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지지로 첫 여성 용산구청장 당선
이태원 상권 회복돼...콘텐츠 다양화해야
관내 체육시설 관리는 체육회가 맡아야
용문 ‘금요야시장’ 민원, 적극 검토할 것

박희영 용산구청장 당선자 ⓒ투데이신문
박희영 용산구청장 당선자 ⓒ투데이신문

역대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 전, <투데이신문>은 현역 구청장이 출마할 수 없는 서울 지역 3선 연임 제한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유력 후보들을 만나 [격전지 인터뷰]를 진행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희비가 갈렸고, 각 지역 신임 구청장들은 자신들이 내세운 공약 이행을 위해 당선 즉시 인수위원회를 꾸리며 업무 파악에 돌입했다.

무주공산(無主空山)에 깃발을 꽂은 ‘초선 단체장’들은 어떤 각오로 구정에 임할까. 그동안 밝혀온 구정 운영 청사진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고, 향후 4년 동안 펼치고자하는 행정집행 철학은 무엇일까.

당선자들을 만났다.

◆민선 이후 첫 ‘여성 용산구청장’...주민 목소리 직접 들을 것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박희영(61) 국민의힘 후보가 41대 구청장으로 취임하게 될 서울 용산구는 전국 어느 선거구보다도 국민적 관심이 컸던 지역이다.

새정부의 ‘용산 집무실’ 관할 지역인 이곳 민심은 진보 진영 우세를 보였던 그동안의 역대 선거 결과를 비웃기라도 하듯, 박 당선자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박 당선자는 경쟁 상대였던 김철식(62)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23.34%나 앞선 60.67%(6만2788표)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대승했다. 37.33%를 얻는데 그친 김 후보(3만8636표)와의 격차는 2만4152표였다.

1995년 민선 이후 처음으로 ‘여성 용산구청장’에 오른 박 당선자는, 핵심 공약인 <글로벌 경쟁력, 신경제 중심축 용산> 건설을 위해 지난 10일 판사 출신 신평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인수위원회를 띄우며 현안 챙기기에 나섰다.

서울지역 25개 구 가운데 서초, 강남 다음으로 큰 격차를 벌리며 압승한 박 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은 잠시 기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내 “1300명의 유능한 용산구 공무원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23만의 구민 만족도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 붓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큰 승리를 안겨준 용산 구민 한분 한분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구청장이 되겠다”는 박 당선자를 인수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청사.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청사. [사진제공=뉴시스]

◆주민 뜻 반하는 사업, 과감히 접을 생각

-격전지로 분류됐는데, 큰 격차로 압승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구민 열망을 채워드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갇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마인드컨트롤’을 한다. ‘혼자가 아니다. 유능한 공무원들이 있고, 23만 구민이 계신데 뭐가 걱정인가’하고. 함께 터놓고 소통하면 어려울 게 없다는 생각으로 현안을 파악하고 있다.”

-‘소통을 중시하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렇다. 그동안 구민 목소리를 많이 들었던 것처럼, 공무원들과의 대화도 적극 펼치겠다는 생각이다. 구정 운영은 혼자 할 수 없다. 유능한 공무원들이 참 많은데, 이들이 구민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적재적소에 맞는 인물을 배치해 결과가 좋으면 충분히 상훈(賞勳)하고, 이를 통해 공무원들의 사기도 진작시키겠다. 가만히 앉아서 근무평가만 들여다보진 않을 것이다. 직원들을 깊이 알아가는 자세로 일할 생각이다.”

-선거 승리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지역 개발 등 구민이 원하는 염원이나 오세훈 시장의 정책, 대통령 집무실 효과 등이 유권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집무실 경우는 사실 개발 제한 같은 우려 때문에 초기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권영세 의원과 오 시장이 이런 우려 해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인수위활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인수위 현판식 행사 마친지 이틀밖에 안 돼 아직 특별한 건 없다. 인수위활동도 지금부터 시작했고. 현재로선 뭔가 새로운 걸 만들기보다는 지금까지 진행돼온 것을 잘 연결해 이어달릴 수 있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미래를 향한 비전을 한걸음씩 내 딛고자 한다.”

-신임 구청장으로서의 비전은 뭔가.

“용산을 대한민국의 ‘신 글로벌 중심’, ‘신 경제 중심’, ‘정치·경제·문화1번지’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런 굵직한 사업들을 인수위를 통해 어떻게 시작할지 살펴보고, 지난 12년 간 전임 구청장이 해왔던 것들도 들여다보면서 이어갈 건 이어가고 필요 없는 부분은 어떤 게 있는지도 볼 것이다. 특히, 구민과 약속한 공약 이행을 위해 뭘 확인하고 준비해야할지도 검토할 계획이다. 곧 업무보고가 시작되는데, 인수위를 통해 이런 고민들을 차분히 짚어볼 생각이다.”

