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지음│308쪽│128*188mm│문학동네│1만6000원

ⓒ문학동네
ⓒ문학동네

—그대는 안의 명령에 따른 것인가?

—아니다. 나는 안에게 명령을 받을 의무가 없다. 또 명령을 받을 의무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일은 명령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내 마음으로 한 것이다.

—이토 공은 고관高官으로 수행원과 경호원이 많은데, 그대는 암살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가?

—그것은 사람의 결심 하나로 되는 일이다. 결심이 확고하면 아무리 경호가 많아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232쪽)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소설가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이 출간됐다. 

<하얼빈>은 김훈 작가가 청년 시절부터 안중근의 짧고 강렬했던 생애를 소설로 쓰려는 구상을 품고 긴 시간의 치열하고 절박한 집필 끝에 세상에 내놓게 된 작품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문장가’,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김훈 작가의 소설에 걸맞게 <하얼빈>은 단순하게 요약되기 쉬운 실존 인물의 삶을 역사적 기록보다도 철저한 상상으로 탄탄하게 재구성했다.

김훈 작가의 대표작 <칼의 노래>가 영웅 이순신의 요동하는 내면을 묘사했다면 <하얼빈>은 청년 안중근의 가장 뜨겁고 혼란스러웠을 시간을 담아내고 있다.

인간적 대의와 윤리의 충돌, 제국주의의 물결과 청년기 순수한 열정의 부딪힘, 신앙심과 속세 인간으로의 증오심 간 갈등 등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 다양한 층위에서 벌어지는 이들을 세밀하게 그리며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시야의 차원을 높인다.

김훈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안중근을 그의 시대 안에 가두어놓을 수는 없다. ‘무직’이며 ‘포수’인 안중근은 약육강식하는 인간세의 운명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고 있다. 안중근은 말하고 또 말한다. 안중근의 총은 그의 말과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