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
금융허브 추진 20년, ‘아시아 7위’ 성적표
한때 글로벌 30위권 밖으로 밀려 나기도
높은 세율, 노사분규 등 매력 잃은 시장
“금융에 있어서는 분산보다 집중 고려해야”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 ⓒ투데이신문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꿈을 처음 제시한 것은 지난 2003년이다.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울을 홍콩, 싱가포르와 견줄 수 있는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외 주요 글로벌 금융기업들의 아시아 본부 등을 유치해 고부가가치 산업인 금융 부문을 키우겠다는 것이 계획의 골자였다. 

이 같은 국가차원의 목표를 구심점 삼아 서울은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조사결과에서 지난 2015년 6위까지 오르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14위, 2017년 27위로 떨어지더니 2018년에는 30위권 밖으로 밀려날 정도로 후퇴했다. 

이후 빠른 회복기를 거쳐 2021년 기준 12위까지 올라섰지만 여전히 홍콩, 상하이, 싱가포르, 베이징, 도쿄, 선전 다음에 자리하고 있어 아시아 3대 금융허브라는 목표에 이르기 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은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 외국계 금융기업이 진출할 매력이 없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 금융허브 도시들이 제시하고 있는 세금 완화 정책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올 이유가 없다고 분석한다. 또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진행되는 기업들의 분산 작업이 적어도 금융중심지 경쟁력 확보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를 반영하듯 실제 2017년에는 미국 골드만삭스와 스코틀랜드왕립은행이 한국을 떠났고 2018년에는 스위스 UBS, 2019년에는 호주 맥쿼리 등이 철수했다. <투데이신문>은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를 만나 한국이 금융허브로서 매력을 잃은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한 대화를 나눠봤다. 

서울 여의도 금융가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여의도 금융가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금융허브 추진 20년, 실질적 제도 뒷받침 부족

Q. 먼저 금융허브란 무엇을 말하는가.

한국은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동북아시아 금융허브를 목표로 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으로는 세계 5위정도 수준인데 국제금융은 30위권에 머물렀다. 동북아 금융허브가 되겠다는 것은 아시아의 금융 창구가 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은 싱가포르와 홍콩이 그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왔다. 

Q. 금융허브로의 도약은 왜 필요한가. 

금융은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또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가장 좋은 산업이기도 하다. 외국계 대형 은행이 들어오면 1만~2만명의 고급 일자리가 창출된다. 그런 기업이 들어와야 한국도 더 성장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제조업 상위 국가이기 때문에 금융이 뒷받침 된다면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선진국은 대부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전환이 이뤄졌다. 미국의 경우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부분은 10% 남짓이다.

Q. 한국의 위치는 어느 정도 수준인지.

우리나라의 국제금융은 태국, 필리핀 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국제금융의 수준은 국제결제에서 원화가 사용되는 비중을 근거로 하는데 지금 0.1% 정도 밖에 안 된다. 오히려 예전보다 낮아졌으며 원화가 대접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제조는 많이 육성을 했는데 금융은 그렇지 못했다. 

Q. 지난 2003년 이후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과정을 총평한다면.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시도는 좋았지만 실질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없었다. 실제로 동북아 금융허브를 선언한 이후 한국에 있던 6개 외국 금융 지점들이 철수했다. 캐나다, 호주, 홍콩, 상하이 뱅크 등이 떠났고 시티뱅크의 소비자 금융이 문을 닫았다. 씨티뱅크의 경우 본사의 글로벌 전략에 따른 결정이었지만 전반적으로 정부의 지원이 부족했다.   

Q, 여전히 금융중심지 추진 위원회가 열리고 있는데 실효성이 있다고 보는지.

실효성이 없다. 정치의 목적에 따라 균형발전을 위한 자원의 배분이 우선되고 있다. 여기에는 정치인들의 당선과 재선의 목적도 있다. 그동안 주요 공기업들이 지방으로 많이 내려갔다. 전주에 국민연금이 내려갔고 사학연금은 나주에 있다. 거래소나 예탁원은 부산에 있고 산업은행도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한다. 경제학의 목적은 공정성과 효율성이다. 금융기관은 한 지역에 모여 있어야 효율성과 경쟁력이 올라간다. 외국인들은 부산 갔다가 전주 갔다가 나주를 오가야 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 ⓒ투데이신문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 ⓒ투데이신문

매력 잃은 금융허브로서의 한국

Q. 금융기관 지역 분산 외에, 한국이 해외 금융기업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FDI(외국인 직업투자) 금액을 보면 한국을 떠난 것이 들어온 것보다 5배나 많다. FDI는 외국 자본이 한국에서 사업장을 짓고 한국 사람을 고용하는 것을 말한다. 20대, 30대의 청년고용율이 45%에 불과한데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으니 FDI가 떠나는 것이다. 삼성이나 LG도 다 베트남과 미국에 공장을 짓고 한국에 있던 스마트폰 공장은 철수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금융허브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해야만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본부를 유치할 수 있다. 

