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요한 전북 가습기피해자연합 대표·빅팀스 협력본부장

사참위 3년 6개월 활동 마침표…약 572억원 예산 투입
속타는 피해자…가습기 살균제 피해 지원 제자리 걸음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아이 인생 한꺼번에 망해버렸다”
“尹정부, 법과 원칙대로 가해 기업에 대한 책임 묻길 바라”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범단체 빅팀스 이요한 협력본부장 ⓒ투데이신문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범단체 빅팀스 이요한 협력본부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지난 10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 가  3년6개월간의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진상을 맡은 사참위에는 약 57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참사 피해자들의 상처를 봉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참위 출범 초기부터 가습기 피해자 찾기 작업에 몰두한 사참위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국이 도중에 폐지된 것도 뼈아팠다.  지난 2021년 5월 사참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국’ 해당 조항이 삭제되면서 가습기 살규제 사건에 관한 업무범위가 대폭 축소됐다. 이로 인해 가습기 관련 추가적인 진상규명에는 제동이 걸렸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제대로 뛰기는커녕 걷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1740명이나 되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이나 보상은 충분하지 않다. 피해자 단체 연합 ‘빅팀스(Victims)’가 SK본사에서 농성을 진행하는 이유이다. 

참사의 종류와 규모는 제각각이지만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 마다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해결된 적이 없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피해자들의 눈 아래에는 더욱 짙은 어둠만이 자리 잡을 뿐이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범단체 빅팀스 이요한 협력본부장을 만나 11년이 흐른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슬픈 현주소에 대해 들어봤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범단체&nbsp;빅팀스 이요한 협력본부장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nbsp;ⓒ투데이신문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범단체 빅팀스 이요한 협력본부장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전북 가습기피해자연합의 이요환 대표이고 현재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범단체 빅팀스 협력본부장을 맡고 있다.

Q.  현재 자녀분이 가습기 살균제 3차 피해자로 분류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상황은 좀 어떤가.

현재 아이의 폐기능 수치가 38% 가량 나온다. 폐 기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태고 정신적 외상으로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 받았다. 학교는 아예 다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인터넷으로 장애인들이 수업을 듣는 꿈사랑 학교를 시청중이다.

우리 아이는 태어난 지 6개월째부터 폐렴, 기침, 호흡곤란 등을 겪었다. 그 당시 병원에 계속 들락날락 거려도 의사들이 정확한 원인을 몰랐다. 그랬기에 저는 그 문제의 원인인 가습기 통을 들고 다니면서 아이를 입원시켰다. 나중에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이라는 결과가 알려지고 나서야 아이가 아픈 원인을 알게 된 것이다.

Q. 자녀를 지켜보면 가슴이 많이 답답하실 것 같다.

지금 아이 나이가 15살이다. 한참 뛰어놀고 해야하는데 그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우리 아이의 인생이 한꺼번에 망해버렸다. 그리고 한 가정이 완전히 파괴가 돼 버렸다. 나와 우리 아이가 바라는 것은 SK최태원 회장의 사과다. 왜 이 원료 물질을 만들어서 아이에게 이런 고통을 안겨줬는지 묻고 싶다.

왜 우리아이가 학교 생활도 못하고 친구들도 못 사귀어야 하나. 또 왜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진심어린 사과를 바랐다. 근데 SK본사 앞에서 농성을 이어오는 두 달 여간의 시간동안 사과 한마디 못받았다. 15살 먹은 우리아이가 이민 신청하자고, 이 나라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어린 아이가 이렇게 까지 말 할 정도면 기업도, 정치권도, 정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서울 종로구 SK본사 앞에 위치한&nbsp;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범단체&nbsp;빅팀스 농성장&nbsp;ⓒ투데이신문
서울 종로구 SK본사 앞에 위치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범단체 빅팀스 농성장 ⓒ투데이신문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이 10여년 동안 장기화가 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클 듯 하다.

일도 못하고 계속 이렇게 왔다 갔다 지내고 있다. 아이를 보살펴줘야 하는데 대학생인 큰 아이가 동생을 돌보고 있다. 현재 아이는 간병인이 필요한 상태다. 그런데 정작 아이에게 지급되는 간병비는 전혀 없다.

