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서 네 작품 동시 상연되는 작곡가
영혼을 담아 노래하는 한국 배우들에 감사
한국 뮤지컬 발전 가능성, 앞으로 더 희망차
오는 11월 獨 빈에서 첫 교향곡 초연 예정

프랭크 와일드혼 ⓒ투데이신문
프랭크 와일드혼 ⓒ투데이신문

미식축구를 즐기던 열다섯 살 소년이 피아노 앞에 앉은 뒤로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어쩌면 운명이었을까.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그저 계속 쳐봐야만 할 것 같았던 피아노는 그의 삶을 자연스럽게 뮤지컬로 이끌었다. ‘지킬 앤 하이드’, ‘웃는 남자’, ‘마타하리’, ‘데스노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대작 뮤지컬의 음악들이 이 한 사람의 영감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 놀랍고도 반가울 수밖에 없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63)은 그렇게 음악과 연을 맺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라운드 인터뷰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EMK뮤지컬컴퍼니에서 진행됐다. 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그는 환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네며 인터뷰 현장으로 들어섰다.

우선 한국 관객들로부터 변함없이 많은 사랑을 받는 와일드혼에게 늘 따라붙은 수식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했다. 워낙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경험한 작곡가이다 보니 당연하다 여겨질 법도 하지만, 그에게는 어떤 것도 당연한 결과처럼 여겨지지 않은 듯했다. 와일드혼은 자신을 가리켜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 칭하기도 했다.

“오직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미리 계획하거나 생각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2004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한국에 첫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18년 동안 제 작품이 16편이나 공연됐습니다. 그런 여정을 함께 하는 동안 한국 관객과 제 음악 사이에 아주 아름답고 낭만적인 연애가 이뤄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제 작품 4편이 동시 공연되고 있는데요. 매일 밤 약 7000명에서 8000명 정도 되는 분들이 관람하는 셈인데, 이분들을 모두 만날 수는 없겠지만 작품을 통해 작게나마 감동과 추억을 드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입국 후 개인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공연 관람은 빼놓을 수 없는 일과였다. 요즘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로부터 와일드혼을 봤다는 목격담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전일 박강현의 ‘웃는 남자’ 공연을 보고 왔다던 그는 인터뷰 당일에도 자신이 작곡한 뮤지컬 ‘마타하리’를 관람하러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어제 박강현의 공연을 봤습니다. 저는 그를 ‘킹콩’이란 애칭으로 부르는데요. 이번에 다시 ‘그윈플렌’ 역을 맡으면서 많이 성장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가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점점 더 강해졌고, 이제는 본인이 겪은 인생 경험을 연기에 담아내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와일드혼의 한국 배우 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한국에 대단한 배우들이 많다며,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특히 박효신과 김준수, 홍광호, 옥주현은 와일드혼에게 창작을 위한 영감을 불러일으킨 대상들이라고 했다. 특히 뮤지컬 ‘웃는 남자’의 경우 박효신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들릴 만큼 배우의 장점을 잘 살린 작품으로 유명하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몇몇 곡들은 박효신을 염두에 두고 작곡하기도 했죠. 그동안 작곡가로 활동하면서 정말 훌륭한 분들과 같이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작곡하는 곡을 부를 대상이 가진 목소리를 알고 작곡했을 때 가장 좋은 노래들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박효신에 대한 사전 조사를 했었는데, ‘이런 목소리를 위해 작곡을 한다면 정말 재미있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그와 더 많은 모험을 즐겼으면 합니다.”

실제로 박효신의 ‘열성 팬(Big fan)’이라 밝힌 그는 ‘웃는 남자’ 후반부에 연이어 등장하는 세 가지 넘버가 박효신을 위한 작곡이었다고 말했다. 참고로 그 세 곡 가운데 와일드혼이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모두의 세상’이라고 했다. 가사에 담긴 메시지가 분명해서다.

“‘웃는 남자’ 후반부를 보면 ‘모두의 세상’과 ‘그 눈을 떠’, ‘웃는 남자’가 연달아 나옵니다. 모두 굉장히 어려운 곡들인데, 그러다 보니 오페라처럼 힘들게 불러야 해요. 그런데 박효신은 말할 것도 없이 완벽하게 소화합니다. 대단한 일이죠.”

