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가격’ 첫 번째 납부자, 공시생 이현근씨의 이야기
중학생 부터 지켜온 꿈 ‘경찰 공무원’…올해로 14년 째
3평 고시원서 생활…아르바이트·가족 지원으로 생계 유지
노량진 고시촌서 지낸 3년 간 지출 금액 5022만원 달해

‘빈곤이란, 누구나 갖는 꿈을 똑같이 갖고 있지만, 실현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 -도서 <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中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우리나라도 빈곤 문제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특히 고달프게 살아가는 빈곤 청년들에게선 꿈을 잃은 슬픈 자화상을 여과 없이 목도하게 된다.

과연, 꿈이라는 작은 씨앗에 푸른 싹이 트고 잘 익은 열매가 맺히기 위해선 몇 리터의 땀과 눈물이 필요할까. 그간 흘려온 땀과 눈물로 꿈이라는 씨앗에 물을 준다면 꿈은 무탈하게 자라날 수 있을까. 또, 우리 사회라는 토질(土質)은 꿈을 심기에 얼마나 비옥한가.

다들 ‘꿈을 크게 가져야 깨졌을 때 그 조각도 크다’고들 말한다. 꿈을 크게 가지는 것조차 사치스러울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무기력하게 깨져버린 꿈의 조각들이 온 몸을 할퀴어 올 때, 그땐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해선 그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맨 몸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청년들에겐 꿈은 어떤 존재일까.

<투데이신문>이 만나본 꿈꾸는 빈곤 청년들의 눈빛은 그 무엇보다 뚜렷이 빛났다. 그럼에도 그들은 아침이고, 밤이고 죽어있다. ‘꿈의 가격’을 제때 지불하기 위해서다.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꿈을 오롯이 자력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청년들은 심적으로도, 물적으로도 빈곤했다. 청년들은 꿈을 담보로 가불인생을 살고 있다. 

너무나도 성실한 이들은 깨어있는 동안 꿈의 청사진에 열심히 덧칠한다. 꿈은 아름답다고들 말하니까, 여기저기서 열심히 긁어모은 가장 선명한 색으로 가득 채운다. 그런데 이상하다. 덧칠을 하면 할수록 소중한 청사진이 흐려진다. 청년은 급하게 붓을 내려놓는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그려나가는 꿈의 가격은 얼마일까. 

노량진역 4번 출구에서 시민들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노량진역 4번 출구에서 시민들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박효령 기자】 3평 남짓. 자그마한 고시원에서 꿈을 키운다. 건장한 체격에 좁디좁은 방 한편이 불편할 법도 한데 오히려 웃어 보인다. 여행을 사랑하던 그의 행동반경은 지금 노량진 4번 출구 인근이 전부다. 그에게 노량진은 마치 살얼음판 같다. 네 번째 시험을 앞둔 지금, 그는 한 여름에도 살얼음판을 걷는 듯 한 기분이 든다.

올해로 3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뛰어든 경찰 공무원 시험이다. 왜 경찰을 꿈꾸냐고 묻는다면,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중학교 때부터 경찰을 꿈꿨다. 그의 꿈은 흔들림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대학도 경찰행정학과에 입학했다. 그 누구보다 뚜렷한 꿈을 품고 있던 그다.

이현근(가명·26)씨의 집안은 부유하지 않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이런 아들의 꿈을 위해 물심양면 응원했다. 서울, 그 팍팍한 타지 생활이 힘들까 봐. 이것저것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랬던 부모님이지만, 한해, 두해 청춘이 멀어져 갈 때면 아들이 상처받진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럴 때면 조심스럽게 이쯤 하고 돌아오는 것은 어떻겠냐고 권유하신다. 그의 꿈이 흔들리는 유일한 순간이다.

현근씨가 거주하는 노량진 한 고시원 내부 모습. 방에 신발장이 따로 없어 입주자들의 신발이 복도에 놓여있다. ⓒ투데이신문
현근씨가 거주하는 노량진 한 고시원 내부 모습. 방에 신발장이 따로 없어 입주자들의 신발이 복도에 놓여있다. ⓒ투데이신문

