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방, 구청장 선거에 영향 無
‘인물론’에 비중 둔 투표 결과로 평가
정 당선자, “종로 발전, 문화에 달려”
유명 패션디자이너 인수위원에 위촉

정문헌 동대문구청장 ⓒ투데이신문
정문헌 동대문구청장 ⓒ투데이신문

역대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 전, <투데이신문>은 현역 구청장이 출마할 수 없는 서울 지역 3선 연임 제한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유력 후보들을 만나 [격전지 인터뷰]를 진행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희비가 갈렸고, 각 지역 신임 구청장들은 자신들이 내세운 공약 이행을 위해 당선 즉시 인수위원회를 꾸리며 업무 파악에 돌입했다.

무주공산(無主空山)에 깃발을 꽂은 ‘초선 단체장’들은 어떤 각오로 구정에 임할까. 그동안 밝혀온 구정 운영 청사진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고, 향후 4년 동안 펼치고자하는 행정집행 철학은 무엇일까.

당선자들을 만났다.

◆대통령 집무실 ‘효과’ 컸던 용산구 선거 결과와 대조 보인 종로 민심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지역 민심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됐던 종로구청장 선거는 정문헌(56) 국민의힘 후보의 완승으로 끝났다. 집무실 이전과 맞물린 청와대 개방은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51.49%(3만5925표)를 득표한 정 후보는 47.09%(3만2857표)에 그친 유찬종(62)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4.4%(3068표) 차이로 눌렀다. 국민의힘 후보가 23% 이상 앞서며 대승한 새로운 집무실 이전지 용산구 결과와는 대조를 보였다.

투표율 54.42%를 기록한 이번 종로구청장 선거 결과는, 결국 집무실 이전이나 청와대 개방과는 관계없는 ‘인물론’이 승패를 가른 것이란 평가가 나오면서 향후 정 당선자의 구정 운영에 상당한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다.

청와대 비서관, 재선 국회의원, 종로에서 나고 자란 ‘찐(眞) 토박이’ 등의 강점을 극대화해 ‘종로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겠다’는 정 당선자는 지난 10일 인수위를 출범시키며 57명의 메머드급 자문단을 구성하는 등 ‘새로운 종로 설계’를 위한 청사진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정 당선자는 유명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씨를 문화예술분과 인수위원으로 위촉하며 핵심 공약인 ‘문화뉴딜’ 정책을 통해 ‘정치1번지 종로’를 ‘문화예술도시’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 당선자는 “21세기 종로 발전의 동력은 문화력에 있다”면서 “검증된 전문가를 중심으로, 창의적이며 새로운 발상을 통해 공약을 달성하는 구정을 펼치겠다”고 강조한다.

“구민의 지지를 받들어 새롭게 탈바꿈한 구정으로 보답하는 든든한 구청장이 되겠다”는 정 당선자를 인수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문헌 종로구청장 ⓒ투데이신문
정문헌 종로구청장 ⓒ투데이신문

◆종로 ‘먹거리’, 문화에서 찾는다...유명 패션디자이너, 인수위원으로 위촉

삼청동에서 나고 자라 ‘종로 골목’을 손금 보듯 파악하고 있다는 정 당선자는 “청와대와 고궁, 송현동 이건희 미술관, 종묘 등으로 연결되는 문화관광벨트를 구축해 ‘문화뉴딜’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문화뉴딜에 구정 운영 방점을 찍고 있는 정 당선자에게 ‘패션디자이너’를 문화뉴딜 정책 기조 마련을 위한 중책(인수위원)에 위촉한 이유를 먼저 물었다.

“문화관광벨트를 묶어주는 것까지는 관청에서 지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경제적 순환 고리’가 곧바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걸 신성장 동력으로 해서 종로 경제를 살리려면 관광수익 구조를 짜야 한다. 그러려면 콘텐츠를 제대로 구성할 줄 아는 사람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상봉 선생은 지금도 인사동에 계신데, (문화)현장에서 오래 활동하셨기 때문에 현실적 진단과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이다. 이런 분들을 통해 문화관광벨트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채워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수위원은 어떤 생각을 바탕으로 구성한 건가.