와일드혼은 한국 배우들의 실력이 워낙 출중해서 의사소통 문제만 해결된다면 브로드웨이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일 노래를 부를 수 있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진행되는 과정과 똑같이 연기와 기자간담회, 인터뷰 등을 수행해야 하는데, 영어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데스노트’처럼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다면 아시아 배우들을 찾는 수요가 커질 것이라 본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과 계속된 K-POP 열풍은 한국 콘텐츠가 얼마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지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말했다. 이 같은 인기는 온라인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 콘텐츠 제작에 힘입어 더 확산 됐지만, 아쉽게도 뮤지컬은 라이브 공연으로 이뤄지다 보니 유통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와일드혼은 얼마 전 미국에서 화제가 된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의 콘서트 리허설 영상을 봤다며 그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얼마 전 지인들의 추천으로 인스타그램 동영상을 봤는데, 영상 속 뷔가 음향체크를 하면서 ‘지금 이 순간(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수록곡)’을 부르고 있었어요. 혹시라도 뷔와 만나게 된다면 제가 ‘지킬’ 역을 해주길 바란다고 꼭 전해주세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프랭크 와일드혼 ⓒ투데이신문
프랭크 와일드혼 ⓒ투데이신문

국제적 감각을 지닌 음악가

미국 출신으로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에 이르기까지 국제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에게 각국의 공연 문화나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는 차이도 상당할 것이다. 와일드혼은 먼저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 브로드웨이와 한국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일단 한국은 지역 비즈니스로 이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을 한국인 배우가 연기하니까요. 그와 달리 브로드웨이는 국제적 비즈니스입니다. 요즘 워낙 다양성을 중시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성공하려면 관광객이 꼭 필요합니다. 흥미롭게도 관객 인원 중 60% 정도는 뉴욕 시민이 아니라고 봐야 해요. 그런데 지난 몇 년간 그런 경향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보통 브로드웨이 무대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뉴욕 인근 3개 주 외에서 관객들이 들어와야 한다고 한다. 작품 하나를 올리는 데 워낙 많은 자본이 필요한 데다 일정한 수익을 얻으려면 꼭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최근 뉴욕 뮤지컬 시장의 변화는 눈여겨볼 만한 특이점이 됐다.

”뉴욕 맨해튼은 섬이잖아요. 이 섬이 가진 개성이 점점 강해지는지, 요즘 몇 년간 진행된 공연을 보면 뉴욕에서 대성공을 거뒀는데도 다른 지역에 가서 실패하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이런 흐름이 와일드혼에게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컸다. 본래 팝과 재즈, 소울, 록 앤드 롤 등에 기반을 두고 활동해 온 그는 선배들의 조언을 같이 떠올렸다.

”저는 원래 뮤지컬이나 공연을 전공한 사람이 아닙니다. 처음 이 일을 배운 뒤 작곡을 시작했을 때, 선배들이 항상 ‘세계 모든 사람을 위한 작곡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사실 브로드웨이의 많은 작곡가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주변 다섯 개 거리 정도만을 ‘전 세계’라 여기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제적으로 만나게 될 관객들을 위한 훈련을 일찍 받았죠.“

음악에 국경이 없듯, 와일드혼의 삶은 실제로 국제적인 규모로 흘러갔다. 덕분에 삶이 더 풍성해졌다는 이야기도 뒤따랐다.