Q. 제조업과 금융업은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나.

예를 들어 조선업이 활황이면 룩셈부르크가 큰돈을 버는 식이다. 룩셈부르크가 선박금융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박이라는 것은 30년 장기할부로 운용된다. 이런 장기할부를 유지해주는 것이 금융의 역할이다. 우리나라는 배는 잘 만들지만 선박금융은 룩셈부르크를 통하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도시국가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10만달러(한화 약 1억2000만원)에 이른다. 

Q. 금융허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한국이 국제 금융 경쟁력을 높이려면 싱가포르 수준으로의 변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먼저 싱가포르는 영어가 능숙한 나라라는 장점이 있다. 거기에 노동 분쟁도 없고 최저임금 제도도 없다. 법인세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17%를 유지하고 있다. 배당세, 양도세 등 금융관련 세금이 없다. 오직 증권거래세만 0.2% 적용되고 있다. 한국은 노사분규가 굉장히 심각하고 법인세도 27%에 이른다. 한국이 금융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를 홍콩에 너무 빠르게 도입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떠났는데 이 기업들을 우리나라로 유치하지 못했고 싱가포르와 일본으로 많이 갔다. 정부가 그런 것들을 많이 놓쳤다. 일본이나 싱가포르보다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미국도 삼성과 현대를 유치하면서 흑자가 날 때까지 법인세 등을 감면해주고 있다. 그런 방식으로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Q. 일본은 어떻게 홍콩을 떠난 금융회사들을 유치할 수 있었나. 

일본은 지진발생 등 약점을 갖고 있지만 홍콩에서 기업들이 떠나갈 때 10년간 세금 면제 같은 파격적인 우대 정책을 제안했다. 자신들이 아시아의 허브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발 벗고 많이 나섰다. 정부가 나서야만 홍콩을 떠나는 금융사들을 잡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 물론 규제 완화에 따른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가습기 살균제나 세월호 같은 문제들은 규제 완화로 인해 발생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 또는 안전과 관련한 것이 아니라면 규제는 풀어주는 것이 좋다.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 ⓒ투데이신문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 ⓒ투데이신문

정부 의지에 따라 아시아 3위로 도약 가능

Q. 법인세와 양도세를 낮추면 국가 세수에 영향을 준다는 시각도 있다.  

오히려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거두고 역할을 키우면 민간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 재정도 작은 정부를 지향하겠다고 했다. 저도 그렇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 때 매년 예산이 10%씩 증가했는데 과도하게 늘어난 것이 맞다. 경제성장률이 2~3%면 국가 예산도 그 정도 증액시켜야 한다. 세금도 과도했던 측면이 있다. 부동산 정책과 세금 정책의 실패가 정권교체의 원인이었다. 법인세를 낮추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세금을 적게 매기면 고용과 투자로 이어져 국내 경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Q. 일각에서는 금융산업 성장만을 위해 법인세 인하나 노동환경 유연화를 적용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는데.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규제는 풀어주면서 피해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령 우리나라는 가상화폐의 상장을 100% 금지하고 있지만 싱가포르는 모두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상장은 못하지만 거래는 이뤄지고 관련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싱가포르는 상장은 가능하지만 국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발행사가 싱가포르에서는 가상화폐 홍보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Q. 한국이 당초 목표였던 아시아 3위 수준의 금융허브로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정부가 의지를 갖고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싱가포르, 홍콩, 일본, 중국과 같이 또는 그보다 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나라의 금융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제조업은 그동안 많이 성장했고 이제 금융의 순서가 왔다. 

Q. 이번 정부에서는 금융허브를 위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까. 

과거보다는 훨씬 좋아질 것 같다. 우선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고 민간 자율에 경제를 맡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 자체가 너무 취약하다. GDP 대비 25%라는 것은 최하위권이고 언제든지 국가가 부도날 수 있다는 얘기다. 대만도 GDP 대비 외환보유고 비중은 90%를 상회한다. 해외 기업을 유치해야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모건스탠리지수에 편입돼 24시간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 개방이 이뤄진다. 그래야 한국 경제도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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