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급 교량 설계하중 32.4톤인데 차량 운행제한은 40톤 기준
지난해 공익감사 청구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감사 종결돼
국토부, 2014년엔 중량기준 개정 준비하더니 지금은 “문제 없다”

성산대교는 현재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성능개선공사가 진행 중이다. ⓒ투데이신문
성산대교는 현재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성능개선공사가 진행 중이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전국 3만6000여개의 교량 중 14.7%(5280개소)가 운행이 허용되는 차량중량에 비해 설계하중이 크게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설계하중을 초과해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자칫 대형사고로 직결될 수 있어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10일 본보 취재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의 차량 운행제한기준은 총중량 40톤인데 비해 일부 교량은 설계하중이 이에 미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교량설계표준에 의하면 1등급 교량(DB-24)은 설계하중이 43.2톤이나 2등급 교량(DB-18)의 설계하중은 32.4톤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훈령을 보면 국내 차량 운행제한기준은 총중량 40톤으로 2등급 교량 설계하중을 웃돌고 있다.

총중량은 40톤이지만 단속 기준은 측정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오차를 감안해 제한기준의 100분의 10까지 허용해 차량 1대당 중량이 최고 44톤에 달해도 운행이 가능하다. 이는 2등급 교량 설계하중을 11.6톤이나 웃도는 수치다. 3등급 교량(DB-13.5)은 설계하중이 24.3톤에 불과해 사정이 더 심각하다. 

국토부 2020 도로업무편람에 따르면 국내엔 총 3만5902개소의 교량이 있으며 1등급 교량은 3만136개소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등급 교량(3771개소)과 3등급 교량(1509개소)도 적잖은 수가 남아있다. 성능개선공사 등을 통해 1등급 교량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나 단기간에 실현하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한국연결상용자동차산업협회 김문수 회장 등 300명은 지난해 9월 감사원에 ‘차량 운행제한규정은 교량 설계기준하중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김 회장은 교량 설계하중을 초과하는 중(重)차량의 운행은 교량 손상을 가속화해 안전을 심각히 위협한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유럽, 미국, 일본 등 대다수 국가들이 교량을 통행하는 차량의 총중량을 최원축거(차량길이)에 따라 차등 산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차량길이 9m를 표준으로 최대 44톤까지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유럽의 경우 단일트럭은 미터당 5톤으로 차량중량을 제한하고 있으며 미국, 호주, 일본, 대만 등도 차량길이에 따라 허용중량에 차등을 두고 있다.

이어 김 회장은 “차량길이 6m인 단일트럭도 총중량 44톤까지 허용되는데 차량길이가 짧을수록 집중하중으로 교량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더 커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같은 힘으로 때려도 손바닥으로 치는 것과 주먹으로 치는 것은 충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량 운행제한 기준은 1993년 즈음에 만들어졌는데 당시에는 대형 단일트럭도 중량이 25톤 내외였다. 그래서 차량길이에 따른 차등 규정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오늘날엔 이를 이용해 대형 단일트럭이 물류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감사원은 해당 공익감사 청구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지만 지난 3월 별다른 조치 없이 종결처리했다. 감사원은 “도로교 설계기준은 교량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2대 이상의 차량이 연행 또는 병행되는 상황을 상정해 설계하도록 돼있다”라며 “2009년 토목학회 논문집에 따르면 일평균 교통량이 5000대 수준일 경우 2.5톤 이상 중차량이 교량에 동시재하될 확률은 1.8%에 그쳤다. 국도와 지방도의 일평균 교통량(1578~2850대) 수준에서 40톤대 중차량이 동시재하될 확률은 더 낮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개별차량이 설계하중을 웃돌아도 문제가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뜻이다. 감사원은 “국토부는 올해 2등급 교량에 대한 현황을 분석하는 연구용역을 시행해 취약요소가 확인되면 성능개선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낮은 확률의 위험요소도 해소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국토부의 업무처리에 대해 “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토부는 앞서 2014년 차량길이에 따른 운행제한 규정을 만들고자 도로법 시행령 개정을 준비했지만 실행하지는 않았다. 당시 국토부는 “현행 차량 중량 제한 규정이 차량 크기에 관계없이 총중량 40톤으로 일괄 제한돼 일부 차량은 국제 기준에 비해 다소 높은 수준까지 허용되고 있다”면서 차량 운행제한 기준을 개정할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국토부가 준비한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4축 차량은 40톤을 기준으로 하되 인접 2축이 2개인 경우 36톤, 인접 3축이 포함된 경우엔 34톤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해당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여전히 2등급 교량 설계하중보다 차량운행 제한 기준이 높지만 격차는 현재보다 좁혀질 수 있었다.

국토부 도로시설안전과 관계자는 “교량 통행은 차량 중량뿐 아니라 다른 충격하중 및 계수도 고려해야 한다. 종합해 봤을 때 40톤 차량이 2등급 교량을 통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각 도로관리청에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통행제한을 할 수 있고 정기점검도 의무화돼 있다.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점검도 강화하고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성능개선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한만엽 교수는 “교량은 차량중량과 교통량 등을 따져 건설한다. 중차량이 반복해서 통행하면 교량 내부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심해지면 교량 바닥이 밑으로 처질 수 있다”면서도 “국내의 2등급 교량이면 차량 중량 70톤 내외도 견딜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3급등 교량은 40톤 정도의 차량은 접근부터 수월하지 않으며 폭도 좁아서 통행이 어렵다”고 역시 안전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한 교수는 “국내 교량은 정기점검뿐 아니라 3년에 1번 정밀안전진단을 받고 등급평가도 5년마다 의무적으로 받고 있다. 정상적으로 관리하면 문제 없다”고 봤다. 다만 “우리나라는 차량이 많아 해외 평균보다는 교통량이 많은 수준이다”라면서 점검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현재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성능개선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시 성산대교는 일일교통량이 16만대에 달하고 있다. 한강에 건설된 교량 중에서는 성산대교 외에도 잠수교, 영동대교, 원효대교, 천호대교 등도 2등급 교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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