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서비스업···축사 읽는 시대 끝나
내 역할, 청년들 위해 ‘사다리’ 놓는 것
586세대 ‘짱돌’, 20대는 온라인서 들어
20대, 창문 없는 반지하 고시원서 보내
집안 형편 어려워 ‘마도로스’ 꿈 포기해

장경태 의원 ⓒ투데이신문
장경태 의원 ⓒ투데이신문

“정치는 대국민 서비스업입니다. 국회의원 지위는 더 이상 권력을 상징하는 완장도 아니고, 지역구 행사 가서 보좌진이 써 준 축사나 읽는 그런 자리도 아닙니다.”

‘국회의원은 고객(국민) 만족을 위한 상품(정책)개발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서비스(입법 발의)하는 자리’라고 강조하는 그는, 자신이 왜 정치를 하는지에 대한 소명의식을 분명히 밝혔다.

청년 국회의원으로 시작한 전반기 2년 소회를 그는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공부도 되고 얻는 게 많은 시간이었다”며 “(국회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30대 국회의원이 나온 건 20년 만에 처음>이라는 기록을 세운 1983년생 청년 국회의원 장경태(38. 더불어민주당 동대문 을)는 “청년들에게 ‘정치 사다리’를 놔주는 게 청년 정치를 확대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평당원으로 출발해 15년 만에 국회의원 배지를 단 그는, 정치는 물론 주거와 창업지원 등 청년 문제를 푸는 방법 역시 한 단계씩 밟고 올라갈 수 있도록 모든 분야에 ‘정책 사다리’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피선거권 하향, 정당가입 연령 만16세 하향 등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을 통해 여러 청년정책 입법을 추진한 그는, 청년 정치인 양성 허들을 낮추지 않으면 여전히 부족한 청년 정치 확대는 요원하다고 진단한다.

청년 국회의원 입장에서 치른 이번 대선과 관련해서 그는 “우리 당만의 공정한 복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경쟁 상대가 들고 나온 프레임에 말려들었다”며 “전략적인 면에서도 실패한 대선”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윤석열 정부엔 청년도, 청년 정책도 없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윤 당선자는 지난해 12월 후보 당시, ‘차기 정부에선 30대 장관이 많이 나올 것’이라 공언했음에도 최근 발표한 초대 내각엔 30대가 없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20대부터 시작된 ‘반지하 삶’, 지금도 못 벗어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장 의원을 ‘금수저 출신’으로 알고 있다. 이는 아마도 고생 없이 자랐을법한 멀끔한 외모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silent language) 이미지가 주는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자신의 지역구인 동대문구 소재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오리지날 흙수저다. 그의 재산은 총 4억5684만원이다. 이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해 3월 공개한 ‘2021년 정기재산변동신고 내역’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실제 그의 재산은 사실상 마이너스 상태다. 신고금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모님 재산과 후원금, 또 대출 받은 전세금을 감안하면 수천만 원의 빚을 안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총선 전엔 빚이 없었다.

그의 20대 삶은 창문 없는 반지하 고시원 인생이었다.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그는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토록 치열한 삶 속에서도 20대 중반부터 시작한 정당 활동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난 2008년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 당시엔 ‘반값등록금’ 운동을 주도하며 초대 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학생위원장을 맡아 광우병 집회를 이끌기도 했다. 당시 광화문 광장을 둘러싸고 있던 경찰버스 차벽을 ‘명박산성’이라 이름 지은 사람도 그였다.

전남 순천 태생인 장 의원은 원래 대양을 누비는 ‘마도로스’가 꿈이었다. 부산에 있는 한국해양대학교에 입학한 것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입학 전후 가세가 기울면서 학교를 그만뒀다.

돈을 벌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막노동과 선원생활로 종자돈까지 모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았다. “막상 사업을 하려고보니, 20대 초반이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도저히 안 돼 다시 대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그는 해양대 자퇴 2년 만에 서울로 올라와 시립대에 입학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기 때문에 30대에 국회의원까지 됐을 것’이란 오해를 받는 흙수저 청년 정치인 장경태는, 어떤 생각을 하며 의정활동에 임하고 있을까. 그를 여의도에서 만났다.

