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로의 아들...종로 살릴 것”
시의원 정도론 종로 문제 해결 못해
재선 국회의원 출신...인물론 승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절호의 기회’

정문헌 국민의힘 종로구청장 후보 ⓒ투데이신문
정문헌 국민의힘 종로구청장 후보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현직 단체장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선거구가 지방선거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6월 1일로 예정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현역(구청장)’ 없이 선거를 치르는 서울 지역 구청은 모두 10여 곳에 이른다.

‘절대강자’가 사라진 이들 지역은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지역 정객(政客)들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무주공산으로 바뀐 지역에서 새로운 구정(區政)을 펼치겠다고 나선 후보는 누가 있고 어떤 공약을 들고 나왔는지 격전지를 돌아봤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 연임은 최대 세 번(12년)까지 가능하다. 지방자치법 제95조(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임기)는, ‘지방자치단체장 임기는 4년으로 하며, 단체장의 계속 재임(在任)은 3기에 한한다’고 돼 있다.

연임제한 지역에 묶인 서울지역 8개 구의 현역 구청장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들은 지난 2010년 치러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 간판으로 당선된 단체장들이다.

당시 선거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직전(2006년) 선거에서 서울 25개 구 전체를 싹쓸이 했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4년 만에 21곳을 내주며 참패했다.

◆대통령 세 명 배출한 ‘대한민국 정치1번지’...최근 선거, 보수 우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김영종(68) 전 구청장이 ‘3·9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직전까지 구청장실을 지켰던 종로는, 현재 유찬종(62·더불어민주당), 정문헌(56·국민의힘) 등 네 명의 후보가 지역 민심을 다지고 있다.

종로구는 서울 25개 구 가운데 두 번째로 인구(2022년 1월 주민등록 기준 14만4543 명)가 적지만 대통령만 세 명을 배출한 ‘대한민국 정치1번지’다. 이곳엔 청와대와 정부청사, 헌법재판소 같은 국가 주요시설과 공관·대사관 등 공공시설물이 즐비해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역대 종로구청장 선거결과를 보면 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특별한 정치적 이슈가 없었던 경우 전체 득표율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특징이 발견된다. 특히 최근의 재보궐 민심은 보수 우세로 기운 모양새다.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진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보수(국민의힘 최재형)는 과반 이상(52.09%)을 얻었다. 14년 만에 종로를 탈환한 보수정당은 전 동(洞)에서 승리하며 이번 지방선거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도 오세훈(55.24%)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41.26%)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압도했다. 당시 아파트 거주 중산층 이상의 표심이 대거 오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같은 결과가 구청장 선거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쏠림현상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청와대 개방이 지역민심을 어떻게 움직일지도 주목되는 포인트다.

정문헌 국민의힘 종로구청장 후보 ⓒ투데이신문
정문헌 국민의힘 종로구청장 후보 ⓒ투데이신문

◆캠프 개소식에 최재형, 원희룡, 손학규...500여명 참석해 세 과시

12년 만에 무주공산이 된 종로를 접수하기 위해 구청장 선거에 뛰어든 국민의힘 정문헌 후보는, 재선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인물론’을 앞세우며 지역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 12일 종로5가에 선거 캠프를 꾸린 정 후보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청와대 개방은 종로가 맞은 절호의 기회”라며 “각종 규제를 풀어 구민의 재산권 행사는 물론, 주거·생산·판매가 동시에 해결되는 종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개소식에는 최재형 의원을 비롯한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내정자, 손학규 전 경기지사 및 서울시·구의원과 지지자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오세훈 전 시장과 박진 외교부장관 내정자는 각각 서면과 영상으로 응원메시지를 전했다.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정치학박사)를 졸업하고 17·19대 국회의원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을 역임한 정 후보를 만났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인데, 구청장 선거 출마가 쉽진 않았을 것 같다.

