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억에 새로운 색을 입힌 ‘뉴트로’가 대세입니다. 소비자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아 온 기업들은 촌스러움을 훈장처럼 장식한 한정판 레트로 제품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비단 물건 뿐 아니라 옛 세탁소나 공장 간판을 그대로 살린 카페 등 힙한 과거를 그려낸 공간 또한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래된 기록이 담긴 물건과 공간들은 추억을 다시 마주한 중년에게는 반가움을, 새로운 세대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기자는 켜켜이 쌓인 시간을 들춰, 거창하지 않은 일상 속 ‘추억템’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하림 용가리치킨 TV CF 한 장면 [사진제공=하림]
하림 용가리치킨 TV CF 한 장면 [사진제공=하림]

편식이 심한 어린 시절, 무적의 밥 친구가 돼 줬던 작은 공룡이 있습니다. 바로 하림이 지난 1999년 출시한 치킨 너겟 ‘용가리 치킨’인데요.

학교 입학 후 엄마가 싸준 첫 도시락에서도 용가리 치킨은 필수 메뉴였죠. 세월이 흐르며 잠시 잊혀졌던 시기도 있지만, 공룡 친구는 ‘혼술 친구’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두 서너개씩 감질맛 나게 먹던 어릴 적과는 달리, 이젠 시원한 맥주와 함께 내키는 대로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 어른이 된 기분이 이런 걸까요?  

이처럼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용가리치킨은 아이들에게는 공룡 캐릭터를 통한 흥미를 유발합니다. 실제 공룡을 무척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 기자의 지인은 용가리 ‘밥반찬’의 세계로 다시 입문했다고 하니 1999년이라는 제품 출시 연도가 새삼 실감이 나는데요.

용가리치킨은 하림그룹이 코미디언 심형래 감독이 제작한 영화 ‘용가리’에 투자를 결정하면서 탄생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어엿한 장수 제품이 됐다지만, 경제가 어려운 1990년대 말 IMF 시기에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죠.

이에 김홍국 회장과 실무진들은 5개월간 새로운 치킨 너겟의 맛과 식감, 그리고 공룡 모양의 구현까지 고민해 용가리 제품 개발에 나섰습니다. 비타민과 칼슘, 오메가3(DHA·EPA) 등의 성분으로 성장기 어린이 영양 보충 또한 염두에 뒀죠.

용가리 제품설명과 어린이를 위한 각종 SNS 이벤트 자료화면 [사진제공=하림] 
용가리 제품설명과 어린이를 위한 각종 SNS 이벤트 자료화면 [사진제공=하림]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영화 개봉 시기에 맞춰 제품이 출시됐고, 심형래씨가 출연하는 CF가 방송을 타면서 전국 유통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용가리 치킨의 매출액을 보면 그 꾸준한 인기를 짐작할 수 있죠. 1999년 출시 이후 지난해 기준 약 2200억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를 마리 수량으로 보면 더 재미있는데요. 약 13억 마리 이상으로 지구 3바퀴 이상을 돌 수 있는 거리라고 하네요.

용가리 치킨은 키즈 식품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브랜드 강화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기존 용가리 캐릭터를 좀 더 친근한 캐릭터로 바꾸는 한편 2017년에는 출시 18주년을 맞아 팬클럽 ‘용가리와 친구들’을 창단했습니다. 이때 열린 파티에는 용가리 팬 인증에 나선 소비자 100여명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죠.

또 치즈볼을 시작으로 킹용가리 치킨, 용가리 떡갈비까지 ‘용가리 월드’를 구축하고 있는데요. 각종 이벤트로 소비자와의 접점도 넓히고 있습니다. 올해는 가정의 달을 맞아 리솜 리조트 내 키즈 조식 뷔페와 용가리 쿠킹클래스를 운영했으며 용가리 할로윈 마을 만들기 공모전 등 다양한 SNS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용가리 치킨 변천사(상단)와 용가리 18주년 기념 생일파티(하단 좌측), 용가리 쿠킹 이벤트(하단 우측) 모습 [사진제공=하림]
용가리 치킨 변천사(상단)와 용가리 18주년 기념 생일파티(하단 좌측), 용가리 쿠킹 이벤트(하단 우측) 모습 [사진제공=하림]

주로 어린이를 기반으로 한 가족 단위의 콘텐츠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키즈 식품 브랜드로서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설정했다는 점을 알 수 있죠.

이처럼 ‘어린이’에 진심인 용가리치킨은 올해 100주년을 맞은 어린이날을 기념해 한국 방정환 재단과 손잡고 어린이 선언 이벤트를 펼쳤습니다. 또한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해 선물꾸러미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아이 공룡친구’라는 슬로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용가리치킨은 23년간 묵묵히 어린이의 친구로 그 자리를 지켜 왔습니다. 그러나 변화를 추구하는 캐릭터와 함께 샛노란 공룡 모양의 너겟을 보고 있자면 장수 식품의 연륜도 잊게 한달까요. 

어느덧 청년이 된 용가리 치킨, 앞으로도 남녀노소 영양 간식으로 사랑받기 위한 변주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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