장경태 의원 ⓒ투데이신문
장경태 의원 ⓒ투데이신문

◆586이 20대 때 광장에 짱돌 들고 나갔다면, 지금 20대는 온라인서 짱돌 들어

-초선 국회의원으로 2년 가까이 활동해보니, 어떤가요.

“국회의원은 더 이상 권력을 가진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통화하다보면, 의정활동을 하는 건지 텔레마케터인지 분간이 안 될 때도 있거든요. 하하. 이젠 정치도 서비스업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지역구 관리까지 하려면 만만치 않겠어요.

“국회의원 역할은 노력하는 만큼 배우고 얻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아무것도 안 한다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냥 지역구 다니면서 주민들과 인사 나누면서 ‘맛집’ 찾아다니고 그래도 되거든요. 하지만, 하루하루 현안이 다르게 변하는 곳이 국회고 정치이기 때문에 끝없이 챙기고 공부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가 없겠더라고요. 의정활동 하면서 특별하게 느낀 건, 국회라는 곳이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곳이더라고요. 하하.”

-지역 주민들 평가는 어떤가요.

“주민들은 지역 공약 약속을 지킨 의원이라고 좋게들 평가해주세요. 물론, 그렇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도 당연히 계시고요.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지역행사가 거의 없었어요. 있다고 해도 과거처럼 행사 참석해서 보좌진이 써준 축사나 읽는 그런 정치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해요.”

-청년 정치인 입장에서 이번 대선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세대 담론은 어느 대선 때나 있었잖아요. 청년 유권자가 중요하다는 건 이번 대선뿐 아니라 과거에도 나타났던 현상이고요. 그럼에도 두드러지게 보였던 건 40대 이상의 정당 지지율이 고정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투표권을 행사한지 얼마 안 되는 2030은 특정정당 지지강도가 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선 때마다 각 정당이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젊은 세대가 보수화됐다는 주장도 있어요.

“그건 동의하기 어렵네요. 2030은 철저하게 이익투표를 했어요. 어느 정당이 그들을 대변하는지 고민한 결과가 표심으로 나타난 거죠. 다만, 성별로 갈라진 특징이 두드러졌을 뿐입니다. 과거, 세대 묶음 식으로 2030 여론이 움직였다면 이번엔 남성과 여성으로 갈린 거죠. 20대가 어려운 상황인 건 분명하지만, 이 문제를 그들 스스로 만든 건 아니잖아요. 문재인 정부가 20대 여성을 우대하거나, 20대 남성을 차별하지도 않았고요. 그럼에도 성 대결로 진행된 건 안타까운 일이죠.”

-과거 젊은 세대들은 광장이나 거리로 나가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했는데, ‘지금 청년들은 그런 게 없다.’ 이런 얘기도 있고요.

“없는 게 아니라, 의사 표현 방식이 달라진 겁니다. 586 선배들이 과거 ‘짱돌’을 들고 광장에 나갔다면, 지금 20대들은 ‘온라인 짱돌’을 들고 인터넷 광장에 모이는 거죠. 이들은 언제든 불이익이 있거나 납득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온라인에서 짱돌을 듭니다. 숨죽이고 있거나, 자신들의 생각이나 목소리를 감추는 게 아니에요.”

-온라인 소통 방식이 중요해진 시대이긴 하죠.

“2030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데, 이런 커뮤니티 여론은 대선에서도 상당한 파괴력을 보였어요. 20년 전만 해도 온라인 홍보를 홍보본부 내 ‘SNS 팀’ 정도로 조직해 운영했지만, 지금은 동급기구로 취급될 정도로 SNS 선거 비중이 크잖아요. 그만큼 위상이 높아진 거죠.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서 ‘59초 짤’이나 ‘숏츠’, ‘밈’ 등으로 홍보했는데, 이런 것들은 6070을 겨냥해 만든 게 아니거든요. SNS 선거는 이제 대세입니다.”

국민의힘은 올 1월 초부터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의 생활밀착형 공약 핵심 내용을 알기 쉽고 빠르게 전파하겠다는 취지에서 1분미만의 ‘공약 짤’을 공개하는 신개념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아이디어는 유튜브에 친밀한 2030세대를 겨냥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기획으로, 한 달여 동안 29편이 공개돼 누적 조회수 1450만회를 기록했다.

