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억에 새로운 색을 입힌 ‘뉴트로’가 대세입니다. 소비자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기업들은 촌스러움을 훈장처럼 장식한 한정판 레트로 제품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비단 물건 뿐 아니라 옛 세탁소나 공장 간판을 그대로 살린 카페 등 힙한 과거를 그려낸 공간 또한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래된 기록이 담긴 물건과 공간들은 추억을 다시 마주한 중년에게는 반가움을, 새로운 세대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기자는 켜켜이 쌓인 시간을 들춰, 거창하지 않은 일상 속 ‘추억템’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1970년대 오란씨 광고사진 및 공장 전경 [사진제공=동아오츠카]
1970년대 오란씨 광고사진 및 공장 전경 [사진제공=동아오츠카]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드려요~아름다운 날들이여, 사랑스런 눈동자여, 오오오오 오란씨” 

1974년 가수 윤형주가 만든 ‘오란씨 CM송’은 서정적인 멜로디로 당대 청춘은 물론 5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의 추억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 플레이버(Flavor,향) 음료인 오란씨는 기자에게도 별이 톡톡 터지는 듯한 상큼한 탄산음료로 기억되고 있는데요. 

1950년 칠성사이다가 나오면서 국내 청량음료의 시대를 활짝 연 이후, 다국적기업 코카콜라는 1968년 국내에 오렌지 맛 환타를 출시했습니다. 

이후 1970년대 사업 다각화를 목표로 하던 동아제약의 첫 청량음료가 바로 1971년 출시된 오란씨입니다. 오늘날 동아오츠카 성장의 기반이 된 첫 제품이기도 하지요.

좌측부터 1970년대 동아제약 직원 회식에 빠지지 않았던 오란씨의 모습과 1982년 오란씨 시음회 현장 [사진제공=동아오츠카] 
좌측부터 1970년대 동아제약 직원 회식에 빠지지 않았던 오란씨의 모습과 1982년 오란씨 시음회 현장 [사진제공=동아오츠카] 

오렌지맛 환타의 대항마로 불리기도 하던 오란씨는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비타민C가 함유된 음료라는 점을 어필했습니다. 제품명 또한 ‘오렌지’와 ‘비타민C’ 단어를 조합해 만들어졌죠.

국내 자본으로 만든 최초의 플레이버 음료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출시 한 달 전인 1971년 5월부터 사전 마케팅의 일환으로 MBC TV에 ‘오란씨 쇼’가 방송되는가 하면 스팟 광고도 전개했습니다. 

달콤한 오렌지 향과 전에 없던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오란씨의 인기는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발매 직후부터 주문이 쏟아져 추가로 자동 충전기와 자동 세병기의 기계를 구입해 24시간 공장을 가동했다고 해요.

1973년 2월부터는 파일애플 맛의 ‘오란씨 파인’ 출시로 인기를 이어갔습니다. 1976년에는 제 1회 ‘오란씨 오픈 골프대회’를 주최,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스포츠 경기를 후원했습니다. 이는 훗날 기업의 스포츠 스폰서십 대회 기반이 됐죠.

역대 오란씨걸 모습. 1대 오란씨걸인 배우 윤여정과 2010년 새로운 오란씨걸이 된 배우 김지원의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제공=동아오츠카]
역대 오란씨걸 모습. 1대 오란씨걸인 배우 윤여정과 2010년 새로운 오란씨걸이 된 배우 김지원의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제공=동아오츠카]

오란씨 마케팅에서 청량함의 상징인 ‘오란씨걸’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임권택 감독의 아내인 영화배우 채령이 오란씨 CM송과 함께 등장했던 터라 1대 모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첫 오란씨걸은 바로 배우 윤여정이었습니다. 

현재 세계적인 배우이자 영화계의 원로가 된 윤여정은 당시 영화 ‘화녀’로 데뷔해 청룡영화제를 휩쓸고 MBC 드라마 ‘장희빈’에서 주인공 역을 맡아 열연하며 인기를 얻었죠. 1980년대 8대 오란씨걸을 맞은 김윤희는 CF스타로 등극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는 배우 김지원이 새로운 오란씨걸로 얼굴을 알리며 센세이션을 일으켰죠.

이밖에도 2013년에는 가수 전영록과 딸인 가수 보람(전보람), RAMI NU(전우람)이 광고에 출연하는 한편, 이듬해에는 가수 에일리의 오란씨 CM송 광고가 나왔습니다.

오란씨는 초기 제품인 오렌지와 파인애플맛에 이어 지난 2017년에는 깔라만시맛을 선보인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키위맛 신제품을 내놨습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아티스트와 함께 진행한 오란씨 협업 전시회, GS25와 함께한 추억의 굿즈 이벤트, 칼로리 저감화해 출시한 오란씨 제품, 오란씨 바이오페트 출시 포스터 [사진제공=동아오츠카, GS25]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아티스트와 함께 진행한 오란씨 협업 전시회, GS25와 함께한 추억의 굿즈 이벤트, 칼로리 저감화해 출시한 오란씨 제품, 오란씨 바이오페트 출시 포스터 [사진제공=동아오츠카, GS25] 

오란씨 브랜드의 새로운 시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8년 오란씨 47주년을 맞아 홍대에서 ‘오란씨 x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 전시회를 진행했습니다.

2019년 동아오츠카 40주년 기념 오란씨 레트로 패키지를 출시한 데 이어 2020년에는 뉴트로 패키지를 새롭게 선보였죠. 같은 해 GS25와 협업해 추억의 양은도시락 굿즈 개발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오란씨의 반세기 역사와 함께 변화와 도전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브랜드북을 내놓기도 했죠.

이 같은 문화 마케팅 뿐 아니라 제품 자체 속성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인공향료 대신 천연과즙과 색소를 사용하며, 기존 제품 대비 열량을 약 29% 낮춘 칼로리 저감화 노력에 나선 것입니다. 국내 플레이버 탄산음료로는 최초로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바이오페트 제품까지 내놨습니다. 

오란씨는 한 시대를 풍미하던 대표적인 제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추억을 넘어 이제는 CM송과 광고모델, 굿즈 등을 향유하는 문화적 지평까지 갖추며 소통에 나서고 있습니다. 함께 추억하고 즐기는 음료, 오란씨의 달콤한 역사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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