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봉개동 4·3 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소 [사진제공=뉴시스]<br>
제주시 봉개동 4·3 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소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제주 4·3 사건 당시 군사재판을 받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당한 피해자 40명이 직권 재심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 29일 제주지법 형사 4-1부(4·3 재심 전담재판부 장찬수 부장판사)는 내란죄 및 국방경비법 위반 등으로 옥살이를 한 고(故) 고학남씨 등 40명에 대한 직권 재심 사건 첫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광주고검 소속 제주 4·3 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 수행단은 선고 전 공소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제주 4·3 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 수행단 변진환 검사는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군경에 연행돼 군법회의에 의해 처벌받은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들이 내란죄 또는 국방경비법 위반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기소에 따른 혐의 입증은 검찰이 해야 하지만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피고인들에 대해 각 무죄를 선고한다”고 곧장 말했다.

무죄가 선고되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유족 등 관계자들 사이에선 박수와 눈물이 터져 나왔다.

재판부는 수형인 및 유족에게 “피고인들은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 희생됐고, 목숨마저 빼앗겼다. 피고인들은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지만’이라고 오늘날 우리에게 말한다”고 위로의 뜻을 밝혔다.

4.3 희생자 고(故)양두봉씨 조카 양상우씨는 “지금이라도 이런 직권 재심을 무죄판결을 내려주셔서 고인이 된 조부모님께서도 어느 정도 위로가 되지 않으셨을까 생각한다”며 “나머지 행방불명되신 2500여 분들도 이 기회를 기해서 하루속히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구인들 중 유일한 생존자인 고태명씨는 “경찰이 두드려 패고, 전기고문 당해가지고 이제는 잘 걷지도 못하고 이런 상태에 있다”면서 “억울함을 어떻게 해야 겠나. 여러분이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무죄선고에 대한 뜻을 밝혔다.

합동수행단 관계자가 제주4·3 희생자 명부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합동수행단 관계자가 제주4·3 희생자 명부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날 직권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40명은 4·3 사건 군법회의 수형인명부에 기재된 2530명 중 인적사항이 확인 및 관련 자료 수집 등으로 수형인 특정을 마친 사례들이다. 당시 수형인들은 중학교 재학 중 경찰에 연행됐다. 이후 1948년 12월 군법회의에서 내란죄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인천형무소에 복역했으며,  6·25 전쟁 이후 행방불명된 10대 청소년 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는 30일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김부겸) 제28차 회의에서 3272명이 희생자와 유족으로 추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 중 희생자가 38명이고 유족이 3234명이다. 희생자는 사망 21명, 행방불명 10명, 수형인 7명이다.

이번에 결정된 희생자와 유족은 지난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진행된 추가 신고 기간에 신고한 이들 중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실무위원회의 사실조사와 명예회복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쳤다.

7차 추가 신고 기간 희생자 360명 유족 3만2255명 등 3만2615명이 접수했고 이 중 4098명(희생자 44·유족 4054명)이 결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명예회복위원회가 지난 2002년부터 결정한 4.3 희생자와 유족은 9만8917명으로 늘었다. 희생자가 1만4577명이고 유족이 8만4340명이다. 

김승배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올해 접수받은 7차 희생자 및 유족 신고 건에 대한 사실조사와 심의·결정 요청을 조속히 마무리해 유족들의 아픔 해소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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