정작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중 고령층들은 간병비를 받고 있다. 다 같은 피해자인지만 아이들은 배제가 된 것이다. 정말 화가 나는 것은 멀쩡하게 일상생활을 하는 어르신이 조정위원회에 와서 간병비 10년치를 달라고 아무렇지 않게 주장하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는 부모의 심정은 정말 무너진다. 같은 피해자 끼리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당당히 걸어다니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조금만 걸어가면 숨이 차서 걸어가지를 못한다. 현재 아이의 상황이 이런데 폐기능이 70, 80% 있는 노인들에게는 간병비를 지급하면서 우리 아이는 간병비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이해가 안가고 분통이 터진다.

아이들에게 간병비를 지급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아이들은 살아가야 할 시간이 길다. 아직 어린 아이들의 평생 간병비를 지급하려면 간병비 금액이 넓어지니까 나이가 많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에게 간병비를 지급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즉,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생각에 잠긴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범단체&nbsp;빅팀스 이요한 협력본부장&nbsp;ⓒ투데이신문<br>
생각에 잠긴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범단체 빅팀스 이요한 협력본부장 ⓒ투데이신문

지난 3월 조정위가 최종 조정안을 내놨다. 해당 조정안이 합리적이라 생각하는가.

엉터리 조정안이다.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지금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발생한지 11년째다. 내년이면 12년째다. 즉, 0세인 아이는 단 한명도 없다. 근데 어떻게 0세의 치료비가 8700만원으로 책정될 수 있나. 현재 0세인 아이는 한명도 없는데 말이다.

또 10년 뒤면 우리 아이가 25살이다. 5년치, 10년치 간병비를 지급한다고 가정한다면, 간병비를 모두 사용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가 26살, 27살이 됐을 때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되묻고싶다.

피해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 됐다면 이런 조정안이 나올 수가 없다. 최종 조정안이 조정위도 피해자들과 전혀 소통이 안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피해자들이 아무리 얘기를 해도 어느것 하나 반영된 것이 없다.

옥시, 애경 뿐만 아니라 원료물질 공급책인 SK케미칼 역시 책임을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무엇인가.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물질 공급책은 SK케미칼이다. SK케미칼이  옥시, 애경, 이마트에 납품을 한 것이다. 최초로 원료 물질을 만든 사람은 SK케미칼인데 가중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나. 만든 건 SK케미칼인데 왜 SK케미칼의 분담금은 적은지 납득할 수가 없다.

옥시와 애경이 분담금을 이유로 조정안을 거부한 것도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문제의 원인은 사실상 SK케미칼인데, 환경운동연합은 옥시와 애경에만 비난을 하고 있다. 옥시와 애경은 SK케미칼에게서 원료 물질을 받고 판 죄 밖에 없다. 물론 제대로 검사를 하지 않고 판 잘못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책임이 가장 큰 기업은 SK케미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옥시와 애경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원인 제공은 SK케미칼에게 있는데 옥시와 애경이 너무 과중한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사진제공=뉴시스]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사진제공=뉴시스]

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가 지난달 6년 형을 마치고 만기 출소했다. 죗값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아니다. 피해자들이 전 대표를 다시 형사 고발해서 다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솜방망이 처벌도 안타깝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피해자들이 왜 농성을 벌여야 되고 왜 길바닥까지 나와서 투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근데 국가가 그 의무를 11년째 저버리고 있다. 이건 직무유기가 아닌가.

솜방망이 처벌 뿐만 아니라 초창기 부실수사 역시 장기화의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SK케미칼이 증거 인멸을 하고 관련 자료들을 전부 빼돌리지 않았나. 애시 당초 검찰이 초창기 증거인멸만 막았더라도 이렇게 까지 장기화가 됐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장기화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해서 진전이 없고 장기화가 지속되다 보니 아이와 함께 삶을 마감하려고 한 적도 있다. 생활비도 바닥이 나고 병원 치료비가 없으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아이는 공황장애, 우울증,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사람을 보면 무서워서 손을 벌벌 떤다.

사건이 이렇게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아이는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될 수밖에 없다. 그 점이 사무치게 슬프다.

