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바이든에 50조 선물
기후위기는 신 보호무역주의 시작
정부, ESG경영 지원 제대로 해야
에너지고속도로는 국가 기간산업
한전 송배전망 분리해 공용화해야

양이원영 의원 ©투데이신문
양이원영 의원 ©투데이신문

“RE100이 무엇인가.”

지난 2월3일. 지상파 방송3사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RE100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묻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렇게 되물었다.

또 “EU 택소노미가 중요한 의제인데, 원자력 관련 논란이 있다. (윤 후보가) 전문가에 가깝게 원전을 주장하는데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질문엔 “EU 뭐라는 걸 들어본 적이 없으니 가르쳐달라”고도 했다.

당시 토론을 두고 “대선 후보가 그것도 모르냐”, “장학퀴즈 질문”이라는 등의 공방이 오갔다. 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의 ‘무지’가 드러났다며 “기후위기 대응 준비가 안 돼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환경운동가 출신 국회의원인 양이원영 의원은 토론 직후 “기후위기는 경제위기다. 빠르게 변하는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 속에 RE100도, EU 택소노미도 모르는 윤석열 후보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겠냐”며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리더’로서의 자격 문제를 지적했다.

◆ESG 경영,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현안으로 급부상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기후 위기(氣候 危機·climate crisis)가 인류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탈원전’, ‘탈핵’, ‘탄소중립’, ‘ESG경영’ 등 관련 현안이 전 지구적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글로벌 TOP10 국가’의 대선후보 자질 시비(是非) 대상이 될 정도로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기업은 그야말로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다.

특히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 경영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요소이면서 성장은 물론 생존과도 직결되는 핵심가치로 부상했다.

경영계를 강타하고 있는 ‘ESG 태풍’은 취업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경제연구소가 지난해 하반기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채용 트랜드를 조사한 결과, 다수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인공지능 등과 함께 ESG 관련 인재 채용을 대폭 늘릴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의 ESG 관련 정책도 활발히 추진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는, 지난달 3일 5년간 60조원의 ESG 관련 예산을 투입해 ▲초격차 기술 5개 ▲초일류기업 5개 ▲벤처·스타트업 1000개 ▲신규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류 멸종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기후위기’ 시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우리의 입법 대응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또 기업의 ESG 인재 채용과 청년 ESG 활동, 정부의 지원 실태 등은 어떤 상황인지 이 분야 최고 전문가를 통해 짚어봤다.

국회 전반기 더불어민주당 기후위기대응환경특별위원장을 역임한 양이원영(51) 의원을 만났다.

양이원영 의원 ©투데이신문
양이원영 의원 ©투데이신문

◆몰라도 너무 몰라서 놀라...‘원전’만 짓겠다는 윤 후보, 편향 정보만 흡수?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 전체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충당한다는 캠페인이다.

EU 택소노미(taxonomy)는 에너지원이 친환경인지, 녹색사업인지 여부를 알려주는 기준으로 유럽연합(EU)의 ‘녹색분류체계’를 의미한다.

양이 의원은 에너지전환과 관련한 지난 대선 토론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먼저, ‘당시 윤석열 후보의 답변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부터 물었다.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놀랐다. 당연히 (RE100, EU택소노미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후보의 대선 공약에 큰 차이가 없었는데, 에너지와 여성 관련 정책은 많이 달랐다. 윤 후보는 탈원전,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여러 에너지전환 관련 정책에도 불구하고 원전(원자력발전소)만 하겠다(짓겠다)고 했다. 원전은 재생에너지와 경쟁 관계다. 편향된 특정 그룹 정보만 제공받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대국민 홍보효과’는 컸던 것 같다.

“하하. 맞다. 그동안 수없이 얘기해 왔지만, 대다수 국민이 알지 못했다. 토론 덕분에 RE100과 EU 택소노미를 전 국민이 알게 됐으니, 상당한 홍보효과를 거둔 건 분명한 것 같다. 그럼에도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이 이어지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어느 정도 심각하다는 건가.

“국가 경쟁력은 물론, 인류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미국이나 EU가 도입한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제품에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건데, 이 얘긴 ‘물건 값이 비싸진다’는 거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화 된 국내 대기업들은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공장을 현지화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자연히 국내 일자리는 줄어들게 된다. 젠더 갈등이 왜 생기나. 핵심은 결국 기회의 문제다. 기성세대들과 달리 지금은 대학 나온다고 취업이 보장되는 시대도 아니다. 타국인에 대한 혐오 문제도 일자리 부족 때문에 발생하는 거다.”

