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붕구 청사진 백지 위에 다시 그릴 것
취임 즉시 재개발재건축 전담부서 설치
문제 해결 위해 주민 속으로 들어가겠다
열린 행정으로 주민과 직접 소통할 생각

오언석 도봉구청장 ⓒ투데이신문
오언석 도봉구청장 ⓒ투데이신문

역대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 전, <투데이신문>은 현역 구청장이 출마할 수 없는 서울 지역 3선 연임 제한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유력 후보들을 만나 [격전지 인터뷰]를 진행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희비가 갈렸고, 각 지역 신임 구청장들은 자신들이 내세운 공약 이행을 위해 당선 즉시 인수위원회를 꾸리며 업무 파악에 돌입했다.

무주공산(無主空山)에 깃발을 꽂은 ‘초선 단체장’들은 어떤 각오로 구정에 임할까. 그동안 밝혀온 구정 운영 청사진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고, 향후 4년 동안 펼치고자하는 행정집행 철학은 무엇일까.

당선자들을 만났다.

◆거센 ‘청색 바람’ 뚫고 12년 만에 도봉구정 탈환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진보의 아성(牙城)인 도봉구는 이번 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서울시당 대변인을 지낸 오언석(50) 후보를 선택했다. 오 당선자는 서울시의원 출신 김용석(51)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68% 차이로 누르며 신승했다.

‘도봉 을’ 지역 재선(18·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선동 전 의원의 정책보좌관 출신이기도 한 오 당선자는, 득표율 50.45%(7만4020표)를 기록하며 48.77%(7만1524표)를 얻는데 그친 김 후보를 2466표 차이로 따돌렸다.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인 도봉구는 두 명의 현역 국회의원(인재근·오기형) 모두가 민주당 소속인데다, 유권자들 역시 지난 세 차례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을 정도로 국민의힘 입장에선 험지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오 당선자는 거센 청색바람을 막아내며 12년 간 넘겨줬던 구정운영권을 되찾아왔다. 특히 이번 승리는 민주당이 인접 구(강북·노원·성북·중랑)를 모두 수성한 상태에서 얻은 결과여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지역주의가 옅어진 최근의 유권자 투표 심리는 특정 이슈가 없는 한 대부분 ‘대세’ 흐름을 타면서 ‘인접 효과(경계지역 간 상호작용)’에 반응한다. 하지만, 오 당선자는 이 ‘룰’을 깨고 민선8기 도봉구청장 자리에 올랐다.

반면, 민주당은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특히 간발의 차로 낙선한 김 후보가 이 지역에서 구의원과 시의원을 내리 6선하며 24년 동안 바닥 민심을 다져왔던 터라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취임 이후의 구정 운영 로드맵 구상에 몰두하고 있는 오 당선자는, 지난 13일 15명의 인수위원을 위촉하며 도봉구 주요 현안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도봉구를 백지 위에 다시 그리겠다”는 오 당선자를 도봉구민회관에 마련된 인수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오언석 도봉구청장 ⓒ투데이신문
오언석 도봉구청장 ⓒ투데이신문

◆책상 앞에서 서명만하는 구청장은 되지 않을 것

데이터(Data)를 기반으로 수요에 맞는 ‘맞춤형 행정’을 펼치겠다고 강조하는 오 당선자는 취임 즉시 재개발재건축 전담부서를 설치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화합과 통합을 실천하는 책임행정 구현을 통해 연대와 협력으로 하나 되는 도봉을 만들겠다’는 오 당선자에게 ‘박빙의 승리’가 갖는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먼저 물었다.

“도봉구는 그동안 민심이 크게 갈라져 있었다. 이젠 화합이 필요하다. 흔히 깃발만 꽂으면 당선 된다고 할 정도로 특정 정당이 독식해온 정서가 있다. 이번에 구민들이 저를 지지해주신 이유 중 하나가 ‘갈라치기’ 하지 말고 화합해서 공정하고 바른 구정 운영을 해 달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답은 항상 현장에 있다’는 생각으로 주민 속으로 들어가겠다. 현장 행정을 실천하며 언제나 열려있는 구청장실을 만들어 구민들과 직접 소통하겠다”

-‘열린 구청장실’은 어떤 걸 의미하나.

