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코인의 과거, 현재, 미래’ 출간하며 암호화폐 3부작 완성
디파이 생태계, 실물경제 기반한 비즈니스모델 아직 없어
변동성 굉장히 큰 시장, 능력 없이 뛰어드는 건 투자 아냐
“규제는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만들어 주는 것”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 ⓒ투데이신문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암호화폐 생태계는 아직까지 투자의 영역에 집중돼 있다. 때문에 현재 암호화폐 경제를 지탱하는 것 또한 ‘매매 가격의 차이를 활용한 자본이득 획득’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물경제에 기반한 비즈니스모델이 적절한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한 탓이다.

화폐로서의 대체 역할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된다. 암호화폐가 화폐로서 기능하려면 가치의 교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마찬가지로 실물경제와의 연동성이 떨어져 그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국제결제은행(BIS)과 각 국의 중앙은행들은 자체적인 암호화폐 발행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법정화폐를 코인형태로 만들어 발행하면 다른 암호화폐들은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다만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암호화폐의 화폐 역할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면서도 각 블록체인들의 코인들은 앞으로도 탈중앙화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통적인 화폐경제는 그대로 유지하되 적절한 규제를 통해 디파이(DeFi, 코인기반 금융) 생태계를 확장시켜 보완적인 금융시스템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투데이신문>은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을 만나, 그가 신간 ‘코인의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해 풀어낸 디파이 시장의 한계와 미래, 암호화폐 경제에 대한 규제와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KB국민은행장 퇴임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퇴임한지 한참 됐다. 한동안은 금융연구원에 있었다. KB 가기 전에는 KDI국제정책대학원에 있었는데 거기서 다시 강연을 맡은 지 4년 정도 됐다. 

Q. 암호화폐와 관련한 책들을 연달아 집필했다. 어떤 계기로 암호화폐 연구를 시작하게 됐나. 

관심 갖고 공부를 시작한 건 2016년이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고 당시에 은행업의 미래에 대한 책을 하나 썼다.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금융이라는 것은 테크놀로지에 크게 영향을 받으니까, 블록체인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모르는 영역이었다. 그래서 한번 알아보자 해서 호기심으로 내용을 찾아 읽어봤다. 그런데 몇 권 읽고 함부로 얘기했다가는 엄한소리 하겠다 싶어서 좀 더 깊게 공부했던 것이 강연과 집필로 이어지게 됐다. 

Q. 최근에는 ‘코인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책이 나왔다. 앞서 출간한 ‘비트코인의 방법’, ‘탈중앙화와 크립토시스템*’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탈중앙화와 크립토시스템’이 코인 생태계에 대해 제가 하고 싶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다만 비트코인이라는 것이 모든 코인에 기본이 되는 측면이 있고 테크니컬한 부분이 많아 그것만 먼저 정리를 한 게 ‘비트코인의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같이 정리했어야 하는데 제외된 내용들, 주로 디파이 이슈 등과 관련해서 다시 정리를 한 책이 ‘코인의 과거, 현재, 미래’다. 

* 크립토시스템(Cryptosystem): 코인 기반 화폐경제 시스템. 개념적 측면에서 탈중앙화를 추구하며 기술적 측면에서 분산원장기술(거래정보를 분산화 된 네트워크에 공동 기록 및 관리하는 기술)을 활용하는 새로운 하부구조를 지칭. 

[사진제공=커뮤니케이션북스]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의 신간 ‘코인의 과거, 현재, 미래’ 표지 [사진제공=커뮤니케이션북스]

‘코인생태계’ 아직 실물경제 기여 없는 황무지

Q. 암호화폐, 가상화폐, 코인 등 많은 용어들이 혼용되고 있는데 암호화폐란 무엇을 말하는가.

사실 굉장히 정의하기가 힘들다. 원래 화폐라는 건 인간과 인간 사이에 가치를 이전하는 수단이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인터넷을 통해 가치가 이전되는데 기존에는 전부 은행시스템을 통해서 이뤄졌다. 암호화폐는 은행시스템에서 벗어난 탈중앙화 된 방법론이다. 이른바 P2P 방법론으로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기술적 측면에서 암호기법을 사용해 암호화폐라고 부른다. 