지난해 7월,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55%수준까지 줄이기 위한 입법 패키지 ‘핏포 55(Fit for 55)’를 발표하면서 탄소국경조정제(탄소국경세·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도입을 포함시켰다. 2025년까지 과도기를 거쳐 2026년부터 시행 예정이다. 탄소국경세는 EU 외 국가에서 생산·수입되는 제품에 유럽연합 내 생산 상품과 동등한 수준의 배출 규제 비용(사실상의 추가 관세)을 부담시켜 역내 기업들을 보호하겠다는 조치다.

-‘공장 현지화’ 정책이 단지 비용 때문이란 얘긴가.

“이건 사실 기후위기 명분을 내세운 ‘신(新) 보호무역주의’의 시작이라고 봐야한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갔을 때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대기업 총수들을 한 명씩 불러 세우며 감사 인사를 했는데,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수십조 원을 투자해 공장을 짓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바이든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의 전통 백인 노동자 거주지역인 ‘러스트벨트’ 쪽 표를 더 가져왔기 때문인데, 당시 내건 공약이 ‘공장 리쇼어링(Factory Reshoring-해외 생산시설을 본국으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왜? 일자리를 늘려야하니까. 글로벌화 된 우리 기업들은 굳이 국내에 공장을 안 지어도 매출에 별 영향이 없다. 꼼짝없이 (보호무역주의에) 당하고 있는 거다.”

러스트벨트(Rust Belt)는 과거 미국 제조업의 호황을 구가했던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 등 미국 중서·북동부 지역의 이른바, ‘녹슨 지대(쇠락한 공업지대)’를 뜻한다.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디트로이트와 철강 산업의 메카인 피츠버그 등이 있다.

제조업 사양으로 몰락한 이들 지역의 백인 중산층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J.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4년 후엔 다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당시,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었던 러스트벨트가 경합주로 바뀐 것을 의식한 바이든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비슷한 ‘자국 보호주의’를 내세우며 집권했다.

지난달 20일, 삼성전자는 한국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최첨단 3나노 반도체 제품을 선보이며 미국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재 확약했다. 현대차 그룹도 조지아주에 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고 로보틱스·UAM(도심항공모빌리티)·자율주행 등을 포함, 총 10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LG에너지솔루션, SK그룹은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한화그룹은 태양광 모듈 공장을, 두산·GS 등은 소형 모듈 원자로(SMR) 사업을 미국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기업이 최근 미국에 투자를 결정하거나, 향후 투자 계획을 밝힌 규모는 약 50조원에 이른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시찰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시찰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U의 강화된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우리 기업에 최악

-탄소국경제도가 우리 기업의 국내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 같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 3월, 유럽연합(EU) 의회가 기존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한층 더 강화시키는 안을 제시했는데, 올 여름 통과여부가 결정된다. 내용이 뭐냐 하면, 이전엔 제품 자체에만 탄소배출 기준을 뒀는데 앞으론 제품 생산에 사용하는 전력의 탄소까지도 계산하겠다는 거다. 즉, 2차 배출 기준을 만든 건데 이렇게 되면 우린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윤석열 정부가 잘 대응하지 않겠나.

“지금 계속 원전 얘기만 하고 있지 않나. 기업들은 당장 달성해야하는 목표가 중요하다. 당면 현안을 해결 못하면 국제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러니 RE100도, 2050년 탄소중립도 먼 미래 얘기일 뿐이다. 공장을 해외로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히려 해외투자를 받아 국내에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만들어도 부족한데.”

-그렇다고 출범 한 달도 안 된 현 정부를 탓할 순 없지 않나.

“문재인 정부 때도 기재부(기획재정부)와 엄청 싸웠었다. 그린뉴딜 관련해서. 하도 난리를 치니까 몇 개 좀 끼워 넣는 정도 수준에서 그쳤지만, 사실 기재부는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다. 결국 ‘간판갈이(정권교체)’만 한 거다. 윤석열 정부가 이번 추경(추가경정예산)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는데, 진정으로 확대할 생각이 있었다면 그렇게까진 안 했을 거다.”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뒀던 ‘한국판 뉴딜’ 관련 예산은 윤석열 정부 들어 1조원 이상 삭감됐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효율 금융지원 사업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양이 의원은 “재생에너지 발전하는 사람들은 소규모·소상공인들이 대부분인데, 이런 분들은 그 시설을 담보로 대출을 못 받는다”며 예산 삭감을 안타까워했다.

