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필패지역’ 여의도에 터 잡은 더현대서울
구매력 있는 중장년보다 MZ세대 파급력 정조준
‘구구절절’ 설명보다 취향 관통하는 직관적 마케팅
2030세대 취향과 장소성으로 ‘힙스터’ 성지 거듭나

격변,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면 무섭게 트렌드가 바뀌는 세상이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화로 인해 오프라인 공간을 찾는 소비자들은 무섭게 줄었다. 기존 상권도 얼어붙어 ‘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se, 소매의 종말)’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이 같은 전통 공간에 대한 위기의식 가운데 지난 2021년 등장한 ‘더현대서울’은 이례적인 성과를 냈다. 개장 첫 주말 100만명이 다녀가는가 하면 일매출 102억원을 넘기면서 현대백화점그룹 창립 이후 단일 매장의 하루 최고 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본지는 팬데믹과 불리한 입지 속에서도 놀라운 모객 효과를 낸 더현대서울만의 공간성과 특징을 통해 유통의 미래 방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더현대서울 광고 중 한 장면 [사진제공=더현대서울 공식 유튜브 광고 캡처화면]
더현대서울 광고 중 한 장면 [사진제공=더현대서울 공식 유튜브 광고 캡처화면]

【투데이신문 김효인 조유빈 기자】 ‘여의도 = 백화점의 필패(必敗)지역’, 유통업계에서는 이같은 평가가 공식처럼 여겨져 왔다.

실제로 여의도에 입점했던 백화점의 실패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1983년 12월 개점한 ‘여의도백화점’은 당시 7500평 규모에 첨단 시설을 갖췄다고 홍보됐지만 영업을 시작한 지 1년을 좀 넘긴 1985년 3월 부도가 났다. 이에 매각 등의 대책이 추진됐으나 성과없이 끝났다.

그렇게 휴업 상태에 있던 여의도백화점은 6개월 만에 재개점을 해 다양한 공연이나 먹거리 등을 마련했지만 8개월이 채 못돼 또 부도가 났다. 

당시 경영진들이 잠적하는 등의 악재가 겹치며 백화점 운영 재개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됐다. 이후 여의도백화점은 이름만 백화점일 뿐 식당과 업체들이 모인 평범한 상가 건물이 됐고, 그렇게 여의도 첫 백화점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 뒤로 2012년 서울국제금융센터에 대형 쇼핑몰인 IFC몰이 개점했지만 백화점이 들어설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약 38년 만인 지난해 2월 더현대서울이 여의도에 문을 연 것이다.

더현대서울이 많고 많은 지역들 중 왜 하필 여의도를 고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아한 시선이 존재했다.

여의도의 지역 특성 외에도 더현대서울 오픈 당시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고강도 거리두기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부진이 계속 이어지던 때였다. 이런 가운데 이뤄진 더현대서울의 행보는 어쩌면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다.

더현대서울은 서울 내 단일건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백화점임에도 불구하고 실내 조경 공간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매장 입점으로 얻는 상업적 이익 절반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3대 명품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브랜드 미입점 등으로 명품라인업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더현대서울은 역대급 오픈 매출을 선보이며, 오픈한 지 1년 만에 단일점포 매출 8000억원 돌파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온라인의 발달부터 시작해 코로나19 등과 같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오프라인 공간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이러한 가운데 더현대서울은 현재 백화점을 넘어 유통업계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더현대서울이 선정한 소비자…강력한 파급력을 가진 MZ세대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의 저자 김난도 교수는 온라인이 발달 됐어도 아직 오프라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인간의 경험 과정에서 감성과 욕망을 자극하는 ‘장소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고객들에게 ‘이곳은 나의 공간이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자기 정체성을 동일시하는 ‘페르소나 장소’를 부여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페르소나는 본래 고대 그리스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점차 인간 개인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 시작됐다. 마케팅적으로는 어떤 제품 혹은 서비스를 사용할 만한 목표(타깃) 인구 집단 안에 있는 다양한 사용자의 유형들을 의미한다.

더현대서울은 타깃 고객들에게 페르소나를 부여할 수 있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공간이라고 자각할 수 있는 곳이 되고자 했다. 즉 더현대서울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고객들에게 선보이고자 한 것이다. 그렇다면 더현대서울이 정한 타깃 고객은 누구일까.

기존 백화점의 타깃 고객층은 보통 구매력이 있는 40~50대를 대상으로 하거나, 주변 상권을 안에 있는 사람들로 선정된다. 하지만 더현대서울은 요즘 떠오르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를 타깃으로 지정했다.

