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 불고 있는 97세대 교체론
친명-반명 다툼 속에서 불거지고 있어
육체적 나이가 젊다고 될 일은 아니야
세대교체 아닌 시대교체가 이뤄져야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사진제공=뉴시스]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세대교체론에 휩싸였다. ‘97세대’로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이른바 ‘97세대’는 1990년대 학번에 1970년대생을 말한다. 이들은 소위 민주화 세대인 86세대 동생으로 민주화운동을 직접 목도하지 않았지만 수평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세대이다.

또한 X세대라고 해서 문화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던 세대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 경직된 86세대보다는 좀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이들로의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민주당에 던져진 화두이다.

탄돌이의 최후

민주당은 2004년 이른바 탄돌이로 불리는 86세대가 대거 유입된 후 거의 20년 가까이 86세대가 당을 쥐락펴락했다.

하지만 이들 86세대는 이제 낡은 시대정신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1세기 현재로서는 이제 50대를 넘어 60대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86세대는 민주화운동을 해서 직선제를 쟁취한 공로가 있지만 정치권에 들어와서 유연한 사고방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끼리끼리의 정치를 했고, 그것으로 인해 편가르기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것은 계파 정치로 이어지면서 오늘날 친명-반명으로 나뉘어 피 터지게 싸우게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제는 86세대가 뒷전으로 물러나고 97세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97세대란 90학번에 1970년대생을 의미한다. 50세 전후반의 정치인이 이제 당 대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당을 좀더 젊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36세 젊은 이준석 대표를 당 대표로 내세워 변신에 성공했듯이 민주당도 좀더 젊은 당 대표를 내세워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8월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 전해철·홍영표 의원 등이 아닌 제3의 인물을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이에 떠오르는 인물로는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전재수 의원 등과 원외인사로 김해영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당내에서도 그동안 소신 있는 발언을 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들을 내세워 1970년 이른바 40대 기수론의 2탄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젊은 정치인을 내세우게 된다면 아무래도 당은 좀더 젊어질 것이고, 그로 인해 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미 노쇠화된 86세대를 뒷전으로 물러나게 하고, 좀더 젊은 당으로의 탈바꿈을 위해 97세대로 세대교체를 하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다만 친명계에서는 탐탁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97세대 교체론이 결국 ‘이재명만 아니면 돼’라는 식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당이 젊어지는 것에 대해서 누구도 반대하지 않겠지만 97세대 교체론이 결국 이재명 의원을 전당대회에서 낙마시키는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97세대 교체론을 꺼내든다고 해도 기존 출마자들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사진제공=뉴시스]

특정인물 저격?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의 분열의 정치를 한다면 결국 세대교체가 이뤄진다고 해도 86세대의 갈등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시대정신이라는 말을 내놓고 있다. 세대교체가 아닌 시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육체적 나이만 젊다고 해서 젊은 정치인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86세대와 2030세대의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그런 시대정신을 담은 당 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새로움’이다. 대선에서 패배하고,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여당으로서 안주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시대정신을 찾고, 그것을 추구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동안 여당 생활에 묻히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160석이 넘는 거대 여당이 됐지만 새로움을 추구하지 못하고 그저 현실에 안주하려고 했다. 여당으로서의 특혜만 누렸을 뿐이지 혁신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무기력한 여당의 모습만 보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야당이 된 현재로서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움’이다. 그것은 단지 육체적 나이가 젊다는 것으로 대변되지 않는다.

또한 97세대 교체가 단순히 86세대 불출마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즉, 97세대 후보와 86세대 후보 간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승리할 때만이 그 새로움은 더해가고, 정치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만약 특정 인물의 불출마로 얻어진 당 대표 자리라고 하면 두고두고 유권자들은 손가락질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특정 인물의 지지층은 아예 등을 돌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당대회에서 선의의 경쟁을 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당 대표에서 승리를 해서 세대교체를 할 경우 특정 인물의 지지층 역시 지지를 해줄 수밖에 없다.

결국 97세대의 세대교체는 특정인물의 불출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97세대 스스로 역량 갖춰야

핵심은 새로움과 도전정신이라는 이야기다. 97세대 인물이 당 대표 후보로 나섰지만 육체적 나이만 젊을 뿐 아무런 시대정신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결국 외면될 수밖에 없다.

이준석 대표 역시 육체적 나이만 젊었을 뿐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 없었다면 당 대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시대정신을 제시했고, 국민의힘 지지층은 그 시대정신에 호응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 97세대 정치인들 역시 시대정신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당 대표가 된다면 2024년 총선 승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민주당 지지층에게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나는 젊으니까”라는 식의 세대교론을 제시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당 역사에는 항상 구세대와 신세대의 충돌이 있어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신세대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해서 구세대와의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이번에도 단순히 97세대 교체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내세운 시대교체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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