그렇다면 이렇게 각기 다른 개발 과정 가운데 어떤 과정이 더 바람직할까. 그는 오직 작품만 생각한다면 준비 과정에서 수정과 보완을 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 과정이 더 좋다고 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리딩 이후 수많은 워크숍을 거칩니다. 워크숍을 할 때마다 프로듀서나 투자자를 초대해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재작업을 합니다. 한 번에 쓰이는 작품은 없습니다. 늘 다시 쓰는 일을 반복하죠. 그다음에는 보스턴, 필라델피아, 플로리다 등 다른 도시로 넘어가 관객 앞에서 공연을 시연합니다. 관객들은 우리에게 가장 큰 스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관객들이 알려주니까요. 그 뒤에 프로듀서가 만족하면 (작품이) 뉴욕으로 갑니다. 그런데 이 과정을 다 거치고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가지 못하는 공연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달리 본 공연 개막을 앞두고 지방 도시로 가서 시연하는 과정이 없다. 자연히 첫 공연이 굉장히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일이다. 워낙 양국이 서로 다른 시스템을 바탕으로 돌아가는 시장이다 보니 적응이 필요했다. 그래서 와일드혼은 한국 공연 제작 과정이 가진 특성에 맞춰 자신만의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과정은 그가 모든 제작사와 작업을 할 때 통용된다고 한다.

”작곡한 후 미국에서 워크숍을 하면서 영어로 첫 리딩을 합니다. 아무래도 영어가 편하니까요. 그다음 브로드웨이의 뛰어난 배우들을 모아 데모 녹음을 하고,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한국어 워크숍을 갖지요. 3단계를 거치는 겁니다.“

이렇게 작품을 무대에 올리게 되면 프로듀서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조언과 관객들의 반응을 반영해 조금씩 수정하기도 한다. 물론 얼마만큼 수정이 가해질지는 작품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뮤지컬 ‘웃는 남자’의 경우 초연부터 완성도가 높은 상태에서 개막했기 때문에 재연과 삼연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을 수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프랭크 와일드혼 ⓒ투데이신문<br>
프랭크 와일드혼 ⓒ투데이신문

전환의 계기가 된 코로나 팬데믹

브로드웨이가 익숙한 와일드혼에게도 코로나19는 아픈 기억이었다. 뉴욕에 거주하던 그가 하와이 이주를 결심하게 된 이유도 바로 코로나 팬데믹 때문이었다.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됐을 때 뉴욕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끔찍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어요. 종일 집에서 구급차 소리를 들었습니다. 도시가 완전히 셧다운됐지요. 스티븐 킹의 공포영화 속에 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좀비만 없을 뿐 상황은 똑같았으니까요. 굉장히 우울한 시기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곡가인 만큼 타격도 적지 않았다. 당시 그의 공연 300여 편이 취소되는 일을 겪었는데, 무엇보다도 공연과 관련된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게 됐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결국 와일드혼은 우울감을 떨치고 건강과 활력을 되찾기 위해 하와이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마음을 다잡을 기회를 얻었다.

그랬던 와일드혼에게 기적 같은 제안이 주어졌다. 우선 각국의 프로듀서들이 팬데믹 이후에 선보일 새 작품 준비를 요청했고, 심지어 교향곡을 작곡해보라는 제안도 받았다. 그의 커리어 가운데 교향곡 작곡은 첫 도전이자 일생일대의 대사건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최선을 다한 공부 끝에 완성된 ‘다뉴브(도나우) 심포니(Donau Symphonie)’가 그의 첫 번째 교향곡이 됐다.

“오는 11월 3일 미국인 최초로 독일에서 빈 심포니(Wiener Symphoniker)와 초연을 하게 됩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성공했다 말할 수 있는 업적들이 많았지만, 교향곡 초연은 그중 가장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독학해서 음악을 익힌 사람입니다. 누군가 제게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면 아마 미쳤다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1981년 팝 음악 작곡가로 처음 데뷔한 그는 휘트니 휴스턴과 같이 작업하면서 히트곡 작곡가로 떠오르게 됐다. 덕분에 다음 모험을 탐구할 수 있는 금전적 여유와 자유를 동시에 얻었다. 1988년 ‘지킬 앤 하이드’ 팀과 만난 후로 뮤지컬과의 인연 역시 시작됐다. 이번 교향곡 작업이 와일드혼을 또 어디로 이끌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미 독일에서 97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 작업을 마쳤다는 와일드혼은 곧 다가올 연주 일자를 손꼽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뮤지컬 음악도 그랬지만 클래식 역시 그의 전공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교향곡 작곡이 더욱더 남다른 의미로 남은 듯한 모습이었다.