“제가 국회의원 보좌관 생활을 꽤 했는데, 지역에서 들어오는 민원을 많이 다뤄봐서 너무 잘 안다. 공무원 못지않은 반 전문가다. 제 공약이나 정책도 당시의 민원부터 시작돼 준비한 것들이다.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할 때는 단순하고 간단한 것도 있지만, 어떤 건 재산이나 생명이 달린 문제도 있다. 그래서 열린 구청장실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거다. 현장 중심의 열린 구청장실 운영을 통해 모든 민원을 직접 챙기겠다. 각 부서로 들어오는 민원을 취합해 진행 상황도 알려드리면서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피겠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소감을 얘기한다면.

“선택해주신 구민 한분 한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30만 도봉구민을 위한 구정 운영을 생각하면 어깨가 무거워진다.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니 말이 필요 없이 일로써 보답하겠다. 책상에 앉아서 서명만하는 구청장은 되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와 중앙정부로 뛰어다니며 ‘세일즈’하는 구청장이 되겠다. 일하는 구청장이 어떤 건지 확실히 보여드리겠다. 공무원들이 주민을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그런 토양을 만들겠다.”

-승리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이번 승리는 새로운 도봉구를 원하는 구민의 승리다.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야당 후보가 우리 지역에 와서 ‘못사는 동네’라 그러셨는데, 이 얘길 들은 주민들이 화가 많이 났다. 지난 12년 동안 모든 권한을 줬는데도, 변화시킨 것 하나 없이 못사는 동네 운운하니 실망한 주민들이 새로운 지방정부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커진 것이라 생각한다.”

-구민들이 바라는 건 뭐라고 생각하나.

“선거 운동 할 때나 당선 후에도 주민들을 만나보면 ‘변화된 도봉, 새로운 도봉, 정상화된 도봉’을 보고 싶다 말씀하신다. 이런 구민들의 염원을 담아 완전히 달라진 도봉의 미래를 열겠다.”

지난달 19일, 오언석 후보가 창동역 앞에서 열린 6·1 지방선거 도봉구 합동 출정식에서 시·구의원 후보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달 19일, 오언석 후보가 창동역 앞에서 열린 6·1 지방선거 도봉구 합동 출정식에서 시·구의원 후보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인사(人事) 등 구정 운영 원칙 바로 세울 것...통·화합 행정 실천하겠다

-구정운영 방향에 대한 생각을 얘기한다면.

“원론적인 얘기지만, 인사 문제 등 구정 운영의 기본과 원칙을 다시 세우고 바른 행정을 펼 것이다. 이 기본과 원칙을 통해 화합과 통합을 실천하는 책임행정을 구현하겠다. 공정과 정의를 구정 최우선 모토로 해서 민생과 실용을 중시하는 실사구시 행정을 펼치겠다. 말이 아닌 데이터로, 약속이 아닌 실천으로, 연대와 협력으로 하나 되는 도봉을 반드시 만들어낼 것이다.”

-취임하면 어떤 업무로 임기를 시작할 건가.

“현장 속으로 들어가 민생을 살피는 것으로 첫 업무를 시작할 생각이다. 14개 동을 돌며 구민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선거기간 동안 말씀하셨던 민원 사항들을 다시 한 번 살피겠다. 민심을 다시 듣고 그동안 놓친 부분은 없었는지 꼼꼼히 확인해볼 예정이다.”

-당선 이후 파악한 시급한 현안은 어떤 건가.

“후보 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재개발재건축 현안은 취임 즉시 추진할 것이다. 또 교통 불편 문제 개선은 물론, 코로나19로 한계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소상공인 등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민생 문제도 시급한 사안이다. 임기 시작과 함께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갈 것이다.”

-공약했던 재개발재건축 전담부서는 취임 즉시 설치되나.

“그렇다. 취임 즉시 부서 실무자들과 논의해 빠르게 설치하겠다. 우리 지역엔 재개발재건축 외에도 소상공·자영업자 문제나 청년 정책 등 산적한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도봉구청에 유능한 공무원들이 많은데, 이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통합된 인허가 처리 등 적극적인 행정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 우이·방학연장선에 의한 역세권 지정 등 새로운 환경변화를 고려한 용도지역 종 상향도 적극 추진할 생각이다.”

-구민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구민 염원을 이루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다. 공정하고 바른 행정을 통한 새로운 구정 운영이 어떤 건지 보여드리겠다. 이번 선거 결과는 도봉의 변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이자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든 합의를 찾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는 구청장이 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일 할 생각을 하면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 ‘세일즈 구청장’, '행동하는 청년 구청장'이 되겠다.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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