MZ세대의 특징은 SNS를 통해 자신의 소비를 공유하고 확산시킨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그들의 주목을 받으면 그에 대한 영향력과 파급력이 다른 소비자들에 비해 크게 나타난다. 이에 기업들은 MZ세대의 눈길을 끌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현대서울는 현재 ‘MZ세대의 맞춤형 놀이터’라고 불린다. 실제로 더현대서울에 따르면 방문하는 전체 고객 중 75%는 30대 이하 소비자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매출의 54.3%가 서울에서 10km 떨어진 광역 상권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로 조사돼, 젊은 고객들이 물리적 거리에 상관없이 더현대서울을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더현대서울은 다른 백화점과 비교해서도 SNS에서 월등한 화제력을 보이고 있다. 점포별 기준으로 인스타 게시물 수가 ‘신세계센텀시티’ 약 12만, ‘롯데백화점본점’ 4.5만을 기록한 한편 더현대서울은 약 30만 건 이상에 달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현재 SNS상에서 이슈가 되는 것은 그대로 오프라인에서도 반영이 되는 시대다. 그리고 이러한 이슈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MZ세대다”라며 “MZ세대 소비자가 현재로서 경제력이 다소 약할 수도 있지만 해당 콘텐츠가 마음에 든 고객들은 20·30년이 지나도 충성고객으로 남아있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더현대서울 광고 중 한 장면 [사진제공=더현대서울 공식 유튜브 광고 캡처화면]
더현대서울 광고 중 한 장면 [사진제공=더현대서울 공식 유튜브 광고 캡처화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논리보단 감각으로 소통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경험을 즐기는 MZ세대들은 기존의 것보다는 새로움을 추구한다. 그런 MZ세대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도 더현대서울은 확실한 차별화가 필요했다.

이에 더현대서울의 브랜드전략팀은 논리보다 감각을 겨냥한 과감한 전략을 택했다. 백화점이 나오지 않는 백화점 광고를 기획한 것이다. 대신 MZ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징들을 많이 담아냈다.

특히 더현대서울은 ‘서울의 힙스터(Hipster,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부류)’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자신만의 취향·느낌을 가지고 있는 힙스터를 동경하는 MZ세대들에게 더현대서울이야말로 힙스터들의 성지이자 서울을 대표하는 공간이라고 인식되길 원했다.

더현대서울의 광고를 살펴보면 망망대해에서 보트 등 여러 장소에 있던 사람들이 각각 망원경을 들고, 그 너머로 비치는 더현대서울을 바라본다.

이때 더현대서울은 광고에 나오는 9명의 모델들을 전형적인 미남과 미녀가 아닌 개성 충만한 서울러들·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고집하는 힙스터들로 설정했다.

더현대서울에서 설정한 페르소나 유형에 따르면 페르소나A는 프라다 브랜드를 선호한다. 스키니 룩과 블랙 컬러를 좋아하고,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차를 타는 것보다 멋지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페르소나B의 경우 보테가 베네타 브랜드를 선호하며 매사에 진지하고 예민한 편이다. 향수에 집착이 있으며 물건을 구매할 때는 브랜드 스토리를 따진다.

이처럼 나머지 모델들에게도 세세한 페르소나 설정이 부여됐다. 페르소나를 부여함으로써 그들은 MZ세대 혹은 MZ세대가 동경하는 서울의 힙스터를 상징하게 됐다.

또한 광고 속에 나오는 보트와 망원경은 MZ세대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기표로서 등장한다. 보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찾기 위한 개인화된 공간을 상징한다. 망원경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아보고 탐색하는 MZ세대의 특징을 담아냈다.

즉 해당 광고는 서로 다른 독특한 개성을 갖고있는 MZ세대 혹은 서울의 힙스터들이 공존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더현대서울이라고 해석된다.

더현대서울은 판매상품을 중심으로 한 광고가 아닌 더현대서울 자체가 추구하는 하나의 세계관을 보여준 것이다.

이밖에도 뮤지션 자이언티가 참여한 해당 광고 노래 역시 MZ세대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싶다는 사람들의 요청으로 풀버전이 공개됐다. 노래 가사 속에는 더현대서울에 대한 내용이 아닌 서울의 일상을 담고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 출퇴근 시간 피해서 도로 위 한적할 때/세차도 했겠다 오늘 어디든 가고 싶어/최근 좋아하게 된 노래 몇 번째 귓가에/쉬는 날 들으니 왠지 더 좋은 것 같은데 …(중략)… /서울 우리 동네 너무 바쁜 사람들/음 멋져 보여 모두/한강 위에 노을 서울 서울/오늘따라 예뻐보여 여행을 떠나온 기분 서울 서울/한강 위에 노을 서울 서울 /특별하지 않은 어느날의 특별한 선물 서울 - 더현대서울 로고송 中 

이렇듯 더현대서울의 광고에는 구구절절한 설명이 들어가 있지 않다. 그저 MZ세대들이 광고를 보는 순간, 자신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게끔 만들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SNS 채널로 간접적 소통…궁금증·공감 유발