Q. 암호화폐가 주목 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돈 벌었다는 사람이 많으니까 주목 받지 않나 싶다. 코인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하는 성공신화들이 많기 때문에 일반인도 관심을 갖게 됐다. 저도 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코인을 사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다. 다만 저 같은 경우는 금융을 해온 사람으로서 주목하고 있다. 기존 금융시스템은 화폐 경제라는 틀 안에서 실물경제를 떠받치는 역할을 해왔는데 새로운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게 기존의 화폐시스템과 어떤 관계를 갖고 또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 것인지가 제 입장에서는 주된 관심 대상이다. 

Q. 실물경제에 기반 하지 않는 코인이 어떻게 가치를 가질 수 있는가. 

주류 경제학계에서는 코인이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가치가 없다고 거의 단언하고 있다. 또 BIS나 중앙은행들도 암호화폐라는 것은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고 실물경제에 대한 기여도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실물경제에 기여가 없어 보이는 이유는 활용 용도가 아직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물경제에서 이들을 활용하는 비즈니스모델이 아직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암호화폐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있다. 비트코인은 화폐로서 지급수단이고 이더리움은 스마트콘트랙트라고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 계약관계를 자동화 시키는 건데 이 두 가지가 하부구조를 이루고 있다. 지급수단과 스마트콘트랙트로서의 암호화폐는 쉽게 말해 아직 황무지의 도로나 교량 같은 것이다. 도로와 다리를 만들었지만 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가치가 없다면 없는 셈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지 황무지를 활용할 용도가 생기고 비즈니스 모델이 연동되면 엄청난 가치를 가지는 하부구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암호화폐와 실물경제의 연동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쉽게 비유를 들자면 한국에서 원화로 비즈니스를 하는 업체가 달러로 자금 조달을 하는 경우와 유사하다. 이때 환리스크 등 부조화가 생겨 자금을 조달해준 사람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마찬가지로 코인을 이용한 비즈니스가 실물부문에서 캐시플로우(Cashflow, 현금흐름)를 발생시킨다고 하면 코인으로 조달한 자금에 부조화가 생긴다. 때문에 코인에서 코인형태로 캐시플로우를 발생시킬 수 있는 모델이 생겨야 하는데 실물경제에 아직까지 코인 기반의 인컴스트림(Income Stream, 수익 흐름)을 만들어 내는 비즈니스모델이 안 생기고 있다. 현재 게임과 메타버스 정도가 이 같은 부조화를 매치시킬 수 있는 분야로 기대되고 있다. 

Q. 지난해 디지털 아트워크가 대체불가능토큰(NFT) 분산형 시장에서 1000억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NFT는 왜 가치를 가지는가.   

NFT가 왜 가치를 가지느냐는 코인이 왜 가치를 가지느냐와 사실 같은 맥락이다. 다만 지금 굉장히 가치가 높은 것들이 나중에도 다 그런 가치를 가질 수는 없다. 닷컴 버블 초기처럼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NFT는 굉장히 높은 가치를 가질 것이라는 기대인데 어느 것이 생존할지는 알 수 없다. 한 번 솎아 내는 과정이 필요하고 거품이 있다고 본다. 

[사진제공=뉴시스]
[사진제공=뉴시스]

코인 투자에 열광하는 사람들

Q. 현재 코인기반 금융은 가치교환 기능보다는 투자에 집중돼 있는 듯하다. 어떤 유형의 투자들이 이뤄지고 있는지.

크게 두 가지로 보면 된다. 하나는 코인을 실제로 사고팔고 돈을 버는 트레이딩(Trading)의 영역, 또 하나는 디파이인데 이건 외견상으로는 전통금융과 굉장히 비슷하다. 코인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기도 하며 코인을 투자해서 배당을 받기도 한다. 비즈니스모델이 없는 디파이 영역에서 배당이 생기는 이유는 블록체인이라는 게 유지보수 하는 중간에 계속 새로운 코인이 생성되는데 그 과정에 소유한 코인을 투자하고 배당을 받는다. 흔히 스테이킹(Staking)이라고 하는 형태의 투자다. 