-RE100은 국가 간 조약도 아닌, 캠페인에 불과한데 파급력이 대단한 것 같다.

“캠페인 참여가 늘면서 기업들이 이걸 마케팅 소재로 쓰는데, 자신들은 물론 납품하는 협력사에도 RE100 기준을 요구한다. 이건 또 다른 의미의 보호무역주의인 거다. 애플(Apple)이 한국 기업에 발주하는 금액이 연간 수십조인데, 이미 2018년부터 협력사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라 요구해오고 있다. 2019년엔 RE100 담당 이사가 한국에 와서 한 바퀴 다 돌고 갔는데, 이후부터 점점 더 강하게 요구한다.”

-국내 기업들이 요구사항을 거절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애플을 상대하는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요구조건을 맞출 수밖에 없다. 당연하지 않나.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니까. 그래서 SK하이닉스는 이미 RE100을 선언했고, 대만의 TSMC도 일본 소니도 했다. 삼성전자도 준비 중이고. TSMC는 선언 시기가 빠른데, 거긴 해상풍력을 직(直)라인으로 받아서 그걸로 RE100을 하겠다고 한다. 그나마 글로벌 대기업들은 어떻게든 맞춰나가겠지만,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작은 기업들은 방법이 없다.”

현재 RE100을 선언한 글로벌 기업은 올 4월19일 기준, 미국의 애플과 구글·GM·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META) 등 총 361개사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SK그룹 8개 관계사를 시작으로 LG에너지솔루션 등 10여개 기업이 캠페인 동참을 선언했다.

-중소기업은 하고 싶어도 여력이 안 될 것 같다.

“그래서 국가가 나서야한다는 거다. 현재 재생에너지 가격이 비싼데, 왜 그런지를 국가가 확인해서 문제를 해결해줘야지 기업 경쟁력이 생긴다. 해외 몇몇 국가의 경우, 원전이나 석탄발전보다 재생에너지가 훨씬 저렴하다. 왜냐하면, 생산 기반시설이 다 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왔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 거다.”

-우린 왜 그런 여건을 못 만드나.

“제가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해야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도 많은 사람(기업)들이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걸 판매할 수 있는 전력망 송전선로가 없다. 아무리 많이 생산하면 뭐하나. 연결이 안 되는데. 재생에너지발전소를 세웠는데 전력망 연결이 안 돼 전기를 팔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 이건 한전(한국전력공사)이 업무를 방기하는 거다. 통신망도 자동차고속도로도 모두 국가가 나서서 깔지 않나.”

국회 기후위기 그린뉴딜연구회 책임연구원이기도 한 양이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등을 포함한 기후환경·에너지부문 공약 기본 설계를 주도했다. 지난 연말엔 ‘에너지전환을 위한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한 대안 마련에 지속적인 열정을 쏟고 있다.

양이원영 의원이 2020년 8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젠제공=뉴시스]
양이원영 의원이 2020년 8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젠제공=뉴시스]

◆한전에서 돈 안 되는 송배전 떼내 국가가 책임져야

-한전은 왜 안하는 건가.

“시장형 공기업이라 51%만 국가가 책임지고 49%는 민간이 주식을 갖고 있어서 정부 예산을 들일 수 없다고 한다. 기재부가. 한전이 전기요금에서 월 4000원씩 기본공제 할인을 해주고 있는데, 연간 5000억이나 되는 이 돈을 정부가 한전에 주고 있다. 전기요금 깎아줄 생각 말고, 이 돈으로 전력 연결망 까는 게 훨씬 낫다. 송배전망은 한전에서 떼 내 완전히 공용화해야 한다. 에너지고속도로는 인프라다. 국가 기간산업인 것이다. 전력망도 그렇게 투자를 해야 민간사업자 누구나 태양광을 할 수 있다. 에너지고속도로 건설로 일자리도 만들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법을 만들어 바꾸는 수밖에 없다. 독일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빨리 할 수 있었던 건 2002년에 에너지전환 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인데, 이걸 통해서 재생에너지발전소를 전력망에 우선 연결시켜줬다. 의무구매도 해줬고. 당시엔 구매가격도 (kw당) 700~800원 할 정도로 상당히 비쌌다. 그런데도 20년 간 고정가격을 보장하며 무조건 사줬다. 전기요금으로 다 보조해주면서. 지금 생산단가가 50~60원정도 나오는데, 초기에 비하면 1/10 이하로 떨어졌다.”

