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영 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에서 각자만의 불안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떤 이는 자신의 불안과 당당히 마주해 이겨내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불안을 외면하고 방치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불안이라는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진짜 이유를 생각해본 적 있는가.

<이토록 쓸모 있는 불안>의 저자인 우보영 작가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에서 불안이 피어난다고 말한다. 우 작가는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불안한 마음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이 ‘쓸모 있다’고 표현한다. 

‘쓸모 있는 불안’이란 무엇일까. <이토록 쓸모 있는 불안>에서는 불안과 나의 관계를 동등하게 바꾸는 습관과 생각의 방법을 알려준다. 34년 간 불안한 히치하이커로 살아온 우 작가는 힘든 경험을 통해 공황장애를 겪기도 했지만 자신만의 마음가짐을 통해 이겨나간 경험을 공유하며 위로를 전한다. 아울러 여러 가지 심리학적 자료를 토대로 한 불안을 해소하는 활동들을 제시하며 책을 통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계기를 제시한다. 

<투데이신문>은 지난달 19일 <이토록 쓸모 있는 불안>의 저자인 우보영 작가를 만나 책 출간 스토리와 불안을 겪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말들을 들어봤다. 

’쓸모 있는 불안’이란

Q. 생애 첫 출간에 대한 소감은.

책을 쓰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한 건 일 년 정도 됐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던 것 같다. 꿈이 현실이 된 것 같아 굉장히 기쁘다.

Q. ‘불안’이라는 소재를 선택하신 이유는.

내 마음속에 오랫동안 품고 있었고, 가장 친한 주제여서 선택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지난 3년간, 살면서 어려운 일들을 많이 겪었다. 그 과정에서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내 마음도 돌아보게 됐다. 불안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들 자기 나름대로 불안한 이유가 있다는 걸 깨달았고,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눠보고 싶어서 주제로 선정하게 됐다.

Q. 책 표지가 눈에 띈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공구상자를 표현했다. 우리는 무언가가 망가지면 고치려고 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불안하면 힘든 상황을 고쳐야 한다. 공구상자를 보면 망치나 톱도 있지만, 꽃과 나침반 같은 긍정적인 요소들도 담겨있다. 이를 통해 과격한 방법만으로 문제를 고치겠다기보다는 유연한 마음으로 내 삶을 돌아보면서 묵묵히 내 갈 길을 간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Q. 제목부터 <이토록 쓸모 있는 불안>이라고 표현했다. ‘쓸모 있는’ 불안은 무엇인가.

불안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각자 다른 요소가 한번에 붙어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 불편한 감정 등과 같은 불안이 동전의 앞면이라고 한다면, 뒷면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다. 그만큼 소중하게 생각하고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에 불안한 감정이 드는 것이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불안한 마음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쓸모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을 정확히 들여다볼 수 있는 렌즈가 돼 준다는 면이 가장 핵심인 것 같다.

Q. 불안이 쓸모 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내게 불안은 오랫동안 극복해야 되는 문제였다.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불안을 느꼈다. 내 불안의 여러 가지를 돌아보며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기존에 불안하지 않으려고 애쓰던 내가 아닌 새로운 삶의 자세로 세상을 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이런 개인적인 변화가 가장 큰 것 같다. 이러한 변화 사이에는 명상, 상담,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종류의 의사소통 등 많은 요소들이 있었다. 어떤 한 가지가 마법처럼 마음을 바꿔 준 계기가 됐다기보다는 삶을 대한 전반적인 태도가 달라진 것 같다.