“서울의 심장부인 종로는 지금 성장 동력을 잃고 여러 난제에 빠진 상태다. 멈춰 있는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어야 한다. 종로는 역사적 전통과 문화관광 자원이 풍부하다. 이런 배경에 의한 종로 구민들의 자부심도 상당하다.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을 극대화해서 종로 경제 부흥을 위한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인수위원들은 이를 위한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인수위는 공약 이행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낮은 투표율에도 ‘완승’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효과가 있었다고 보나.

“이번 선거 득표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지역에선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집무실 이전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한 편이다. 주민 각각의 이해관계와 맞물려있기 때문에 대선 결과와 종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결과 등으로 이어진 큰 흐름엔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청와대 개방이 지역 경제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보나.

“인근 지역 상권은 어느 정도 활성화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종로 경제 전반을 위해선 장기적으로 청와대 인근의 규제완화나 고도제한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 현재 청와대 관리 주체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문화재청, 국토부, 서울시 등 어느 곳에서 관리하게 될지 모르지만, 고민이 좀 필요하다. 서울시가 하게 되면, 종로구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 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종로 경제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일부에서 창신미래도시프로젝트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거기(창신1동 일대 3만여 평)가 지금 네 개로 쪼개 재개발하겠다며 서울시에 허가신청을 제출했다. 구청엔 또 열 네 개로 나눠져 올라와 있고. 그런데, 이렇게 하면 오피스텔 몇 개 올리고 녹지 조성하고 그러면 신발, 문구, 완구 도·소매 등 현재 장사하는 분들이나 지역 특화산업인 봉제 관련 공장 같은 수많은 매장과 공장을 다 소화할 수 없다. 밖으로 밀려나가야 한다. 이걸 심플하게 하나로 묶어서 서울의 랜드마크로 가면, 땅값도 올라가고 기존 매장이나 공장도 전부 들일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나중엔 청계천 밑을 지나 인접지역과 지하로 전부 연결된다는 데, 이런 미래도시를 생각하면 하나로 가야 한다.”

지난달 20일 청와대 본관 앞에서 전면 개방 관련 기념 행사를 위해 무대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로 지난달 10일 청와대를 전격 개방했다. ⓒ투데이신문
지난달 20일 청와대 본관 앞에서 전면 개방 관련 기념 행사를 위해 무대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로 지난달 10일 청와대를 전격 개방했다. ⓒ투데이신문

-인수위가 가동 중인데, 업무 보고를 통해 확인한 건 뭐가 있나.

“민주당 구청장 12년 임기 동안 벌여 놓은 사업들이 많은데, 눈에 띄는 결과가 없다. 인구만 줄었다. 살기 좋은 종로를 만들었다면 인구가 줄어들 이유가 없지 않았겠나. 창신동 재개발 건만 해도 그렇다. 왜 열 네 개로 쪼개서 개발하겠다고 한 건지 모르지만, 이건 솔직히 다 망하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더 얘기할 필요도 없지만, 총체적인 도시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물론, 평창동 예술인타운 등은 잘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구정 운영 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나.

“종로구청 공무원들과 함께 공약 이행을 통한 새로운 종로를 세우는데 구정 운영의 초점을 맞춰나갈 생각이다. 직업 공무원들은 선출직 단체장의 공약 실행 의지를 위해 노력하는 ‘소명의식’이 분명하게 있다. 이런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종로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겠다는 신임 구청장의 원칙과 방향에 잘 맞춰 따라줄 것이라 기대한다.”

-구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구민들은 지금까지 느낀 답답한 부분들을 지방선거 투표로 심판했다. 그런 주민들의 기대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종로의 혁신과 변화를 바라는 구민 부응에 보답하기 위해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내겠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지속적인 지지와 응원 부탁드린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