아시아 시장이 품은 성장 가능성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와일드혼의 활동도 다시 기지개를 피기 시작했다. 2021년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첫 창작 뮤지컬 ‘인간 실격(No Longer Human)’을 선보였고, 얼마 전 일본 도쿄에서 자신의 24번째 공연이 개막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그는 아시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뮤지컬 시장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규모가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처음 한국에서 공연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한국과 일본, 중국 시장은 각각 분리돼 있었습니다. 이제 막 성장하려는 초기 단계였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이 모두를 일컬어 ‘아시아 시장’이라 부릅니다. 젊고 열정적인 아시아 각국의 프로듀서들은 성공을 위해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아시아 뮤지컬 성장 과정에 몸담을 수 있어 기뻤다던 그는 특히 한국 관객의 연령대가 가장 낮았다며, 앞으로 한국 뮤지컬 시장이 가진 가능성을 낙관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관객들이 가장 어립니다. 그래서 항상 감탄해요. 관객 연령층이 낮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모릅니다. 그들 모두 뮤지컬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나이 들어가겠죠. 앞으로도 수년간 그 관객들과 같이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도전을 꿈꾸는 작곡가

항상 성공가도 만을 달려왔을 것 같은 와일드혼에게도 한국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던 작품이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모두 성공을 거뒀지만, 오로지 한국에서만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게 돼 아쉬움이 더 컸다고 했다.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과 ’천국의 눈물’이 바로 그 대상이었다. 물론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도전하고 싶은 작품도 있다고 했다.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정말 좋은 작품이거든요. 다른 작품들이 외국에서 여러 시즌을 거쳐온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한 시즌으로 마감해야 했습니다. 그 중 ‘스칼렛 핌퍼넬’은 언젠가 다시 올려보고 싶습니다. ‘천국의 눈물’의 경우, 재미있는 실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준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작품을 통해 저의 ‘한국 형제’ 김준수를 만나게 된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김준수는 그 뒤로 저와 ‘드라큘라’, ‘엑스칼리버’, ‘데스노트’를 함께 했어요.”

와일드혼은 김준수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면서 힘들었던 과정마저 소중히 기억했다. 김준수를 두고 ‘행성에서 온 사람’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그는 김준수와 함께 할 새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기대감을 더했다.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 제공=EMK뮤지컬컴퍼니]<br>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사진 [사진 제공=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웃는 남자’에 담긴 특별함

그가 쓴 많은 작품 중에 ‘웃는 남자’는 특히 드라마적인 요소를 많이 담은 뮤지컬로 꼽힌다. 와일드혼은 보통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인 캐릭터들에게 마음이 끌린다고 했다. 실제 작곡을 할 때 그런 이야기로부터 음악적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도 밝혔다. 여기에서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에 가져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거대한 규모가 문제다. 그만큼 공을 많이 들인 데다, 여러 요소를 작품 안에 담으려 노력했다.

“‘웃는 남자’는 매우 감성적인 작품입니다. 그래서 등장인물을 가까이 보면서 관람하시길 추천해요. 교감을 형성하기에 훨씬 수월하니까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만큼 거대한 규모를 지닌 공연장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데요. 객석에서 보면 배우들이 보여준 열정과 애정이 멀리 있는 관객들에게도 다 전달되는 느낌이 듭니다. 로버트 요한슨 연출과 출연진들이 얼마나 많이 애써주셨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와일드혼은 “평소 마음을 활짝 열고 많은 것을 받아들이려 한다”고 덧붙였다. 낯선 스토리일지라도 계속해서 시간을 들여 몰입하고 그로부터 수많은 디테일을 찾으려 한다는 의미다. 앞서 ‘웃는 남자’ 극작가이자 연출가였던 로버트 요한슨으로부터 장 피에르 아메리스 감독의 2012년 작 동명 영화를 추천받아 보면서 영감을 떠올렸다던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다. 일찍이 그는 ‘웃는 남자’ 작곡이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밝힌 적도 있다.

“스스로 세운 규칙들을 잘 따라가면 뮤지컬 작곡도 어렵지 않습니다.”

수많은 작품을 성공으로 이끈 글로벌 작곡가의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앞으로 계속될 와일드혼의 도전과 또 다른 성공 신화가 기대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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