Q. 반대로 쓸모없는 불안이 있다면.

불안에 대한 쓸모를 매기며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불안한 마음을 감당하고 다루기 힘들어진다면 좋은 불안이라고 보기는 힘든 것 같다. 내가 왜, 어떤 문제 때문에 불안한지를 파악하는 한편 불안을 낮추는 방법에 대한 지식과 요령을 익혀 그 정도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

Q. 불안의 메커니즘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큰 틀에서 생각과 감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보통 불안은 ‘면접 잘 볼 수 있을까’, ‘결혼 할 수 있을까’ 등과 같은 미래에 대한 고민에서 온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에서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사회가 만든 정답이 아닌 다지 선다형의 정답이 있는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정답이 꼭 하나는 아니다. 그런 면에서 생각이 일으키는 불안을 조금은 다스릴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우리는 불안하다는 것을 일차원적 감정으로서 느낀다. 감정을 다스리기는 쉽지 않기에 내 감정과 친해지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일기를 쓰거나, 감정을 솔직하게 터놓는 친구와 대화를 하는 방법을 통해 감정에 솔직해져 보자. 그럴수록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Q. 불안은 치료 받아야 하는가. 치유 받아야 하는가.

일반적인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불안으로 인해 힘들고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치료가 필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삶에도 만족하지만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싶고, 다른 경험을 하고 싶은 생각에서 오는 불안이라면 치료가 아닌 새로운 경험과 시도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불안은 내재적 감정 요인이기 전에 외부적 요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맞다. 사람이 진공 속에서 혼자 살아간다면 내 마음만 다스리면 되겠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난다. 타인이 나에게 한 말, 혹은 내가 처한 상황이 불안한 감정의 영향을 낄 수 있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는 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문제이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남을 바꾸는 것보다는 나를 바꾸는 게 그래도 쉽다는 것이다. 내 마음에서 왜 분노가 일어나는지를 돌아보고, 과민반응하게 되는 이유가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자. 그러면 내 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Q. 요즘 들어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을 겪는 현대인들이 많다. 이를 질병으로만 분류, 정의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이러한 부분에 대해선 내가 의료 전문가가 아니기에 말하기 조심스럽다. 환자였던 경험으로 말하자면, 과거에도 있던 감정의 형태인데 병으로 정의하기 때문에 병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힘든 경험이다. 정말로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 나도 실제로 대중교통에서 그러한 경험을 겪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그 장소가 굉장히 공포가 된다. 그러다 보면 점점 자기의 생활공간이 좁아지고, 사회 활동을 못하게 되는 분들도 많다. 공황장애라는 것은 단지 인식의 문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들에게는 정말 약이 구원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보다는 다양한 전문가를 통해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Q.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나의 아픔과 질병을 복기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나도 여전히 불안에 시달리는 한 인간이기에 ‘전문가도, 의사도 아닌 내가 무슨 자격으로 책을 쓰고 있지’,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이 의미 있게 봐줄까’에 대한 걱정들이 장애물로 다가왔다. 글을 쓰는 동안 이러한 자기 의심을 이겨내는 과정이 하나의 도전이었다. 이를 극복해 책이란 형태로 세상에 나왔고, 읽어주시는 분들도 생겨 새로운 경험이 됐다.

Q. 감정적으로 아픔을 겪고 있지만, 불안 혹은 자신을 들여다 볼 용기가 없어 피하고만 있는 분들께 한마디 한다면.

모든 분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상처나 이야기가 다르다. 어떤 분에게는 내 말이 상처가 될 수 있어서 1대 1이 아닌 일반적으로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나만 힘든 게 아니다, 누구나 힘들다’라는 것이다. 나만 힘든 게 아니고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누구나 다 힘들다. 그러나 마음이 힘들면 힘이 없기 때문에 나 자신밖에 볼 수 없고, 자꾸 마음 안에 갇히게 된다. 그럴 때 힘듦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한 번만 상기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다는 깨달음이 위로가 되고 불안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상담이라든지 친구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늪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 같다. 이러한 시도를 여러 번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상담 혹은 병원을 방문한 후 상처를 받으시는 분들이 많다. 그 이유는 용기 내서 찾아갔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마음의 문을 닫는 분들도 있다. 이러한 부분을 미리 염두해 뒀으면 좋겠다. 

첫 소개팅에 나가 운명의 짝을 만나기 힘든 것처럼, 누군가에게 진심을 털어놓았을 때 그 사람과 내가 안 맞을 수 있다. 이걸 미리 짐작하고 여러 번 만나보겠다는 태도를 가지고 용기를 낸다면 내 상처를 더 잘 돌볼 수 있을 것이다.

