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br>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전유정 기자】교정시설 내 채식주의자 수용자에게 채식 식단이 제공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교정시설 내에 채식 식단을 제공하고 반입 가능 식품 품목 확대하기 위해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진정인은 채식주의자인 친구 A씨가 수용 중인 구치소는 채식주의 식단을 제공하지 않고 자비로 현미를 구매하겠다는 요청도 거부하며 채식주의자인 A씨의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구치소 측은 A씨가 원하는 채식 반찬의 양을 늘려 별도로 지급하고 과일 구매 횟수를 주 2회에서 3회로 늘려주는 등 피해자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피해자가 요청한 현미 자비 구매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6조(자비 구매물품의 종류 등) 제3항에 의해 현미는 자비 구매물품에 포함되지 않아 불허한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관련 규정이 미비함에도 구치소는 채식주의 신념을 가진 A씨의 고충 해소를 위해 노력했던 점 등을 고려해 사건을 기각했다. 그러나 교정시설이 법률에 따라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채식주의 신념을 가진 수용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양심의 자유, 건강권 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을 식생활의 기본으로 하는 수용자의 신념을 존중해 주지 않으면 삶이 피폐해지고 건강을 잃을 가능성이 있으며 결국 소신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게 될 수 있다”라며 “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양심의 자유 등을 보장하는 우리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 어긋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유럽, 미국 등의 교정시설에서는 채식주의 신념을 가진 수용자의 식단에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3년 유럽인권재판소는 채식주의 수용자의 식생활은 의식과 관행의 준수를 통해 종교의 자유를 표현하는 것이므로 종교적 신념을 지키는 데 필수불가결한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비합리적 제한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지난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교정시설을 비롯한 주가 운영하는 병원 및 요양 시설 등에서 식물성 식단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법률을 제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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