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박지현, 청년 정치 내세웠지만
기성정치 벽에 막혀 움직이지도 못해
깜짝 발탁은 청년 정치 성장 못 시켜
돈키호테 같은 그들, 이제 해야 할 일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br>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대표에서 자동 해임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전당대회 출마 불허 통보를 받았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청년 정치가 과연 정당이라는 토양에서 자라날 수 없는 식물인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준석-박지현의 실패를 청년 정치의 실패로 봐서는 안 되고, 청년 정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준석-박지현 행보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청년 정치의 바람이 불면서 국민의힘은 젊은 당 대표인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대표를 맡았고, 더불어민주당은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자리를 맡았다. 하지만 이 전 대표와 박 전 위원장은 이제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를 두고 청년 정치를 이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와 박 전 위원장이 청년 정치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윤핵관이나 친명계에서는 ‘내부총질’로 규정하면서 비판을 가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와 박 전 위원장의 청년 정치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은 기성 정치권이라는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였다. 그것이 과연 옳은 방향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논외를 하더라도 세간의 관심을 집중하기에는 효과적이었다. 이른바 개혁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기성 정치권과 부딪히고 갈등이 일어났다. 그리고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기성 정치권이 이들을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기성 정치권에서는 이들은 아직 더 정치적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발탁이 된 이후 10년 간 사실상 야인 생활을 했다. 그리고 당 대표가 됐기 때문에 박 전 위원장과는 완전히 다른 케이스로 당 대표가 됐다. 반면 박 전 위원장은 어느 날 갑자기 ‘깜짝 발탁’이 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 내에 있는 청년 정치인들은 “제발 깜짝 발탁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젊었을 때부터 당에 들어와서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정치적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갑자기 큰 지위를 받음으로써 그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의 도전 용기는 가상하지만 현실과 부딪히면서 과연 옳은 도전이었냐는 것에 대한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당헌당규 상으로 당원 가입 6개월이 돼야 전당대회에 출마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자신은 예외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었냐는 비판이 나오면서 막무가내 도전은 결국 자신을 깎아 먹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박 전 위원장에 비해서 당 경험이 많은 편이지만 기성 정치권과의 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의 정치적 철학을 관철하고 싶어 하는 용기는 가상하지만 그것을 기성 정치권과 적대적 관계로 실현하려고 하다 보니 기성 정치권에 의해 부러지게 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전 대표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이XX’ ‘저XX’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을 비판해 윤핵관은 물론 이 전 대표를 옹호했던 기성 정치인들도 돌아섰다는 점에서 이 전 대표의 용기가 과연 정치적 도의에 맞는 용기였냐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두 사람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성 정치권과 젊은 정치의 갈등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기성 정치권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선거 때만 되면 ‘깜짝 발탁’을 하려고 하는 기성 정치권 문화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외국에서는 젊었을 때부터 정치인으로 성장시켜서 기성 정치권에 편입을 시킨 후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하게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르다. 선거철만 되면 ‘청년’을 배려한다면서 깜짝 발탁을 한다.

그리고 그간 청년 정치인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다. 이 전 대표와 박 전 위원장은 이러한 역할을 거부하면서 기성 정치권과 충돌을 한 것이다. 인형의 집에서 탈피해 자신만의 정치적 세계관을 구축하려고 했지만 기성 정치권은 ‘인형의 집’의 인형을 원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기성 정치권에서 젊은 정치인은 ‘액세서리’ 같은 존재일 뿐이다. 반면 청년 정치인은 보다 높은 곳으로 상승해서 자신의 정치적 철학을 실현하고 싶어 한다. 그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깜짝 발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br>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선거철만 되면

특히 선거철만 되면 유명인들 영입을 쇄신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우리나라 정당들의 정체성이 엇비슷하기 때문에 쇄신을 한다는 모습을 밖으로 보여주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새로운 인물’의 영입이다. 그러다보니 깜짝 발탁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고, 그것이 곧 우리나라 정치 문화를 좀 먹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고, 자신이 속한 정당의 정강과 정책 등에 대해 동조하는지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깜짝 발탁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선거철만 되면 이 정당 저 정당 기웃대는 정치 낭인들이 많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깜짝 발탁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또한 유명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곤혹을 치른다. 여기저기서 자신의 정당으로 들어오라는 러브콜 때문이다. 정치적 신념 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유명세’를 갖고 있느냐를 따진다. 그러다보니 덮어 놓고 영입을 하고, 그 이후 사달이 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깜짝 발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청년 정치인의 경우 이런 식의 발탁은 지양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유명하느냐’가 발탁의 기준이 되면서 ‘튀어야 산다’는 인식을 청년 정치인들이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각종 인터뷰 등에서 정책이나 신념 등을 이야기는 대신 자신을 치장하는 인터뷰를 한다. 기사 한 줄이라도 더 보도되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다보니 청년 정치인들이 갖춰야 할 소양과 덕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입담’을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게 됐다. 이런 이유로 정치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하급 당직자로 채용돼서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공천을 받게 되거나 나아가 청년 최고위원, 더 나아가 당 대표 등을 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단지 청년 최고위원을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형의 집 아니야

핵심은 청년 정치를 육성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성 정치권의 양보만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청년 정치의 패기만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두 세력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 같은 지향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단지 사람으로 뭉치는 것이 아니라 가치와 가치가 뭉치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으로만 뭉치는 그런 정당이 될 경우 결국 계파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것은 헤게모니 속 이전투구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무엇을 지향하고, 무엇을 위해 뛰는지 기성 정치권이나 청년 정치 모두 고민을 해야 한다.

청년 정치 역시 기성 정치에게 무조건 배려와 양보를 하라고 강요를 해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성 정치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투쟁 속에서 스스로 승리하는 방법을 깨우쳐왔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70년 40대 기수론이다. 그와 같이 기성 정치권에서 시대정신을 확실하게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청년 정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방에 뜨는 스타가 아니라 그동안 실력을 갈고 닦아 오다가 시기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져서 큰 정치인으로 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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