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상가·인왕시장 복합개발, ‘랜드마크’로
구 의원 당시 홍제천 복원 사업 처음 제안
첫 실패는 재도전 준비 위한 ‘행운의 시간’
정파 달라 협치 안 돼?...옹졸한 민심 호도

박운기 더불어민주당 서대문구청장 후보 ©투데이신문
박운기 더불어민주당 서대문구청장 후보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현직 단체장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선거구가 지방선거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6월 1일로 예정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현역(구청장)’ 없이 선거를 치르는 서울 지역 구청은 모두 10여 곳에 이른다.

‘절대강자’가 사라진 이들 지역은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지역 정객(政客)들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무주공산으로 바뀐 지역에서 새로운 구정(區政)을 펼치겠다고 나선 후보는 누가 있고, 어떤 공약을 들고 나왔는지 격전지를 돌아봤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 연임은 최대 세 번(12년)까지 가능하다. 지방자치법 제95조(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임기)는, ‘지방자치단체장 임기는 4년으로 하며, 단체장의 계속 재임(在任)은 3기에 한한다’고 돼 있다.

서대문구 역시 현역 구청장 연임 제한 지역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문석진(66) 구청장이 12년 간 구정을 이끌어 온 이 지역은 전통적인 진보성향 강세 지역으로, 국민의힘 입장에선 험지나 마찬가지다. 지역 국회의원도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이번 대선 결과 또한 이재명 후보가 박빙의 승리를 거뒀다.

그렇다고 보수정당이 발도 못 붙일 정도의 불모지는 아니다. 지난 2002년,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후보(민선3기 현동훈 구청장)가 당선되면서 8년 동안 구정(區政)을 이끌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이번 서대문구청장 선거는 지방의원 4선(16년) 관록의 박운기(55)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재선(16·18) 국회의원 출신인 국민의힘 이성헌(64) 후보 간 맞대결로 압축됐다.

◆여당 원내대표 보좌하며 여의도 정치·중앙정부 국정상황 파악

2018년 이후 두 번째 구청장 선거에 나선 박운기 후보는 지난 2002년부터 8년 동안 구의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현안을 살폈고, 재선(2010~2018) 서울시의원 당시엔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살림을 들여다봤던 정통 ‘풀뿌리정치인’이다.

첫 도전 실패 후엔 문재인 정부 통일부장관을 지낸 이인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구로갑)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으면서 수석보좌관으로 활동했다. 박 후보는 이때 여당 원내대표에게 집중되는 정부부처 장·차관 보고 자료와 실·국장들의 각종 민원을 접하며 중앙정치 무대 감각도 익혔다.

서대문구 서쪽을 종(縱)으로 흐르는 홍제천이 내부순환도로 신설로 ‘지붕 덮인 하천’이란 오명을 들었을 때, ‘자연형 하천’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처음 주장한 사람도 박 후보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당시 박 구의원의 제안으로 홍제천은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통해 대표적인 서울의 여가 명소로 거듭났다.

서대문에서 5대째 살고 있는 박 후보는 이곳에서 초중고를 나와 어머니와 손자까지 4대 가족 모두 여전히 서대문을 지키고 있는 진짜 ‘찐(眞)’ 구민이다. 이 때문에 박 후보는 자신의 공약(公約)이 ‘구민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가족을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한다.

‘토박이’ 눈에만 보이는 지역의 당면 현안과 문제점들을 한 눈에 꿰고 있다 주장하는 박 후보를 선거 캠프에서 만났다.

박운기 더불어민주당 서대문구청장 후보 ©투데이신문
박운기 더불어민주당 서대문구청장 후보 ©투데이신문

-출마의 변을 얘기한다면.

“5대째 살면서 현재도 4대 가족이 서대문에 거주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저의 출마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홍제천 살리기’ 시민운동을 시작으로 정치에 발을 들인 이후 지방의원을 내리 4선하며 제대로 된 풀뿌리 정치를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이 과정을 통해 여러 일들을 했다. 하지만 한계를 느낀 적도 많았다. 지방의원이 할 수 있는 것과 구청장이 해낼 수 있는 건 많이 다르다. 지역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행정집행권한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구청장 도전 ‘재수생’이다.

“첫 도전에 실패했을 때 아픔도 컸지만 돌이켜보면 약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더 성숙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전엔 한 번도 선거에서 떨어져본 적이 없었는데, 실패해보니까 뭐가 부족한지에 대해 반성도 하게 되고 또 다른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걸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이인영 장관이 원내대표로 선출됐을 때 수석보좌관을 맡아 ‘여의도 정치’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여당 원내대표에게 올라오는 중앙정부 부처들의 보고 자료를 접하면서 거시적 안목을 넓힐 수 있었다. 이건 기초단체장 행정집행에 엄청난 도움이 되는 경험이다. 지난 4년은 앞으로의 서대문 구정을 준비하는 행운의 시간이었다.”

-어떤 준비를 했다는 건가.

