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아들이 어머니의 곁에서 죽었다. 이런 아들을 옆에서 바라만 본다. 이후 어머니도 함께 눈을 감는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집. 그곳에서 모자(母子)는 생을 마감했다. 늘 그렇듯 빈자(貧者)는 죽음마저 서럽다.

거동이 불편한 80대 어머니와 평소 지병을 앓고 있던 50대 아들이 허름한 집에서 쓸쓸히 마지막을 맞이한 ‘창신동 모자 사망 사건’. 그간 숨겨왔던 우리 사회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과연 ‘창신동 모자’는 누가 죽였을까.

모자의 소득은 사실상 어머니 앞으로 나온 기초연금 50만원 가량이 전부. 가스가 끊긴지는 3년이 넘었고, 곧 전기마저 끊길 상황이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아들은 용기 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안타깝게도 이 모자는 정부가 세워둔 ‘가난의 기준’에 적합하지 않았다.

‘가난의 기준’에 따르면 수급자로 지정되기 위해선 2인 가족 기준 월 소득이 97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정부가 모자의 재산을 환산해 산정한 월 소득은 310만원대.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와 지병을 앓고 있는 아들이지만, 정부는 이들이 월 310만원 정도의 벌이가 있는 가구라고 판단한 것이다. 전혀 상식적이지도, 일반적이지도 않다.

기초생활수급 신청 당시 아들이 작성한 ‘지출실태조사표’에는 모자의 한 달 식품비는 6만원 남짓, 소득 내역이나 추가로 지원받는 내역은 공란이었다. 그럼에도 국가는 이들의 월 소득이 310만원이라고 판단해 구조요청을 단칼에 거절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근거였을까.

이 모자의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집’이었다. 크고 거창한 부유한 집도 아니었다. 평범한 중산층의 집도 아니었다. ‘툭’ 하면 무너질 것 같은 90년 된 목조 주택이 그들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사람이 살 수 있다고는 보기 힘든 오래된 집의 공시 가격은 1억7000만원. 서울 창신동 일대가 재개발 소식으로 지난 8년간 공시 가격이 27%나 상승한 것이 화근이었다.

현행 복지 제도에선 실소득이 없더라도 자택을 소유하고 있으면 일정한 소득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아들의 기초생활수급 신청 절차를 담당했던 구청 역시 ‘집’이라는 재산이 있기에 기초생활 수급자 대상이 아니라고만 말한다.

국가가 만든 ‘가난의 자격’은 도대체 누구에게 해당되는 것 인가. 질병을 가진 아들. 하반신 마비인 어머니. 소득 및 지원 내역 공란. 모자의 한 달 식비 6만원. 가스와 전기가 모두 끊겨 버린 집 한 채. 이런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창신동 모자는 국가가 만든 ‘가난의 자격’을 넘어서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과연 ‘창신동 모자’는 누가 죽였을까.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