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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조유빈 기자】 홈플러스에서 근무 중이던 노동자가 또 다시 사망하면서 이달에만 두명의 직원이 세상을 떠났다. 노조는 잇단 사망의 원인은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29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이하 마트노조)에 따르면 홈플러스 부산연산점에서 온라인 배송 업무를 담당하던 김모(57)씨가 지난 26일 새벽 자택에서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숨졌다.

홈플러스와 계약을 맺은 운송사 소속이었던 김씨는 홈플러스 부산연산점에 배정돼 1년을 넘게 근무해 왔다. 평소 김씨는 지병이 전혀 없는 건강한 상태였다는 것이 마트노조 측의 주장이다.

마트노조는 잇단 배송 노동자들의 죽음은 마트 및 운송사와 무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음에도 마트와 운송사가 손놓고 있는 사이 동료 직원들이 하나둘씩 쓰러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홈플러스 인천계산점 FC(풀필먼트센터)에서는 물류 노동자가 이달 초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에도 노조 측은 과도한 물량 증가와 열악한 업무환경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밖에 지난해 5월에도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배송 업무를 맡던 직원이 출근 준비 중 갑자기 쓰러져 숨지기도 했다. 

마트노조 측은 “홈플러스 부산연산점은 배송 노동자들이 상품을 싣는 상차장이 고객주차장에 있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며, 차량에서 내뿜는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지금처럼 더운 여름 때 외부에서 배송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폭염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더위가) 심할 경우 37도가 넘는 온도에서 일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냉방시설은 선풍기 2대가 전부다. 그래서 배송 노동자들은 냉장·냉동고에 상품을 가지러 가면서 열기를 식히고 있다”며 “얼마 전 고인 또한 일하는 곳이 덥다며 집에서 선풍기를 가져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 연산점은 26명의 배송 노동자들이 있음에도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은 대기실이 전부다. 전원이 같이 앉아있지 못할 정도로 좁다”며 “무거운 상품을 배송하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심한데도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또 “계속되는 온라인 배송 노동자들의 죽음에 마트와 운송사의 책임이 없을 수가 없다. 노조는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해왔다”며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마트와 운송사는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하고 정부도 온라인 유통 종사자 보호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고인은 24일과 25일 휴무였으며, 26일 출근을 하지 않아 연락을 해본 후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됐다”며 “고인이 홈플러스가 아닌 운송사 소속이다 보니 회사 입장을 밝히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근무환경은 홈플러스 측에서도 협의를 해나가며 최대한 개선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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