-향후 구정 운영을 위한 원칙과 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나.

“많이 듣겠다는 생각이다. 주민은 물론, 공무원들과의 소통에 있어서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뭘 원하는지,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를 일일이 살피겠다. 설령, 제가 하고자하는 방향과 주민 뜻이 다르면 과감히 접을 생각이다. 단기적이든 중장기적이든 관계없이. 그래서 더욱 많이 만날 생각이다. 청장실에 ‘갇혀 있는’ 구청장이 아니라 현장과 주민 속으로 들어가는 단체장이 되겠다는 각오다. 불러야 가는 게 아니라 찾아가는 구청장이 되겠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투데이신문
박희영 용산구청장 당선자 ⓒ투데이신문

◆구도심 쓰레기수거 문제, 위탁·직영 모두 깊이 고민할 것

-구민들이 가장 많이 원하는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나.

“선거 운동 기간 중 접한 내용들을 보면, 크고 작은 것들이 정말 많다. 아주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것들도 상당하고.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민원도 적지 않았다. 쉽게 얘기하면, 가려운 부분을 긁어만 줘도 시원하게 생각되는 그런 민원들이 많았다는 거다. 그런 것들은 예산도 크게 안 든다.”

-예를 들면 어떤 게 있나.

“쓰레기 수거 문제가 있는데, 용산구는 아파트단지가 적다. 그러다보니, 용산2가동이나 해방촌 등 구도심 위주의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이걸 지역에 따라 위탁으로 할지, 직영체제로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아무리 위탁이 대세라 하더라도, 비용이 들지언정 직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곳이라면 과감하게 그렇게 해야 된다. 주민 만족도조사를 해봐서 의견을 모아보려고 한다. 다른 구에서 전부 위탁으로 한다 해도 만족도가 높다면 직영을 고민해야 한다.”

-임기 첫 행정집행 업무는 어떤 건가.

“체육시설을 주민들이 직접 관리 할 수 있도록 조치할 생각이다. 현재 관내 체육시설 대부분은 구 시설관리공단에서 하는데, 이걸 체육회가 직접 관리하면 효율성도 높일 수 있고 수혜자 원칙으로 봐도 그렇게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시범적으로 한 번 맡겨볼 예정이다. 또 장애인 시설은 장애인 단체에 맡겨서 운영해보고. 대신 구에선 회계나 운영관리 지침 등을 철저히 감독하고 모니터링도 하고 그러면 된다고 본다.”

-이태원동이 코로나19 등으로 타격이 컸었는데, 현재는 어떤가.

“좀 전에 관광특구연합회장이 다녀갔는데, 지금 공실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확산’ 때는 명동 다음으로 최악이었다. 그땐 공실률이 40%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방역이 해제되고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면서 이젠 임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리모델링 공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관광특구협회 사람들은 몸으로 느끼니 실정을 가장 잘 안다. 그래서 이태원 상권부활 문제는 현재 큰 걱정이 없다. 다만, 유흥이나 심야 먹거리 위주를 다양한 콘텐츠가 녹아들 수 있도록 구가 지원해야 하는 역할은 필요하다.”

-제시한 비전 실천을 위해서라도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용문시장 상인회에서도 다녀갔는데, 거긴 금요일만이라도 야시장(夜市場)을 열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다. 을지로 ‘노가리골목’처럼 특정시간만 단속을 유예해달라는데, 식품위생법 같은 거만 문제없다면 가능한 이분들의 얘기도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루프탑’도 설치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지금 글로벌 관광객들이 몰려오는데, 전통문화 활성화 차원에서도 이런 건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이태원도, 용문시장도, 다른 어떤 곳도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거다. 얼마나 다양한 콘텐츠와 품질·신뢰를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이다. 이 또한 서로 머리 맞대고 고민하면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 많이 다니고 만날 생각이다. 결재서류에 서명만하는 구청장은 되지 않을 것이다.”

-용산구민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먼저, 압도적 지지에 감사드린다. 보시다시피 지금 제 입술이 다 부르텄다. 하하. 선거 운동 때도 괜찮았는데, 당선 후에 느낀 무게감 때문인 거 같다. 사실 여러 날을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주민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까 등에 대해서.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을 다 내려놓게 됐다. 구정운영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되면서 걱정이 싹 사라졌다. 그래서 구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거다. ‘천 명이 넘는 구청 공무원들이 있고, 구민들이 계신데 뭐가 문제인가’라는 답을 찾은 거다. 주민과 함께 새로운 용산을 만들어나가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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