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민심 이반 ↑..대선보다 3배가량
구민 신뢰 보답 위해 ‘동대문 꿈’ 이룰 것
구정 운영, ‘시스템’ 통해...연말 인사개편
재개발재건축 특위 운영해 로드맵 짤 것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투데이신문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투데이신문

역대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 전, <투데이신문>은 현역 구청장이 출마할 수 없는 서울 지역 3선 연임 제한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유력 후보들을 만나 [격전지 인터뷰]를 진행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희비가 갈렸고, 각 지역 신임 구청장들은 자신들이 내세운 공약 이행을 위해 당선 즉시 인수위원회를 꾸리며 업무 파악에 돌입했다.

무주공산(無主空山)에 깃발을 꽂은 ‘초선 단체장’들은 어떤 각오로 구정에 임할까. 그동안 밝혀온 구정 운영 청사진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고, 향후 4년 동안 펼치고자하는 행정집행 철학은 무엇일까.

당선자들을 만났다.

◆지방 선거 동대문 민심, ‘국민의힘’ 손 들어줬다...대선 때보다 3배 더 벌어져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동대문구의 민심 이반은 생각보다 매서웠다. 역대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지난 2002년 지방선거(민선3기) 때도 이 지역 여야(與野) 간 득표율 격차는 2%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엔 6%대까지 벌어졌다.

이 수치는 지난 3월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49.16%)가 이재명 후보(47.10%)에 앞선 것보다 3배가량 증가한 결과로, 현 야당(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역 민심이 대선 이후 더 악화됐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이필형(62) 당선자의 ‘본선 경쟁력’까지 더해지면서 동대문구청장 선거는 국민의힘 완승으로 끝났다.

이 당선자는 출마선언 이후 하루 4만보 이상 지역을 훑는 강행군으로 ‘주민 일대일 맞춤형 선거운동’을 펴며 지역 유권자들의 민심을 파고들었다.

그 결과는 ‘당내 경선 압승’이라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본선에 진출한 이 당선자는 ‘전통적인 야당 텃밭’이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친화력’을 앞세우며 결국 당선증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당선 다음날, 구청 간부들과의 식사 자리를 자청해 만들 정도로 ‘친화력을 과시한’ 이 당선자는 “동대문의 꿈을 이루고 희망을 여는 구청장이 될 것”이라며 “구민 신뢰에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민 요청에 따라 ‘쾌적하고, 안전하며, 투명한 동대문을 건설하겠다’는 3대 구정 운영 원칙을 천명한 이 당선자를 [격전지 인터뷰] 40일 만에 다시 만났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투데이신문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투데이신문

◆인사 개편 통한 조직 변화로 구정 운영 방점...일하는 구조로 바꿀 것

-‘험지’에서 값진 승리를 일궜다. 당선 소감이 어떤가.

“어깨가 참 무겁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니 (동 단위) 전 지역에서 모두 이겼는데, 이건 구민들이 동대문의 발전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만큼 새로운 구정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당선 이후 구민께 인사를 다녀보니, ‘잘하라’는 말씀들을 참 많이 해주셨다. 주민들께서 동대문의 변화를 강하게 주문한 만큼, 그 뜻을 받들어 변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지지해주신 동대문 지역 유권자분들께 감사드린다.”

-생각보다 큰 차이로 이기고 당선됐다.

“사실 진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아마 투표율이 높았으면 더 크게 벌어졌을 거다. 동대문에서 국민(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닌 게 전부인 제가 이 지역 토박이들과 경쟁(경선)해서 63%로 압승했다. 경선 전 두 달 동안 하루 4만보씩 걸으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일일이 만나 명함을 건넸는데, 총 거리가 서울 부산 왕복보다 긴 480km가량 됐다. 저는 이 지역에 아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당원조차도 모른다. 하지만, 당원들을 한사람씩 만나 ‘동대문을 바꿔보겠다’고 진정성 있게 호소했다. 그러니까 당원들 사이에서 ‘괜찮은 인물이 나타났다. 일머리를 아는 사람’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이게 주민들에게까지 번진 것 같다. 진정성 있는 호소가 받아들여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구정 운영 방향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

“공약 위주로 간다는 게 기본 원칙이다. 이를 위해 먼저 조직(시스템) 진단(점검)을 할 생각이다. 앞으로 전문가들과 더 많은 얘길 나눠보겠지만, 그동안(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운영해온 12년 동안) 굳어진 조직 문화를 벗고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조직 구조에 ‘문제’라도 있다는 건가.