더현대서울은 타깃 고객을 MZ세대로 삼은 만큼, 고객 커뮤니케이션 매체와 그 접근방법을 기존과는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더현대서울은 우선 소통 채널을 SNS 중심으로 두면서 채널에 맞는 화법을 시도했다. 기존의 정보전달형이 아닌 상대방과 대화하듯 궁금증을 유발하며 일상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중요한 점은 지나치게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닌 고객의 잠재의식과 열망을 건드려야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가을 아웃도어 특가 이월 상품전’ 같은 안내문 형식으로 정보를 알렸다고 한다면 이제는 ‘#당신의 가을에 후회 없는 산행, 아웃도어 제안’ 같은 감성을 자극하는 형식의 문체를 사용한다.

더현대서울 커뮤니케이션은 “기존 광고와 홍보물을 통한 구매와 방문 빈도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에 이제 고객은 검색을 통한 상품 비교와 리뷰, 주변의 지인과 커뮤니티 등을 통해 상품을 고르고 있다”며 “직접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이 아닌 취향의 아이콘으로 제안할 수 있어야 고객의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를 “씨앗을 뿌린다”고 표현했다.

더현대서울은 고객들이 공간을 경험하고 자신만의 체험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씨앗’(소스)을 뿌린다. 그러면 MZ세대 고객들이 자신의 경험을 SNS에 올린다. 그리고 이런 방문기가 마치 하나의 놀이처럼 널리 퍼지게 된다. 더현대서울은 MZ세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소스를 제공함으로써 굳이 광고를 하지 않더라도 광고 효과를 얻은 것이다.

또한 더현대서울은 광고에 유명인을 활용하지 않았다. 유명인(셀럽)의 공항패션이 화제가 되면 해당 브랜드가 완판이 되는 효과를 낳기도 하지만, 더현대서울은 그런 방식의 홍보를 지향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유명한 연예인과 함께 광고영상 등을 제작하면 당장 화제를 만들고 주목을 받을 수 있겠지만 고객 페르소나를 충실히 반영하기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반인 SNS 채널을 보고 동질감을 느끼고 공감을 하듯이, 더현대서울은 직접 방문한 소비자들을 통한 진정성 있는 정보전달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2030 전용 클럽 YP 라운지 [사진제공=현대백화점]
2030 전용 클럽 YP 라운지 [사진제공=현대백화점]

오직 MZ세대만의 혜택…‘영 앤 리치’ 라운지

더현대서울의 MZ세대를 향한 다양한 시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현대서울은 MZ세대 우량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2030 전용 VIP 멤버십 ‘클럽 YP(Young VIP)’를 선보였다.

클럽 YP는 30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이나 기부 우수자, 봉사활동 우수자 등을 가입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올해 기준으로 39살 이하(1984년)까지만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VIP 멤버십에 나이제한을 둔 것은 백화점 업계 중 현대백화점이 최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0월 더현대서울과 판교점에 ‘클럽 YP 라운지’를 오픈했다. 기존 VIP 라운지는 흰색·검정 등 무채색 계열의 색상을 사용했다면 클럽 YP 라운지는 파랑·노랑·초록 등 강렬한 원색 계통의 색상을 사용했다. 라운지 디자인은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이 직접 맡아서 했다.

이는 기존 VIP 라운지와 차별점을 주고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하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 현대백화점은 향후 더현대서울과 판교점 외에도 MZ세대 고객을 타깃으로 한 클럽 YP 라운지를 다른 점포에서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렇듯 상품중심이었던 기존 백화점의 틀에서 벗어나 MZ세대를 사로잡은 더현대서울은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MZ세대 고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20대 직장인 A씨는 “가구부터 조명까지 취향저격이다”며 “2030세대들의 감성을 그대로 담아냈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B씨 역시 “MZ세대를 겨냥한 만큼 멋스럽게 꾸몄다고 생각한다”며 “더현대서울은 기존 백화점과 다른 차별화가 있다”는 것을 성공요인으로 보았다.

이른바 힙스터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6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하디 HA:D씨는 “더현대서울 내부는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 아이템을 사용한데다 알록달록한 색깔에도 불구하고 전혀 유치하지 않고 조화로웠다”며 “특히 구경하고 체험할 공간들이 다채로워 인상깊었다. 앞으로 ‘영타겟(young target)’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들을 개발한다고 해 기대된다”고 말했다. 

‘2017 미스터 인터내셔널 선발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1등을 차지하고 현재 66만 인스타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 이승환씨는 “더현대서울은 언제 와도 색다르고 자연과 어우러져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이 매력인 것 같다”며 “타 쇼핑몰에서는 꼭 소비를 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있다면, 더현대서울의 YP라운지 등 독특한 디자인과 공간은 마치 테마파크에 온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MZ세대 고객을 타깃으로 한 차별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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