Q. 투자자들의 코인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코인은 엄밀하게 말해 일반투자자의 영역은 아니다. 일반투자자들에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흔히 코인에 투자할 때 이른바 백서(White paper) 등을 읽어보라고 하는데 화이트페이퍼를 보고 얼마나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일반투자자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때문에 무엇을 주의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도 힘들다. 굉장히 리스크가 큰 영역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어느 정도 역사도 있고 안정적인 투자 기반이 확보돼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가야 한다. 너무 투기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Q. 최근 발생했던 테라 사태는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우선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 무엇인가부터 얘기를 시작 해야 한다. 보통 코인은 가격변동성이 너무 커서 문제가 되는데 스테이블코인은 금이나 달러와 가치를 연동해 안정화 시킨다. 테라USD는 달러와 연동해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테라 네트워크에서 디파이 예금으로, 앵커라고 하는 예금 기능을 갖춘 프로토콜을 통해 20%의 이자를 약속했다. 일반인들 입장에서 보면 환상적인 조건이다. 가격변동성도 없고 20%라는 높은 이자율이라면, 실현될 수만 있다면 이상적인 투자니까 사람들이 많이 뛰어들었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도 굉장히 많이 유입됐는데 그걸 지탱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뒷받침 되지 않았다. 기술적으로 들어가면 분명히 문제점이 있는 구조인데 시장에서 그런 것들을 걸러내야 할 안전장치들이 작동을 안했다. 

Q.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가 의도적인 사기행위를 벌였다는 시각에 대해선 어떻게 판단하는지. 

사람마다 평가가 다른데 20% 이자가 말이 안 된다는 얘기도 많고 스테이블코인 자체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구조만 놓고 봤을 때 사기라고 하기는 힘들다. 구조가 취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알고리즘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유지한다고 했고 그게 담보가 잘 안 된 거지 그 자체만 두고 사기라고 하기는 어렵다. 사후적으로 나오는 얘기들은 그 구조를 갖고 판을 키운 다음에 돈을 빼돌렸다는 건데 그건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만약 자금을 빼돌렸기 때문에 구조가 쉽게 무너진 것이라면 사기가 되는 거고. 적어도 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경고했지만 사람들이 듣지 않았다. 또 크립토 시장 전체가 지난해 11월 이후 올해 5월까지 60% 이상 가격이 하락했다. 시장이 침체되면서 문제가 된 측면도 있다. 

Q. 사람들이 왜 코인투자에 열광한다고 생각하나.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주식시장도 그렇고 돈 잃은 사람은 얘기 안하고 번 사람만 불려서 얘기한다. 코인은 하룻밤 사이에 몇십 퍼센트의 이익을 내기도 하니까 더 그렇다. 저는 도박이라는 표현은 잘 안 쓰는데 기본적으로 모든 투자는 도박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리스크가 얼마나 크고 내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냐는 것이다. 코인은 변동성이 굉장히 큰 시장인 건 틀림없다. 전문도박사라면 도박도 투자가 된다. 전문투자가는 도박에 가까운 정도의 위험이 높은 시장에 참여해도 투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감당할 능력 없이 뛰어드는 건 투자라고 볼 수 없다.  

지난달 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BOK 국제컨퍼런스’에서는 CBDC 도입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달 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BOK 국제컨퍼런스’에서는 CBDC 도입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사진제공=뉴시스]

국가에서 코인 발행해도 탈중앙화 블록체인 유지될 것

Q. 다가올 미래에 코인이 화폐를 대신하게 될 수 있을까.

제 책에도 언급했지만 저는 아니라고 본다. 화폐는 화폐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화폐는 전자화 되겠지만 코인이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저는 화폐를 대체할 거라고 하는 코인의 99%가 망할 거라고 예상한다. 비트코인은 살아남을지도 모르지만 화폐 기능 보다는 스마트콘트랙트로서 하부구조 기능을 하는 코인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들, 비즈니스 모델들이 생겨나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큰 축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Q. 국가단위에서 코인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다. 암호화폐가 탈중앙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모든 것을 중앙화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앙은행전자화폐(CBDC)라는 게 있는데 기존의 법정화폐를 코인형태로 만들어서 발행한다는 의미다. BIS는 앞으로 각 국가들이 직접 CBDC를 발행해서 이를 중심으로 모든 화폐시스템이 개편되면 암호화폐가 설 자리는 없어진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어차피 지폐나 동전 상태로 돌아다니는 화폐는 몇 퍼센트 안 된다. 이미 대부분 전자화 된 상태로 존재한다. 중앙은행전자화폐와 병행해서 크립토는 따로 존속할 것이라는 게 저의 견해다. 