장경태 의원 ⓒ투데이신문
장경태 의원 ⓒ투데이신문

◆“내 역할은 청년 위한 ‘사다리’ 놓는 것”

-청년 정책 관련 법안을 많이 냈죠.

“현재 청년 관련법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과 청년기본법 두 가지가 있는데, 부족한 청년 정책을 위한 청년 사다리 정책 법안을 많이 냈습니다. 사실 청년 문제는 정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치가 부족해서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게 부족한가요.

“청년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관련 예산이 24조원 정도까지 늘었는데, 눈에 띄는 정책이 없어요. 상품(정책)이 너무 다양해서 어떤 게 좋은지 모를 정도로요. 청년일자리 국가책임제나 청년주거 국가책임제 같은 대규모 뉴딜사업 수준의 대책을 강구해야한다고 제안했었는데, 결국 쪼개기식 안을 가져왔더라고요.”

-청년 사다리 정책은 뭐죠.

“대부분의 청년 관련 법안에 사다리 단어가 있어요. 청년정치 사다리법, 모병제 사다리법, 청년주거 사다리법, 청년창업 사다리법처럼요."

-그러네요.

“제가 흙수저 출신이면서 평당원으로 시작해 서울에서 20년 만에 30대 국회의원이 된 케이스인데, 대다수 의원들은 고시 출신, 청와대 출신, 장·차관, 해외유학파 아니면 명문대 출신이거든요. 평범한 분이 거의 없죠.”

-어떤 의미인가요.

“정치 사다리가 있으면 평범한 청년들도 쉽게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일반 기업도 평사원 출신 임원이 있는데, 왜 국회의원은 평당원 출신이 없는 걸까’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평당원부터 대학생위원장, 청년위원장 등의 과정을 한 단계씩 밟아 올라온 저처럼 다른 청년들에게도 사다리를 놔줘야겠다 생각한 거죠.”

-‘금수저 출신’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던데요.

“그러니까요. 제가 부잣집 아들처럼 보이나 봅니다. 하하.”

‘사다리 정책’은 청년정책 관련 법안을 시리즈로 발의하는 장 의원의 브랜드다. 그는 임기 시작 직후 1호 법안으로 제출한 청년정치사다리3법을 시작으로 주거사다리, 창업사다리, 금융사다리 등을 연이어 냈다. 청년을 위한 사다리를 만드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의회 내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몇 안 되는 청년 국회의원으로 평가받는다.

-청년 정치 사다리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사다리 시리즈 중 첫 번째가 정치사다리인데요. 핵심 내용은 ‘지방의원 후보자도 후원회를 둘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는 것’입니다. 제가 국회의원 출마할 때 신고한 재산이 1000만원이었는데요. 상대 후보와 1000배가량 차이가 나더라고요. 하하. 1000만원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다는 건 어림도 없는 얘기잖아요. 그나마 국회의원 출마후보는 후원회를 둘 수 있어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는데, 아마 지방선거였으면 출마도 못했을 겁니다.”

-청년 주거 사다리법은요.

“제가 지금 지역구에서 반지하에 살고 있는데, 저는 20대 대부분도 반지하 고시원에서 지냈어요. 그것도 창문 달린 방에선 살아 본 적이 없고요. 창문이 있으면 월세가 6~7만 원 더 비싸거든요. 30대가 됐는데도 주거여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요. 고시원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반지하를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요지는, 아무리 노력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사다리가 없으니까 위로 올라갈 수 없더라는 겁니다.”

-주거사다리를 어떻게 놓겠다는 건가요.

“대다수 청년들은 저와 마찬가지로 아무 지원 없이, 사다리 없이 서울에서 집 장만하는 게 사실 불가능합니다. 아파트는 엄두도 못 내고요. 그래서 지방세특례제한이나 공공주택특별법 등을 개정한 청년 주거 사다리법을 제정했어요. 제도적으로 청년 관련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여러 제한조치를 완화하고 보완도 했고요.”

장경태 의원 ⓒ투데이신문
장경태 의원 ⓒ투데이신문

◆청년정치·인재 육성하려면, 허들 더 낮춰야 해

-차기정부의 청년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윤석열 정부엔 청년정책이 없는 것 같아요. 장병 급여 200만원 공약마저도 지켜봐야하는 상태잖아요. 이것도 사실은 장병 복지, 즉 국방예산이지 청년정책이라 할 순 없죠. 현재까지의 내각인선도 ‘경육남(경북, 60대, 남성)’에, 30대 장관으로 발탁된 사람도 없고요.”

