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탐탐 놓치지 않고 팩트체크 탐하겠다”라는 의미를 담아 ‘호시팩탐’이라는 코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른바 허위 사실, 가짜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에 오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진실이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투데이신문>은 팩트체크를 거쳐 판별해낸 결과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슈의 사실 확인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제보 바랍니다. 발에 땀이 나도록 직접 뛰어 ‘팩트’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br>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전유정 기자】 단기간에 쉽게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면, ‘식욕억제제’를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운동 없이 약을 복용하기만 하면 식욕이 억제되고 체중까지 감량할 수 있는 식욕억제제에 대한 ‘간증’은 다이어트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식욕억제제는 의사 처방약임에도 불법으로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마약류로 지정된 식욕억제제를 병원에서 처방받아 SNS를 통해 되판 이들과 이를 구매한 이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구매자 51명 중 47명은 10대 여성이라는 점에서 큰 우려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식욕억제제는 심장 혈관 질환 부작용을 비롯해 수면장애, 어지럼증, 망상, 환각 등 다양한 정신 이상반응 부작용이 있어 무심코 손을 데기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이후 조현병 증상이 생겼다는 사례는 인터넷에서도 빈번히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각종 SNS, 커뮤니티, 네이버 지식인 등에는 식욕억제제 복용 이후 조현병 유사 증상이 나타났다는 환자 또는 환자의 가족들의 글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약을 먹기 전 이미 조증, 정신분열이 있는 사람에 한해서만 약이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과연 이 식욕억제제는 조현병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약일까요?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펜터민, 효과는 강력하지만…

현재 국내서 처방되는 대표적인 식욕억제제 성분은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털프로피온, 마진돌, 로카세린 등이 있는데요. 종류도 여러 가지고, 병원마다 처방하는 식욕억제제와 용량이 조금씩 다릅니다.

종류는 각각이지만, 식욕억제제의 원리는 비슷합니다. 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시키는 향정신성의약품입니다. 이 약은 중추신경을 자극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노르아드레날린, 글루타메이트)의 작용을 증가시켜 식욕을 억제해 줍니다.

이 중에서도 ‘팬터민’은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강력한 효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눈사람 모양, 혹은 나비 모양을 한 ‘나비약’으로도 유명한데요. 펜터민은 암페타민의 유사체로, 암페타민류 약물에는 암페타민, 덱스트로암페타민 그리고 메스암페타민(필로폰) 등이 있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암페터민 계열의 약은 정신이상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약사 A씨도 “펜터민을 복용할 시 노르아드레날린이 과다분비 된다”며 “뇌를 긴장하고 흥분된 상태로 만들어 식욕을 떨어뜨리지만 이러한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자극을 자주 받으면 뇌가 망가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각종 연구서 드러난 정신병 유발 가능성

그렇다면 앞서 언급했듯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후 정신이상반응이 나타났다는 사례는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식욕억제제와 정신이상반응은 정말 관련이 없고, 이들의 사례는 모두 우연일까요.

지난 2017년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곽숙영 외 4인의 ‘식욕억제제 펜터민(Phentermine), 펜디메트라진(Phendimetrazine)으로 유발된 정신병적 장애 증례군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연관성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연구자들은 2011년 6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정신건강학과에 ‘물질로 유발된 정신병적 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 6명 중 zolpidem(졸피뎀) 사용 장애가 공존하는 환자 한 명을 제외한 다섯 명의 환자들을 관찰한 결과, 이들 중 5명은 자극제인 펜터민, 펜디메트라진에 노출된 이후 처음으로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났으며, 약물 복용 중단 뒤 1개월 내에 증상이 호전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올해 발행된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교실 김수영 외 4인의 ‘펜터민(Phentermine) 및 펜디메트라진(Phendimetrazine)으로 유발된 정신병적 장애 및 양극성 장애 증례군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연구자들이 펜터민 및 펜디메트라진으로 유발된 정신적 장애 및 양극성 장애의 사례인 8명을 입원 당시 치료 경과와 외래 통원 치료 경과를 정리한 결과, 1명은 환청이 지속돼 조현병으로 진단받았으며,  2명은 1년 이상 추적 관찰 결과 조현병으로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해당 연구자들은 “펜터민 및 펜디메트라진으로 유발된 정신병적 장애, 양극성 장애, 또는 약물사용 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료인과 국민들이 깨닫고 처방 및 복용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식욕억제제의 대표적인 부작용과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식약처는 ‘식욕억제제 안전복용 가이드’를 통해 “만족할 만한 체중 감량이 있을 경우 4주 이상의 복용이 가능하지만 심각한 심장병, 의존상, 불안 초조, 불면, 흥분상태, 조현병(정신분열증)과 같은 유사한 정신이상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약사 A씨는 “의사 처방전에 따라 복용하게 되더라도 체중 감량의 효과 외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환자 개인마다 발생하는 부작용도 매우 다양하다”고 말했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과다복용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복용 양이나 기간에 상관없이 부작용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부작용이 심각할 경우 정신과에 입원해 장기간 조현병 환자에 준하는 치료를 받게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식욕억제제 복용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수면장애, 어지럼증, 망상, 환청 등 환자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조현병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펜터민 부작용은 약의 용량과 복용 지속 시기와 상관없이 개인에 따라 달라 예측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날 시 곧바로 의사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체중을 감량하는 것 보다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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