-법으로 바꾸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입법으로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지금은 그런 생각까지 든다. 여당일 때도 정부 관료들 설득하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더욱 법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 당(더불어민주당) 차원에서 작정을 해야 하는 문제가 남긴 하지만...”

-듣고 보니 에너지고속도로는 서둘러야할 현안이다.

“지금은 태양광을 일반 가정집 베란다나 지붕에도 깔고 벽에도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비용과 기술이 진전돼 있다. 누구나 만들어 연결이 가능해지면, 시민들도 돈을 벌고 국가도 에너지수입을 덜 하게 되니까 윈윈(win-win)인 거다. (중소)기업들도 RE100할 수 있도록 값싼 전기 공급이 가능해지고. 무엇이든 국가의 역할이 있는 거다. 인프라 제대로 깔아주고 규제, 인허가 등을 빠르게 처리해주면 가격은 급속히 떨어지게 돼 있다.”

-임야 등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설비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이 있다.

“언론이 보도를 그런 식으로 해서 그런 것처럼 보이는 거다. 전혀 문제없다. 오히려 더 늘려야 한다. 독일 등 유럽은 눈 돌리면 풍력이고 태양광이다. 거긴 지금 신축 건물에도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1%도 안 된다. 전자파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쓰레기 배출물이 나오는 시설도 아니다. 임야에 태양광을 설치해서 석탄발전을 대체하면,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보다 온실가스 감축량이 훨씬 많다. 10배 이상 될 거다. 풍력발전은 기둥만 세우면 되니까 효율이 100배 가까이 될 정도로 뛰어나다. 우린 화석연료가 60%이상 되기 때문에 이걸 빨리 대체하는 게 훨씬 더 이익이다. 택지개발이나 공장부지로 사라지는 임야가 훨씬 많다.”

국내 태양광발전설비는 2017년 1.362기가와트(GW)에서 2018년 2.589GW, 2019년 3.917GW를 넘어 2020년 처음으로 4.658GW를 기록하며 4기가와트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4년 만에 감소세를 보이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배경엔 지자체 간 각기 다른 규제와 연결선로 부족, 중국발 원부자재 공급대란에 따른 가격 상승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 1기가와트시(GWh)는 약 10만 가구(4인 기준) 이상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넘어야할 산이 많을 것 같다.

“이달에 관련 법안을 위한 토론회를 연다. 현재 재생에너지 전기를 직접 구입할 수 있는 법은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송배전망 이용료를 너무 높게 잡는다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서 제대로 작동을 못 하는 상태다. 그래서 산업통상자원부를 불러 토론회를 하려고 한다. 야당이 됐지만, 국회에서 계속 압박하고 입법 과제를 갖고 법안 발의를 해서 또 압박하고 그래야 된다. 최우선으론 한전을 판매와 송배전으로 분리해서 돈 안 되는 송배전을 국가가 책임지는 걸로 해보려고 한다. 판매시장도 개방하고.”

양이원영 의원 ©투데이신문
양이원영 의원 ©투데이신문

◆정부가 정책 지원 제대로 못하면 대기업도 정신 못 차릴 수 있어

-ESG 경영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얘기가 많다.

“미국 유럽 등 국제시장 환경이 바뀌어서 그렇다. 금융 쪽도 그렇고, 모든 기업들이 ESG·기후위기 등과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다. 중국조차 태양광발전으로 연간 100기가와트(GW) 이상 전기를 생산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제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고. 이런 흐름 속에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가스발전’ 한다고 했을 때, ‘잘 하고 있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3일 울산공장의 전력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직접 세우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사용되는 연간 전력량의 70% 이상을 직접 충당한다는 구상으로, 1.84GW급의 열병합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자동차회사가 직접 발전소를 짓는 건 처음으로, 전 세계 완성차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다.