인터뷰 직후인 13일 오후 2시. 윤 당선자는 10일 8개 부처에 대한 1차 내각인선에 이어 2차 내각(8개 부처)을 발표했지만, 1차 때와 마찬가지로 30대 장관은 한 명도 없었다. 14일 발표된 마지막 농림축산식품부와 고용노동부 장관도 30대가 아니었다.

-정치개혁특별위원으로 활동 중인데. 청년정치인 확대 법안도 냈죠.

“정개특위에서 통과시킨 게 피선거권 하향이나 정당가입 연령 만16세 하향, 청년추천보조금제, 청년정치발전기금 국고보조금 5% 등인데 이번 지방선거 때부터 즉시 시행됩니다. 기탁금 및 선거비용 반환요건 완화, 할당제 등 청년정치 인재육성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나 허들도 더 낮춰야 하는데 이걸 다 처리하지 못하고 사퇴하게 돼 아쉽네요.”

-정개특위 활동 기간이 아직 남아 있지 않나요.

“원래 다음 달 말까지인데, 국민의힘이 정치개혁안을 거부하면서 어제(12일) 협상결렬을 선언했어요. 15일까지의 본회의도 오늘(13일) 열렸어야 했는데, 이것도 열리지 않아 사퇴입장 기자회견을 할 예정입니다. 인터뷰 마치면 기자회견장으로 가야해요. 하하. 해야 될 일이 많은데, 다 완수하지 못해 아쉽죠.”

장 의원은 이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직에서 사퇴했다. 인터뷰 직후 국회 소통관으로 달려간 그는 같은 당 이탄희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관련한 2인 선거구 폐지법 처리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위원직을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장 의원은 “양당 나눠먹기식 2인 선거구 폐지법은 무산됐다. 수많은 정치개혁 법안이 논의조차 못하고 쌓여 있다”며 “정개특위 활동시한이 한 달 여 남았지만, 지금 사퇴의사를 밝히는 건 국민의힘의 전향적 입장을 기다리기엔 국민의 희망고문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경태 의원이 같은 당 이탄희 의원과 함께 지난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때 약속했던 '기초의원 2인선거구 폐지법' 처리가 무산된 것에 대해 사과한 뒤 정개특위 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장경태 의원이 같은 당 이탄희 의원과 함께 지난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때 약속했던 '기초의원 2인선거구 폐지법' 처리가 무산된 것에 대해 사과한 뒤 정개특위 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서울에서 등록금 가장 저렴한 대학 선택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뭐였나요.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일 때 반값등록금 운동을 추진했었는데, 시립대 오기 전 부산에 있는 해양대학교를 잠깐 다닌 적이 있어요. 당시 아버지 사업 실패로 등록금 대출을 받으려 학생처에 갔더니, 부모님 서명을 받아오라 그러더라고요. 민법상 만 20세가 안 된 미성년자라서. ‘형편이 어려워 학자금 대출을 받겠다는데, 왜 부모님 사인이 필요하냐’고 했더니, ‘법과 제도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 그러더군요. 결국, 대출이 안 돼 학교를 그만 뒀죠. 하하.”

-대학 등록금 때문에 정치를 하게 된 셈이네요.

“처음부터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사실, 정당 활동 할 때도 학생운동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으로 했거든요. ‘학교에서 하던 운동을 장소만 정당으로 옮겨서 한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당시엔 정말 학생운동을 정당 안에 심겠다는 마음이었죠. 하하."

-해양대 그만 둔 후엔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겠어요.

“그랬죠. 자퇴 후엔 다시 대학 갈 생각을 안했으니까요. 그래서 실제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배도 타고 막노동도 하면서 돈을 모았고요.”

-사업을 하진 않았잖아요.

“막상 하려고보니까, 20대 초반의 새파란 청년이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다시 대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그렇게 결정하면서 ‘이왕 다시 할 거면 서울 가서 공부하자’고 마음먹었고, 그때 찾은 학교가 서울시립대였어요. 등록금이 제일 쌌거든요. 하하. 사립대는 엄두도 못 냈고요.”

-해양대 간 걸 보면, 선장(船長) 꿈이 있었나봅니다.

