직) 인수위원들도 전부 아저씨들이고. 이젠 아저씨 정치 그만해야 합니다. 아저씨들을 줄이면 청년이든, 여성이든 들어오게 돼 있어요. 아저씨들만으로는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합니다. ‘청년을 늘리겠다’, ‘여성 비율을 확대하자’ 이러는 것보다 ‘아저씨를 줄이겠다’ 이런 게 더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4일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4선의 안규백(61세) 의원을 비롯해 박광온(3선, 65세), 김경협(3선, 60세), 이원욱(3선, 59세), 박홍근(3선, 53세) 의원 등 5명이다. 출마자 모두 50대(2명)와 60대(3명)다. 신임 원내대표는 이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은 박홍근 의원이 당선됐다.

- 정치권이 청년할당제 고민을 많이 해야겠어요.

“청년할당제 도입은 각 정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사회·경제적 기반이 부족한데, 똑같이 경쟁하라는 건 불공평하잖아요. 청년들이 정치하려고 할 때 허들을 치워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그래도 ‘여성할당제’는 여러 군데서 하잖아요. 국회의원 비례대표도 그렇고.

“국회의원도 비례대표 할당이 있으니 그나마 여성비율이 18%가 되는 겁니다. 이마저 없었다면 어림도 없죠. 한국정치 역사가 긴데, 그동안 청년정치인 양성을 방치했어요. 큰 당들이 인재가 없다고들 하는데, 그보다는 인재 키우는 노력을 안 한 겁니다. 이젠 더 이상 그런 핑계 대지 말아야 해요.”

- 지난 총선 땐 ‘청년 공천’도 많이 하지 않았나요.

“공천은 했지만, 상당한 비판을 받았죠.”

- 왜죠?

“각 당에서 ‘청년정치인을 배출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일부 지역에 청년들을 공천하긴 했는데, 전부 험지로 내모는 바람에 모두 낙선했거든요. 보여주기식 공천을 한 거죠. 청년공천과 출마에 따른 경제적 지원확대 같은 걸 법안으로 낸 의원도 계신데, 사실 이 문제는 거대 양당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젭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투데이신문

◆ 노조 만드는 것 보다 ‘입법 활동이 더 의미 있다’는 생각에 정치 마음먹어

-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게임회사 다닐 때 노동 관련 부분에서 문제의식을 많이 느꼈어요. 장시간 노동과 고용불안, 수평적이지 못한 조직문화 같은. 그래서 노동조합 설립도 추진했고요. 나중에 민주노총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모든 회사에 노조를 만드는 것보다 근로기준법 하나 바꾸는 게 훨씬 더 많은 사람을 보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각 회사별로 노조를 만들면 그 회사 사정은 좀 나아지겠지만 노조 없는 곳이 너무 많았거든요. 특히 작은 회사일수록 심했어요. 진짜 노조가 필요한 곳은 점점 더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법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이른 거네요.

“그렇죠.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면서 ‘법을 만들고 바꾸는 곳이 어딜까’ 생각해보니, 국회더라고요. 국회의원도 ‘입법노동자’니까, 의미 있는 노동활동도 가능하겠다 싶었고요. 그래서 ‘국회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때 마침 정의당에서 청년할당제를 채택해 도전하게 된 거죠.”

- 많은 청년들이 비슷한 생각을 한다고 모두가 국회의원이 되는 건 아니죠.

“하하. 그렇죠. 제가 정당(정의당)에 가입한 건 2017년 말쯤인데요. 총선(2020년) 때 입당해서 비례후보가 되고 바로 국회의원이 된 건 아닙니다. 사회초년생일 때 촛불집회에 나간 적이 있는데, 이후 정치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19대 대선 끝나고 입당을 했죠. 그렇게 정당 활동과 회사생활을 병행하면서 직접 노동조합 설립도 추진했는데, 당시 경험은 제 삶에 많은 영향을 줬어요. 그때 ‘내 삶을 내가 바꿔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었거든요.”

그는 대학(이화여대 사회학과)을 졸업하고 컴퓨터 게임회사에 입사했다. 당시 그는, 노동조합이 없는 회사에 노조를 만들려다 ‘잘렸다’. 형식은 ‘권고사직’이었지만, 사실상 해고나 마찬가지였다. 그 사건은 그가 노동운동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민주노총에 들어가 화섬노조(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함) 선전 홍보부장를 맡았고, 정의당 성남시 위원회 부위원장과 경기도당 여성위원회 위원장을 거치며 국회에 들어왔다.

- 대선결과를 두고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얘기가 많아요.

“이번 대선에서 기후위기극복(녹색)과 노동(적색), 성평등(보라색)을 의미하는 PI(party identity-정당 이미지) 서브컬러를 새로 지정했는데, 이 세 가지 주요가치를 조화시키면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지지층도 변화가 있어 보이고요.

“정의당 지지층은 크게 노동자와 청년·여성이라 할 수 있는데, 지금은 노동운동도 계속 바뀌잖아요. 과거와도 많이 다르고. 또 정규직이 된다 해서 평생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여러 환경변화에 맞는 새로운 비전을 잘 제시해야 한다고 봐요. 특히, 노동관계법상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그래서 이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고, 또 그렇게 하고도 있어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향후 20년의 정책을 재정비하고 나가야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 당의 기조가 노동에서 기후위기, 젠더 등으로 확장되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다만, 좀 더 ‘가시화되는 것’이라고 봐야겠죠. 원래도 당 강령 안에 기후위기극복이 있고, 성평등이 있어요. 다만, 이걸 색으로도 표현하고 정책으로 어필해 진보적 어젠더로 더 크게 연대해나가겠다는 겁니다.”

- 일부 지지층은 ‘당이 젠더 이슈를 너무 앞세운다’고 주장합니다.

“젠더 문제를 ‘류호정’이 하면 몇 배로 커지는 경향이 있어요. 이건 제가 ‘껍데기’가 여성이고, 청년이기 때문에 더 그런 거라고 봐요. 지금 산자위에서 활동하며 기후위기와 노동문제가 결합된 ‘정의로운 산업전환’이라는 의제를 많이 다루는데, 다들 이런 활동들은 잘 모르고 계세요. 젠더로 연결되는 부분을 ‘어쩔 수 없다’고만 할 순 없지만, 노력은 해야겠죠.”

- 지금 준비하고 있는 청년 정책 관련 법안이 있나요.

“노동교육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인데, 이건 청년만을 위한 건 아니에요. 우리 모두는 일하는 시민으로서 필요한 교육기회가 너무 적어요. 경영자가 되겠다 해도 노동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위원회 소관 법률인데, 해외 경우는 단체교섭을 학교 다닐 때 경험하거든요. 우린 그런 게 전혀 없죠. 해서 노동시민으로서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근로계약서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 채 사회에 던져지잖아요.”

경남 의령 출신인 그는 창원에서 초중고를 다녔다. 인터뷰 내내 그는 유쾌한 웃음과 시원시원한 사투리를 정감 있게 구사하며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의 웃음은 호탕했고, 호기(豪氣) 넘쳤다. “나는 입법노동자”라고 강조하는 대목에선 MZ세대만의 ‘특징’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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