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프리카서 감염 증가세…미국 의심사례 첫 보고
천연두와 유사…치명률 낮지만 발열·수포성 발진 등 발현
해외 입국자 격리 및 항공 규제 해제…유입 가능성 증가
정부, “검역·관리 강화…3세대 두창 백신 도입할 것” 강조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내일부터 원숭이두창이 국내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와 같은 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된다.
전날 기준 원숭이두창은 전 세계 비풍토병 지역 27개국서 780건 확진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확산 속도는 코로나19에 비해 빠른 편이 아니고 국내에는 아직 의심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병에 관한 정보가 많이 없는 것은 물론 잠복기가 길고 반려동물 감염 가능성까지 존재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8일부터 항공 규제가 전면 해제되고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가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할 경우 진행했던 ‘7일 격리 의무’가 해제됨에 따라, 원숭이두창 유입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원숭이두창은 ‘사람 두창(천연두)’과 비슷하지만 전염성 및 중증도는 다소 낮은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사람 간 병변과 체액, 호흡기 비말 등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증상은 발열, 오한, 두통 등이 발생하며 손을 포함한 전신에 수포성 발진이 나타난다. 치명률은 3~6% 안팎이다.
전 세계서 확산 시작…국내도 예의주시
지난 1970년 원숭이두창의 사람 감염 사례가 처음 알려졌고, 이후 아프리카 지역에서 풍토병이 됐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확진 건수가 영국이 207건으로 가장 많고, 스페인 156건, 포르투갈 138건, 캐나다 58건 등이 뒤를 이었다. 더불어 아르헨티나와 호주, 모로코, 아랍에미리트에서도 한 자릿수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최근 미국 워싱턴 DC에서도 의심 사례가 보고되는 등 원숭이두창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기존 두창 백신으로 접종할 경우 85% 정도의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지만, 지난 1980년 WHO가 두창 종식을 선포한 이후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아 지금과 맞는 체계가 미흡한 상황이다. 또한 최근 북미, 유럽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 확진자의 대부분이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20, 30대라는 것이 알려지며 더욱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지난 1979년까지만 두창 백신 접종이 이뤄졌기에 대부분 50대 이상까지만 면역이 형성된 상태다.
이런 위험에도 정부는 현재 해외 입국자의 격리 의무와 인천국제공항의 모든 규제를 해제한다고 밝혀 이목이 쏠렸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오는 8일부터 정부는 포스트 오미크론 입국 체계 개편의 최종단계인 격리 면제 조치를 시행한다. 이는 정부가 국내외 방역 상황이 안정됐고 독일, 영국, 덴마크 등에서 해외입국자 격리의무를 면제하는 추세에 발맞추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접종 여부나 내외국인 여부와 관계없이 해외 입국자는 모든 격리 의무가 해제된다. 다만 입국 전·후 2회 받아야 하던 코로나19 검사는 그대로 유지된다.
더불어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인천국제공항의 항공 편수·비행시간 등을 제한했던 규제도 모두 해제한다.
아직 국내에서는 확진자나 의심 사례가 발견되진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현재 국가 간 이동이 늘고 있으며, 앞으로 여행 수요가 증가할 상황이라 새로운 전염병의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선제적 대응에 나선 정부
이에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31일 원숭이두창에 대해 관심 단계 감염병 위기 경보를 발령했다. 감염병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그중 ‘관심’은 해외 신종 감염병의 발생과 유행 시 발령하는 조치다.
또한 질병관리청은 오는 8일부터 원숭이두창을 코로나19와 같은 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한다. 2급 법정감염병은 전파 가능성이 있어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으로, 현재 홍역·결핵·수두 등을 포함한 총 22종이 지정돼 있다. 원숭이두창이 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됨에 따라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병원 격리 병상에서 치료가 이뤄진다. 더불어 정부는 접촉자 격리의 필요성 또한 검토 중에 있다.
원숭이 두창 백신 도입도 곧 이뤄질 예정이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권근용 예방접종관리팀장은 7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통해 “현재 세계적으로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유입 가능성이 있는 만큼 효과성이 입증된 3세대 두창 백신을 신속하게 도입하고자 한다”며 “3세대 두창 백신(진네오스) 국내 도입에 대해 제조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덴마크 제약사인 바바리안노르딕이 개발한 ‘진네오스’는 기존 백신보다 부작용 위험이 개선된 3세대 백신으로, 현재까지 유일하게 승인된 원숭이두창 백신이다.
정부는 현재 사람 두창 백신 3502만명분이 국내 비축돼 있지만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아직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 사례가 없고 전파력이 높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정부는 두창 백신 비축분을 일반 국민에 접종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감염 노출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 한해 접종하는 방안에 대해서 국외 동향 모니터링과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계획을 수립할 전망이다.
해외 입국자의 수 증가를 고려한 다양한 제도도 마련된다. 먼저 정부는 검역정보사전입력시스템(Q-code)을 항공사와 여행사에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신고내용도 간소화해 입국 대기 시간을 줄일 계획이다. 또한 해외입국 관리체계를 개편하고 검역 인력을 확충하는 등 해외 입국자를 철저히 관리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되거나 코로나19 유행이 재확산할 시 다시 해외입국 관리 강화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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