“구청 조직 중에 ‘어르신장애인과’라는 부서가 있는데, 이게 어르신을 위한 건지 장애인을 위한 건지 불분명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전임 구청장께서 자신이 생각하는 편리성 위주로 구성한 것 같은데, 조직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거다. 전문가들이 모여서 시너지가 나오는 곳이다. 저는 ‘시스템론자’다.”

-조직 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선 직후 간부 공무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행정의 연속성을 위해 큰 변화 없이 가겠다’고 얘길 했는데, 이걸 직원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은 지금까지 유지돼왔던 것처럼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게 아니라 ‘연속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사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얘기였다. 즉, ‘일하는 시스템을 갖춰서 구정을 운영하겠다’는 거다.”

-인사(人事)와 시스템 개편에 구정 운영 방점이 찍혀있다는 느낌이다.

“전임 청장과는 구정 운영 철학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 같다. 그분은 복지 위주의 행정을 통해 (인사를) 연공(서열) 위주로 운영하신 것 같다. 구정은 공무원 조직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본다. 거듭 밝히지만, 저는 시스템론자다.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서 구정 운영을 해나갈 방침이다. 올 연말쯤 대대적인 인사개편을 생각하고 있다.”

대한민국 보물 제1호 동대문(흥인지문). 명칭은 동대문이지만 주소는 서울 종로구 종로 288번지로, 종로구 관할이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한민국 보물 제1호 동대문(흥인지문). 명칭은 동대문이지만 주소는 서울 종로구 종로 288번지로, 종로구 관할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재개발재건축 위한 동대문발전특위 가동할 것

-인수위가 가동 중인데, 당선 이후 파악한 현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구정 업무 보고를 받아보니, 청사 신축 문제나 구청 재산 현황 등이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이걸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 청사 신축 문제는 시급한 게 아니다. 행정은 주민들의 삶을 지원하는 체제인데, 동대문 지역엔 땅이 없다. 그래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재개발재건축은 어떻게 진행되나.

“이 문제는 최소 3개월가량의 동대문발전특위(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현 상황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전반적인 로드맵을 짜야한다. 동대문엔 사실 여유부지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을 최대한 콤팩트하게 이용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무리 급해다해도 대책 없이 추진할 순 없다. 제가 선거운동을 하면서 공약을 신중하게 얘기했는데,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현황을 정확하게 들여다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한다는 생각에서 그랬는데, 옳았다는 생각이다. 구 청사 신축 건이나 구민회관 문제, 정신병원 이전 문제, 노인회관 문제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삽만 뜬다고 될 일이 아니다.”

-‘패션 봉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공약한바 있다.

“솔직히 봉제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데, 지역을 다니면서 열악한 현장을 목격했을 땐 정말 가슴이 미어졌다.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봉제를 부가가치 높은 사업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다. 봉제를 잘 알아서 하겠다는 게 아니다. 이 분야 종사자 분들이 수만 명이나 되는데, 하루 열 시간 넘게 일하고도 7만원 남짓 번다는 얘길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다랐고, 취임하면 유능한 봉제 팀장을 배치해서 직접 현장을 살피고 문제점을 파악할 것이다. 함께 대화하면서 방향을 찾겠다. 1년 간 진단하고 3년 발전시키면 해결될 것이라 본다.”

-구민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동대문을 변화시키라는 구민의 명령, 소중히 간직하겠다. 모든 현안은 주민에게 묻고 답을 찾겠다. 그게 답이고 방법이라 생각한다. 제 모든 공약은 주민으로부터 나왔고, 답 또한 주민을 통해 얻을 것이다. 제 생각은 하나도 없다. 모든 건 주민으로부터 시작되고 끝난다는 생각으로 구정을 운영하겠다.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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