새벽 6시 기상, 밤 12시 취침, 쳇바퀴 같은 삶

현근씨의 삶은 부지런히 움직이는 쳇바퀴와 닮아있다. 사무치는 청춘의 쳇바퀴는 밤이고, 낮이고 가리지 않고 돌아갔다. 현근씨가 지쳐 무너진다면, 삶이 멈춰버리는 것만 같았다. 이따금 현실이 너무 버거울 때면 더더욱 이를 꽉 물었다. 이를 증명하듯 쉴 틈 없이 채워진 계획에는 한 치의 오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늘 그렇듯 이른 새벽에 그를 반기는 건 차가운 냉수와 두꺼운 책들. 하염없이 읽고 또 읽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점심시간에 다다른다.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는 것 조차 사치. 자연스럽게 1층에 위치한 공용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늘 그렇듯 오늘의 점심은 고시원에서 제공되는 라면과 눅눅한 쌀밥. 그리고 김치가 전부다. 이따금 따뜻한 집밥이 그리울 법도 한데, 현근 씨는 익숙한 듯 부지런히 냄비에 불을 올린다.

나른해질 점심 끝 무렵. 현근씨는 서둘러 자리를 옮긴다. 오후 2시부턴 ‘꿈의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가 없음을, 꿈을 이루기 위해선 그만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현근씨는 그렇게 3평 남짓 고시원에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발걸음의 끝엔 더욱더 자그마한 서점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독서실 1층에 위치한 이 서점에서 약 2시간가량 아르바이트를 한다. 학원비, 교재, 필기구, 월세, 교통비, 생활비 꿈의 가격을 받기 위해 줄 서있는 채권자들 탓이다. 그곳에서 그는 짬짬이 책을 읽고 또 읽는다. 손님이 올 적엔 멋쩍게 책을 덮으며 손님이 찾는 교재를 건네준다. 같은 고시생들인 탓일까. 공공연하게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이다.

뜨거운 볕을 내리쬐던 태양이 퇴근 준비를 할 때면, 현근씨도 함께 서점에서 나와 헬스장으로 향한다. 경찰 실기를 위해선 운동도 게을리 해서는 안되기에, 빼곡한 하루 일정 2시간 가량은 운동에 할애한다. 묵묵히 운동 기구의 무게를 늘리고, 또 늘린다. 더 이상 들 수 없는 무게 까지 다다랐을 무렵, 운동 기구에 쌓인 무게가 마치 삶의 무게 처럼 느껴진다. 그럴때면 현근씨는 이를 악물고 기구를 들어보인다. 무거운 무게에 굴복하는 자기자신이 마치 초라하게 보일까봐 꾸역꾸역 악을 써보는 그다.

온 몸이 땀에 젖어서야 운동을 마무리 하는 그는 다시 두꺼운 책을 쥔다. 벽돌만한 무게의 책장을 한장, 두장 넘기고 또 넘긴다. 두꺼운 책들과 사투를 벌이며 여백 없는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서야 좁은 침대에 몸을 뉘인다. 자그마한 방안에 짙은 어둠이 찾아오면, 그제서야 현근씨의 쳇바퀴는 잠시 멈춘다. 그렇게 단조로운 하루가 끝난다.

현근씨가 묵고 있는 고시원 방 내부 모습. 3평, 월세 40만원이다. ⓒ투데이신문
현근씨가 묵고 있는 고시원 방 내부 모습. 3평, 월세 40만원이다. ⓒ투데이신문

20만원, 비참함의 다른 이름

현근씨는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중, 가장 비참했던 순간이 있었다. 올해 봄 “누구나 꿈을 위해 이 정도는 힘든 거야”고 스스로를 달래며 딱딱한 의자에 몸을 욱여넣고 공부에 매진할 때였다. 이따금씩 빼곡한 글자에 눈이 피로해져 밖을 내다볼 때면, 야속하게도 날은 좋았고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그는 이 작은 책상 주위라도 벗어나면 그 자체로도 행복할 것 같았다.

현근씨는 뻐근한 목과 눈을 풀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문자 한 통이 그의 작은 휴식을 깼다.

‘이번 주에 결혼식 오지? 얼굴 좀 보자!’

대학시절부터 가장 친했던 형의 기쁜 소식에도 환하게 웃을 수 없던 건, 텅 비어버린 주머니 사정 때문이었다. 그의 한 달 생활비는 공부하는 독서실 1층 작은 서점에서 2시간가량 아르바이트를 하면 받는 월급 40만원이 전부였다. 그 40만원으로 한 달을 버티며 살아가야 했다. 눈치 없이 돌아가는 머릿속 계산기에 현근씨는 샤프를 내려놓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서울 노량진에서부터 경상북도 경주까지 내려가는 KTX 비용은 4만9300원, 왕복하면 10만원에 육박했다. 심지어 축의금 10만원까지 낸다면 20만원은 족히 지출해야 했다. 또 그곳에서 오랜만에 동기, 선·후배들을 만나게 되면 상황은 더 달라진다. 최소 커피 한잔은 마셔야 할 테고, 결혼식을 마친 후 뒷풀이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아직 경주행 열차에 몸을 싣기도 전인데 혼자서 걱정을 대출하고 있는 모습이 현근씨 스스로 봐도 한심했다.