“나는 종로의 아들이다. 삼청동에서 나고 자라 초중고를 졸업했다. 지금도 종로에 살고 있는 오리지널 토박이다. 이 지역을 너무 잘 알다보니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눈에 다 들어온다. 지금 종로는 4대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구감소 문제부터 지역 경제 침체, 교육, 주거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관이다. 말이 좋아 서울의 심장이고 정치1번지지 내실은 허명(虛名)이다. 민주당 구정(區政) 12년 동안 너무 정체되고 침체됐다. 아니 오히려 퇴행했다. 이런 현실을 보고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지지자와 당원들의 요청도 많았지만, 죽어가는 종로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해야겠다는 각오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왜, ‘내가’ 구청장이 돼야 하나.

“나는 국회의원을 두 번 했다. 대통령 비서관으로 청와대에서도 근무해봤기 때문에 소위 ‘일머리’를 안다. 국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의정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있다. 또 여러 경험을 통해 맺어진 상당한 네트워크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종로를 완전히 새롭게 바꿀 진단과 처방이 가능하다. 정권이 바뀌었고 이 지역 국회의원도 우리 당에서 나왔다. 대통령은 그렇다 치더라도 서울시와 국토부 등과 공조가 잘 돼야 종로 변화가 가능한데, 그러기 위해선 ‘원팀’이 돼 움직여야 한다. 원팀으로 불합리한 규제를 풀고 완화해서 재개발·재건축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이런 건 시의원 경력 정도로는 처리하기 어렵다.”

-3연임 구청장의 구정을 평가한다면.

“구청장에 세 번 당선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그런 면에선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김영종 구청장이 평창동 쪽에 예술촌을 만든 건 잘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종로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0년도 종로 인구가 17만명 선이었는데 지금 14만명 선까지 떨어졌다. 교육이나 주거환경 같은 게 불편하니까 사람들이 떠나는 거다. 이런 게 괜찮고 먹고 살기 편하면 인구가 줄 이유가 없다. 김 구청장이 추진했던 ‘도시재생사업’은 사실상 실패했다. 벽화 그리는 도심재생으론 지역민 삶을 개선하지 못한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옮겨갔다.

“사실 출마 결심 이유 중엔 이 부분도 영향이 컸다. 집무실도 이전했으니 풀 건 다 풀어서 종로를 완전히 새로 바꿔야 한다. 청와대 개방으로 한양 천도 후 700년 가까이 막혀있던 종로 북쪽 통로가 열리면서 북악산으로부터 청와대, 경복궁으로 이어지는 엄청난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거다. 또 사유지로 묶여있던 송현동이 주민에게 돌아온다. 청와대 개방으로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는데 주차장 문제가 좀 있다. 이것도 송현동 등지에 주차시설을 만들면 해결된다. 종로는 지금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송현동에 ‘이건희 미술관’도 들어오는데, 청와대부터 고궁, 이건희 미술관, 종묘를 연결하는 문화관광벨트를 구축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대표적인 공약은 뭔가.

“일단, 종로경제를 살리는 ‘문화뉴딜’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처럼 문화관광벨트를 만들어서 문화·예술·공연 관련 뉴미디어 플랫폼 연결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고, 동대문 옆 창신동 남쪽엔 새로운 랜드마크를 세운다는 계획(창신미래도시프로젝트)이다. 창신 미래도시 프로젝트는 이 일대 3만여 평에 건축규제를 완화해 대규모로 통합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삼성동 엑스포처럼 컨벤션 센터를 만들어서 봉제공장이나 신발공장, 주얼리 등 공장부터 매장까지 그 안에다 전부 클러스터화 하겠다는 거다. 재생에너지를 자체적으로 돌려서 완전한 미래도시를 건설하려고 한다.”

-또 다른 건 뭐가 있나.

“부암동과 평창·구기동 일대 ‘그림마을’을 특화하고, 종로 주얼리·동대문 패션·봉제 아트 특화산업을 육성할 것이다. 또 종로를 강남 이상의 교육중심지로 육성하고 행정서비스의 디지털 전환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구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선거는 종로의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고 새로운 종로를 기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2년 동안 종로의 국회의원부터 구청장, 시의원은 물론 구의원까지 민주당이 독점했지만 결과는 종로의 퇴행뿐이었다. 종로의 아들 정문헌이 서울의 심장인 종로를 반드시 다시 뛰게 만들겠다. 믿고 맡겨주시면 든든한 구청장이 되겠다. 많은 지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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