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탐탐 놓치지 않고 팩트체크 탐하겠다”라는 의미를 담아 ‘호시팩탐’이라는 코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른바 허위 사실, 가짜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에 오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진실이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투데이신문>은 팩트체크를 거쳐 판별해낸 결과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슈의 사실 확인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제보 바랍니다. 발에 땀이 나도록 직접 뛰어 ‘팩트’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지난달 20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이 피켓을 두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지난달 20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이 피켓을 두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유정 기자】 지난달 22일 6월 2일부터 장장 51일간 이어졌던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이 종결됐습니다.

노동자들은 총 급여가 2015년부터 하락했고, 그간 삭감됐던 임금 30%를 다시 원상복구해달라며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임금 4.5% 인상으로 합의하는데 그쳤습니다.

파업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측은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660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며 이번 파업이 ‘불법’이라고 단정지었습니다.

앞서 같은달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32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 노조의 불법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어렵게 회복 중인 조선업과 또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하고 지역사회, 그리고 시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은 끝났지만 여전히 ‘불법파업’ 딱지가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의 파업은 불법이었을까요.

먼저 파업의 개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파업은 “노동 조건의 유지 및 개선을 위하여, 또는 어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한꺼번에 작업을 중지하는 일”을 뜻합니다.

이러한 파업은 헌법에서도 정당한 권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헌법 제33조 1항에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명시돼있습니다.

이처럼 헌법은 단체행동권을 근로자들의 권리로 보장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근로자들은 단체행동권으로서의 쟁의권을 행사해 기업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집단 행위를 정당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에 고용자는 파업으로 인해 발생되는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파업은 합법적인 파업과 불법적인 파업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합법적인 파업은 △주체의 정당성 △절차의 정당성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정당성을 갖는데요.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37조, 제41조, 제42조, 제45조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조항

제37조【쟁의행위의 기본원칙】

① 쟁의행위는 그 목적ㆍ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서는 아니된다.

② 조합원은 노동조합에 의하여 주도되지 아니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③ 노동조합은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 <신설 2021.1.5.>

제41조【쟁의행위의 제한과 금지】

①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그 조합원(제29조의2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결정된 경우에는 그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의 직접ㆍ비밀ㆍ무기명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다. 이 경우 조합원 수 산정은 종사근로자인 조합원을 기준으로 한다. <개정 2021. 1. 5.>

②「방위사업법」에 의하여 지정된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중 전력, 용수 및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으며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개정 2006. 1. 2.>

제42조【폭력행위 등의 금지】

제42조(폭력행위등의 금지) ①쟁의행위는 폭력이나 파괴행위 또는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로 이를 행할 수 없다.

②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에 대하여 정상적인 유지ㆍ운영을 정지ㆍ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이를 행할 수 없다.

③행정관청은 쟁의행위가 제2항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행위를 중지할 것을 통보하여야 한다. 다만, 사태가 급박하여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을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에는 그 의결을 얻지 아니하고 즉시 그 행위를 중지할 것을 통보할 수 있다. <개정 1998. 2. 20., 2006. 12. 30.>

④제3항 단서의 경우에 행정관청은 지체없이 노동위원회의 사후승인을 얻어야 하며 그 승인을 얻지 못한 때에는 그 통보는 그때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개정 1998. 2. 20., 2006. 12. 30.>

제45조【조정의 전치】

①노동관계 당사자는 노동쟁의가 발생한 때에는 어느 일방이 이를 상대방에게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한다.

②쟁의행위는 제5장제2절 내지 제4절의 규정에 의한 조정절차(제61조의2의 규정에 따른 조정종료 결정 후의 조정절차를 제외한다)를 거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다. 다만,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기간내에 조정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제63조의 규정에 의한 기간내에 중재재정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06. 12. 30.>

또한 법무부는 ‘불법파업? 합법파업? 파업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합법적인 파업이라면 “쟁의 주체가 노동조합이어야 한다”, “쟁의 목적이 근로조건 결정과 관련된 사항이어야 한다”, “찬반투표, 조정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쟁의 수단이 폭력·파괴 등을 동반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중 한 가지 조건이라도 어기게 되면, 해당 파업은 ‘불법파업’으로 간주된다고 부연합니다.

이러한 조건을 따져본다면,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의 파업은 ‘합법‘입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합법적 쟁의행위를 위해 찬반투표를 거쳐 정식으로 쟁의권을 획득하는 등 합법적 절차를 거쳐 파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은 얻었습니다.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22일까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1도크를 점거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다만 폭력행위를 금지하는 ‘방법의 정당성’ 측면에서는 노동조합법 위반 소지가 있어 ‘불법파업’이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지난 6월 27일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임직원들은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하청지회는 노동조합법을 위반하는 불법  파업을 중단하라”며 “근로자의 처우 개선이 목적이라면 불법파업을 그만두고 협력사의 정상적인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에서 하청지회가 위반했다는 노동조합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파업 21일차였던 지난 6월 22일 하청지회 부지회장 유모씨와 지회 조합원 6명은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1도크(dock·선박 건조 공간) 점거농성을 시작했습니다.

현행 노조법 42조1항에 따르면 쟁의행위는 폭력이나 파괴행위 또는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로 이를 행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명시된 ‘대통령이 정하는 시설’에는 건조·수리 또는 정박중인 선박이 포함되는데요.

따라서 조합원들이 조선소의 핵심시설인 도크와 건조 중인 선박을 점거한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경찰은 노조 집행부에 대한 체포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김기동 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변호사는 “사측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무근이거나 다른 해석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라며 “법조항 상으로만 해석했을 때, 선박 블록을 점거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보이는 취지의 조문이 있는 것은 맞다. 이와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다. 점거행위에 대한 사실관계는 부인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달 20일 성명서를 통해 “대법원은 하청 노동조합의 원청 사업장에서의 쟁의행위에 대해 (원청 사용자는) 하청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의해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그러한 이익을 향수하기 위해 하청 소속 근로자에게 사업장을 근로의 장소로 제공하였으므로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로 인해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법리를 토대로 그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5도1927 판결 등)”라며 합법적 파업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UN) 사회권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파업권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2009년과 2017년 우려를 표한 바 있다”며 “이와 같은 국제노동규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회 조합원들의 선박 점거 파업은 정당한 쟁의행위라 할 것”고 강조했습니다.

이같이 이번 파업 중 행해진 점거농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합법이냐 불법이냐의 방향으로 나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론적으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자체는 ‘불법파업’이 아니지만, 현행 노동법에 따라 노동자들의 선박 점거농성은 위법 사항을 따져 볼 문제입니다. 아직 ‘불법’으로 판결이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번 논제는 판단 유보 결정을 내립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은 그 시작부터 불법으로 진행된 것이 아닙니다. 파업 기간 가운데 진행된 점거 농성도 아직 불법으로 판결이 난 사항이 아닙니다. 이에 따라 온라인상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이라는 이름을 붙여 낙인을 찍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파업이 불법이냐, 아니냐의 문제보다는 파업의 이유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게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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