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가 결국 징역 40년형을 확정 받았다. 이는 그동안 음지에서 활동하던 금융시스템에 대한 경종이자 변화를 위한 한발이다. 이번 옵티머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무엇을 의미하고 사모펀드 시장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우선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에 몰린 배경부터 다시 살펴보자.

갑작스런 코로나 팬더믹과 경기침체 그리고 지난 금융위기의 교훈 덕에 정책입안자들은 신속하게 돈을 풀어 경기 침체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결국 돈은 부동산으로 흘러가고 소비는 살아나지 못했다.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주택 구매를 위해 빌린 돈의 이자비용이 상계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지금도 빅스텝, 나아가 자이언트스텝을 밟아야 할 만큼의 물가수준이라는 점은 끔찍하다. 게다가 연준(Fed)의 강력한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환율은 치솟고 있지만 무역에선 오히려 적자를 보는 상황. 가파른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성장은 점점 더뎌지는 이른바 스테그플레이션의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임금은 인플레이션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집값은 숨 막히게 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공포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위태로움을 바라보고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이제 학교를 벗어나 사회 초년생이 된 이들은 어떤 현실을 보았을까. 과연 코인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청년들을 한탕주의자로 치환해도 되는 것인가. 또한 행복한 은퇴를 꿈꾸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은퇴자들의 희망을 비난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취재결과 대부분의 부실 사모펀드의 피해자는 은퇴자이거나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었다.

사실 라임·옵티머스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사모펀드를 아는 사람은 소수였다. 기업 인수합병 업무를 맡고 있는 지인도 예전에 사모펀드, 헤지펀드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이른바 억만장자들만 아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우리나라가 아직 금융 선진국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 애매한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금융 선진국인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사모펀드가 활성화 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금융 선진화 방안으로 2011년 12월 기존 사모펀드의 운용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기존 최저 투자금액 5억원에서 1억원까지 문턱이 낮아졌다. 사모펀드 시장은 2020년 기준 400조 이상 몸집이 불어나면서 2015년 대비 두 배나 급성장 했다. 이제 더 이상 사모펀드가 극소수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에 비교적 일반 대중에게도 사모펀드는 빠르게 침투했고, 저금리로 마땅히 투자처가 보이지 않던 투자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부실 사모펀드 피해자 중 상당수가 은퇴자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단순한 사기 사건으로만 바라보면 피해자들의 고통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게 된다. 이미 은퇴해 인적자본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는 가정을 파괴하는 간접 살인과도 같다. 사실 그동안 금융투자관련 분쟁에서 금융회사를 상대로 개인투자자가 보상을 받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었다. 바로 국내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자기 책임 원칙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책임을 묻기엔 사모펀드는 운용 특성상 폐쇄형 즉 투자자산을 매각 혹은 비상장 회사의 경우 상장 시킬 때에 비로소 공개된다. 그렇기 때문에 폰지 사기의 형태로 운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거나 유동성이 낮고 부도 위험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기도 한다. 실사가 어렵고 정보의 접근성이 거의 불가하다는 점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투자자들을 속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경우 투자자에게 어떤 자기 책임을 물을 것인가. 물론 이 점이 인정돼 옵티머스는 계약 취소 처분을 받았지만 아직 분쟁중인 부실 사모펀드의 경우 난항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시작으로 사모펀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다시 최소 가입금액을 3억으로 올리고 사모펀드인지 공모펀드인지 구분이 어려운 규제를 가하는 바람에 업계는 거의 초상집 분위기다.

사모펀드의 고수익을 위한 환경은 규제완화다. 미국은 금융범죄 처벌 수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옵티머스펀드 사기와 같이 명백한 대규모 금융사기의 경우 100년형 이상도 흔히 볼 수 있다. 일례로 유명한 메이도프사건이 있다. 버나드 메이도프는 나스닥 위원장을 역임했던 커리어를 이용해 매달 10%의 이자를 지급한다는 명목으로 3만여명 이상의 투자자에게 약 650억달러 규모의 사기를 쳤다. 이에 미국 법원은 버나드 메이도프에게 150년형을 선고했다. 당시 70세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종신형이나 다름없다. 주목할 점은 그가 사망한 시점까지 가석방이 없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금융규제를 최소화 하는 한편 처벌에 무거운 무게를 달고 있는 것이다. 

사모펀드는 나쁜 것인가. 현대의 과학은 인간의 뇌가 부정성 편향이 강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긍정적인 것보다 나쁜 것에 더 크게 반응하는 생존전략인 셈이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이 커짐에 따라 눈먼 돈을 부당하게 수취한 세력들의 처벌 트리거는 당겨졌다. 금융당국도 투자자보호를 위한 재발방지 방안으로 강도 높은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그러나 우리의 금융시장은 가야할 길이 멀다. 금융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빅 스텝을 밟아야만 한다. 건전한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강력한 규제로 사모펀드가 나쁘다는 부정성 편향을 자극할 것이 아니라 미국처럼 처벌 수위를 높여 운용사나 판매사들에게 앞으로 이러한 금융스캔들의 재발의지 자체를 꺾는 부정성 편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옵티머스 판례가 변화의 깃발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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