현근씨는 마른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사실 한 달 40만원도 부족해 먹고 싶은 음식도 꾹 참은 뒤 고시원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라면을 먹고, 종종 연락 오는 친구들과의 약속도 가지 않았다. 간식 하나를 먹고 싶어도 노량진 내 물가가 가장 저렴한 마트를 찾아가 하나씩 겨우 사 먹곤 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현근씨는 한 달 생활비 반이 빠져나가는 하루와 한 달의 비용을 쉽게 바꿀 수 없었다.

부모님에게 돈을 빌려볼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공부를 그만하고 일반 기업에 취업하라는 아버지의 불호령이 떠올라 재빨리 생각을 접었다. 내년이면 가끔씩 챙겨주던 부모님의 지원도 끊긴다. 3년간 지속된 수험생활을 지원해줄 여력이 안되는 까닭이다. 이번 시험이 현근씨에게는 동아줄 같은 마지막 기회였다.

결혼식에 안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그럴수록 자신을 챙겨준 형의 얼굴이 떠올랐다. 대학 시절 내내 형이 현근씨에게 여러 방면에서 신경 써준 것을 알고 있기에 가슴이 더 먹먹했다.

현근씨는 형에 대한 미안함에 몇 번이고 답장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대학 내내 자신을 가장 잘 챙겨준 형의 결혼을 직접 축하해줄 수 없는 게 그깟 ‘20만원’ 탓이라는 게 초라했다. 결국 결혼식에 못 갈 것 같다는 짤막한 말과 사과를 남기고 휴대폰 전원을 종료했다. 형의 서운하지만, 괜찮은 척하는 답장을 볼 수가 없었다. 그날만큼은 현근씨는 노량진 4번 출구가 미치도록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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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1년 1개월, 월 180만원의 지출

현근씨가 준비하는 공무원 시험은 최근 날로 가팔라지는 취업 길로 인해 응시생이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취업 준비 기간이 긴 만큼, 공무원 준비생인 일명 ‘공시족’들은 학습에 이어 공무원 준비 비용의 부담까지 안고 지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4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구직자 107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무원 시험 준비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 준비생 1명의 월평균 지출비용은 180만5000원에 이르렀다.

주요 지출 항목은 전문학원 수강료가 54만7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온라인 강의 수강료 37만원, 직무 관련 자격증 취득 비용 20만8000원, 교재비 15만3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강료 및 교재비용 등만 무려 127만8000원에 달했다.

특히 지출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는지에 대한 응답에 33.1%가 부모님 또는 배우자로부터 지원을 받는다고 대답해 가계의 또 다른 부담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공무원 준비생이 시험 준비에 투자한 평균 시간은 1년 1개월인 것으로 집계됐다. 준비기간별로는 6개월 이상~1년 미만이 32.6%로 가장 많았으며, 1년 이상~2년 미만(31.2%), 6개월 미만(17.8%), 2년 이상(12.1%), 3년 이상(2.9%) 등이 뒤를 이었다. 4년 이상 준비한 사람도 2.4%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은 평균 1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평균 2346만원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더불어 해당 설문조사에서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여러 항목 중 응답자들은 41.1% 비율로 ‘인내심·집중력’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학습능력(17.1%), 부족함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16.2%)이다. 현근씨는 여러 요소 중에서도 ‘학습능력’을 1위로 꼽았다.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 당초 똑똑한 사람이 공무원 시험에 금방 합격한 사례를 봤기 때문이다. 그들이 시간과 비용을 자신보다 적게 쓰고 같은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내심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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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을 지켜온 꿈이 있기에

“공부는 열심히 해도 성과가 잘 안 보이는데, 운동은 바로바로 성장한 게 눈에 보이잖아요.”

현근씨는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바뀐 것을 체감했다. 먼저 자신감이 떨어진 점이었다. 학창 시절 내내 전교회장도 맡고 여러 대외활동도 하며 남들보다 월등한 ‘스펙’을 지녔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또 밝은 성격에 모난 부분 없어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못나지고 자존감은 급격히 떨어졌다.

