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당 대표직에 물러날 처지에 놓였지만 이에 불북, 버티기에 들어가 그야말로 여당은 어수선한 상황이다.

당 대표가 징계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 앞에 국민의힘은 앞으로의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내홍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징계 못 피해 

이양희 당 윤리위원장은 지난 7일 오후 7시부터 8일 오전 2시 45분까지 회의를 열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을 의결했다”며 “이 대표 이하 당원은 윤리규칙 4조 1항에 따라 당원으로서 예의를 지키고 자리에 맞게 행동해야 하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근거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7일 오후 9시23분 윤리위에 출석해 약 2시간 50분 동안 소명 절차를 가졌다. 김철근 정무실장은 이보다 앞선 같은날 오후 8시부터 45분 간 소명을 진행했다.

이 위원장은 “이준석 당원은 자신의 형사 사건 관련해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게 사실확인서 등 증거 인멸 위조를 교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며 “이에 대해 이 당원은 김 실장이 2022년 1월 10일 대전에서 장모씨를 만나 성상납과 관련한 사실확인서를 작성 받고 7억원 상당의 투자 유치 증서를 작성해준 사실에 대해 알지 못 했다고 소명했다”고 전했다.

윤리위는 ▲사실확인서의 증거가치 ▲이준석 본인 및 당 전체에 미칠 영향 ▲당 대표와 김철근 정무실장 간 업무상 지휘관계 ▲사건 의뢰인과 변호사의 통상적인 위임관계 ▲관련자들의 소명 내용과 녹취록 ▲언론에 공개된 각종 사실 자료 ▲정무실장의 지위에 있는 김철근이 본인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7억원이라는 거액의 투자유치 약속 증서의 작성을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믿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 대표의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이 위원장은 “위원회는 징계심의 대상이 아닌 성상납 의혹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면서 “그간 이 당원의 당에 대한 기여와 공로를 참작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 실장은 ‘당원권 정지 2년’ 징계를 받았다. 김 실장은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제보한 장모씨에게 7억원 투자 각서를 써주며 관련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위원장은 “김철근 당원은 타인(이준석 당대표)의 형사 사건에 관해 사실확인서 등의 증거를 인멸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며 “김 당원은 2022년 1월 10일 대전에서 장씨를 만나 ‘성상납이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았고 같은 자리에서 장씨에게 7억원 상당의 투자유치 약속증서를 작성해 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실확인서와 위 약속증서와의 대가 관계를 부인하고 있다”고 했다.

윤리위는 ▲사실확인서의 증거가치 ▲이준석 사건 및 당 전체에 미칠 영향 ▲사실확인서와 위 약속증서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작성된 점 ▲장 모씨와의 녹취록에서 장 모씨가 김철근 당원에게 위 약속증서의 이행을 요구했던 점 ▲김철근 당원이 위 약속증서의 이행요구에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점 ▲관련자들의 소명 내용과 녹취록 ▲언론에 공개된 각종 사실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김 실장의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결정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실 앞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실 앞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여론전으로 반격? 

이 대표는 곧바로 징계 결과에 반발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8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리위 규정을 보면 징계 결과에 징계 처분권은 당대표에게 있다”며 “납득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수사 절차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진 데 대해서 윤리위 형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납득 가능한 시점이 되면 당연히 받아들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법원 가처분이나 재심이라든지 이런 상황들을 판단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 당규 제23조 2항에서는 ‘위원회의 징계 의결에 따른 처분은 당 대표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주요당직자가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징계 의결의 당사자인 이 대표가 징계 처분권을 가지고 있어 셀프 징계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이 대표는 윤리위 규정 제26조에 따라 징계 결정에 불복할 경우 징계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위원회에 재심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윤리위가 징계 절차 개시 78일 만에 결론을 낸 만큼 이유 없음으로 기각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외에도 가처분 신청이 대응 방안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징계 수위로 볼 때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대표는 여론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의 당원이 되는 빠르고 쉬운 길. 온라인 당원가입”이라며 “한달에 당비 1000원 납부약정하면 3개월 뒤 책임당원이 돼 국민의힘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3분이면 된다”며 2030 청년층 당원 가입을 독려하고 여론 결집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당 내 분위기는 이 대표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 TV조선 ‘뉴스9’에 출연해 “이 대표의 징계는 당헌·당규에 의해 윤리위가 결정한 사항”이라며 “이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고 보고, 좀 더 자중하면서 어떻게 하는 게 당을 위하는 길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이 혼란스럽고 갈등 상황에 있어 우리가 윤리위 결정을 수용하고 존중하자고 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밖에 안 됐다. 우리가 단합해 정부 성공을 뒷받침하고 경제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당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자고 할 것”이라고 했다.

당 내홍으로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제 상황이 엄중하고 당내 분란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며 “중진회의와 의총을 통해 당이 하나가 되는 수밖에 없다. 당이 한목소리로, 한 행동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분위기에 대해서는 “의원들도 윤리위 결정이 기정사실이 됐으니 수용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는 게 대다수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제공=뉴시스]<br>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제공=뉴시스]

당내 혼란 어쩌나

권 원내대표는 오는 11일 의원총회를 열고 차기 지도부 구성 방안을 논의하는 등 당내 혼란 수습에 나설 예정이다.

이 대표의 정상적인 대표직 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할 것인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할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구성을 선호하는 측에서는 임기가 1년도 안 되는 임시 지도부를 뽑아 1년 새 전대를 2번 치르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판단, 비대위가 차기 지도부 선출 때까지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권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비대위 체제를 거쳐 내년 1월 중순 이후 전대가 열리게 되면 당 대표가 2년 임기 보장과 공천권 행사권을 차지하게 된다. 국민의힘 당헌은 궐위된 당대표의 잔여임기가 6개월 이내인 시점부터 임기 2년을 보장받는 후임 당대표를 선출할 수 있다. 이 대표의 잔여임기가 6개월 이내로 남는 시점이 2023년 1월 12일 이후로, 내년 1월 중순 이후에 선출된 당 대표는 2024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의 공천권을 확보할 수 있다.

조기 전대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당헌에 따르면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 시 임시전대를 열어 당 대표를 뽑을 수 있다. 권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수행하면서 비대위 없이 곧바로 조기 전당대회를 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당 대표 임기는 전임 대표의 잔여 임기로 규정돼 있어 2024년 총선 공천권 행사는 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듯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징계 불복에 따른 혼란에 더해 비대위와 조기 전대를 두고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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