“4년 동안 지역신문에 서대문의 문제점과 현안에 대한 칼럼을 썼는데, 이 과정을 통해 지역 상인들을 비롯한 수많은 주민들을 만났다. 이때 조사한 자료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약도 정리했다. 준비된 공약들은 대부분 머릿속에서 나온 게 아니다. 전부 발로 뛰면서 만든 ‘맞춤형’ 공약들이다. 이게 저의 경쟁력이고 반드시 당선돼야하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준비한 공약들은 국회의원 경력이 있다고 잘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이런 내용을 그동안 페이스북에 꾸준히 올리기도 했고, 얼마 전엔 책으로도 냈다.”

-상대가 재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인물론’을 앞세우는데.

“사적으론 고등학교 선후배사이다. 후배 입장에서 불편한 점이 없진 않지만, 그분은 그동안 ‘서대문 갑’ 지역 총선에 일곱 번 출마해 다섯 번 떨어졌다. 28년 동안. 출마야 자유지만 이 정도면 주민 평가는 끝났다고 본다. 특히, 서대문 갑 쪽에서만 주로 출마했기 때문에 전체 지역을 잘 모른다. 하지만 저는 구의원 8년과 시의원 8년을 지내면서 구 전체 현황을 봐왔다. 지방자치라는 게 그런 거다. 서울시의회 예결위원장 땐 서대문구 전체 지역 예산을 다뤄봤다. 지난 4년 동안의 준비과정은 지역 현안을 완전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박운기 더불어민주당 서대문구청장 후보 ©투데이신문
박운기 더불어민주당 서대문구청장 후보 ©투데이신문

-3연임 한 현 구청장의 구정은 어떻게 보나.

“문 구청장의 복지정책은 전국 최고였다.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정책을 문 구청장이 서대문에서 최초로 시행했는데, 이걸 중앙정부가 채택하면서 전국으로 확대됐다. 또 문 구청장은 정말 청렴한 분이다. 회계사 출신이기도 한데 12년 동안 깨끗하게 구정을 이끌었다. 이 분 직전 구청장으로 계셨던 분은 엄청난 비리로 구속돼 7년을 복역했다. 지역에선 아주 유명한 사건인데, 공무원 승진 때 몇 천, 인허가 내는데 몇 억, 이런 식으로 구정을 운영하다 구속됐다. 이분을 발탁한 분이 공교롭게도 상대후보다. 단체장 앞에 놓인 유혹이 얼마나 많겠나. 그런 면에서 문 구청장을 높이 평가한다.”

-잘못한 부분도 있지 않나.

“재개발재건축이 지체된 건 아쉽다. 이명박 정부 당시 불었던 ‘뉴타운’ 광풍으로 집값이 하락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돌아가신 박원순 시장이 도시재생 등의 정책을 폈고, 그러면서 재개발재건축 문제가 누적돼 왔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박시장이나 문 구청장이 추구하는 도시계획 정책 방향이 모두 옳은 건 아니다. 시의원 때 도시계획 심의위원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저는 박 시장이 한강 스카이라인을 35층으로 해야 한다고 할 때 문제제기를 많이 했었다. 제가 도시행정학 석사 자격이 있고 전공도 조경학이라 이 분야엔 전문가다. 그래서 서대문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문제는 완전히 맞춤형으로 해결할 생각이다.”

-재개발재건축 문제는 서울시와 중앙정부 간 협조가 절대적인데.

“당이 다르다고 협조가 어려울 것이란 얘길 많이들 하는데, 현실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 왜냐하면, 일단 국회 다수당이 우리 당이다. 법개정이 필요하면 민주당 없인 안 된다. 또 설령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다 해도 그분 역시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다. 지역 현안이 잘 풀리면 오 시장에게도 도움이 되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나. 협조가 어려울 거란 주장을 펴는 건 민심을 호도하고 싶은 옹졸함 때문이다. 홍제천 복원사업 제안 때도 구청장과 당이 달랐지만, 정책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하고 협조해 그분 치적이 되도록 했다. 지역과 주민을 위해서라면 이해득실 따지지 않고 ‘당신의 치적이 될 거다’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준비된 공약은 뭔가.

“한 마디로 표현하면, ‘ESG(교육·스마트·그린) 명품도시’ 건설이다. 먼저, 유진상가와 인왕시장을 최우선으로 복합개발 할 계획이다.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유진상가 철거로 단절된 홍제천 생태환경을 완성하고 서대문의 랜드마크가 들어선다는 거다. 이런 문제는 도시계획 마인드가 있어야한다. 박운기는 이걸 해결할 수 있다. 이건 서대문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 한다. 또 홍제시장, 개미마을, 현조동 재개발재건축 사업지구도 오랫동안 풀지 못하고 있는 지역들이다. 이 사안들은 이해관계나 사업성 등에 문제가 있어 복잡한데, 절충점을 찾아 속도감 있게 끌고 갈 예정이다. 이런 것들을 전부 맞춤형으로 추진해야 한다.”

-구민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제 선거 슬로건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도 부러워할 명품도시’인데, 말 그대로 서대문을 다른 지역들이 부러워할 명품도시로 만들겠다는 거다. 서대문구 토박이인 박운기가 주민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그동안의 다양한 경험을 쏟아 부어 일대 혁신을 일으키겠다. 믿고 맡겨주시기 바란다. 적극적인 지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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