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현직 단체장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선거구가 지방선거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6월 1일로 예정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현역(구청장)’ 없이 선거를 치르는 서울 지역 구청은 모두 10여 곳에 이른다.

‘절대강자’가 사라진 이들 지역은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지역 정객(政客)들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무주공산으로 바뀐 지역에서 새로운 구정(區政)을 펼치겠다고 나선 후보는 누가 있고 어떤 공약을 들고 나왔는지 격전지를 돌아봤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 연임은 최대 세 번(12년)까지 가능하다. 지방자치법 제95조(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임기)는, ‘지방자치단체장 임기는 4년으로 하며, 단체장의 계속 재임(在任)은 3기에 한한다’고 돼 있다.

연임제한 지역에 묶인 서울지역 8개 구의 현역 구청장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들은 지난 2010년 치러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 간판으로 당선된 단체장들이다.

당시 선거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직전(2006년) 선거에서 서울 25개 구 전체를 싹쓸이 했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4년 만에 21곳을 내주며 참패했다.

◆구로구청 공무원 1300명이 4연속 인정한 ‘우수 구의원’

진보진영 지지세가 높은 구로구 역시 여타 3선연임 제한지역 특성과 유사성을 보인다. 이곳 역시 민선구청장 27년 기간 동안 보수 집권기간 8년(2002년~2010년)을 제외하면 모두 더불어민주당 계열 후보가 구청장에 당선됐다. 평균 득표율 격차도 10% 이상이었다.

그러나 지난 4·7서울시장재보궐선거에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53.21%)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43.73%)를 9.48%나 앞섰다.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폭등한 부동산가격과 때맞춰 터진 LH사태가 맞물리며 치러진 선거이긴 했지만, 10%가까운 차이는 이례적이라 할만 했다.

20대 대선에선 이재명 후보(49.19%)가 윤석열 후보(47.01%)에 앞섰지만, 그 차이는 2%남짓에 불과했을 정도로 박빙이었다.

이번 구로구청장 선거 본선에서 맞붙는 후보는 박동웅(54·더불어민주당) 구로구의회 의장과 문헌일(69·국민의힘) 전 문엔지니어링(주) 대표이사다.

구로구의원 3선(12년) 경력의 박 후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도시계획 전문가다. 도시공학박사인 박 후보는 한국부동산정책학회 정책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 후보는 구로구청 공무원 1300명이 선정한 ‘우수 구의원’에 네 번이나 선정될 정도로 공무원들의 신망도 두텁다.

박 후보는 출마의 변을 통해 “낙후된 구로 발전을 위해선 도시계획 전문가인 박동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12년 의정활동은 내일이라도 바로 구정 운영이 가능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인접도시가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구로의 변화는 정체됐다”는 구민 불만을 12년 동안 들어왔다는 그는 “이런 주민들의 목소리를 도저히 외면할 수 없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구로역 인근 선거캠프에서 박 후보를 만났다.

-구청장 선거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이 궁금히다.

“저는 도시계획을 전공했다. 현재 구로는 재개발·재건축이나 교통문제가 상당히 열악하다. 이건 구로구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기도 하다. 반면, 영등포나 광명, 부천, 양천 같은 인접 구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발전됐다. 심지어 금천구도 새로운 도시로 가고 있다. 그런데 구로만 변화가 없다. 주민들 불만도 크다. 도시계획 전문가이면서 의정활동을 오래한 당사자로서 이 부분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전문성과 학문적 기반, 12년 의정활동 경험을 살려 그동안 갈고 닦은 역량을 구로 발전에 쏟아 붓겠다는 생각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또 지역 어르신과 장애를 가진 분들, 부모 이혼 등으로 조부모 손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대변자, 울타리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구로구 당면 현안은 뭐라고 생각하나.

“구로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이 많다. 그러나 상당한 지역이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문성과 조정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는 재건축·재개발 전문가도 해결하기 어렵다. 그만큼 난제가 많은 분야다. 이걸 해결하려면 현장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필요하면 TF팀을 꾸려서 직접 이끌 생각이다. 오류시장 문제도 심각하다. 개발 방식에 대한 이해관계자 간 견해차이가 큰데, 모두가 만족할 순 없겠지만 최선의 방법을 빠른 시간 안에 찾아 개발하도록 할 계획이다. 사업성도 맞추고 전통시장 기능도 살릴 수 있는 나름의 해법을 준비하고 있다.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 서서울고속도로 수직환풍구 문제나 터널을 뚫어야하는 문제 또한 제 전공 분야다. 저는 구로지역 현안 어디를 어떻게 손대야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준비 한 공약은 어떤 게 있나.