Q. 암호화폐가 투자 부문에만 편중돼 있다 보니, 탈중앙화 된 코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다시 CBDC 얘기로 넘어가서 BIS페이퍼의 주장은 CBDC가 만들어지면 관할 하에 있는 블록체인, 이른바 퍼미션드 블록체인(Permissioned blockchain, 허가형 블록체인)이 스마트콘트랙트 기능까지 모두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모든 스마트콘트랙트까지 뒷받침하는 블록체인을 유지해야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화폐 기능이 아닌 스마트콘트랙트를 지원하는 블록체인들은 그냥 자생적으로 시장에서 움직이게 두는 것이 낫다. 제가 크립토가 유지된다고 말하는 것은 이 지점과 관련된 것이다. 블록체인 내부적으로 사용되는 코인들은 정부 화폐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고 플랫폼 유지를 위한 것이니까, 그런 것들은 살아남을 거라는 얘기다. 수많은 민간 블록체인이 하나의 하부구조를 형성하고 정부의 공공 블록체인이 CBDC로 역할하면서 경쟁할 부분은 경쟁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다. 

Q. 진정한 디파이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 적절한 규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어떤 규제가 필요할까. 

규제와 관련해서는 얘기가 복잡하고 아직 합의가 진행된 게 아니라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다만 제 생각을 얘기하면 먼저 국제기구에서는 블록체인 자체를 직접 규제하는 방향을 상당히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데 이건 탈중앙화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저는 그런 방식으로는 탈중앙화 된 상태의 블록체인을 규제할 방법이 없어 작동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감독당국에서는 지금 크립토나 디파이 생태계가 혼란스러운 상태라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직접 규제 보다는 금융기관이 디파이에 대한 투자의 틀을 갖추고 이 가운데 소비자 보호, 자금세탁 방지 같은 것들을 마련하도록 요구하면 된다. 디파이 부문에서 얘기되는 스마트콘트랙트에 대한 리뷰도 금융기관이 하면 된다. 저는 기본적으로 중개자들을 시장에 많이 집어넣어 활동영역을 넓혀주면서 규제하고 일반인들은 이들을 통해 탈중앙화 된 경제시스템과 소통을 갖는 것이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Q. 정부 차원의 중앙화거래소를 제안한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가.

그건 또 다른 축으로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 어떤 암호화폐에 투자하려면 돈을 코인으로 바꿔야 하고 그걸 할 수 있는 것이 거래소다. 한국에는 원화 거래소가 5개 있는데 말은 거래소라고 하지만 유가증권 시장의 한국거래소와 비교를 하면 다른 점이 있다. 굳이 따진다면 이 거래소들은 증권회사 같은 성격을 갖는다. 스스로 브로커나 딜러에 해당하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나쁘게 말하면 업자, 좋게 말하면 플레이어가 되겠다. 그런데 플레이어가 시장의 기능을 직접 수행하는 건 곤란하다. 그러니까 정부가 나서서 플레이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끔 시장을 만들어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시장의 중앙화라는 얘기를 언급했다. 

Q 정부의 코인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지금까지는 될 수 있으면 손을 안 댄다는 기조였으니까 사실 정책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손을 놓고 있기는 힘들 테다. 이번 정권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제도적 정비를 갖추겠다고 공약했으니 추진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이번 정부 들어오면서 내놓은 얘기가 IDO(코인 상장)와 STO(증권형토큰발행) 중심으로 활성화를 시키겠다는 것인데 저는 두 가지 다 회의적이다. IDO라는 건 거래소에 상장기능을 상당부분 맡긴다는 것을 말한다. 말씀 드렸던 것처럼 거래소 자체가 플레이어들이기 때문에 이를 분리시키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분리 없는 정책은 거래소들이 알아서 잘 하라는 엄포밖에 안 된다. STO는 증권형으로 가겠다는 얘기인데 과연 그 요건에 맞춰 상장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는 코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암호화폐 상장은 활성화 시킨다 아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준을 명확히 하고 그에 따라 관리를 해줘야 한다. 기본적으로 시장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고, 시장에 들어오는 물건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관점에서 상장이라든지 기준을 정립해야한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규제란 무엇을 못하게 한다는 게 아니라 제도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절대 발전할 수가 없다. 크립토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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