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 펀드 투자 피해자를 만나다
장하성 동생 펀드라 내세우더니...부실 펀드판매
피해자들 “은행 간판만 봐도 숨이 멎고 분노 일어”
기업은행 PB, 임의대로 체크하고 고객서명만 받아
장하원 대표, 혐의 전면 부인…“피해자들 두 번 죽여”

국내 최대 규모의 금융스캔들인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지 3년이 지났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전액배상 조치를 받으며 사태가 진정되는 듯 했으나 여전히 분쟁 중인 부실펀드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의 상처는 봉합되지 않은 채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지정한 5대 부실펀드 중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독일 헤리티지 펀드, 디스커버리 펀드가 라임·옵티머스 펀드와 같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하는지가 쟁점일 것으로 보여 지는 바 사모펀드 피해자들과 판매사의 간극을 살펴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디스커버리 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최창석 위원장과 이의환 상황실장 ⓒ투데이신문
(왼쪽부터) 디스커버리 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최창석 위원장과 이의환 상황실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6개월 단기상품이고 원금 보전된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들어본 적도 없는 부실 사모펀드였다. 사업 설비자금 7억을 날렸다”(디스커버리 펀드 투자 피해자 최창석씨)

디스커버리 펀드는 판매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성 동생 장하원 대표가 운영하는 펀드라는 것을 앞세워 지난 2018년 10월부터 2019년 2월까지 IBK기업은행·하나은행·한국투자증권·IBK투자증권 등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판매한 상품이다. 그러나 이미 부실 상태의 대출채권에 투자한 상황임에도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투자자들을 모집했고 약 370여명의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말 기준 환매 중단으로 은행 등이 상환하지 못한 피해액은 2562억원에 달한다.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지 3년이 지났지만 판매사들은 피해 비율 산정에만 급급하고 여전히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남겨두고 있어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디스커버리 펀드 최창석 사기피해대책위원장과 이의환 상황실장을 디스커버리 장하원 대표 공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에서 7월 21일 만났다.

투자 종용 위해 대출까지 권유한 기업은행PB

최 위원장은 “처음 판매할 때 어디에 투자한다는 말 자체가 없었다. 우량한 선순위 채권이라 문제될 것 없다며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하다는 말만 들었다”며 “환매중단 사태가 터지고 사모펀드라는 용어를 그때 처음 들었다”고 운을 뗐다.

최 위원장은 안산에서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다. 제조업 특성상 노후설비 교체를 의무적으로 하기 때문에 계약금을 미리 준비해둔다. 평소 기업은행과 사업상 특수관계가 있기에 해당 은행 프라이빗뱅커(PB)가 이 사실을 알고 투자를 권유했다. 

그는 “PB가 해당 상품은 만기가 6개월이지만 혹시 이전에라도 설비 계약이 성사돼 계약금이 필요하게 되면 투자자금을 담보로 대출해주겠다고 했다”며 “투자자산이 설사 망한다 해도 2년 후에 부실이 현실화되기 때문에 6개월의 투자기간은 전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안심시켜 7억을 투자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최 위원장은 대출 3억원을 받고 설비 계약금을 냈으나, 나머지 투자자산이 환매 중지 되면서 자금이 꼬이기 시작했다. 펀드 부실로 투자자산은 다 날리게 됐고 설상가상으로 대출이자는 현재까지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투자권유한 PB는 펀드 수익률이 3.3%인데 대출이자는 그보다 높은 3.98%를 종용했다.

최 위원장은 “내가 노름꾼도 아니고 설비 계약금을 이렇게 위험한데 넣었겠냐”며 “수십 년 믿고 거래해온 기업은행이고 나 같은 법인의 경우 오래된 대출거래 관계로 인해 권유를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또한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들은 대부분 은퇴자들로 사모펀드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자금도 대부분 평생 모은 노후자금, 은퇴자금, 사업설비자금, 주택구입 및 자녀결혼자금으로 오히려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격의 자금이었다.  

최 위원장은 “장하성 동생이 운영하는 펀드고 6개월 단기 상품에 원금도 보장된다며 안전하다는 얘기만 했다. 수익률도 3%대로 상식적인 수준이라 전혀 위험한 상품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허탈해했다.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시위하는 피해자들 [사진제공=디스커버리 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시위하는 피해자들 [사진제공=디스커버리 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불완전판매 아닌 사기에 의한 계약”

특히 피해자 대부분이 가입당시 약관이나 피해자용 계약서, 상품설명서 등 가입결정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거의 받지 못했고 직원 설명에 의존해 서명만 했다고 한다.

이 상황실장은 “고객투자성향도 고객이 자기 판단이 아닌 PB의 임의대로 체크하고 서명만 받게 함으로써 공격형 투자자로 만들었다”며 적합성원칙 위반을 지적했다. 적합성원칙이란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자의 성향과 상황에 맞는 투자를 권유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이를 위반 시 위법행위가 성립된다.

디스커퍼리 펀드를 둘러싼 후속조치도 회사마다 다른 방침을 내세워 피해자들을 더욱 분통을 터뜨리게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6월 16일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해 100%피해 보상을 한 바 있다. 또한 향후 분쟁조정 결과나 손실률이 확정되더라도 이미 지급한 보상금을 회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들은 동일한 상품이므로 기업은행에도 똑같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행 측은 단순 불완전 판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3년 넘도록 의견이 대치되는 상황이다. 

이 상황실장은 “이미 부실채권에 투자한 것을 장 대표가 인지하고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기업은행 측은 판매과정의 실수인 것처럼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등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물었다”며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공소제기 내용에 근거해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또는 사기에 의한 계약 무효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서울경찰청 김광호 청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중단 사건과 관련 직권남용 부분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해 피해대책위원회는 기업은행의 공동 불법행위에 따른 연대책임도 물을 것이라고도 했다.

7월 21일 디스커버리 장하원 대표 첫 공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법을 찾은 (왼쪽부터) 이 상황실장과 최 대표 ⓒ투데이신문
7월 21일 디스커버리 장하원 대표 첫 공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법을 찾은 (왼쪽부터) 이 상황실장과 최 대표 ⓒ투데이신문

“잘못이 없는데 피해자가 있겠나”...속 끓이는 피해자들

지난달 2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 대표의 첫 공판기일에 참석한 최 위원장과 이 상황실장은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자리”였다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날 공판에서 장 대표의 변호인은 공소사실 인정여부를 묻는 재판부를 향해 “범행 사실에 대한 범의(범죄의도) 뿐만 아니라 사실관계도 부인한다”고 답했다. 이어 “기록이 2만 페이지에 달해 검토 후에 의견서를 통해 추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견딜 수 없이 분노가 치밀었다. 우리나라 법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이며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법정다툼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본인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피해자는 왜 생긴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한 이 상황실장도 “기록이 2만 페이지 넘어서 다 검토하지 못했기 때문에 범의를 부인한다고 했는데 검토도 안했는데 어떻게 혐의를 부인할 수 있나”라며 반박했다.

이날 서울남부지법을 찾은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들은 “은행을 믿고 거래한 게 이렇게 큰 잘못이냐”며 “은행 간판만 봐도 숨이 멎고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분노했다.

여전히 심리적·물질적 고통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이 얼마나 걸릴지 이번 환매중단 사태의 원인이 언제 밝혀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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