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억에 새로운 색을 입힌 ‘뉴트로’가 대세입니다. 소비자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기업들은 촌스러움을 훈장처럼 장식한 한정판 레트로 제품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비단 물건 뿐 아니라 옛 세탁소나 공장 간판을 그대로 살린 카페 등 힙한 과거를 그려낸 공간 또한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래된 기록이 담긴 물건과 공간들은 추억을 다시 마주한 중년에게는 반가움을, 새로운 세대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기자는 켜켜이 쌓인 시간을 들춰, 거창하지 않은 일상 속 ‘추억템’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1992년 첫 출시된 메로나 TV광고. 김남주, 이의정 등 당대 스타들이 모델을 맡은 모습 [사진제공=빙그레 메로나 광고 캡처]
1992년 첫 출시된 메로나 TV광고. 김남주, 이의정 등 당대 스타들이 모델을 맡은 모습 [사진제공=빙그레 메로나 광고 캡처]

“올 때 메로나”

달콤한 멜론맛 아이스크림 ‘메로나’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커뮤니티 밈(memee·인터넷 유행 문화)입니다. 이 말은 귀가하는 언니에게 보내려다 택배기사에게로 잘못 가버린 한 누리꾼의 문자 내용에서 유래됐습니다. 결국 기사님이 정말 메로나를 사오셨다는 결론의 ‘웃픈’ 에피소드로 잘 알려졌죠.

이제는 집에 올 때 뭔가 사오라는 대표적 인사말로 자리 잡은 만큼, 메로나에 대한 대중들의 선호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메로나를 출시한 식품기업 빙그레는 이를 발 빠르게 마케팅에 적용해 상표권을 등록하고 ‘All that Melona(올 때 메로나)’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메로나는 빙그레의 명실상부한 효자 상품이자 아이스크림 한류 열풍을 이끈 주역입니다. 그러나 국내 최초의 멜론맛 아이스크림의 출시가 마냥 순조롭지는 않았습니다.

메로나는 1992년 동남아시아 여행 중 멜론을 처음 접하고 그 맛에 반했던 빙그레 연구원의 기획으로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멜론은 당시로선 너무나 귀한 과일이었습니다. 백화점 수입 과일 매대에서 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1~2개 판매하는 게 전부였었고, 이마저도 길어진 수입 과정에서 멜론 특유의 달콤함이 사라진 경우가 많았다네요.

메로나 제품사진 [사진제공=빙그레]
메로나 제품사진 [사진제공=빙그레]

그래서 담당자는 멜론과 사촌이라 할 수 있는 참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수개월 연구 끝에 세상에 나온 아이스크림 메로나는 출시하자마자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기존의 딱딱한 빙과류와 달리 메로나는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 데다 직육면체의 초록색 바 형태 또한 시선을 끈 것이죠.

출시 당시 빙그레의 부채비율은 4183%에 달할 만큼 재정이 어려웠지만, 메로나 출시 10개월만에 1억8000만개가 팔리며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메로나는 그렇게 출시 2년만인 1994년 부라보콘, 더블비얀코를 제치고 1등 아이스크림이 됐습니다.

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이어지면서 가격도 200원에서 400원, 400원에서 600원이 되는 등 200원씩 올랐습니다. 멜론맛 아이스크림이 대히트를 치자 경쟁사에서 메로메로, 멜로니아 등 유사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네요. 

현재까지도 남녀노소에게 사랑받고 있는 메로나는 최근 파격적인 모습으로 새로이 거듭나고 있습니다. 

먼저 아이스크림 브랜드 내에서는 멜론을 기본으로 딸기, 바나나, 망고 등 다양한 입맛에 맞춰 후속 제품을 내놨고, 튜브 형태의 제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식품과 생활용품, 패션 분야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서는 ‘장수브랜드지만 늙지 않는다’는 목표로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죠.

다양한 컬래버레이션과 메로나를 의인화한 옹떼 메로나 부르쟝 공작의 모습 [사진제공=하이트진로, 필라,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다양한 컬래버레이션과 메로나를 의인화한 옹떼 메로나 부르쟝 공작의 모습 [사진제공=하이트진로, 필라,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먼저 패션브랜드 휠라와 ‘FILA X 메로나 컬렉션’을 선보이는가 하면 스파오와 협업해 메로나 티셔츠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슈펜과의 협업으로는 우산, 쿨 타올 등의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개성을 살린 메로나 수세미와 칫솔 등의 생활용품을 내놓는 한편 탄산음료 ‘메로나 제주 스파클링’, 뚜레쥬르와 협업한 ‘올 때 메로나 빵’, 하이트진로의 ‘메로나에 이슬’ 등 변주는 끝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재미있는 광고 또한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합니다. 빙그레는 바나나 우유 모양 왕관을 쓴 왕위계승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를 필두로 한 빙그레 세계관 마케팅으로 유명하죠. 여기서 ‘옹떼 메로나 부르쟝 공작’ 캐릭터는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의인화해 젊은 세대와 자유롭게 소통합니다.

자칫 고루한 이미지에 머무를 수 있는 브랜드를 시공간을 초월해 만날 수 있는 스토리텔링식 콘텐츠 마케팅으로 살린 것이죠. 브랜드의 젊고 신선한 이미지 제고는 자연히 매출로도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미국으로 수출되는 국내 아이스크림의 약 70%가 빙그레 제품이며, 그중 60%가 메로나라고 합니다.

어느덧 서른살을 맞은 장수 브랜드 메로나. 식상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콘텐츠 마케팅에 여념없는 빙그레의 달콤한 행보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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