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탐탐 놓치지 않고 팩트체크 탐하겠다”라는 의미를 담아 ‘호시팩탐’이라는 코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른바 허위 사실, 가짜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에 오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진실이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투데이신문>은 팩트체크를 거쳐 판별해낸 결과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슈의 사실 확인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제보 바랍니다. 발에 땀이 나도록 직접 뛰어 ‘팩트’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전유정 기자】최근 OTT(Over-The-Top) 서비스 월 구독권을 1일씩 쪼개서 판매하는 ‘구독 중개 업체’ A사가 등장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등장한 A사는 넷플릭스, 왓챠, 티빙,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등 원하는 OTT를 선택해 1일권 금액을 지불하면 결제시점으로부터 24시간 동안 로그인 정보를 대여해 줍니다.

A사에서 판매 중인 1일 이용권 가격은 넷플릭스 600원, 왓챠·티빙·웨이브 500원, 디즈니플러스 400원 등인데요. 넷플릭스 한 달 이용권이 9500원~1만7000원인 것에 비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듯 보입니다.

이처럼 A사는 한 달에 1만7000원인 넷플릭스 프리미엄 이용권을 구매해 하루 최대 이용 인원인 4명에게 대여할 경우, 한 계정당 약 5만 원대의 수익을 얻는 셈입니다.

문제는 A사가 OTT사들과 어떠한 사전 협약도 없이 해당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인데요. OTT 업체들은 이를 두고 약관을 위반한 사항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과연, 구독권을 쪼개 타인에게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일까요, 아닐까요?

OTT사들 “명백한 위법행위”

OTT사들은 회원 가입 시 이용약관에 “회원은 아이디 및 비밀번호를 관리할 책임이 있으며 가족 구성원이 아닌 제3자와 공유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해 회원의 개인정보를 타인이 사용해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발생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회원에게 있다”, “회원은 회사가 사전에 허용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업활동 등 영리목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등의 항목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내 OTT 3사(왓차, 웨이브, 티빙)는 A사 측에 해당 서비스는 약관을 위반한 사항이며 부정경쟁방지법(부정경쟁행위 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 저작권법(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는 법률)등을 위반했으니 서비스 중단을 요청한다는 내용증명을 전달했습니다.

기존에도 구독권을 가족이 아닌 지인과 나눠 쓰는 일은 암암리에 계속되고 있었지만 정식 중개 업체가 등장해 수익을 챙기는 시스템은 첫 사례인데요.

A사 측에 내용증명을 보낸 업체들 중 연락이 닿은 곳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왓챠 관계자는 “이번 A사 서비스는 불법성이 심각한 상태라는 업계 및 관련자들의 공통된 인식하에 즉각 대응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웨이브 관계자 역시 “회사에 손실을 끼쳐 명백하게 법을 위반한 사항”이라며 “A사는 내용 증명서를 보냈음에도 어떠한 입장이나 조치 없이 계속해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어 OTT사들과 로펌을 선임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법적대응을 시사하진 않았지만 가장 많은 OTT 회원을 보유한 넷플릭스 측은 과연 어떤 입장일까요?

넷플릭스 관계자는 “복수 프로필은 가족 구성원이 동시에 다른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서비스”라며 “따라서 가족 구성원이 아닌 타인과 공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약관에 분명히 안내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타인과 계정 공유로 인해 추후 서비스 이용 차질 및 의도하지 않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A사에 대한 대응이나 추후 계획은 현재 내부 검토 중이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습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br>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법조계 “약관에 명시된 사항이 중요”

이렇듯 국내 OTT사들이 내용증명을 보냈음에도 A사는 계속해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사 홈페이지 메뉴 ‘자주 묻는 질문’ 중 “불법이냐는 질문에 “정해진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는데요.

이렇듯 A사의 논리는 “법으로 정해진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다”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A사가 이야기하는 정해진 법률이라는 기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에 기자는 A사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자세한 설명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A사의 서비스가 위법이냐 아니냐를 두고 의견이 갈린 가운데, 법조계와 소비자단체의 의견도 들어봤습니다.

법무법인 한일 정은주 변호사는 “(구독권을)제3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약관 내용이 있기 때문에 약관 내용 위반으로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면서도 “적법하게 구매한 것을 재판매하는 개념으로 생각해 약관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라고 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다만 OTT사들이 아이디 쪼개기로 손해를 봤다는 것에 대해 인과관계나 손해액을 산정해 내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약관에 금지된 항목임에도 판매를 한다면 사업자 측에서는 충분히 금지 요청을 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쪼개서 파는 해당 구독권을 구매한 소비자 역시 불법 행위에 가담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정 변호사는 “해당 약관에 동의한 것은 계정주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약관과 상관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용 약관이 우선이기 때문에 약관을 잘 살펴본 후 그에 따라 합의를 봐야 하는 사항”이라며 약관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소비자들이 A사를 통해 1일 구독권을 구매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는 없겠지만, 이러한 쪼개기 판매 서비스가 위법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향후 결과에 따라 앞으로도 서비스가 진행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인 셈입니다.

결론적으로, 이용약관에 구독권 공유를 금지한다는 항목이 있음에도 타인과 공유하고 판매하는 것은 명백한 약관 위반으로 불법성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사항입니다. 따라서 구독권을 쪼개서 판매하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인 것으로 판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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