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탐탐 놓치지 않고 팩트체크 탐하겠다”라는 의미를 담아 ‘호시팩탐’이라는 코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른바 허위 사실, 가짜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에 오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진실이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투데이신문>은 팩트체크를 거쳐 판별해낸 결과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슈의 사실 확인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제보 바랍니다. 발에 땀이 나도록 직접 뛰어 ‘팩트’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전유정 기자】 임산부들 사이에서 무알코올 맥주를 마셔도 되는지에 대한 논쟁은 늘 뜨거운 감자인데요.

각종 SNS, 맘 카페 등에서는 임산부가 무알코올 맥주를 섭취해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주세법상 알코올 함량이 1% 이상이면 주류, 1% 미만이면 음료로 분류됩니다. 1% 미만의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라고 하더라도 무알코올, 알코올 프리, 비알코올, 논알코올·논알코올릭 등 다양한 제품이 존재합니다.

비슷하지만 다른 이 단어들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무알코올과 알코올 프리는 알코올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비알코올과 논알코올·논알코올릭은 1% 미만의 알코올이 함유된 제품을 뜻합니다.

무알코올과 비알코올은 엄연히 다른 뜻이지만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실제 소량의 알코올이 들어간 대부분의 비알코올 맥주에는 임산부 섭취 주의 문구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포털사이트, 온라인 유통 업체 등에서도 비알코올 맥주가 무알코올 음료로 표기돼 판매되고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대부분의 소비자들도 무알코올 맥주와 비알코올 맥주를 통상 무알코올 맥주라고 부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산부들 사이에서도 무알코올과 비알코올의 기준을 명확히 알지 못하고 섭취했다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과연 임산부는 이 음료들을 섭취해도 무방할까요?

▲ (왼쪽부터) 알코올이 함유되지 않은 무알코올맥주 ‘하이트 제로',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투데이신문

맥주 제조업체들의 입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국내 무알코올 맥주인 ‘하이트 제로’의 하이트진로,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의 롯데칠성음료 측은 임산부의 무알콜 맥주 섭취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하이트 제로’ 제조사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하이트 제로’는 알코올이 조금도 들어가 있지 않은 맥주 맛 음료”라며 “음료이기 때문에 임산부가 섭취해도 무방하다”고 말했습니다.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의 제조사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자사 제품에는 알코올이 들어가 있지 않다. 발효 과정을 거쳐 소량의 알코올이 남아 있는 제품들이 있는데, 국내 맥주 중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와 하이트 제로는 발효 과정 자체를 거치지 않아 소량의 알코올도 함유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무알코올로 혼동하고 있는 논알코올(비알코올)이라고 표기된 제품은 임산부에게 어떨까요.

비알코올 맥주(알코올1%미만 함유, 성인용)이라는 문구가 빛에 따라 잘 보이지 않는 ‘카스0.0‘ (왼쪽), 임산부 섭취 주의 문구가 표기된 ‘하이네켄 넌 알콜릭‘ (오른쪽)
▲ 알코올이 소량 포함돼 있는 ‘카스0.0‘은 비알코올 맥주(알코올1%미만 함유, 성인용)이라는 문구를 표기하고 있지만 빛과 온도에 따라 잘 보이지 않으며, 임산부 섭취 주의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반면 같은 비알코올 맥주인  ‘하이네켄 넌 알콜릭‘ (오른쪽)는 눈에 띄게 알코올 함유 여부와 임산부 섭취 주의 문구를 표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비알콜 맥주인 ‘카스 0.0’의 제조사 오비맥주 측은 “자사 제품에는 0.05%미만의 알코올이 함유돼 있다”며 “소량의 알코올이어도 우려하는 분들이 있기에 임산부에게 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오비맥주 측은 임산부에게 권하지 않는다면서도 정작 ‘카스 0.0’ 겉면에는 임산부 섭취를 주의시키는 문구를 표기하지 않아 일부 소비자들의 혼란이 예상됩니다. 반면 하이네켄 넌 알코올릭 제품에는 ‘에탄올이 1% 미만 함유돼 있으므로 임산부는 섭취를 주의’하라는 문구가 표기돼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오비맥주 측은 경고 문구 표기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카스 0.0은 음료다. 알코올 0.05%는 음식에도 들어가 있는 수준의 양이다. 임산부에게 권유하는 광고나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주류산업을 대표하는 한국주류산업협회의 입장은 어떨까요. 협회 관계자는 “무알코올과 비알코올 제품에 혼동이 올 수 있어 표기 여부를 잘 확인하고 함유량도 잘 살펴봐야 한다”며 “임산부의 알코올 섭취 기준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본인이 잘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처는 어떠한 기준이나 입장을 갖고 있는지 문의해 봤습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임산부가 어느 정도의 알코올을 섭취해도 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세워져 있지 않다”며 “개인적으로 의사와 상담할 사안”이라고 명확한 기준이 없음을 강조했습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가운데 오롯이 임산부가 주의를 기울여 판단해야 하는 셈입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전문의는 임산부가 무알코올 맥주를 섭취하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담배를 한 개비 태우든 열 개비 태우든 관계없이 그 자체로 좋지 않듯 알코올도 함유량과 상관없이 좋지 않다”며 “무알코올이라고 하더라도 그 향과 맛을 내는 성분들을 잘 살펴봐야 한다. 안전하게 물을 마시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산부인과학회도 “임신 중 안전한 음주량이나 음주 유형은 없다”며 “적당한 음주량(1일1잔)도 아기에게 평생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통상 ‘무알코올 맥주’라고 불리고 있는 맥주들 중 무알코올, 알코올 프리라고 표기된 제품은 알코올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맥주 맛을 내는 음료지만 논알코올, 비알코올이라고 표기된 제품에는 1% 미만의 알코올이 함유돼 있습니다. 다만 알코올이 함유돼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향과 맛을 내는 성분들이 임산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무알코올 맥주를 임산부들이 먹어도 된다는 데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합니다.

전문의는 무알코올 맥주보다는 물을 마시길 권장했는데요, 임산부가 어느 정도의 알코올 섭취해도 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임산부 분들은 가급적 안전이 보장되고 성분이 명확한 식품과 음료를 섭취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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