“마도로스가 되고 싶었죠. 하하하.”

-등록금 때문에 자퇴했는데, 대학을 다시 들어갔네요.

“그래서 사실 대학생이 아니라 ‘알바생’으로 살았습니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죠. 세 시간 수업 듣고 여덟 시간을 아르바이트로 보냈으니까요. 그때 호프집, 당구장, 전단지 배포까지 안 해본 게 없어요. 나중엔 ‘대학을 다니기 위해 알바를 하는 건지, 알바를 위해 대학생활을 하는 건지’ 정체성이 혼란스럽더라고요.”

-그래서 반값등록금 운동에 매달렸나 봅니다.

“그렇게 알바생 삶을 살면서 총학생회장을 맡게 됐는데, 당시 등록금을 대출받아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반값 등록금제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운동을 병행 추진하게 된 거죠.”

-결실을 맺었나요.

“그런데, 이게 학생운동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한 게 정당 활동이었어요. 2010년 지방선거 때는 반값등록금 공약을 내 걸고 서울시의원에 출마하기도 했었고요. 물론, 낙선했죠. 결국, 2011년에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이듬해부터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은 실현됐어요.”

지난 2008년 9월, 서울경찰청 정문 앞에서 유모차 부대 까페 회원과 광우병국민대책위, 언론장악저지 네티즌연대 회원 들이 경찰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주도 혐의로 '유모차부대' 운영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에 대한 표적수사 항의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08년 9월, 서울경찰청 정문 앞에서 유모차 부대 까페 회원과 광우병국민대책위, 언론장악저지 네티즌연대 회원 들이 경찰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주도 혐의로 '유모차부대' 운영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에 대한 표적수사 항의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광우병 집회 경찰 차벽 보고 ‘명박산성’ 떠올라 작명

-정당 활동은 언제부터 한 건가요.

“2006년부터 했어요. 당원으로 가입한 건 2008년이었고요. 당시 민주당에 청년위원회가 있었는데, ‘나는 대학생이다. 청년위원회는 있는데, 대학생위원회는 왜 없냐. 청년운동과 학생운동은 다른 것 아니냐’고 했더니 당에서 ‘그럼 직접 만들어보라’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생위원회를 만들어 초대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어떤 활동을 했나요.

“대학생위원장을 맡았을 때 ‘광우병 파동’이 터졌는데,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면서 본격적인 정당 활동을 하게 된 거죠. 집회 때 경찰버스가 광장을 성벽처럼 빙 둘러쌌는데, 그걸 보고 ‘명박산성’이란 구호를 현수막으로 제작해 집회 장소에 내 걸기도 했어요.”

광우병 파동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협상 과정에서 연령 제한을 철폐하기로 합의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던 사건을 말한다. 전국적으로 발생한 시위는 그해 4월부터 넉 달 동안 이어지며 정치·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시위는 정부가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하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잦아졌다.

-‘정당 안에서 학생운동을 해야겠다’는 발상은 참신하네요.

“당시엔 정말 그런 생각으로 했어요. 대학생위원회를 만든 것도 학생운동이 학교 내에서는 자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거든요. 학생운동 ‘끝물’이기도 했고요. 학생운동 활동영역을 정당으로 넓혀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멋모르는 생각이었던 거죠. 하하.”

-지역구 도전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당시엔 청년위원장을 맡고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청년비례를 예상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청년위원장이 청년비례로 나가는 건 감독이 선수로 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대학생위원장이었던 전용기 의원에게 청년비례를 양보하면서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두 시간도 안 돼 후회는 했지만, 양보 순간은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했죠. 하하.”

-현 지역구 공천 이전에 경기 지역 출마 얘기도 있었지 않았나요.

“당시만 해도 청년들을 ‘험지로 차출’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저보고도 고양시에서 출마하라 그러더라고요. 과거 고양시에서 넉 달 정도 자취했던 인연이 있었거든요. 하하. 그런데, 그걸 고리로 고양시민에게 지지해 달라 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전남 순천 태생이지만, 20대 초반에 올라와서 정착한 데가 동대문이고 대학도 거기서 나왔는데 다른 지역을 가는 건 아니더라고요.”

-결국, 무모한 도전을 했네요.