“먼저, 우리 지역을 관통하는 전철1호선 지하화 공약이 있다. 이 부분은 박사과정 공부할 때부터 연구했던 분야다. 주장은 10년 전 구의원활동하면서 처음 했는데, 언론 인터뷰도 여러 번 했다. 지금은 전 지역 후보들이 지하화 공약을 내걸고 있는 거 같다. 요즘 터널 뚫는 공사는 아주 쉽다. 서부간선지하도로도 개통됐고, 국회대로도 뚫렸듯 지상전철 역시 지하화가 대세다. 1호선을 지하화해 상부 공간을 개발하면 개발비용 80~90%가 산출된다. 이렇게 되면 철길로 끊어졌던 남북이 관통돼 도시미관도 살고 안전한 계획도시 구조가 가능해진다. 이건 소신이기도하고 오랫동안 연구한 분야이기도 하다. 또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고통을 당했는데, 당선 즉시 구민 모두에게 5만원 이상의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생각이다. 지하철 무상 이용처럼 일정 연령 이상의 관내 거주 어르신들에게 버스비를 제 임기동안 지급하는 공약도 있다. 중고생 통학버스비도 지급할 생각이다.”

-또 다른 게 있다면.

“구로 지역에 지하철 사각지대가 많다. 항동이나 수궁동, 개봉·고척동 등인데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지하철 ‘신구로선’ 착공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 작년 6월 정부가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2016∼2025년)을 확정 발표했을 때, 시흥시 대야동과 서울 목동을 연결하는 신구로선이 포함됐다. 이 노선이 항동역과 온수역, 궁동, 개봉, 고척, 양천구청을 경유한다. 또 신도림 다음으로 개봉역 일대 교정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제2의 구로지역 랜드마크 건설과 온수산업단지를 구로디지털단지처럼 첨단 바이오단지로 묶어내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로역과 오류역 개발을 통한 미래도시 건설 방안도 준비돼 있다.”

-구로기지창 이전 문제도 해결 과제인데.

“이 문제는 시흥·광명신도시가 발표되면서 이 지역에 지하철을 몇 개 더 신설해야하는데, 이것과 연동시키는 조건을 통해 기지창을 이전하는 방안을 기획하고 있다. 이 지역 단체장들과 협의해서 지하철 신설 지원을 고리로 구로기지창 이전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 현안이나 재개발·재건축 등의 대부분이 중앙정부나 서울시 협조가 필요한데, 문제없나.

“전혀 문제없다. 왜냐하면, 1호선 지하화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업이 대선 과정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모두가 공약한 관련 내용들이다. 2년 전 총선에 나온 국회의원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 개발과 관련된 부분은 모든 구민과 시민 요구사항이기 때문에 정파가 다르다고 외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건 여야가 관계없는 문제다. 오히려 균형을 더 맞춰야하는 문제다. 다만, 전문가 시각에서 개발계획을 연동해 수립해야하는데 아마추어는 풀기 어렵다.”

-도시공학박사 대 ICT공학박사 간 대결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해외에서 ‘창조도시’, ‘스마트도시’ 관련 분야를 공부한 적이 있는데 ICT 분야나 정보통신 쪽은 도시계획에 있어서 극히 일부다. 일부 전문성이 있다고 도시계획 전체를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중요한 분야일 순 있지만 우선순위가 잘못됐다. ICT로 도시계획을 덮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구로는 재개발·재건축이 우선이라 하드웨어가 열악한 상황에서 ICT는 큰 의미가 없다. 또 그 분야 박사라 그러면 정확한 학위명을 표기해야지, 말로만 두루뭉술하게 박사라고 하면 신뢰성이 없지 않나. 이런 문제는 모든 구민이 알 수 있도록 선거 공보물에 밝혀야한다고 본다.”

-3선 연임 구청장의 구정(區政)은 어떻게 보나.

“이성 구청장은 청렴결백한 분이다. 행정을 시스템화하려고 노력한 부분은 높게 평가하고 싶다. 12년 구정을 이끌면서 비리 관련 구설도 전혀 없고, 이권에 개입했다는 설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청렴한 구청장 상을 보여준 분이다. 다만, 재개발·재건축 등 외형적 변화가 느껴질 만한 실적이 없다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해서 이 구청장의 공(功)은 승계하고 과(過)는 획기적 변화를 주겠다는 생각이다. 도시재생만이 해법은 아니다. 특히나 마구잡이식 도시재생은 예산만 낭비하는 병폐다. 지금 구로는 도시재생이 아니라 획기적인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일정부분의 도시재생 방식으로 가야한다.”

-구민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구청장 선거는 누가 구정업무를 잘 하겠는지를 보고 투표하는 거다. 정당이나 출신지역을 보고 선택하는 건 지금 시대엔 안 맞는다. 박동웅은 지난 12년 동안의 의정활동을 통해 구로의 모든 현안을 꿰고 있다. 특히, 예산 상황을 파악하고 심의하는 의장을 지냈다. 이는 오늘 당장이라도 구정업무를 집행하고 추진해나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구로구정 혁신을 통해 새로운 구로를 만들고자하는 박동웅을 믿고 선택해주시기 바란다. 현장으로 가 주민과 함께 구로의 문제를 풀기 위해 동행하겠다. 많은 응원과 지지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