11년째 이어지는 가습게 살균제 참사.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언론을 통해 영향력 있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야금야금 빼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피해자들은 서로 힘을 합쳐서 하나로 모아져야 하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해자 단체의 위원장이 되면 기업한테 큰 소리를 치고 기업에게 보상을 받고 떠난다. 그럼 또 그 자리를 누군가가 채운다.

피해자 단체가 왜 여러 개로 나눠졌겠는가. 한 예로, 한 가족 구성원 5명이 전부 피해자다. 그럼 그 가족들이 단체를 설립하고 가족 구성원 중 한명이 피해자 단체의 대표가 된다. 여러 피해자 단체들 끼리 정보가 공유가 되지 않고 자기 가족이 우선적으로 보상을 받으려고 하는 실정이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한 곳에 힘을 합치면 그 힘이 너무 강해져버리니까 기업들이 목소리를 크게 내는 인원 몇몇에게 우선적으로 보상을 함으로써 그 싹을 잘라내버리는 것이다. 이러니 일이 어떻게 해결이 되겠는가. 이렇게 까지 장기화가 되다보니 자기 가족만 홀랑 보상금을 받고 떠나려고 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슬플 따름이다.

고 안은주 환우 추모사 하는 조순미 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고 안은주 환우 추모사 하는 조순미 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장기화의 원인 중 언론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언론을 그렇게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알리고자 하는 이들이 왜 어느 정도 직책이 있는 사람들 이야기만 싣는지 모르겠다. 신문기사도, 방송도 모두 피해자 단체의 위원장 정도의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만 만난다. 그 사람 위주로만 계속해서 언론 보도가 되는 것이다. 나와 같은 다른 피해자들은 들러리인가.

내가 속해있는 피해자 단체 빅팀스도 그렇다. 어느 정도 직책 있는 사람들만 계속해서 언론보도가 되는 것을 보면 마치 내가 그들의 들러리가 된 것만 같다. 이런 언론의 행동을 이해할 수도 없고, 정말 공정한가도 생각하게 된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피해자 모두의 의견이 아니라고만 말하고 싶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피해자들끼리 서로 의심을 하게 된다. 10년 동안 이런 짓을 반복해왔다. 피해자끼리라도 한동안 안보이면 그 사람은 기업들과 따로 합의하고 나간 것이다. 피해자들끼리 염탐하는 일도 빈번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당시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대응에 점수를 매기자면.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을 초청한 적이 있다. 그게 전부다. 그 이후로 아무런 행동이 없었다. 100점 만점에 10점도 아깝다. 10점도 주고싶지 않다. 사참위도 사실상 세월호를 위한 사참위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재단도 만들고 전용 버스도 있다. 여기저기 다니며 행사도 많이 한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아무것도 없다. 자그마한 사무실 조차 없다. 애들 치료비 뿐만 아니라 단 100평이라도 추모공원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피해자들이 거기서 모여서 추모의 날을 보내려고 한 것인데, 아직도 만들어주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에 거는 기대감이 남다를 것 같다.

공정과 정의, 법과 원칙대로 정말 가해 기업 SK에 대한 정당한 죗값, 피해자들에 대한 배보상 문제는 풀고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정부에 거는 기대는 기업에 대한 명확한 처벌과 확실한 보상이다.

또 한 가지는 국가 책임이다. 국가도 책임이 있다. 그 물질을 허가해준 책임이 있으니까 국가도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물면 된다. 한마디로 사과 할 일들은 사과하고, 책임질 일들은 책임지고. 이게 윤석열 정부에 거는 기대이자 부탁이다.

노상적치물 강제정비 예고통지서가 붙은&nbsp;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범단체&nbsp;빅팀스 농성장. 해당 농성장은 통행을 방해할 수 있는 도로 지장물로 판단돼 오는 17일 강제철거 예정이다. ⓒ투데이신문
노상적치물 강제정비 예고통지서가 붙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범단체 빅팀스 농성장. 해당 농성장은 통행을 방해할 수 있는 도로 지장물로 판단돼 17일 강제철거 예정이다. ⓒ투데이신문

사회적 참사 같은 경우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 시민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가.

사실, 시민들이 너무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영화 ‘공기 살인’도 나왔지만 서서히 잊혀져 가니까 너무나 안타깝다. 본인도, 본인의 자식도 이런 일을 겪을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는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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