Q. 작가님의 불안을 만드는 습관은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고쳤나.

여전히 고쳐 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나를 가장 불안하게 했던 것은 ‘어떻게 해야 돼’라는 생각의 틀이었다. 예를 들면, 어느 대학교 가야 돼, 어디 취업해야 돼, 몇 살까지 결혼해야 돼와 같은.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면 큰일이 난다고 생각했고, 불안을 만드는 습관이 됐다. 하지만 이젠 이것을 조금은 유연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세상이라는 건 내 뜻대로 할 수 없고, 이런 저런 일이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생각했던 방향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얼마나 나를 파괴하는 습관인지 깨달았다.

Q. 말씀해주신 것처럼 정해진 틀 때문에 불안을 겪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맞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답이 있는 사회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학창시절부터 등수를 매기고, 결혼 정보회사 같은 경우에는 직업, 나이 등을 따져 등급을 매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다는 눈에 보이는 몇 가지 지표들을 가지고 사람을 줄 세워 정답이 있다고 말하는 사회인 것 같다. 이것을 아예 무시하고 살아 갈수는 없겠지만 너무 휘둘리다 보면 불필요하게 괴로운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Q. 그렇다면 스스로 만족스럽다고 생각하시는 습관이 있나.

내가 어떤 생각을 했을 때 부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준다면 생각을 하고 나서 ‘생각은 생각일 뿐이야’라고 상기시켜주는 것과 자기 전에 명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명상이 도움이 많이 된다. 상담하면서 배웠던 것이 있다. 손을 나비 모양으로 만들어 가슴 위에 얹고, ‘나는 안전하다’, ‘나는 풍족하다’, ‘모든 것은 좋게 끝이 난다’ 이렇게 말하며 위로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굉장히 편안함과 따듯함을 느낀다.

Q. 불안을 많이 느끼는 세대나 나이대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책의 타겟층을 선정할 때 나와 나이대가 비슷한 30대 여성들이 많이 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내고 의외의 반응을 얻었다. 60대인 부모님 세대 분들도 많았고, 나이와 상관없이 내 얘기 하는 것 같다며 공감을 해주셨다. 이처럼 특정한 나이 때문에 불안을 느끼는 것이 아닌, 어쩌면 평생 숙제처럼 따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자기 상황에 맞는 그 나이대에 불안이 계속해서 존재하는 것 같다.

Q. 작가님은 어느 시기에 가장 불안을 느꼈는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을 잃어버렸을 때 가장 불안한 것 같다. 누구나 자기가 가장 의미 있게 생각하고 투자를 많이 한 것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가장 불안한 것 같다. 최근 이혼을 했다. 6년을 연애하고, 6년 결혼생활을 해 도합 12년의 인연이다. 이러한 인연이 이런 결말을 맞을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때는 정말 인생이 끝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공황장애도 겪게 돼 큰 어려움을 겪는 힘든 시기였다. 이런 시기를 삶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마음가짐으로 극복해 나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알게 되고 성숙해졌다.

어떤 삶을 살지라도 잘못된 건 없다

Q. <이토록 쓸모 있는 불안>, 누구에게 추천하는가.

누군가의 힘든 이야기를 듣고 ‘다들 힘들구나’라고 느끼며 위로 받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분명 얻어 가시는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Q. 불안의 얼굴을 그리는 페이지가 있다. 작가님의 불안의 얼굴은 현재 어떠한가.

나의 불안은 무시무시한 괴물 같았다. 공황장애가 괴물의 이미지처럼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엄청난 힘을 가진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귀엽고 까칠한 친구 같은 이미지로 바뀌었다.

Q. 책을 읽은 독자들의 불안의 얼굴이 어떻게 변하길 바라는가.

결국에는 불안도 나의 일부다. 나의 한 부분을 무섭거나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느끼기 보다는 내 모습들 중 하나라고 편하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인생은 언제나 옳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어도 잘못된 것 없고, 마음이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잘못 된 건 없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