다른 하나는 관심 없던 운동에 빠진 일이었다. 점차 작아지는 자신을 마주한 현근씨는 운동으로 공부, 취업 등 잡생각을 지워 갔다. 몸에 바로 보이는 노력의 결과가 현근씨를 뿌듯하게 만들었고,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도와줬다. 운동은 경찰공무원 준비 과정 중 하나라 반강제적으로 시작하게 됐지만, 지금은 유일한 취미가 돼버렸다.

“남들은 성적 맞춰 대학을 갈 때, 저는 꿋꿋하게 경찰행정학과에 간다고 했죠.”

현근씨는 중학생 때부터 경찰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왔다. 누군가 꿈을 물어도 항상 ‘경찰’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반 친구들이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갈 때,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걸었다. 심지어 합격한 다른 대학에서는 경찰행정학과가 아닌 다른 학과에 수석 입학해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경찰이라는 꿈을 위해 관련 학과가 있는 지방 대학을 택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다짐한 경찰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걸어온 이 길이, 이제는 과연 맞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매일마다 부담의 무게가 그의 어깨를 짓눌렀고, 자신감은 바닥을 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고편도 없는 미래를 위해 하루에 10시간 넘게 공부에 매진했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남은 시간은 경찰에 적합한 인재가 되기 위해 운동했다. 똑같은 행위들로 채워진 현근 씨의 치열한 하루는 2년 5개월째 똑같이 흘러가고 있다.

시험 낙방 3번. 현근씨는 4번째 시험을 앞두고 있다. 부모님은 이번 시험이 마지막이라며 지원을 끊겠다고 나섰고 친구들은 채용에 불합격될 때마다 안쓰러운 눈과 말투로 괜찮냐고 물어온다. 그럴 때마다 누구보다 밝은 척 괜찮다고 하지만 그를 가장 안쓰럽게 보는 건,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그럼에도 현근씨는 굳은 결심을 하고, 다시 3평 남짓한 작은 방에 몸을 밀어 넣고 책을 펼쳤다.

“다행히도 제 주변에 너무 좋은 사람이 많아 힘이 돼요. 다 갚아야죠 제가.”

현근씨는 합격하고 나면, 자신을 도와준 가족과 주변 형, 친구들에게 밥을 사주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 현근씨의 어머니는 달에 한 번은 꼭 반찬과 먹을거리를 싸서 그의 손에 쥐어줬다. 현근씨가 고시원 안에서는 냄새나는 것을 먹을 수 없다 말려도, 어머니는 항상 아들을 위해 먹을거리를 준비했다. 어머니는 매월 지출해야 하는 월세, 학원비 등을 한 번도 밀린 적 없이 현근씨에게 건네주었다. 어머니의 사랑 앞에 현근씨는 스스로를 굳세게 다잡았다.

그럼에도 현근씨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무친 외로움에 가끔씩 고시원 방에서 혼자 몰래 소주 한잔을 기울이곤 했다. 특히 주말이면 그 외로움은 배가 됐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알았는지 지인들이 찾아왔고 같이 밥을 먹었다. 그들은 현근씨에게 돈을 받지 않았다.

현근씨는 그들의 지출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현근씨의 고개는 고마움과 부끄러움에 저절로 떨궈졌다. 하지만 지인들은 비난 대신 격려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 따뜻한 햇살과도 같은 그들의 배려에 공부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는 듯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 나를 보고 경찰이라는 장래희망을 가질 수 있는 모범적이고 따뜻한 경찰관이 되고 싶습니다.”

오늘도 현근씨는 꿈을 위해 한 발자국을 걸었다. 물론 그 길이 가시밭길인지, 진흙길인지는 모르지만 무작정 한걸음 뗐다. 앞으로 나가야 했기에, 그 방법밖에 모르기에 오늘도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현근씨가 3년간 지불한 꿈의 가격은 5022만원. 가진 것 없는 26살 청년이 스스로 지불하기엔 버겁디 버거운 금액이다. 더욱 숨이 막히는 점은, 꿈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갈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 하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가기엔, 하나 뿐인 꿈을 이루기 위해 쏟아 부은 시간과 열정이 아깝게만 느껴진다.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강요한다. 한가지 분명한 점은, 아직 우리 사회의 경우 빈곤 청년들이 마음 편히 꿈을 꾸기에 안락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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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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