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원대 손실에 경영권 분쟁까지 ‘내홍’
실적 악화에도 오너 연봉은 전년 대비 늘어
끝 모를 오너리스크에 홍 회장 책임론 제기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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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매각 불발로 법적분쟁 중인 남양유업이 국세청으로부터 42억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고 직원의 자사주 단기매매 차익 실현이 적발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회사가 7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오너 보수는 늘려 논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5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던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한앤코)와의 경영권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11월 대유홀딩스와 맺은 상호협력협약(MOU)도 무산되면서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매각 추진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으로 시작된 남양유업의 위기는 지난해 발생한 ‘불가리스 사태’와 경영권 매각 번복 등으로 인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독감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신빙성 없는 내용을 발표했던 사건은 남양유업 창업주인 홍원식 회장의 사퇴 발표를 불러올 정도로 타격이 컸다.

이로 인해 홍 회장은 같은 해 5월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고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그 자리에서 홍 회장은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는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으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라며 고개 숙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남양유업은 주가 조작 논란에까지 직면했으며 2018년 이후 3년 만에 국세청으로부터 비정기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해당 세무조사로 인해 회사는 국세청으로부터 42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여전히 회장직 유지 중인 홍 회장…경영권 분쟁 ‘ing’

그러나 책임지겠다던 그의 발언이 무색하게, 해가 바뀐 지금도 홍 회장은 여전히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당초 홍 회장은 사퇴 발표 직후인 5월 27일 사모펀드 한앤코에 오너 일가 지분 전체(53.08%·3107억원)와 경영권을 매각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회사를 넘길 수 없다며 계약을 해제했다.

이후 매매계약 거래종결 의무를 이행하라는 한앤코의 소송이 이어지자 홍 회장은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맞불을 놓은 상태다. 해당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에 남양유업 대리점과 축산농가, 주주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한편 약속을 어겼다는 소비자 비난이 이어지면서 홍 회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결국 홍 회장은 제 3자 매각에 나서겠다며 같은 해 11월 19일 대유홀딩스와 주식·경영권 ‘조건부 매각 약정’과 함께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상호협력 이행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또한 순탄치 못하게 됐다. 한앤코 측에서 홍 회장과 대유홀딩스 간 협약이행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후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결국 대유홀딩스는 지난달 14일 홍 회장과 맺은 협약이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대유홀딩스 측은 계약 파기 사유가 남양유업에 있다고 주장한 반면, 홍 회장 측은 “계약 위반 사항은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적자에도 홍 회장 연봉은 증가…‘오너리스크’ 해소돼야

최근에는 남양유업 내부직원의 수상한 주식거래도 포착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남양유업 임직원의 단기매매 차익 사실을 적발하고 회사에 통보했다. 단기매매차익 규모는 621만6770만원이며, 남양유업은 이를 전액 환수했지만 안팎으로 잡음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 회장 등 오너 일가의 행보로부터 촉발한 부정적 인식은 남양유업의 실적 악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9560억원으로 전년 대비 0.7% 증가했고 분유시장 점유율은 2018년 이후 20%대(2018년 25.9%·2021년 23.0%)를 유지하고 있지만 문제는 영업적자 누적이다. 

2020년 영업손실 76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778억원의 적자가 났다. 

이런 가운데서 홍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보수는 되려 늘어 제 주머니 채우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홍 회장은 올해 16억19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이는 2020년 받아간 15억590만원보다 7.5% 많은 수치다. 임원들의 보수 총액 또한 25억6400만원으로, 전년(23억493만원) 대비 2억5907만원 늘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홍 회장의 보수는 매년 동일한 보수가 지급된 가운데 직전연도(2020년)에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자신의 상여 일부를 반납했다”며 “전년비와 단순 비교하면 증가처럼 보이나 예년 수준의 보수가 지급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5년간 홍 회장의 연봉은 2017~2019년 16억2000만원대를 유지했다.

한편 전문가는 남양유업의 경영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오너리스크를 해소하고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남양유업의 경우 지난 2013년 불거진 대리점 갑질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해 장기간 방치하면서 상황이 악화한 것으로부터 논란이 시작됐다”며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두되고 있지만 남양유업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무엇보다 오너리스크를 해소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랜 역사를 가진 식품회사인 만큼 조직개편 등 기업 문화가 개선된다면 분명히 사회에 여러 방향으로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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