“떨어질 각오하고 후보등록을 했죠. 사실, 출마하신 분들이 너무 쟁쟁해서 가능성이 없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서울대 의대 출신과 시립대 총학생회장. 경력이나 이력에서도 비교가 안 됐고요. 그런데 운 좋게 경선까지 갔고, 많은 분들이 지지해주시는 바람에 어렵게 최종 후보에 올라 당선까지 됐습니다.”

-지역구 관리를 한 것도 아닌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었나 봅니다.

“그런 건 아니고요. 총학생회장 때부터 동대문 지역 관련 자료를 모아두긴 했었어요. 2008년 민병두 의원이 처음 출마했을 때부터 총선이나 구청장선거가 있을 때마다 모은 자료들을 제공하고 그랬죠. 역대 시립대 총학생회장 모임도 있고, 후배들도 많아 지역에 지인은 꽤 있는 셈입니다. 기본적인 ‘종잣돈’은 좀 있었다고 봐야죠. 하하하.”

장경태 의원 ⓒ투데이신문
장경태 의원 ⓒ투데이신문

지역구 경선 때 그는 현역이었던 민병두 전 의원과 이낙연 전 총리 정무실장을 지낸 지용호씨, 서울대 의대 출신 김현지 중앙선대위 코로나19대책추진 부단장 등 그야말로 ‘쟁쟁한’ 인물들과 경쟁했다.

그럼에도 그는 민병두 의원 컷오프와 청년 전략공천 ‘호재’를 살려 경쟁자였던 김 부단장을 꺾고 최종 후보에 올랐다. 본선에선 3선 경력의 국회정보위원장 출신 이혜훈 후보를 1만 표 이상(10.73%) 차이로 따돌렸다.

총선 후 그는 평당원 출신이면서 전략공천이 아닌 ‘일반 후보 공모절차’를 거쳐 당선된 여당 최연소 국회의원이라는 이력과, 서울지역에서 20년 만에 당선된 30대 국회의원이라는 이슈 등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대선의 패인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전략적으로 어려운 선거였다고 봅니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공정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보편적 복지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상대 쪽이 대장동 특검 등 ‘공정한 수사’ 프레임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우리가 저축은행 수사 등으로 맞서며 말려들어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청년 정치인 확대 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일단, 선거 출마 기탁금 부담을 완화해서 청년들이 정치권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진입장벽을 낮추는 게 중요해요. 지금 광역의원의 경우 선관위 기탁금이 300만원인데, 이걸 절반으로 낮추고 득표율에 따라 돌려받을 수 있는 선거비용도 5%씩 낮춰야 합니다. 할당제와 가산점제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고요.”

-어떤 균형을 말하는 건가요.

“청년후보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되, 역량 있는 기성세대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할당제도 마찬가지에요. 억지로 범위를 맞춰 허들을 높이면, 자칫 지역유지나 소위 건물주의 2030 자녀들로 채워질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하게 다듬어야 합니다. 할당제가 전략공천 범위에 들어있거든요. 그래서 할당제와 가산점제도의 밸런스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런 부분을 잘 설계해서 시스템공천을 구축하는 게 필요합니다.”

-‘국회의원 동일지역 4선 연임 제한’ 법안도 냈잖아요. 청년 불이익은 없나요.

“동료·선배 의원들이 ‘그 법은 장 의원이 가장 손해 보는 법’이라고 그럽니다. 하하. 운이 좋아 3선을 채워도 40대 중반 밖에 안 되니까요. 하지만, 국회의원을 한 번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건 큰 영광이고 대단한 혜택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세 번 연속으로 할 수 있다면 이건 엄청난 축복인 거죠. 두 번 했다가 낙선하고 다시 해도 마찬가지고요 세 번 씩이나 하고도 다른 지역에서 도전할 수 없을 정도라면, 부끄럽게 생각해야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검수완박’이 당론으로 채택됐어요.

“검찰 수사와 기소 분리는 개혁입법이 아니라 약속 입법입니다. 이 법안은 이미 지난 2017년 대선 때부터 공약했었고, 2018년 발의한 개헌안에도 들어있어요. 약속을 지키는 거죠.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을 마무리하는 차원이기도 하고요.”

민주당은 당론 채택 4일 만인 지난 15일,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정식 발의했다. 이에 앞선 13일, 윤 당선자는 최측근인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법무장관으로 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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