그러나 RE100 캠페인을 만든 더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이 “(현대차가) RE100에 가입할 당시, (현대차의) 울산 LNG 발전소 건설 계획에 대해 알지 못했다.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현대차에 긴급 해명을 요구하는 등 착공도 하기 전에 난항에 부딪히고 있다. 더클라이밋그룹은 “화석연료 시설의 사용은 RE100의 정신이나 약속에 위배된다”며 “가스는 화석연료로 간주되고, 우리가 ‘녹색 해결책’으로 보는 연료는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잘 하고 있는 걸까’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원전(원자력발전) 사업했던 독일의 지멘스(Siemens)와 농기계 생산하던 베스타스(Vestas·세계 1위 덴마크 풍력발전 기업)가 국제경쟁에서 뒤쳐지면서 풍력으로 사업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GE(General Electric)는 그걸 좀 늦게 해서 시장에서 밀려났는데, 지금 한탄을 쏟아내면서 풍력발전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기업 역시 여차하면 뒤처질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국내 대기업들도 정신 못 차릴 수 있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런데, 언론들은 계속 원전 얘기만 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불편함이 많은 것 같다.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때 잘못된 기사를 바로 잡는 역할을 했는데, 당시 일부 언론이 ‘한전 적자가 탈원전 때문’이라거나, 태양광이 ‘오염물질 투성이’라는 등의 거짓 기사를 냈다. 이걸 전부 바로잡았었다. 해당 기자들 실명까지 들면서. 그런데, 그 기자들이 나중엔 또 그렇게 쓰더라.”

-의도적이라고 보나.

“아니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 큰 문제는 그 기사를 보고 또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똑같이 쓴다는 거다. 사실 이런 가짜뉴스가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건 아니다. 독일도 재생에너지 분야가 빨리 성장해 어떤가 들여다봤더니, 거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린 정치화돼 있어 정도가 좀 심한 편이다. 참 아픈 지점이다.”

-채용시장에도 ESG 열풍이 거세다.

“얼마 전에 들은 얘긴데, 지금 서울대 환경대학원 학생들이 고액 연봉에 스카웃(scout) 된다고 한다. 국제 무역질서와 경제 질서가 바뀔 때 기업은 어떤 시장에 들어갈 건지, 어디에 투자할 건지, 어떤 제품을 만들 건지, 마케팅은 어떻게 하고 시장분석과 BC분석(Benefit Cost analysis-편익비용분석)은 또 어떻게 할지 등을 고민하며 여기에 필요한 인재를 찾는다. 이럴 때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나 재생에너지, 에너지전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몸값’은 하늘과 땅 차이 아니겠나.”

양이원영 의원 ©투데이신문
양이원영 의원 ©투데이신문

◆과학자 꿈 포기하고 27년 환경운동 활동

-환경 문제에 천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제가 생물학을 전공했다. 화학이 부전공이고. 고등학교 때 ‘생물반’ 같은 활동을 하면서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면서 식물이나 동물, 산, 바다 같은 자연을 좋아하게 됐다. 감성적으로도 좋아했고, 학문적으로도 흥미가 많았다. 생태학이란 게 결국 사람과의 환경, 먹이사슬 관계로 연결돼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라 자연스럽게 환경운동과 연결된 것 같다.”

-본격적인 환경운동 활동 계기는 뭐였나.

“대학 때 우연히 환경운동연합 대학생캠프에 참여하면서 골프장 건설로 파헤쳐진 산이나 원전 주변, 핵 폐기장 같은 곳을 많이 다녀봤다. 그런 현장들을 보면서 각성(覺醒)하게 됐는데, 학자보다는 활동가가 더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을 했다. 대학 4학년이 되면서.”

-‘어릴 때’인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원래 과학자가 꿈이었는데, 결국 대학원도 포기하고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그때가 1994년이다. 3년 지난 후엔 환경운동연합에 들어가 국회의원이 되기 직전까지 활동했다.”

양이 의원은 서강대학교 91학번으로, 생물학을 전공한 환경운동가 출신 정치인이다. 탈핵 운동 활동으로도 유명하다. 삼척 신규 원전 유치에 반대했고, 경주 방폐장 지질의 활성단층 문제를 처음 제기한 사람도 양이 의원이다.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월성1호기 가동 연장, ITER, KSTAR 등 핵융합 연구 사업 등에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탈원전 기조에 맞춰 활발한 활동을 폈다. 탈핵 운동에서 에너지전환 운동에 힘을 쏟으며 지난 2017년 대선 땐 예비 후보들에게 에너지전환 정책 공약화를 제안하고 공동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서울 난지도 공원화 운동을 비롯한 서해안 기름 유출 자원봉사 조직화 사업, 4대강 반대 운동 등을 적극 펼쳤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조언가 그룹으로 참여했다.

2020년 총선에서 시민사회 추천으로 더불어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9번에 공천돼 당선됐다. 전반기 환경노동위원회에 배정돼 활동했다. 현재 상임위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석탄을 추진하며 베트남에 석탄발전소를 건설하자 양이 의원은 “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기후악당’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오늘 한전의 베트남 붕앙2호기 결정은 스스로 기후악당임을 증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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